“무서운 선수가 되겠다”는 호기로움에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고려대의 ‘엔진’ 안은산의 이야기다.
안은산은 올해 3학년이다. 팀 내에서도 어엿한 고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무르익고 있다. 무엇보다 팀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졌다. 팀이 부진하면 자신도 마음이 편치 않다. 고려대는 14일 오후 고려대 녹지운동장에서 열린 한양대와의 ‘2017 U리그’ 3권역 경기에서 2-2로 비겼는데, 2점 차 리드를 잡았다가 마지막에 두 골을 내주며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경기 후 만난 안은산은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는 이 날 경기에서 80분을 소화했다. 첫 마디는 반성이었다. “수비 쪽은 잘 버텼지만 나를 포함한 5명의 공격수들이 볼을 잡으면 잔 실수를 많이 했다. 좋은 공격 상황에서도 실수가 나오다보니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팀의 문제이기도 하다. 후배들에게 볼 터치할 때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하고 있다.”
올해 고려대는 U-20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인 조영욱과 수원삼성 유스인 매탄고 출신의 박상혁 등 가능성 있는 신입생들을 받았다. 안은산도 이들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팀 컬러가 싹 바뀌었다”면서 “개인 전술은 더 좋아졌지만, 팀 전체의 조화를 만드는데 세밀함이 부족하다. 선수들의 조합 플레이같은 부분도 집중해서 하다 보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대는 지난해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수많은 대회에서 정상에서 올랐지만 U리그 우승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안은산을 포함한 고려대 축구부 전체에는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올해에도 우승의 기운을 이어서 리그를 치를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쉽지는 않다.
안은산은 “지난해 왕중왕전 우승을 향한 절실했던 느낌을 살려서 경기하고 있다. 하지만 아주대전(4-4 무승부, 막판에 아주대에 동점골 허용)과 한양대전에서 비기는 모습이 나오고 있어 아쉽다. 아직 신입생들과의 융화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고참으로서 좀 더 다부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은산은 고려대 신입생 시절, 선수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무서운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는 “세밀한 볼 터치나 슈팅을 마무리하는 능력은 개인적으로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피지컬 적으로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안은산은 최근 들어 평균 7~80분 정도를 소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남들이 봤을 때 ‘이 선수는 무서운 선수다’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손흥민(토트넘)처럼 날카로운 슈팅으로 ‘한 방’을 때릴 줄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은산의 목표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안은산은 이렇다 할 연령별 대표팀 출전 기록이 없다. 그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