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대학(代鶴) - 학을 대신하여 |
我本海上鶴(아본해상학) : 나는 본래 바닷가 학이었는데
偶逢江南客(우봉강남객) : 우연히 강남 나그네를 만났다네.
感君一顧恩(감군일고은) : 황제의 한 번 베푼 은혜에 감격하여
同來洛陽陌(동내낙양맥) : 함께 낙양의 거리로 왔었다네.
洛陽寡族類(낙양과족류) : 낙양에는 나와 동류가 드물어
皎皎唯兩翼(교교유량익) : 교교히 두 날개만 가졌을 뿐이었다.
貌是天與高(모시천여고) : 모습은 곧 하늘과 같이 고고하고
色非日浴白(색비일욕백) : 몸은 햇빛을 받지 않아 희기만 하였다.
主人誠可戀(주인성가련) : 주인을 참으로 그리워했지만
其奈軒庭窄(기나헌정착) : 집과 뜰이 좁은 것을 어찌하리오.
飮啄雜雞羣(음탁잡계군) : 먹고 쪼이며 닭의 무리들에 섞여 살다가
年深損標格(년심손표격) : 나이가 많아지며 품격만 손상당하였다.
故鄕渺何處(고향묘하처) : 고향은 아득한 어느 곳인가
雲水重重隔(운수중중격) : 구름과 물가로 겹겹이 막히었도다.
誰念深籠中(수념심농중) : 누가 생각이나 했으랴. 깊은 조롱 안에서
七換摩天翮(칠환마천핵) : 하늘 나는 날갯죽지 일곱 번이나 바뀔 것을.
32. 양졸(養拙) - 바보처럼 살리라 |
鐵柔不爲劍(철유부위검) : 쇠가 휘면 칼이 될 수 없고
木曲不爲轅(목곡부위원) : 나무가 굽으면 수레끌채가 될 수 없다.
今我亦如此(금아역여차) : 이제 나도 이와 같으니
愚蒙不及門(우몽부급문) : 어리석고 몽매하여 입문도 못하는구나.
甘心謝名利(감심사명리) : 마음에 달갑게 명예와 이익 버리고
滅跡歸丘園(멸적귀구원) : 자취를 숨겨 전원으로 돌아가리라.
坐臥茅茨中(좌와모자중) : 초가집에 앉았다가 누웠다 하면서
但對琴與樽(단대금여준) : 오로지 거문고와 술을 마주보며 살리라.
身去韁鏁累(신거강쇄누) : 몸은 고삐의 얽음에서 벗어나고
耳辭朝市喧(이사조시훤) : 귀는 조정과 거리의 소란함을 떠났다.
逍遙無所爲(소요무소위) : 자유롭게 거닐며 억지로 하는 일 없이
時窺五千言(시규오천언) : 때때로 노자의 오천 마디 글을 살피며
無憂樂性場(무우낙성장) : 근심 없이 본성의 바탕을 즐기며
寡慾淸心源(과욕청심원) : 욕심을 줄여서 마음의 근원을 맑게 하리라.
始知不才者(시지부재자) : 이제야 알았노라, 재주 없는 사람이라야
可以探道根(가이탐도근) : 진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 養拙(양졸) : 졸렬함을 키움. 출세나 부귀영화를 좇는 것이 아니라 拙(졸)을 길러 덕을 쌓아야 한다는 뜻.
* 鐵柔(철유) : 쇠가 부드럽고 연하다.
* 轅(원) : 끌채. 수레의 양쪽에 대는 긴 채(車轅).
* 愚蒙(우몽) : =愚昧.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 어리석고 몽매함.
* 甘心(감심) : 괴로움이나 책망을 달게 여기는 마음. 달가워하다.
* 茅茨(모자) : 모옥. 지붕을 이는 짚. 띠.
* 滅跡(멸적) : 흔적을 없애다. 자취를 감추다.
* 丘園(구원) : 고향의 전원. 은거하는 곳.
* 韁鎖(강쇄) : 명강이쇄(名韁利鎖). 명리(名利)의 굴레를 쓰고 이록(利祿)의 쇠사슬에 묶인 것을 뜻한다.
* 朝市(조시) : 조정과 일반 시정(市井). 시장바닥.
* 五千言(오천언):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은 5,000자로 되어 있다.
백거이(白居易)는 29세에 진사에 급제하여 비서성교서랑(秘書省校書郞), 한림학사(翰林學士), 항주자사(杭州刺使), 소주자사(蘇州刺使) 등을 두루 역임하였으며, 사회나 정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신악부(新樂府)라 불리는 작품들을 많이 지었다. 만년에는 낙양(洛陽)에서 향산(香山)의 중들과 교유하여 취음선생(醉吟先生), 향산거사(香山居士) 등으로 불리었다. 젊을 때부터 정치적 포부가 있어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사회 비판을 행했으나 주장이 용납되어지지 않자 거문고와 술로 나날을 보내고 시도 한적한 경지를 주로 하는 소극적인 것이 되었다.
이 시는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 및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정계를 떠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며 은거하고 싶은 마음을 읊은 시이며, 출세나 부귀영화를 좇지 말고 拙(졸)을 길러 자신을 일깨워야 한다는 뜻을 말하고 있다.
33. 증내(贈內) 1 - 아내에게 |
生爲同室親(생위동실친) : 살아서는 같은 방의 친구 되고
死爲同穴塵(사위동혈진) : 죽어서는 같은 무덤 흙먼지 되겠소.
他人尙而勉(타인상이면) : 남들도 높여주고 노력하거늘
而況我與君(이황아여군) : 하물며 그대와 내에 있어서야
黔婁固窮士(검루고궁사) : 검루는 정말로 궁핍한 선비였으나
妻賢忘其貧(처현망기빈) : 아내는 어질어 그들의 가난을 잊었소.
冀缺一農夫(기결일농부) : 기결은 한 사람의 농부이었으나
妻敬儼如賓(처경엄여빈) : 아내는 공경하여 손님처럼 공손했소.
陶潛不營生(도잠부영생) : 도잠은 생계를 도모하지 못했으나
翟氏自爨薪(적씨자찬신) : 아내 적씨가 스스로 살림을 꾸렸었소.
梁鴻不肯仕(양홍부긍사) : 양홍은 기꺼이 벼슬살이 하지 않았으나
孟光皯布裙(맹광간포군) : 아내 맹광은 무명치마 옷에 만족하였소.
君雖不讀書(군수부독서) : 당신은 비록 책으로 읽지 않았어도
此事耳亦聞(차사이역문) : 이 일들을 또한 귀로는 들었겠지요.
至此千載後(지차천재후) : 천 년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
傳是何如人(전시하여인) : 이들이 어떠한 사람으로 전해 졌는가.
人生未死間(인생미사간) : 사람이 태어나 살아있을 동안
不能忘其身(부능망기신) : 자신의 몸을 잊을 수 없을 것이요.
所須者衣食(소수자의식) : 필요한 것은 의복과 음식일 것이니
不過飽與溫(부과포여온) : 배불리고 몸을 따뜻이 할 뿐이라오.
蔬食足充飢(소식족충기) : 채소를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있으니
何必膏粱珍(하필고량진) : 어찌 반드시 고기와 쌀이 기름져야 하리오.
繒絮足禦寒(증서족어한) : 무명 솜으로 추위를 막으면 족하지
何必錦繡文(하필금수문) : 어찌 반드시 비단옷에 무늬에 있어야 하리오.
君家有貽訓(군가유이훈) : 당신 집에 가훈이 있는데
淸白遺子孫(청백유자손) : 청렴과 결백을 자손에게 남기라 하였지요.
我亦貞苦士(아역정고사) : 나도 정절을 지키는 근면한 선비인지라
與君新結婚(여군신결혼) : 당신과 새로 혼인을 맺었었지요.
庶保貧與素(서보빈여소) : 바라건대, 가난과 소박함을 지키어
偕老同欣欣(해노동흔흔) : 해로하며 함께 즐겁게 살았으면 하지요.
33. 증내(贈內) 2 - 아내에게 |
漠漠闇苔新雨地(막막암태신우지) : 새로 비 내린 땅, 막막히 이끼 짙어지고
微微凉露欲秋天(미미량로욕추천) : 차갑고 잔잔한 이슬이 가을을 재촉한다오.
莫對月明思往事(막대월명사왕사) : 밝은 달 바라보며, 지나간 일 생각하면
損君顔色減君年(손군안색감군년) : 당신 얼굴 축나고, 당신의 목숨만 단축된다오.
34. 증내자(贈內子) - 안사람에게 |
白髮長興嘆(백발장흥탄) : 흰 머리 탄식이 길어지게 되면
靑娥亦伴愁(청아역반수) : 젊은 당신도 나를 따라 시름이 늘어
寒衣補燈下(한의보등하) : 겨울에 입을 옷 등불 밑에서 손을 보는데
小女戱床頭(소녀희상두) : 어린 딸은 침상 맡에서 혼자 놀고 있네.
闇澹屛幃故(암담병위고) : 병풍과 휘장 오래되어 색이 바래고
凄凉枕席秋(처량침석추) : 베개와 자리 처량 맞기 가을날과 같지만
貧中有等級(빈중유등급) : 가난의 정도에도 차이 있으니
猶勝嫁黔婁(유승가검루) : 검루의 아내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겠소.
* 闇澹(암담) : 밝지 않다. 산뜻하거나 선명하지 않다. (오래 되고 색이 바래) 흐릿하다.
* 靑娥(청아) : 아름다운 소녀. 여기서는 시인의 내자(內子), 즉 아내를 가리킨다.
* 屛幃(병위) : 병풍(屛風)과 휘장(揮帳)의 병칭이다.
* 黔婁(검루) : 청빈한 선비를 가리킨다.
조정에서 잘 나가던 신진인사 낙천이 한 사건에 연루되어 강주(江州)로 좌천을 당하면서 첫 번째 정치적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시는 그의 강주 시절이 3년을 채워가던 원화(元和) 13년(818) 무렵에 쓴 것으로 대갓집 딸로 고생을 모르고 자랐을 아내를 위로하고자 하는, 그러나 앞으로도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될 것을 암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백거이는 정원貞元 16년(800)에 진사 급제, 정원 18년에 서판발취과書判拔萃科 급제, 원화(元和) 원년(806)에 재식겸무명체용과(才識兼茂明於體用科) 급제, 원화 3년(808)에 좌습유(左拾遺)에 제수된 뒤, 당시로는 늦은 서른일곱 살에 양여사(楊汝士)의 누이 양씨와 결혼하였다.
제4구의 ‘小女’는 강주에서 얻은 둘째 딸 ‘아라(阿羅)’를 가리킨다.
35. 주야증내(舟夜贈內) - 배에서 밤에 아내에게 |
三聲猿後垂鄕淚(삼성원후수향누) : 세 마디 원숭이 울음소리 뒤엔 고향 눈물
一葉舟中載病身(일섭주중재병신) : 일엽편주 속에 병든 이 몸 싣고서
莫凭水窓南北望(막빙수창남배망) : 물가 창에 기대어 남북을 바라보지 말지니
月明月闇總愁人(월명월암총수인) : 달이 밝아도 어둑해도 사람을 근심케 합니다.
36.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序說(서설) |
余退居渭上(여퇴거위상) : 내가 (관직에서) 물러나 위수 가에 살면서
杜門不出(두문불출) : 문 밖 출입을 하지 않았다.
時屬多雨)시속다우) : 그때는 비가 많은 철이라
無以自娛(무이자오) : 스스로 즐거워할 만한 일이 없었다.
會家醞新熟(회가온신숙) : 마침 집에서 새로 빚은 술이 익어서
雨中獨飮(우중독음) : 빗속에 혼자 술을 마셨는데
往往酣醉(왕왕감취) : 가끔은 크게 취해
終日不醒(종일불성) : 온종일 깨지 않았다.
懶放之心(나방지심) : 게으르고 풀어진 마음에
彌覺自得(미각자득) : 더욱 스스로 만족함이 있어서
故得于此而有以忘于彼者(고득우차이유이망우피자) : 이것을 얻으면 저것을 잊었다.
因詠陶淵明詩(인영도연명시) : 도연명의 시를 읽다가
適與意會(적여의회) :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遂效其體(수효기체) : 그 체를 모방하여
成十六篇(성십육편) : 열여섯 편을 지었다.
醉中狂言(취중광언) : 취중에 미친 듯 말하고
醒輒自哂(성첩자신) : 깨어나면 문득 겸연쩍었다.
然知我者(연지아자) : 하지만 나를 아는 이들에게는
亦無隱焉(역무은언) : 역시 숨길 것이 없겠다.
* 백거이는 전반기의 인생과 시풍이 후반기에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하는데,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44세에 강주사마로 폄적된 사실과 더불어 42세에 지은 <陶潛도잠의 詩體시체를 흉내내어(效陶潛體詩)>16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효도잠체시>는 그가 좌습유(左拾遺)를 지내다가 경조호참군으로(京兆戶參軍) 좌천되었는데, 마침 모친 진(陳)씨가 세상을 떠나 삼년상을 치르는 와중에 지은 시로써, 백거이의 한적시 감상시와 비교하면 곧 이 시에서 밝힌 결심과 경향이 거의 서로 일치함을 알 수 있다.
앞에서 필자는 이미 강주사마로 폄적된 이후 ‘중은(中隱)’을 택하여, 자신의 현재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였고, 이 결과 ‘북창삼우(北窓三友)’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음을 밝혔다. 그런데 강주사마로 좌천되기 전에 쓴 <효도잠체시>를 보면, 그의 이러한 사상경향이 강주사마로 좌천된 이후 현실화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의 <효도잠체시> 소인(小引)을 잠시 보자.
내가 渭水가로 물러나 살며 문을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다. 당시는 우기(雨期)가 되어 스스로 즐거움이 없었다. 마침 집안에 술이 익었다. 빗속에 홀로 술을 마시고 종종 취하니 종일토록 술이 깨지 않았다. 나태하고 방종한 마음은 점점 스스로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에서 얻으니 저것을 잊게 되었다. 그래서 도연명시를 읊다가 마침내 마음에 합당한 것을 얻었다. 마침내 그의 시체(詩體)를 모방하여 16편을 이루었다. 술에 취한 가운데 미친 듯 노래하고, 술이 깨면 문득 스스로 겸연쩍게 웃는다. 그렇지만 나를 아는 자에게는 이것을 숨길 것이 없다.
37.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一 |
不動者厚地(부동자후지) : 움직임이 없는 것은 두터운 땅이고
不息者高天(불식자고천) : 쉼이 없는 것은 높은 하늘이며
無窮者日月(무궁자일월) : 다함이 없는 것은 해와 달이고
長在者山川(장재자산천) : 오래도록 있는 것은 산과 강이네
松栢與龜鶴(송백여구학) : 소나와 잣나무와 거북이와 두루미는
其壽皆千年(기수개천년) : 그 수명이 모두 천년을 가지만
嗟嗟群物中(차차군물중) : 嗚呼오호라 이 세상 여러 가지 사물 중에
而人獨不然(이인독불연) : 오로지 사람 하나 그렇지 못하구나.
早出向朝市(조출향조시) :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시장으로 갔다가
暮已歸下泉(모이귀하천) : 저녁이면 이미 죽어 황천으로 가는구나.
形質及壽命(형질급수명) : 형체 이룬 물질과 살다 가는 목숨이란
危脆若浮烟(위취약부연) : 위태롭고 허약하기 뜬구름과 닮았구나.
堯舜與周孔(요순여주공) : 堯요임금 舜순임금 周公주공과 孔子공자 모두
古來稀聖賢(고래희성현) : 고래로 매우 드문 성현들이지만
借問今何在(차문금하재) : 지금 어디 있는지 물어보아도
一去亦不還(일거역불환) :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네.
我無不死藥(아무불사약) : 나야말로 불사약 갖고 있지 않으니
兀兀隨化遷(올올수화천) : 아무리 애를 써도 때가 되면 가겠지.
所未定知者(소미정지자) : 아직 그런 깨달음 이르지 못한 자는
修短遲速間(수단지속간) : 늦고 빠른 속에서 수행도 짧네.
幸及身健日(행급신건일) : 다행히 이 몸 탈 없는 날에
當歌一樽前(당가일준전) : 술잔을 앞에 두고 노래 불러 마땅하리.
何必待人勸(하필대인권) : 구태여 다른 사람 권할 때를 기다릴까
持此自爲飮(지차자위음) : 술잔을 들고서 스스로 마시면 될 것인데.
* 嗟嗟(차차) : 감탄사
* 下泉 : 황천(黃泉)
* 借問 : 물어보다, 여쭤보다.
* 兀兀(올올) : 열심히 꾸준히 노력하다.
38.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二 |
翳翳窬月陰(예예유월음) : 달빛도 없는 침침한 날에
沉沉連日雨(침침연일우) : 울적하게 날마다 비가 내리네.
開簾望天色(개렴망천색) : 발을 걷도 하늘을 바라다보니
黃雲暗如土(황운암여토) : 흙처럼 노란 구름 어두컴컴하네.
行潦毁我墉(행료훼아용) : 흙탕물 지난 자리 담장이 무너지고
疾風壞我宇(질풍괴아우) : 집조차 빠른 물길에 부서져버렸네.
蓬荾生庭院(봉수생정원) : 정원에는 쑥이며 씀바귀 자라나고
泥塗失場圃(니도실장포) : 흙탕물 몰려들어 남새밭도 사라졌네.
村深絶賓客(촌심절빈객) : 마을 깊어 찾아오는 손님 끊기고
窗晦無儔侶(창회무주려) : 창 밖은 어두워 함께 할 벗도 없네.
盡日不下床(진일불하상) : 진종일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더니
跳蛙時入戶(도와시입호) : 때때로 개구리 방으로 뛰어드네.
出門無所往(출문무소왕) : 문 나서도 갈 만한 곳이 없어서
入室還獨處(입실환독처) : 방에서 무료하게 혼자 지내네.
不以酒自娛(불이주자오) : 술로써 스스로 즐거움 찾지 않으면
塊然與誰語(괴연여수어) : 혼자서 누구와 이야기 나눌까.
* 예예(翳翳) : 어두운 모양
* 침침(沉沉) : 울적하다. 무겁다. 낮고 깊다.
* 행료(행료) : 혼탁한 물
* 봉수(蓬荾) : 쑥과 씀바귀
* 원래 : 씀바귀 ‘수’ = 풀초 아래 빼어날 수
* 장포(場圃) : 정원
* 주려(儔侶) : 친구, 반려
* 괴연(塊然) : 외로운 모양, 혼자 있는 모양
39.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三 |
朝飮一杯酒(조음일배주) : 아침에 술 한 잔 마시니
冥心合元化(명심합원화) : 그윽한 마음이 천지조화에 하나 되고
兀然無所思(올연무소사) : 홀로 우뚝이 하여 다른 생각 없어
日高尙閒臥(일고상한와) : 해가 높이 떠올라도 한가로이 누웠네.
暮讀一卷書(모독일권서) : 날 저물어 한 권의 책 읽어보니
會意如嘉話(회의여가화) : 기쁜 대화 나누듯 마음이 흡족하고
欣然有所遇(흔연유소우) : 만날 사람 생긴 듯이 기쁨에 겨워
夜深猶獨坐(야심유독좌) : 밤이 깊어가도 여전히 홀로 앉았네.
又得琴上趣(우득금상취) : 또 거문고에 흥취가 일어
按絃有餘暇(안현유여가) : 한가로이 줄 고르니 마음 더욱 편안 하고
復多詩中狂(복다시중광) : 또한 미친 듯이 시상(詩想)이 일어나
下筆不能罷(하필부능파) : 붓 들어 휘갈기니 그칠 줄을 모르네.
唯茲三四事(유자삼사사) : 오직 이러한 서너 가지일
持用度晝夜(지용도주야) : 이 일들로 밤낮을 지내며
所以陰雨中(소이음우중) : 음산한 장마철에도
經旬不出舍(경순부출사) : 십 여일을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네.
始悟獨住人(시오독주인) : 이제야 알았네, 홀로 살아가는 사람만이
心安時亦過(심안시역과) : 마음 편안하게 세월 보낼 수 있다는 것을.
40.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四 |
東家采桑婦(동가채상부) : 동쪽 집 뽕잎 따는 아낙네는
雨來苦愁悲(우래고수비) : 비 오자 시름겨워 슬퍼하고
蔟蠶北堂前(족잠북당전) : 북당 앞 섶에서 잠든 누에는
雨冷不成絲(우랭불성사) : 차거와진 날씨에 실 못 만드네.
書家荷鋤叟(서가하서수) : 서쪽 집 호미 들고 나간 늙은이도
雨來亦怨咨(우래역원자) : 비 오는 것 원망하며 탄식하는데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 남산 밑에 콩 심고 보살폈더니
雨多落爲萁(우다락위기) : 비 많이 내려 콩대가 떨어졌다네.
而我獨何行(이아독하행) : 나는 이제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나
醞酒本無期(온주본무기) : 집에서 빚은 술은 기약이 없었는데
及此多雨日(급차다우일) : 이렇게 비까지 많이 내리는데
正遇新熟時(정우신숙시) : 때마침 술이 새로 익는 때라네.
開甁瀉樽中(개병사준중) : 술병을 열어서 잔에 따랐더니
玉液黃金脂(옥액황금지) : 술 빛깔이 노란 황금색이네.
持玩已可悅(지완이가열) : 술잔을 들고 보니 금세 기쁘고
歡嘗有餘滋(환상유여자) : 즐거이 맛을 보니 그 맛이 오래가네.
一酌發好容(일작발호용) : 한 잔을 마시니 얼굴빛이 좋아지고
再酌開愁眉(재작개수미) : 한 잔 더 마시니 걱정까지 사라지며
連延四五酌(연연사오작) : 연달아 너덧 잔을 마셔댔더니
酣暢入四肢(감창입사지) : 상쾌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지네.
忽然遺我物(홀연유아물) : 문득 세상 만물과 나를 잃어버리니
誰復分是非(수부분시비) : 누가 다시 옳다 그르다 가리겠는가?
是時連夕雨(시시연석우) : 이날은 밤비가 쉬지 않고 내렸으나
酩酊無所知(명정무소지) : 이 몸은 술에 취해 알지 못했고
人心苦顚倒(인심고전도) : 괴로웠던 마음이 뒤집어져 버렸으니
反爲憂者嗤(반위우자치) : 걱정 가진 이들의 웃음거리 되겠네.
* 족잠(蔟蠶) : 누에섶(누에가 올라가 고치를 짓는 곳)
* 원자(怨咨) : 원망의 한탄(怨訾로도 씀)
* 옥액(玉液) : 맛있는 술(=美酒)
* 온주(醞酒) : 발효기술로 술을 빚다.
* 수미(愁眉) : 근심이 생겼을 때 미간에 생기는 주름
* 감창(酣暢) : 술을 마시고 속내를 말하다.
* 명정(酩酊) : 술에 많이 취한 모양
41.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五 |
朝亦獨醉歌(조역독취가) : 아침에도 홀로 취해 노래하고
暮亦獨醉睡(모역독취수) : 저젹에도 혼자 취해 잠이 드네.
未盡一壺酒(미진이호주) : 병에 든 술 다 마시지도 않아서
已成三獨醉(이성삼독취) : 혼자서 벌써 세 차례나 취했네.
勿嬚飮太少(물염음태소) : 마시는 술 적다고 미워하진 말게
且喜歡易致(차희환이치) : 구차하지만 즐거움에는 쉽게 이른다네.
一杯復兩杯(일배부양배) : 한 잔 마시고 또 한 잔을 마셔도
多不過三四(다불과삼사) : 많아야 서너 잔 넘지 못하고
便得心中適(변득심중적) : 그래도 맘속에서 문득 즐거움 생겨
盡忘身外事(진망신외사) : 몸 밖의 일 따위 모두 잊어버리고
更復强一杯(경부강일배) : 다시 한 잔 더 억지로 마신다면
陶然遺萬累(도연유만루) : 흥겹고 너그러워져 만 시름을 모두 잊네.
一飮一石者(일음일석자) : 한 번 마시면 술 한 말을 마시는 이는
徒以多爲貴(도이다위귀) : 고래처럼 마시는 술 뽐내보지만
及其酩酊時(급기명정시) : 술 마시고 취하는 것으로만 말하자면
與我亦無異(여아역무이) : 조금 마시고 취하는 나와 다르지 않네.
笑謝多飮者(소사다음자) : 웃음으로 사례하며 고래처럼 마시는 이
酒錢徒自費(주전도자비) : 쓸데없이 늘어난 술값 치러야 할 것이네.
* 도연(陶然) : 한적하고 유쾌하다.
* 석(石) : 섬, 열말(十斗)
42.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六 |
天秋無片雲(천추무편운) : 가을이라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地靜無纖塵(지정무섬진) : 땅 또한 깨끗하여 작은 먼지도 없네
團團新晴月(단단신청월) : 날 개어 산 위로 둥근 달 떠오르자
林外生白輪(임외생백륜) : 숲 밖에 하얀 달무리 생겼네.
憶昨陰霖天(억작음림천) : 어제까지 내린 비 생각해 보니
連連三四旬(연연삼사순) : 쉬지 않고 달을 넘긴 장마였는데
賴逢家醞熟(뇌봉가온숙) : 때마침 집에서 담근 술이 익어서
不覺過朝昏(불각과조혼) : 해 뜨고 지는 것을 알지 못했네.
私言雨霽後(사언우제후) : 속으로는 비가 개인 후에나 마시던 술
可以罷餘樽(가이파여준) : 그만 둘 것을 생각했는데
及對新月色(급대신월색) : 날 개고 새로 뜬 달 마주하고 보니
不醉亦愁人(불치역수인) : 취하지 않으면 역시 근심스럽네.
床頭殘酒榼(상두잔주합) : 침대 가에 마시다 남은 술이 남아 있고
欲盡味彌淳(욕진미미순) : 술 맛에 끝까지 흠뻑 취해보고 싶어서
携置南檐下(휴치남첨하) : 술통 들고 나가서 남쪽 처마 밑에 두고
擧酌自殷勤(거작자은근) : 잔 들고 술 따라 간절하게 마셨네.
淸光入杯勺(청광입배작) : 술잔과 국자에 맑은 달빛 비치고
白露生衣巾(백로생의건) : 옷과 두건에 맑은 이슬 스밀 때
乃知陰與晴(내지음여청) : 비로소 알았네. 비가 오든 날이 개든
安可無此君(안가무차군) : 어떻게 이 술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我有樂府詩(아유악부시) : 내게는 새로 쓴 악부시 한 편 있고
成來人未聞(성래인미문) :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보여준 적 없었지만
今宵醉有興(금소취유흥) : 오늘밤 술에 취해 흥이 올라서
狂詠驚四隣(광영경사인) : 미친 듯 읊어대자 이웃들이 놀라네.
獨賞猶復爾(독상유부이) : 나 홀로 즐기고 거듭 술과 지내니
何況有交親(하황유교친) : 어떻게 이웃과 친해질 수 있겠는가.
* 섬진(纖塵) : 가는 먼지, 작은 먼지
* 단단(團團) : 둥근 모양
* 음림(陰霖) : 궂은비. 장마.
* 연연(連連) : 줄곧. 끊임없이. 계속해서.
* 조혼(朝昏) : 아침 저녁. 날짜. 생활.
* 주합(酒榼) : 고대에 술을 담던 그릇. 술자리.
* 배작(杯勺) : 술잔과 국자. 음주 자체를 이르기도 함.
* 의건(衣巾) : 의복과 두건.
43.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七 |
中秋三五夜(중추삼오야) : 팔월 한가위 대보름 밤에
明月在前軒(명월재전헌) : 마루 끝 창 앞에서 밝은 달을 보네.
臨觴忽不飮(임상홀불음) : 술잔 앞에 두고도 안 마시는 것은
憶我平生歡(억아평생환) : 내 평생의 즐거운 날 생각나서네.
我有同心人(아유동심인) : 내게는 마음 맞는 사람 있는데
邈邈崔與錢(막막최여전) : 지금은 멀리 있는 최모와 전모이고
我有忘形友(아유망형우) : 내게는 또 잘 나가는 벗도 있는데
迢迢李與元(초초이여원) : 그 역시 멀리 있는 이모와 원모일세.
或飛靑雲尙(혹비청운상) : 어떤 이는 벼슬살이 잘하고 있고
或落江湖間(혹락강호간) : 어떤 이는 강호로 쫓겨나 지내는데
與我不相見(여아불상견) : 서로가 얼굴 못 보게 된 뒤로
于衿四五年(우금사오년) : 어느새 사오 년 훌쩍 지났네.
我無縮地術(아무축지술) : 나는 축지법 도술을 모르고
君非馭風仙(군비어풍선) : 그대는 바람 부리는 신선이 아니니
安得明月下(안득명월하) : 어떻게 밝은 달 아래 함께 모여서
四人來晤言(사인래오언) : 얼굴 맞대고 이야기 나눌 수 있겠는가.
良夜信難得(양야신난득) : 좋은 밤을 정말로 만나기가 어렵고
佳期杳無緣(가기묘무연) : 인연 없는 좋은 날 언제일지 모르겠네.
明月又不駐(명월우부주) : 밝은 달도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漸下西南天(점하서남천) : 조금씩 남서쪽 하늘로 지고 있지만
豈無他時會(기무타시회) : 어떻게 다른 날 없을 수 있겠는가
惜此淸景前(석차청경전) : 아름다운 이 경치가 애석하기만 하네.
* 삼오(三五) : 십오일, 보름
* 헌(軒) : 창이 있는 긴 회랑. 작은 집. 문.
* 막막(邈邈) : 아득히 먼 모양.
* 최여전(崔與錢) : 최현량(崔玄亮)과 전휘(錢徽).
* 이여원(李與元) : 이건(李建)과 원진(元稹)
* 망형(忘形) : 평상의 상태를 잃다. 자기 체면을 잃다.
* 초초(迢迢) : (길이) 아득히 멀다.
* 오언(晤言) :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다.
44.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八 |
家醞飮已盡(가온음이진) : 집에서 담근 술은 벌써 바닥 드러났고
村中無酒貰(촌중무주세) : 마을에는 따로 술을 파는 집도 없네.
坐愁今夜醒(좌수금야성) : 술 깬 채 보낸 밤을 앉아 걱정하는데
其奈秋懷何(기내추회하) : 가을날의 이런 심사 어떻게 해야 하나
有客忽叩門(유객홀고문) : 어떤 사람 홀연히 문을 두드리는데
言語一何佳(언어일하가) : 그 말소리 얼마나 아름답던지
云是南村叟(운시남촌수) : 자기는 남쪽 마을 노인네라 하는데
挈榼來相過(설합래상과) : 평소 서로 술 들고 오가는 사이라네.
且喜樽不燥(차희준부조) : 게다가 더 기쁜 건 술잔 마르지 않을 일
安問少與多(안문소여다) : 어찌 많고 적은 것을 물을 수 있겠는가
重陽雖已過(중양수이과) : 시절 비록 중양절 지났다지만
蘺菊有殘花(이국유잔화) : 울 밑에 국화꽃 아직 남아 있네.
歡來苦晝短(환래고주단) : 술 온 것은 반갑지만 낮이 짧아 씁쓸한데
不覺夕陽斜(불각석양사) : 해 기울어 가는 것도 알지 못했네.
老人勿遽起(노인물거기) : 노인네 갑자기 급하다면서 일어나더니
且待新月華(차대신월화) : 다른 달 달빛 좋은 날 기다리라네.
客去有餘趣(객거유여취) : 객 떠나고 난 뒤에도 흥취 남아 있어
竟夕獨酣歌(경석독감가) : 다 저녁에 혼자서 술에 취해 노래하네.
* 설합(挈榼) : 술통을 들다.
* 상과(相過) : 서로가 왕래하다.
* 중양(重陽) : 음력 9월 9일의 중양절
* 이국(蘺菊) : 울타리 밑에 핀 국화
45.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九 |
原生衣百結(원생의백결) : 원생은 누덕누덕 옷을 기워 입었고
顔子食一簞(안자식일단) : 안자는 대소쿠리에 밥을 담아 먹었네
歡然樂其志(환연락기지) : 그들은 고상한 뜻 하나 즐기며
有以忘飢寒(유이망기한) : 추위와 배고픔 잊고 살았네
今我何人哉(금아하인재) : 그런데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인가
德不及先賢(덕불급선현) : 덕으로는 선현들에 못 미치면서
衣食幸相屬(의식행상속) : 다행이 옷과 밥 끊인 적 없었으니
胡爲不自安(호위부자안) : 어떻게 스스로 편안하지 않다 하리
況玆淸渭曲(황자청위곡) : 하물며 변방에도 싸움 일지 않아서
居處安且閑(거처안차한) : 지내기 편안하고 한가롭기까지 하네
楡柳百餘樹(유류백여수) : 버드나무 백여 그루 옮겨 심었고
茅茨十數間(모자심수간) : 띠로 지붕 이은 집 열 칸 남짓 하네
寒負檐下日(한부첨하일) : 추울 때는 처마 밑 벽에 기대 햇볕 쬐고
熱濯澗底泉(열탁간저천) : 더운 날은 시내 밑 샘에서 탁족을 하네
日出猶未起(일출유미기) : 해 떠도 빈둥빈둥 일어나지 않고
日入已復眠(일입이부면) : 해 지면 어느새 들어가 잠들곤 하네
西風滿村巷(서풍만촌항) : 서쪽에서 부는 바람 마을 골목에 가득하고
淸凉八月天(청량파월천) : 계절이 팔월이라 어느새 서늘한데
但有鷄犬聲(단유계견성) : 들리는 건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뿐
不聞車馬喧(불문거마훤) : 시끄러운 마차소리 들려오지 않네
時傾一樽酒(시경일준주) : 때때로 술 따라 거나하게 마시고
坐望東南山(좌망동남산) : 마루에 앉아서 동남산 보노라면
稚侄初學步(치질초학보) : 이제 막 걸음마 배운 어린 조카가
牽衣戱我前(견의희아전) : 옷자락 잡아 끌며 앞에서 재롱 부리네
卽此自可樂(즉차자가락) : 이만한 삶 스스로 즐기면 될 걸
庶幾安與原(서기안여원) : 안회와 원헌 되기 어찌 바라랴.
* 원생의백결(原生衣百結) 안자식일단(顔子食一簞) : 원생(원래 이름 原憲)과 顔回 두 사람 모두 공자의 제자이다. 원생에 대해서는 두보의 봉증위좌승장이십이운(奉贈韋左丞丈二十二운) 이란 시에 잘 설명되어 있다.
* 환연(歡然) : 마음으로 즐겁고 기뻐하는 모양
* 상속(相續) :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다.
* 자안(自安) : 스스로 편안해 하다. 스스로 안락을 도모하다.
* 위곡(渭曲) : 지명. 산시성 대려현 동남쪽, 즉 변경이다.
* 유류(楡柳) : 버드나무를 옮겨심다.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로 읽을 수도 있다.
* 모자(茅茨) : 디풀로 지붕을 이은 집(茅屋)
* 부첨(負檐) : 처마 밑에 기대다.
* 서기(庶幾) : 희망 또는 추측.
46.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 |
湛湛樽中酒(담담준중주) : 술통 속 술이 잘도 익었는데
有功不自伐(유공불자벌) : 공이 있으면서도 공을 자랑 않고
不伐人不知(불벌인부지) : 자랑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르니
我今代其說(아금대기설) : 지금 내가 대신 그 말 하려하네.
良將臨大敵(양장임대적) : 좋은 장수가 큰 적을 만나면
前驅千萬卒(전구천만졸) : 천 명이나 만 명의 병사를 앞장세우고
一簞投河飮(일단투하음) : 죽통 하나를 강에 던져 물을 마실 때는
赴死心如一(부사심여일) : 죽음의 길 택하듯이 여일한 마음 되네.
壯士磨匕首(장사마비수) : 장사는 비수를 날카롭게 날 세워 갈고
勇憤氣咆哱(용분기포발) : 용기와 노기를 드러내 소리치지만
一酣忘報讐(일감망보수) : 술 취하면 복수도 까마득히 잊고
四體如無骨(사체여무골) : 사지가 흐물흐물 뼈 없는 이 되고 마네.
東海殺孝婦(동해살효부) : 동해 어느 마을에선 효부를 죽여
天旱窬年月(천한유연월) : 가뭄으로 달을 넘고 해를 넘기자
一酌酹其魂(일작뢰기혼) : 술 한 잔 땅에 부어 그 혼을 달랜 뒤
通宵雨不歇(통소우불헐) : 그 밤으로 쉼 없이 비가 내렸고
咸陽秦獄氣(함양진옥기) : 함양의 진나라 감옥 기운은
冤痛結爲物(원통결위물) : 원통함이 뭉쳐서 귀신이 되어
千歲不肯散(천세불긍산) : 천 년 동안 흩어지려 하지 않았으나
一沃亦消失(일옥역소실) : 기름진 한 잔 술에 역시 사라졌네.
況玆兒女恨(황자아여한) : 하물며 그 자식들의 한스러움이야
及彼幽憂疾(급피유우질) : 근심과 비통으로 병 될 수도 있을 테니
快飮無不消(쾌음무불소) : 기분 좋게 마시면 풀이지고 말 것인데
如霜得春日(여상득춘일) : 그건 마치 봄날 만난 서리 같을 것이네.
方知曲蘖靈(방지곡얼령) : 이제야 알겠네 누룩의 신령함을
萬物無與匹(만물무여필) : 만물 중에 어는 것도 당할 것이 없겠네.
* 담담(湛湛) : 농후하다. 짙다. 강하다.
* 자벌(自伐) : 자기 공을 과시하다.
* 포발(咆哱) : 화를 내다(咆勃).
* 단(簞) : 고대에 밥을 담던 동그란 죽통.
* 부사(赴死) : 죽음을 자초하다. 죽는 길을 택하다.
* 뇌(酹) : (술을 땅에 붓고 신에게) 제사를 지내다.
* 원통(冤痛) : 몹시 분하고 억울함.
* 소실(소실) : 사라지다(=消失).
* 유우(幽憂) : 근심으로 비통해하다.
* 곡얼(曲蘖) : 누룩(=麴蘖).
* 동해살효부(東海殺孝婦) : 한나라 때 동해 어는 지방에 주청(周靑)이란 청상과부가 시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무고하게 죽은 뒤 삼 년 동안이나 비가 내리지 않다가 우공(于公)이란 현자의 조언에 따라 억울하게 죽은 부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소를 잡고 술을 뿌려 제사 지낸 뒤에 비가 내려 풍년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47.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一 |
烟霞隔懸圃(연하격현포) : 안개와 구름 끼어 懸圃현포 가는 길 막히고
風波限瀛州(풍파한영주) : 바람 불고 물결 일어 영주산도 못 가네.
我豈不欲往(아기불욕왕) : 나라고 어찌 가고픈 마음 없을까마는
大海路阻修(대해로조수) : 큰 바다 가는 길 너무나 머네.
神仙但聞說(신선단문설) : 神仙신선은 단지 말로만 들어봤고
靈藥不可求(영약불가구) : 신비한 영약은 구할 수가 없네.
長生無得者(장생무득자) : 오래 사는 바람을 이룬 사람 없으니
擧世如蜉蝣(거세여부유) : 온 세상 모두가 하루살이 같다네.
逝者不重回(서자부중회) : 죽은 이는 살아서 다시 오지 못하고
存者難久留(존자난구류) : 산 사람은 오래오래 남아있기 어렵네.
踟躕未死間(지주미사간) : 살아있는 동안에 머뭇거리느라
何苦懷百憂(하고회백우) : 온갖 시름 품고서 얼마나 고달픈가.
念此忽內熱(염차홀내열) : 이런 생각 하자니 갑자기 열이 올라
坐看成白頭(좌간성백두) : 앉은 채 바라보니 白髮백발 되어 버렸네.
擧杯還獨飮(거배환독음) : 盞잔 들어 혼자 술을 따라 마시고
顧影自獻酬(조영자헌수) : 그림자 돌아보며 혼자 채워 勸권하네.
心與口相約(심여구상약) : 마음과 입이 서로 約束약속했으니
未醉勿言休(미취물언휴) : 醉취할 때까지는 쉬지 않고 마시려네.
今朝不盡醉(금조불진취) : 오늘 아침에 미처 다 못 醉취하더라도
知有明朝不(지유명조불) : 내일 아침 또 있는 걸 모르지 않네.
不見郭門外(불견곽문외) : 城門성문 밖에 있는 것 못 보았는가.
累累墳與丘(누루분여구) : 겹겹이 무덤 쌓여 언덕 된 것을
月明愁殺人(월명수살인) : 달 밝은 밤 시름 일어 견딜 수 없고
黃蒿風颼颼(황호풍수수) : 바람 불어 마른 풀 소리 내며 날리는데
死者若有知(사자약유지) : 만약에 죽은 사람 이런 事情사정 안다면
悔不秉燭遊(회불병촉유) : 촛불 잡고 놀지 못한 것 後悔후회하리라.
* 현포(懸圃) : 전설에 나오는 곤륜산 정상. 금대(金臺), 옥루(玉樓) 등 신선을 위한 거처가 있다고 한다. 玄圃라고도 한다.
* 연하(烟霞) : 안개와 노을.
* 조수(阻修) : 길이 멀다.
* 부유(蜉蝣) : 하루살이.
* 거세(擧世) : 온 세상.
* 지주(踟躕) : 머뭇거리다. 망설이다.
* 황호(黃蒿) : 마른 풀을 가리킴.
* 현포(懸圃) : 전설에 나오는 곤륜산 정상. 금대(金臺), 옥루(玉樓) 등 신선을 위한 거처가 있다고 한다. 玄圃라고도 한다.
* 영주(瀛州) : 전설에 나오는 신선이 사는 곳. 사마천의 史記 秦始皇本紀에 제나라 살마 서시 등이 글을 올려 바다 가운데 신선들이 사는 산이 있는데 이름이 각각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이라 했다)”고 적고 있다.
48.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二 |
吾聞潯陽郡(오문심양군) : 내가 듣기로 심양군에
昔有陶徵君(석유도징군) : 그 옛날 도연명이 살았다 하네.
愛酒不愛名(애주불애명) : 술을 사랑했을 뿐 이름나기 좋아 않고
憂醒不憂貧(우성불우빈) : 술 깨는 걸 걱정할 뿐 가난 걱정 안 했다네.
嘗爲彭澤令(상위팽택령) : 일찍이 팽택에서 현령 잠시 지냈지만
在官才八旬(재관재팔순) : 관청에 나간 것은 고작 팔십 여 일 뿐
啾然忽不樂(추연홀불락) : 문득 골치 아픈 일들이 싫어졌다면서
掛印著公門(괘인착공문) : 허리에서 인 끈 풀어 공문에 걸어둔 채
口吟歸去來(구음귀거래) : 입으로는 귀거래사 읊어대고
頭戴漉酒巾(두대녹주건) : 머리에는 허름한 두건 걸친 채
人吏留不得(인리유부득) : 백성들과 아전들이 붙잡아도 듣지 않고
直入故山雲(직입고산운) : 그대로 고향마을로 들어가 버렸다네.
歸來五柳下(귀래오류하) : 고향에 온 다음에는 버드나무 아래서
還以酒養眞(환이주양진) : 술이나 마시면서 마음을 수양하고
人間榮與利(인간영여리) : 인간세상 영화와 명리 같은 것들은
擺落如泥塵(파락여이진) : 티끌이나 되는 듯이 내팽개쳐 버렸다네.
先生去已久(선생거이구) : 선생은 세상 뜬 지 이미 오래고
紙墨有遺文(지묵유유문) : 붓 들어 종이에 쓴 시문만 남았는데
篇篇勸我飮(편편권아음) : 편마다 나에게 술 마시기 권했을 뿐
此外無所云(차외무소운) : 그밖에 다른 것은 말해준 게 없었네.
我從老大來(아종노대래) : 나는 나이 들고 늙어가면서
竊慕其爲人(절모기위인) : 남몰래 그 사람됨을 부러워했었는데
其他不可及(기타불가급) : 다른 것은 그에게 미칠 수가 없으니
且效醉昏昏(차효취혼혼) : 술 마시고 취하는 것이나 닮아보려네.
* 심양군(潯陽郡) : 도연명의 고향.
* 도징군(陶徵君) : 도연명을 칭송하여 부른 것. 도징사(陶徵士)라고도 함.
* 팽택(彭澤) : 도연명이 이곳에서 아주 짧은 동안 현령을 지냄.
* 녹주건(漉酒巾) : 술을 거르는 베로 만든 두건
* 인리(人吏) : 백성과 아전.
* 오류(五柳) : 도연명의 은거지에 버드나무를 심고 스스로 오류선생이라 호를 지음.
* 양진(養眞) : 본성을 지키는 수양.
* 파락(擺落) : 내팽개치다. 벗어나다.
* 이진(泥塵) : 티끌.
* 유문(遺文) : 죽은 사람이 남긴 시문.
49.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三 |
초왕의충신(楚王疑忠臣) : 초나라 회왕은 충신을 의심하여
강남방굴평(江南放屈平) : 굴원을 강남으로 내쫓아버렸고
진조경고사(晉朝輕高士) : 진나라 무제는 선비를 가볍게 여겨
임하기유령(林下棄劉伶) : 유령이 산간에 살도록 버려두었네.
일인상독추(一人常獨醉) : 한 사람은 언제나 취해 지냈고
일인상독성(一人常獨醒) : 한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었는데
성자다고지(醒者多苦志) : 깬 사람 언제나 뜻이 있어 괴롭고
취자다환정(醉者多歡情) : 취해서 지내는 이 즐거움이 많았다네.
환정신독선(歡情信獨善) : 즐거운 마음 진실로 수양이라 하겠지만
고지경하성(苦志竟何成) : 높은 뜻은 그러나 어떻게 이뤄질까.
올오옹간와(兀傲甕間臥) : 오만하게 술독 사이에 누워있는 이와
초췌택반행(憔悴澤畔行) : 병들고 마른 몸으로 물가를 걷는 이
피우이차락(彼憂而此樂) : 그는 근심스럽고 이 사람은 즐거우니
도리심분명(道理甚分明) : 도리가 참으로 분명하구나.
원군차음주(願君且飮酒) : 원커니 그대도 술을 마시게.
물사신후명(勿思身後名) : 죽고 난 뒤 이름 따위 생각도 말고.
* 굴평(屈平) : 굴원(屈原). 초나라 회왕(懷王)이 초기의 신임을 버리고 굴원을 추방함.
* 유령(劉伶) : 서진(西晉) 사람(221~300)으로 조정에 책문을 올려 무위(無爲)의 정치를 강조하자 진무제(晉武帝)가 파면해 버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평생 술을 좋아 한 사람답게 주덕송(酒德頌)을 지었음.
* 고지(苦志) : 심지로 고통 받다.
* 환정(歡情) : 즐거운 마음.
* 독선(獨善) : 개인의 아름다운 품성과 수양하는 것.
* 올오(兀傲) : 거만하다. 오만하다.
50.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四 |
有一燕趙士(유일연조사) : 연조 땅에 살던 선비 한 사람
言貌甚奇瑰(언모심기괴) : 말씨며 생김새가 남과 많이 달랐는데
日日酒家去(일일주가거) : 날마다 술파는 주막으로 가서
脫衣典數杯(탈의전수배) : 옷 잡히고 몇 잔 술 얻어 마셨네.
問君何落拓(문군하락척) :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고 물어보면
云僕生草萊(운복생초래) : 자기가 한미한 집에서 태어난 탓이라네.
地寒命且薄(지한명차박) : 바탕이 척박하면 운명도 야박해서
徒抱王佐才(도포왕좌재) : 왕을 끼고 인재가 도와도 헛일이라네.
豈無濟時策(기무제시책) : 세상 구할 시책이 어찌 없었겠나.
君門乏良媒(군문핍양매) : 그대 가문에 좋은 줄이 없어 그렇지
三獻寢不報(삼헌침불보) : 세 차례나 시책을 올려도 대답이 없어
遲遲空手回(지지공수회) : 되는 일 없이 빈 손으로 돌아왔네.
亦有同門生(역유동문생) : 같은 스승 밑에서 공부한 이들 역시
先升靑雲梯(선승청운제) : 앞서서 출세의 끈 잡고 나아간 뒤
貴賤交道絶(귀천교도절) : 귀천이 갈려서 교유가 끊어지고
朱門叩不開(주문고불개) : 그 집 대문은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네.
及歸種禾黍(급귀종화서) : 집으로 돌아와 벼와 기장 심었지만
三歲旱爲災(삼세한위재) : 삼 년이나 가뭄 드는 재앙이 찾아왔고
入山燒黃白(입산소황백) : 산에서 금과 은 만드는 연단술 익혔으나
一旦化爲灰(일단화위회) : 하루아침에 다 타서 재가 되어버렸네.
蹉跎五十餘(차타오십여) : 공부도 때 놓치고 나이 쉰을 넘었는데
生世苦不諧(생세고불해) : 사는 게 고달프고 되는 일도 없네.
處處去不得(처처거부득) : 가는 곳마다 뜻 하는 바 얻지도 못했으니
却歸酒中來(각귀주중래) : 차라리 술 속으로나 돌아가려네.
* 연조(燕趙) : 중국 전국시대의 연 나라와 조 나라 또는 두 나라가 있는 지역.
(지금의 허베이성(河北省) 북부 및 산시성(山西省) 서부 일대)
* 기괴(奇瑰) : 기이하다. 기특하다.
* 전(典) : 저당잡히다.
* 낙척(落拓) : 가난하고 뜻을 이루지 못하다.
* 초래(草萊) : 평민. 벼슬 없는 선비. 잡풀로 된 풀숲.
* 청운제(靑雲梯) : 고위직 또는 고위직으로 가는 과정으로 나아가기를 도모하는 것.
* 주문(朱門) : 고대에는 왕공귀족의 집 대문에 붉은 칠을 했다.
51.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五 |
南巷有貴人(남항유귀인) : 남쪽 골목에 귀인이 살고 있는데
高蓋駟馬車(고개사마거) : 지붕 높은 수레는 네 마리 말이 끄네.
我問何所苦(아문하소고) : 내가 그대 괴로운 게 있느냐고 물으면
四十垂白須(사십수백수) : 나이 사십에 늘어진 백발이라 하네.
答云君不知(답운군부지) : 그이가 하는 말 나는 모를 거라면서
位重多憂虞(위중다우우) : 자리가 높으면 걱정도 많아진다네.
北里有寒士(북리유한사) : 북쪽 마을에는 가난한 선비 사는데
甕牖繩爲樞(옹유승위추) : 깨진 기와로 창 내고 노끈으로 문 엮었네.
出扶桑棗杖(출부상조장) : 해 뜨면 대추나무 지팡이 짚고 나오고
入臥蝸牛廬(입와와우려) : 오두막에 들어가면 달팽이처럼 드러눕네.
散賤無憂患(산천무우환) : 미천해도 걱정 따위 하지 않으니
心安體亦舒(심안체역서) : 마음 편하고 몸 역시 상쾌하다네.
東鄰有富翁(동린유부옹) : 동쪽 이웃에는 부잣집 노인 사는데
藏貨遍五都(장화편오도) : 가진 재물은 온 나라에서 들여온 것이네.
東京收粟帛(동경수속백) : 동경에서는 곡식과 비단 가져오고
西市鬻金珠(서시육금주) : 서쪽 시장에는 금과 진주 내다 파는데
朝營暮計算(조영모계산) : 아침에 계획하고 저녁에는 계산하며
晝夜不安居(주야불안거) : 밤낮으로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한다네.
西舍有貧者(서사유빈자) : 서쪽 집에는 가난한 사람 사는데
匹婦配匹夫(필부배필부) : 그저 그런 남자와 여자 부부로 사네.
布裙行賃舂(포군행임용) : 여자는 베옷 입고 방앗간에서 일하고
短褐坐佣書(단갈좌용서) : 남자는 짧은 잠장이 입고 앉아 글씨 품을 파는데
以此求口食(이차구구식) : 이렇게 일해서 먹고 살면서도
一飽欣有餘(일포흔유여) : 배부른 것으로 즐거워하고도 남음이 있네.
貴賤與貧富(귀천여빈부) : 귀하고 천한 것과 가난하고 잘 사는 것
高下雖有殊(고하수유수) : 높은 것과 낮은 것이 같을 수는 없지만
憂樂與利害(우락여이해) : 근심과 걱정 이로움과 해로움도
彼此不相窬(피차불상유) : 피차간에 어느 것이 낫다고는 못하네.
是以達人觀(시이달인관) : 그래서 달인의 경지로 보면
萬化同一途(만화동일도) : 이 세상 모든 것이 한길로 통한다네.
但未知生死(단미지생사) : 다만 하나 생사문제 알지 못하여
勝負兩何如(승부양하여) : 이 둘과 어떻게 승부할까 하는 참인데
遲疑未知間(지의미지간) : 알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에
且以酒爲娛(차이주위오) : 술로 잠시 즐겁게 지내보려네.
* 사마(駟馬) : 말 네 마리가 끄는 수레.
* 우우(憂虞) : 우려하다. 걱정하다.
* 옹유(甕牖) : 깨진 기와로 창문을 내다. 빈한한 집을 가리킴.
* 부상(扶桑) : 해가 뜨는 곳.
* 와우(蝸牛) : 달팽이
* 산천(散賤) : 미천
* 오도(五都) : 고대 중국의 다섯 대도시. 시대마다 다르다.
한 대(漢代)에는 낙양(洛陽), 한단(邯鄲), 임치(臨菑), 완(宛), 성도(成都)
이후에는 번성하는 도시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음.
* 육(鬻=륙) : 팔다(‘죽’으로 읽지만 이때의 독음은 ‘육’이다).
* 용서(佣書) : 글씨로 품을 팔다
* 시이(是以) : 그래서. 이 때문에.
* 만화(萬化): 대자연. 각종 변화.
* 지의(遲疑) : 머뭇거리다. 망설이다.
52. 효도잠체시십육수(效陶潛體詩十六首) - 도잠의 시체(詩體)를 본받아 其十六 |
濟水澄而潔(제수징이결) : 제수는 그 물이 맑고 깨끗하고
河水渾而黃(하수혼이황) : 하수는 물이 탁하고 빛깔도 누렇지만
交類列四瀆(교류열사독) : 서로 엇갈려 흐르면서 네 개 강이 되면서도
淸濁不相傷(청탁불상상) : 맑다느니 흐리다느니 탓하는 일이 없네.
太公戰牧野(태공전목야) : 태공은 목야에서 싸워 이겼고
伯夷餓首陽(백이아수양) : 백이는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지만
同時號賢聖(동시호현성) : 두 사람 모두 성현으로 추앙 받고
進退不相妨(진퇴불상방) : 나아가고 물러남에 훼방되지 않네.
謂天不愛民(위천불애민) : 하늘이 백성을 아끼지 않는다면
胡爲生稻梁(호위생도량) : 어떻게 벼와 기장이 자라게 하고
謂天果愛民(위천과애민) : 하늘이 과연 백성을 사랑한다면서
胡爲生豺狼(호위생시랑) : 어떻게 승냥이와 이리를 내는 것이랴.
謂神福旋人(위신복선인) : 신이 있어 착한 사람에게 복을 준다면서
孔聖竟棲遑(공성경서황) : 공자 같은 성인을 허둥거리며 살게 하고
謂神禍淫人(위신화음인) : 신이 있어 방종한 사람에게 화를 내린다면서
暴秦終覇王(폭진종패왕) : 어떻게 진시황이 패업을 이루게 하는가.
顔回與黃憲(안회여황헌) : 안회와 황헌 같은 인물은
何睾早夭亡(하고조요망) : 어찌 죄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뜨고
蝮蛇與鴆鳥(복사여짐조) : 살모사와 짐새처럼 독한 것들은
何得壽延長(하득수연장) : 어떻게 그렇게 긴 수명을 누리게 하는가.
物理不可測(물리불가측) : 사물의 이치는 예측할 수 없고
神道亦難量(신도역난량) : 신들의 이치도 헤아리기 어렵네.
擧頭仰問天(거두앙문천) :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서 묻지만
天色但蒼蒼(천색단창창) : 하늘빛은 다만 푸르고 푸를 뿐이네.
唯當多種黍(유당다종서) : 응당 해야 할 일 기장을 많이 심어
日醉手中觴(일취수중상) : 날마다 잔 들고 술 취하는 일이리.
* 제수(濟水) : 고대의 강 이름. 허난성(河南省)에서 발원하여 산동을 거쳐 발해로 들어간다. 황하 하류의 물길이 원래는 제수였을 것으로 본다. 현재 허난성에는 제원(濟源)이 있고 산동성에는 제남(濟南), 제녕(濟寧), 제양(濟陽) 등이 있는데 모두 제수와 무관하지 않다.
* 하수(河水) : 황하.
* 태공(太公) : 강태공. 주나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멸망시키기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제나라의 시조가 되었다.
* 목야(牧野) : 주무왕이 은의 주왕을 정벌할 때 이곳에서 전투를 벌였다. 중국 역사상 저명한 고대의 전쟁이다.
* 백이(伯夷) : 은나라 고죽국(孤竹國)의 왕자였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무왕이 주왕을 정벌하고 주나라를 세운 것이 인의에 어긋난다고 여겨 아우인 숙제(叔齊)와 함께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나물을 캐어 먹으며 살다가 굶어 죽었다. 유가에서는 이들을 청절지사(淸節志士)로 높여 공경하였다.
* 도량(稻粱) : 벼와 수수.
* 시랑(豺狼) : 승냥이와 이리. 욕심이 많고 사나운 사람을 비유.
* 안회(顔回) : 공자의 제자. 그의 일생을 유재무수(有才無壽)로 말할만큼 공자가 아끼던 수제자였으나 절은 나이에 요절했다.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이며 덕행에 있어서 공자의 제자 중 으뜸이었다.
* 황헌(黃憲) : 동한(東漢) 때 어닐 나이에 이미 당대의 석학들을 무릎 꿇게 할만큼 총명했던 인물로 그에 대한 이야기는 범엽(范曄)이 쓴 후한서(後漢書) 황헌전(黃憲傳)에 전한다.
* 고(睾) : 죄다. 모두.
* 복사(蝮蛇) : 살무사.
* 짐조(鴆鳥) : 짐새. 그 깃을 담근 술을 마시면 죽는다고 알려진 새.
53. 자제사진(自題寫眞) - 초상화에 스스로 글을 짓다 |
我貌不自識(아모부자식) : 내 모습을 내가 모르는데
李放寫我眞(이방사아진) : 이방이 초상화를 그려주었구나.
靜觀神與骨(정관신여골) : 신기와 골격을 가만히 살피니
合是山中人(합시산중인) : 산 속에 사는 사람이 분명하다.
蒲柳質易朽(포류질역후) : 갯버들 체질이라 썩기가 쉽고
麋鹿心難馴(미녹심난순) : 사슴 같은 마음이라 길들이기 어려워.
何事赤墀上(하사적지상) : 무슨 일로 대궐에 올라와
五年爲侍臣(오년위시신) : 오 년간을 황제 모신 신하되었나.
況多剛狷性(황다강견성) : 하물며 고집과 고지식함이 많아
難與世同塵(난여세동진) :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라.
不惟非貴相(부유비귀상) : 귀골의 인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但恐生禍因(단공생화인) : 화를 초래할 원인이 될까 두려워라.
宜當早罷去(의당조파거) : 마땅히 일찍 파직하고 물러나
收取雲泉身(수취운천신) : 산과 물에 사는 처신을 택하여라.
54. 방언오수(放言五首) - 거리낌 없이 말하다 其一 |
朝真暮偽何人辨(조진모위하인변) : 조석으로 진위 바뀜 누가 분별 하랴
古往今來底事無(고왕금래저사무) : 예부터 지금까지 그친 일이 없나니
但愛臧生能詐聖(단애장생능사성) : 성인 사칭 장생의 능함만 좋아하고
可知甯子解佯愚(가지영자해양우) : 우매한 척 영자의 통달은 모른다네.
草螢有耀終非火(초형유요종비화) : 풀잎에 반딧불이 결국 불이 아니고
荷露雖團豈是珠(하로수단기시주) : 연잎 이슬 둥글어도 어찌 진주이랴
不取燔柴兼照乘(불취번시겸조승) : 섶도 못 사르고 수레도 못 비추나니
可憐光彩亦何殊(가련광채역하수) : 가련하다 그 광채 무엇이 특별한가.
55. 방언오수(放言五首) - 거리낌 없이 말하다 其二 |
世途倚伏都無定(세도의복도무정) : 세상사 의복 변화 정해진 것이 없고
塵網牽纏卒未休(진망견전졸미휴) : 속세 그물에 얽혀 끝내 쉬지 못하네.
禍福回還車轉轂(화복회환차전곡) : 화복 돌고 돎은 수레바퀴 돎과 같고
榮枯反復手藏鉤(영고반복수장구) : 번영쇠퇴 반복됨은 손장난과 같다네.
龜靈未免刳腸患(구령미면고장환) : 신령한 거북도 속 긁혀냄 못 면하니
馬失應無折足憂(마실응무절족우) : 말 잃으면 다리 부러질 일도 없다네.
不信君看弈棋者(불신군간혁기자) : 믿지 못하겠거든 장기바둑판을 보게
輸贏須待局終頭(수영수대국종두) : 승패는 판이 끝나봐야 알 수 있다네.
56. 방언오수(放言五首) - 거리낌 없이 말하다 其三 |
贈君一法決狐疑(증군일법결호의) : 그대에게 의심 잘라낼 방법을 주리니
不用鑽龜與祝蓍(불용찬구여축시) : 거북점과 시초점은 볼 필요도 없다네.
試玉要燒三日滿(시옥요소삼일만) : 옥돌 시험하려면 온 삼일 달궈야하고
辨材須待七年期(변재수대칠년기) : 재목을 가리려면 7년은 기다려야 하네.
周公恐懼流言後(주공공구류언후) : 유언비어 떠돌 땐 주공도 두려워했고
王莽謙恭未篡時(왕망겸공미찬시) : 왕위 찬탈 전에는 왕망도 겸손했다네.
向使當初身便死(향사당초신편사) : 만약 그 일 있기 전 그들이 죽었다면
一生真偽復誰知(일생진위복수지) : 그들의 일생 진위 어느 누가 알았겠나.
57. 방언오수(放言五首) - 거리낌 없이 말하다 其四 |
誰家第宅成還破(수가제댁성환파) : 어느 가문이 저택을 지었다 부수고
何處親賓哭復歌(하처친빈곡복가) : 어느 곳의 친빈이 곡하다 노래하랴
昨日屋頭堪炙手(작일옥두감자수) : 이제는 권세가 손 델 듯이 뜨겁더니
今朝門外好張羅(금조문외호장라) : 오늘은 대문밖에 그물치기 좋아라.
北邙未省留閑地(북망미성류한지) : 북망산에 노는 땅 아직 보지 못했고
東海何曾有定波(동해하증유정파) : 동해에 여태껏 일정한 파도 없었네.
莫笑賤貧誇富貴(막소천빈과부귀) : 친빈을 웃지 말고 부귀 자랑 마시라
共成枯骨兩如何(공성고골량여하) : 모두 해골 된 후 그 둘이 어떠한가?
58. 방언오수(放言五首) - 거리낌 없이 말하다 其五 |
泰山不要欺毫末(태산부요기호말) : 태산은 털끝만큼도 속일 필요 없고
顔子無心羨老彭(안자무심선노팽) : 안자는 노팽을 부러워할 마음 전혀 없으리라.
松樹千年終是朽(송수천년종시후) : 소나무는 천 년을 살아도 끝내는 썩어버리고
槿花一日自爲榮(근화일일자위영) : 무궁화는 하루를 피어도 스스로 영화를 누린다.
何須戀世常憂死(하수련세상우사) : 어찌 현세에 연연하여 항상 죽음을 근심하나
亦莫嫌身漫厭生(역막혐신만염생) : 또한 육신을 혐오하여 삶을 함부로 싫어 말라.
生去死來都是幻(생거사내도시환) : 살고 죽고 가고 오는 일 모두가 환상인 것을
幻人哀樂繫何情(환인애낙계하정) : 환상에 사는 인간의 애락이 어떤 마음에 매였나.
* 放言(방언) : 방어(放語). 거리낌 없이 함부로 내놓는 말
* 泰山(태산) : 중국 산동성에 있는 명산. 오악의 하나로 높고 큰 산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 毫末(호말) : 털 끝. 털끝만한 작은 일.
* 顔子(안자) : 안회(顔回, 기원전 521년? ~ 기원전 491년?)는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이다. 자는 자연(子淵)이다. 학덕이 높고 재질이 뛰어나 공자의 가장 촉망받는 제자였다. 그러나 31세에 공자보다 먼저 죽었다.
* 羨(선) : 부러워하다.
* 老彭(노팽) : 팽조(彭祖). 본명은 전갱(籛鏗)으로 요(堯)임금 때 팽성(彭城)에 봉해진 뒤 夏‧殷‧周 三代에 걸쳐 8백 년을 살았다는 전설상의 인물
* 槿花一日榮(근화일일영) :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때 시드는 무궁화에 비유해서 사람의 영화(榮華)가 덧없음을 말한다. 槿花一朝夢(근화일조몽).
* 自為榮(자위영) : 하루의 영화로 만족한다는 뜻.
* 亦莫(역막) : 그렇다고 ~ 하지말라.
* 漫厭(만염) : 함부로 싫어하다.
* 都是(도시) : 모두. 전혀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는 백거이(白居易)의 방언(方言)오수로 5수 중 제5수이다. 사람의 영화는 무궁화꽃과 같이 하루 동안 피었다 지는 것이며, 인생은 모두가 환상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므로 슬퍼하고 기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다. 무궁화꽃은 겨우 하루뿐인 덧없는 수명이지만 그것도 그런 대로 하나의 영화인 것이다. 백락천(白樂天)은 44세 때 조정의 미움을 사서 강주(江州)의 사마(司馬:군사 담당의 벼슬)로 가는 도중, 원진(元稹:자는 微之)이 《방언(放言)》이란 시를 보내준 데 대해 같은 제목으로 답해 지은 칠언율시(七言律詩)이다.
원진은 백락천과는 함께 과거에 올랐던 둘도 없는 친구로, 그가 강릉(江陵:후베이성 강릉군)으로 좌천되어 슬픔에 싸여 있을 때였다.
59. 호선녀(胡旋女) - 뺑뺑이 춤을 춤추는 오랑캐 여자 |
胡旋女胡旋女(호선녀호선녀) : 호선녀, 호선녀여
心應絃手應鼓(심응현수응고) : 자유자제로 손 놀리고, 북을 치는구나.
絃鼓一聲雙袖擧(현고일성쌍수거) : 북소리 한 장단에, 두 소매를 펼쳐들고
廻雪飄颻轉蓬舞(회설표요전봉무) : 휘날리는 눈처럼 펄럭이다가, 구르는 다북쑥처럼 춤춘다.
左旋右轉不知疲(좌선우전부지피) : 좌로 돌고 우로 구르면서 피로한 줄도 모르고
千匝萬周無已時(천잡만주무이시) : 천 번 돌고 만 번 돌며 그칠 때를 모른다.
人間物類無可比(인간물류무가비) : 인간 세상 무엇과도 비길 수가 없고
奔車輪緩旋風遲(분거륜완선풍지) : 달리는 수레바퀴도 느리고 회오리바람도 오히려 늦다.
曲終再拜謝天子(곡종재배사천자) : 곡이 끝나자 천자께 재배하고 물러나니
天子爲之微啓齒(천자위지미계치) : 천자도 이 때문에 만족하여 입 벌리고 미소 짓는다.
胡旋女出康居(호선녀출강거) : 호선녀는 강거 땅에서 왔지만
徒勞東來萬里餘(도노동내만리여) : 헛되이 동쪽으로 만 리 넘게 왔구나.
中原自有胡旋者(중원자유호선자) : 이곳 중원 땅에도 원래 호선자가 있으니
鬪妙爭能爾不如(투묘쟁능이부여) : 다투는 교묘함과 싸우는 능란함에 너보다 났으리라.
天寶季年時欲變(천보계년시욕변) : 천보 말년에 세상형편이 바뀌려하여
臣妾人人學圓轉(신첩인인학원전) : 신하와 백성들이 교활함만 배웠었다.
中有太眞外祿山(중유태진외녹산) : 대궐 안에는 태진이요, 밖에는 안록산이 있었으니
二人最道能胡旋(이인최도능호선) : 두 사람이 뺑뺑이 춤에 능하다고 가장 많이 일컬어졌다.
梨花園中冊作妃(이화원중책작비) : 이화원 안에서 태진을 귀비로 책봉하고
金雞障下養爲兒(금계장하양위아) : 안녹산을 금계병풍 아래서 길러서 양자로 삼았단다.
祿山胡旋迷君眼(녹산호선미군안) : 안녹산의 뺑뺑이 춤은 황제의 눈을 미혹케 하여
兵過黃河疑未反(병과황하의미반) : 반역의 군사가 황하를 건너도 반란 아닌가 했단다.
貴妃胡旋惑君心(귀비호선혹군심) : 귀비의 뺑뺑이 춤이 황제의 마음 미혹케 하여
死棄馬嵬念更深(사기마외념경심) : 마외에서 죽여 내버렸어도 양귀비 생각 더욱 깊었단다.
從茲地軸天維轉(종자지축천유전) : 이로부터 땅의 축대와 하늘의 줄기가 굴러 기울어져
五十年來制不禁(오십년내제부금) : 오십 년 내로는 바로잡지 못하였다.
胡旋女莫空舞(호선녀막공무) : 호선녀의 헛되이 춤추지 말고
數唱此歌悟明主(삭창차가오명주) : 이 노래 자주 불러 총명한 황제 깨우쳐라.
60. 여궁고(驪宮高) - 여궁은 높아라 |
高高驪山上有宮(고고려산상유궁) : 높고 높은 여산 위에 궁궐이 있어
朱樓紫殿三四重(주누자전삼사중) : 붉은 누각, 자색 전각 삼중 사중 겹쳐있네.
遲遲兮春日(지지혜춘일) : 길고 나른한 봄날이여
玉甃暖兮溫泉溢(옥추난혜온천일) : 옥벽의 돌은 포근하고 온천물은 넘치네.
嫋嫋兮秋風(요뇨혜추풍) : 한들한들 부는 가을바람이여
山蟬鳴兮宮樹紅(산선명혜궁수홍) : 산에 매미 울고, 궁궐에 나무들 단풍드네.
翠華不來歲月久(취화부내세월구) : 비취빛 천자의 깃발 오지 않은 채, 세월은 오래 흘렀네.
牆有衣兮瓦有松(장유의혜와유송) : 담장은 이끼로 옷 입혀지고, 기와지붕은 소나무 나있네
吾君在位已五載(오군재위이오재) : 우리 황제님 재위에 오르신지 이미 오년인데
何不一幸乎其中(하부일행호기중) : 어찌하여 한 번도 그 안에 안 오실까?
西去都門幾多地(서거도문기다지) : 서쪽으로 서울과 떨어짐이 얼마나 먼 땅이라고
吾君不遊有深意(오군부유유심의) : 우리 황제 유람하지 않음은 깊은 뜻이 있으리라.
一人出兮不容易(일인출혜부용역) : 한 사람 나아감이 쉽지가 않나니
六宮從兮百司備(륙궁종혜백사비) : 육궁이 따라가고 백관이 수행하리라.
八十一車千萬騎(팔십일거천만기) : 팔십 한 량 수레꾼과 천만 명의 기병에게
朝有宴飫暮有賜(조유연어모유사) : 아침 연회에 배불리 먹이고 저녁 하사품 있으리니
中人之産數百家(중인지산삭백가) : 중산층 사람의 재산 수백 가정 분이라도
未足充君一日費(미족충군일일비) : 황제의 하루 비용에도 충분하지 않도다.
吾君修己人不知(오군수기인부지) : 우리 황제 자기 수양을 백성들은 모르리라
不自逸兮不自嬉(부자일혜부자희) : 스스로 안일하지 않고, 스스로 기뻐하지도 않으신다.
吾君愛人人不識(오군애인인부식) : 우리 황제 백성 사랑 백성들은 모르리라
不傷財兮不傷力(부상재혜부상력) : 재물을 손상 않고 인력을 손상하지 않으셨다.
驪宮高兮高入雲(려궁고혜고입운) : 여궁은 높고 높아서 구름 속에 들었도다.
君之來兮爲一身(군지내혜위일신) : 황제가 오심은 자기 한 몸을 위함이요.
君之不來兮爲萬人(군지부내혜위만인) : 황제가 오시지 않음은 만 백성을 위함이로다.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