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1. 22 성도들 사랑에 떡도 맛있어요 -서울 광염교회의 선물을 전하며 광주의 금년 겨울은 퍽 따뜻했다. 연말에 첫눈이 내렸지만 금방 녹아버리고, 그 뒤로는 얼음도 못 본 것 같다. 상가에서는 겨울옷이나 난방기구가 안 팔려서 불경기란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추위가 갑자기 몰려왔다. 1월19일에 이어 20일도 눈이 쌓였다. 큰‘大’에 찰‘寒’, 대한(21일) 몫을 하고 지나간다. 소록도에 1월19일에 가기로 했다가 눈 때문에 22일로 연기했다. 바닷바람 불어오는 한 겨울, 별일 없이 집에 들어앉아 답답하게 지내고 있을 한센인 가족들. 그들을 찾아가서 맛좋고 따뜻한 떡을 나누어드리고 싶었다. 설이 아직도 여러 날 남았지만 설 선물 겸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조현삼 목사님(서울 광염교회)이 내게 떡값을 보내왔다. 6백 명 분이라서 동산교회에 봉고차를 요청했다. 22일 아침 8시 반, 윤형관 목사님(동산교회)과 함께 나섰다. 떡집으로 가는 골목은 눈이 얼어붙어서 위험하게 미끄럽다. 20개씩 포장한 많은 떡 상자를 차곡차곡 실었다. 맛있는 냄새가 차 안에 가득하고, 금방 작업을 마쳐서 상자가 따뜻하다. 이것이 광명교회 성도들의 나눔과 섬김의 사랑이요 예수의 사랑의 향기가 아닌가. 모두가 고맙다. 돈을 보내준 교회, 섬김을 받는 한센인 가족, 그 중간에서 심부름꾼으로 나서는 나도 기쁘고 행복하다. 광주 출발시간은 9시쯤. 떡집을 나와 순환도로에 올라서니 길이 확 트인다. 제설작업을 하고, 차량이 많이 운행하는 길이라서 지장이 없다. 화순으로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도 무사통과하니 벌교와 고흥을 거쳐 소록도 가는 일은 시원하다. 청명한 하늘처럼 기분도 설렌다. 반갑게 만나 뵐 사람들이 있어서.
녹동에서 연륙교를 건너 소록도중앙교회에 도착한 것은 11시. 김경술 장로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광염교회 조현삼 목사님이 떡값을 주셨습니다. 광염교회는 지난 6, 7년을 계속해서 성탄절선물을 보내주셨어요. 몇 해 전에는 선물박스를 화물차 2대에 실어왔고, 언젠가는 내려오는 길에 추돌사고도 있었습니다. 그 때는 선물이 고가라서 전 교인에게 못 드려서 아쉬웠는데, 2, 3년 전부터는 떡을 해서 모두에게 나눠드립니다. 금년에도 조 목사님이 그 일을 내게 맡기셨네요. 따뜻할 때 나눠드립시다 설명했고, 김 장로님이 감사기도를 올렸다. 교회연합회 사무장이신 김 장로님 기도는 항상 뜨겁다. 몹쓸 병으로 몸이 불편하고, 외롭게 노년을 살아가는 우리를 기억하여 사랑의 선물을 보내준 광염교회와 담임목사님께 은혜와 복을 주시라고는 겸손하고 간절한 기도이다. 전화를 받은 마을 봉사자들이 달려와서 떡을 나눠간다. 한 사람에게 하나씩 나누는 떡이지만 애틋한 정성과 사랑이 배인 믿음의 형제들 ‘사랑의 선물’ 아닌가. 포장을 열어보니 아직도 따뜻하고 맛있어 보인다. 여러 교회로 나눠간다. 남생리 마을 배당분을 받아서 남성교회로 갔다. 박복자 권사가 주일예배를 위해 예배당 청소를 하는 중이다. 어린 나이 10대에 발병해서 소록도에 입원했고, 믿음의 사람을 만나서 찍 지어 살다가 작년에 남편 고흥주 장로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평생 새벽종을 치고, 교회 살림과 예배당 청소를 맡아 살았다. 예수님 한 분 소망 삼고 평생을 교회와 함께 했던 신실한 주님의 여종이라 할 것이다. 남성교회와 20년 가까이 교제했던 아내와 양옥자 권사가 박 권사님을 끌어안고 반긴다. 옆에서 보기도 좋다. 동산교회 여전회가 매년, 몇 차례씩 김치를 담가다주고 명절 선물도 전했다. 작년에는 희망의 나무로 과실수 몇 그루를 심었다. 봄이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그동안 100여명 교인이 30여명으로 감소했다. 몇 사람 60대를 빼면 모두가 70 이상의 고령이다.
날씨가 더 추워진다는 예보에 서둘러 떠난다. 바다가 눈시리게 파랗다. 바다 건너 보성 장흥 산지는 눈이 하얗다. 고흥반도 끝자락인 녹동과 소록도에는 눈이 쌓이지 않았다. 따뜻한 남쪽 바다 건너 ‘아기 사슴 섬’은 그래서 살기가 좋다. ‘한센인들의 기도 성지 소록도’, 하나님이 이곳 성도들에게 천국 소망과 평안을 충만하게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