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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현관의 신발을 벗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 같았으면 잠을 자고 있어도 잠귀가 밝은지,
아니면 유미가 그토록 반가웠는지 벌떡 일어나 현관으로 달려가던
해진은 방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심적으로나, 몸적으로나 지칠대로 지쳐버린 해진이었다.
유미는 현관을 지나 해진의 방쪽으로 향했다.
향하는 길에 유미의 눈에 들어온 밥상.
밥상엔 유미의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비를 맞고 들어온 해진은 부랴부랴 유미가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서,
웃으면서 들어올 것만 같아서, 해진은 부랴부랴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기다리다 지친 해진이 밥 숟가락을 들었을때도,
밥 숟가락을 놓을때도, 유미는 문을 열고 웃으면서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늦게 온다고 했잖아!"
해진의 방문을 벌컥 열며 해진에게 소리를 지르는 유미였다.
해진은 깨있었음에도 안깬척 눈을 꼭 감고 자는척을 했다.
지금 자신의 두 귀로 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올 턱이 없는 해진이었다.
그저 홍야홍야 잠만 청할뿐, 해진은 눈을 뜨지도,
유미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입을 열지도 않았다.
"자는거야?"
해진은 소리없이 '응.'이라고 말했다.
유미는 들을 수 없는 말을 해진은 자그마하게 말하고 있다.
"왜 이래 진짜!"
유미는 쿵쿵 거리며 해진의 방에 들어와 이불을 걷어 버렸다.
해진은 유미가 소리를 지르나, 이불을 걷어 버리거나, 상관않고 눈을 꼭 감고 있다.
"너 귀 먹었어? 귀 먹었냐구! 눈도 삐었구나? 내가 말했잖아! 회식이라구!"
"..."
"근데 왜 이래! 병신같이!"
"..."
"병신같이 이게 뭐하는 짓이..."
쿠당탕탕!
해진은 아령을 밥상으로 던져버렸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밥상을 강타해버린 해진의 아령.
밥상 위의 가지런히 놓여있던 맛있는 음식들은 바닥의 후두두둑하고 떨어져 버렸다.
마치 길바닥의 오바이트를 한것처럼. 그렇게 처참한 모습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병신 졸려."
"너 진짜 왜 이래!"
"병신이라 그런다!"
"...너 진짜!"
"병신이라서 이꼬라지다! 그래, 내가 병신이라서 넌 그러는거냐?
내가 병신이라서... 너는 그러는 거냐고!"
해진의 가슴속에 꾹꾹 담아두었던 화 찌꺼기들이 한대 모아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참고, 또 참고, 그렇게 병신같이 참았던 해진이었다.
싸늘하게 자신에게 말하는 유미까지도 이해했고,
자신을 무시했던 유미의 그 행동까지 이해했다.
아니, 이해하려했다. 이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은 유미의 모든것을 다 이해해줄 수 있을만큼의 넉넉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뭘 어쨌는데!"
"너 변했어."
"내가 변하다니?"
"회사 다니면서 너 변했다고."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야?"
"예전과는 달라. 더이상 말 섞지 말자. 지금 머리가 터져 버릴것 같으니까."
해진은 현관문을 쾅 소리내서 닫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을 나가버렸다.
평소답지 않은 해진의 모습의 혼란스러운 유미였다.
유미의 시선은 아령으로 명중시킨 밥상으로 향해 있었다.
"쓰레기 같은게 쓰레기 같은 짓만 골라서 하고 있어."
\
슬리퍼를 질질 끌고 집을 나가버린 해진.
해진이 도착한 곳은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원이었다.
공원엔 얼굴에 찌든때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아이들이 친구들과 한대 모여 어울려 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니 자신의 어렸을때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마치 머릿속을 쇳못으로 박박 긁는 듯한 느낌을 받은 해진이었다.
해진은 어렸을때 부모님이 없는 고아였다.
엄마, 아빠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비오는날 마중나와주는 엄마의 모습,
밤이면 위험하다고 독서실 앞의 마중나와주는 아빠의 모습.
하지만 이건 해진에겐 모두 꿈일뿐이었다. 달콤한 꿈... 그것뿐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산다고 할머니 냄새 난다고 자신을 늘 멀리하던 친구들...
그 친구들에게 한대, 두대, 세대, 쉼 없이 맞고 또 맞았던 작은 해진은
어느날 문득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왜 맞아야 하는거지?'
'부모님 없는게, 없게 태어난게 내 잘못이 아니잖아?'
라고 늘상 어린 해진의 머릿속을 꽉꽉 매웠던 답없는 물음.
그 물음에 해진은 하루하루가 외롭고, 힘들었다.
'밟히면 안돼. 밟히면 다시금 밟아줄거야!'
어리고 온순했던 해진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되었던 어린 시절.
자신이 왜 다른 사람들에게 밟혀야 하는지도 몰랐고,
왜 나만 밟혀야 했는지 그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던 해진은 줄곧 외쳤다.
밟힌 만큼 꼭 배로 밟아주겠다고.
"곰 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애기곰~"
해진은 부글부글 '복수'로 머릿속을 하나가득 매울때 항상 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지금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은 해진이 아닌, 두 눈을 감고 있는 한 아이였다.
"곰이 세마리가 있는데 한집에 다 모여 살았대.
그 집엔 아빠곰이랑, 엄마곰이랑, 아기곰이 있었는데,
아빠곰은 가정을 꾸리기 위해 힘을 내기 위해서 밥을 꼬박꼬박 챙겨먹었대.
꼬마야, 그 아빠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줄 아니?"
"뚱뚱하게요."
"아니. 험학하게."
"..."
"엄마곰은 가정살림으로 인해 허리가 빠지도록 일을 했대.
그 엄마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줄 아니?"
"날씬하게요."
"아니. 흉측하게."
울상이 되어버린 아이였다.
"아기곰은 집에서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한몸에 듬뿍 받으며 크고 있었지.
그 아기곰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줄 아니?"
"귀엽게요."
"아니. 싸가지 없게."
"엄마... 으어엉!"
결국 울상을 짓던 이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게 바로 '가족'의 현주소야. 꼬마야."
이 아이는 무서운 괴물이라도 본듯 울며 불며 공원을 빠져 어디론가 달려갔다.
아니, 달려 가는듯 했다. 지팡이를 짚고 한발자국, 한발자국,
앞을 향해 걸어가는 그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는 해진은 그 아이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네가 볼 수 없는, 보지 못하는 이 세상은 험학하고,
흉측하고, 싸가지 없는 거란다. 꼬마야."
정말 해진의 말대로...
이 세상은 험학하고, 흉측하고, 싸가지 없는, 그러기만한 세상인걸까?
# 5
유미는 혼자 밥을 먹으며 TV를 보고 있다.
쉬는날이라 회사도 안가고 그렇다고 약속도 없는 유미는
아침에 해진이 밥상을 뒤엎고 나간 뒤로 해진이 많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밥도 두그릇, 물도 두컵, 숟가락도 두개씩, 준비해놓은 밥상.
언제고 해진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밥을 먹을 수 있게끔 밥상을 차려놓은 유미였다.
"미련 곰탱이 같은게 집에 들어오지도 않아."
하지만 밥을 반공기나 다 먹을동안에도 해진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다.
유미는 그런 해진이 미련 곰탱이 같았다.
"보나마나 동네 꼬맹이들 아이스크림이나 뺏어먹고 돌아다니고 있겠지."
유미는 해진이 지금쯤 동네 꼬맹이들 아이스크림이나 뺏어먹고 돌아다니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해진은 배가 고프면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인데다 붙임성이 지나치게 좋아서
한번 본 사람한테 잘 추근덕(?)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꼬마가 맛있는 과자를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땐 유미와 해진은 등굣길이었다.
해진은 아침밥을 안먹고 왔는지 배를 움켜쥐고 길을 가다가 해진의 레이더망에 걸려버린
달콤한 짱구 과자. 해진은 주저 없이 그 꼬마를 붙들어 세우곤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하나 나하나 아그작 아그작 과자를 뺏어 씹어 먹으며.
'꼬마야~'
'네?'
꼬마는 해진이 자신의 과자를 뺏어먹으려고 다가온 '
과자 납치범'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인상 좋아보이는 고등학생 형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자 기분이 좋았다.
그 꼬마 아이는 요새 흔히들 말하는 '찌질이'였기 때문에, 학교에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늘상 외로웠던 꼬마였다.
그런 꼬마에게 다정스레 말을 걸어오는 해진.
해진은 꼬마 아이에게 관심이 있는게 아니라 그저 과자에게만 관심이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이 과자 얼마주고 샀어?'
'이 과자요?'
'응~'
'700원이요~'
'뭐?'
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펄떡 펄떡 뛰면서 오도방정을 떨어댔다.
그런 모습이 부끄러운 유미는 멀찌감치 떨어져 해진과 꼬마를 보고 있다.
해진과 같이 학교는 가야겠는데, 해진의 곁으론 다가가기 싫으니,
멀찌감치 떨어져 이 둘을 관찰 하는 수 밖에 없었던 유미였다.
이때도 유미의 이미지관리는 심각하게도 뛰어났다.
'왜요. 형?'
'너무 심각하게는 듣지마.'
'네? 무슨 말인데요?'
'너...'
'네.'
'너. 사기 당했어!'
사기란 말에 꼬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머나'란 표정을 지으며 해진을 쳐다보았다.
이 꼬마의 웃긴 표정을 보곤 유미는 조용히 키득키득 웃었다.
물론 꼬마에겐 들키지 않게끔.
'응. 너 사기 당한거야!'
'서... 설마요.'
'너 사기 당한거라니까!'
'...'
반 울상이된 꼬마. 반면 입이 귀까지 찢어져 헤죽헤죽 웃고 있는 해진.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배를 부여잡고 전봇대를 붙들고 간신히 서서 소리도
못내고 힘겹게 웃고 있는 유미가 보인다.
'그 짱구 과자 이리 줘 봐.'
'왜요? 형?'
'너 사기 당했잖아.'
'네. 근데... 왜...'
꼬마는 해진이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반울상이된 꼬마는 울기일보직전의 상태까지 왔고,
해진은 능수능란한 말솜씨로 꼬마를 구슬리는데.
'형아가 저기 슈퍼에서 바꿔다 줄게!'
'저기 슈퍼에서 산거 아닌데...'
'요즘은 슈퍼끼리 다 연결이 되어 있어. 그러니까 저기서 바꿔도 돼.'
'근데 형. 제가 대체 무슨 사기를 당했다는 거예요?'
'원래 그 짱구 과자 500원 짜리야!'
'정말요?'
순진한 꼬마는 해진의 말을 믿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달콤하고 맛있는 짱구 과자를 해진에게 덥썩 안겨 주고야 말았다.
꼬마는 슈퍼로 발길을 돌리는 해진에게 손까지 흔들어주며 고맙다고까지 인사를 했다.
근데 그런 꼬마에게 뒷통수를 치고, 짱구 과자를 품에 안은채 학교로 달음질 치는 박해진.
유미는 달음질 치는 해진의 뒤를 따라 같이 달렸다.
그리고 조용히 '썩을놈'이라고 읊조렸고,
해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유미를 향해 짱구 과자를 들이 밀었다.
'썩을놈아! 등쳐먹을게 없어서, 꼬마 등을 쳐먹냐!'
'꼬마 등 쳐먹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래? 재밌어?'
'응. 너무 너무 재밌어~ 아, 달콤해, 미치겠어! 꺄하하하~'
해맑게도 꺄르르 웃는 해진이었다.
'...'
이 틈을 타 해진의 손에 쥐어져 있는 짱구 과자를 낚아 채 가는 이유미.
해진은 짱구 과자를 낚아 채곤 자신보다 더 빠르게 달음질치는 유미를 뒤쫓아간다.
유미는 짱구 과자를 아그작 아그작 씹어 먹으며 웃고 있었다.
"그땐... 참. 순수했는데."
과연 그때의 그 행동들이 순수했을까?하는 의문이 남지만,
유미는 밥을 먹으며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짓고 있었다.
심지언 지금 자신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이 짱구 과자 맛이 난다고 느끼는 유미였다.
#
현란한 조명 아래 반듯한 양복을 입고 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해진.
해진은 일을 하러 클럽에 나왔다.
"대체 누구길래, 양복까지 빼 입어야 하는거야?"
"있어."
"뭐, 이 클럽 사장 딸이라도 되는거야?"
"그 정도? 맞아. 그 정도 되겠다. 아니, 더 될 수도 있겠지."
"어이. 미스터국. 제대로 말을 해주고 가야지!"
"만나보면 될거 아니야. 그나저나 양복 잘 어울리네."
"쨔식. 고마워~"
미스터국은 해진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런 미스터국의 웃음이 마음의 들지 않은 해진은 더 살벌하게 미스터국을 향해 피식 웃어주었다.
"오늘은 좋은 날인데, 왜 인상을 찌푸리고 그래?"
"좋은 날?"
"좋은 날이지. 혹시 모르잖아. 돈 많은 여자 하나 물어서 호강할지!"
해진은 그 말이 땡기기는 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왜 양복을 입고 이 클럽 사장 딸인지, 그 보다 더 돈이 빵빵한 여자인지,
왜 그런 여자를 양복을 입고 이렇게 다소곳이 앉아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 해진이었다.
'개 같다. 증말.'
# 6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려 놓고, 다리를 꼬운 자세로 졸고 있는 해진이 보인다.
해진은 사람을 기다리는 일을 잘못할것 같지만, 의외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을 잘한다.
즐겨하는 편이라고 할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것에 몸이 익숙해져버린 해진이었기 때문이었다.
집을 나가버린 부모님을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게 수없이 많았던 해진이었고,
일 하러 나간 할머니를 기다리다 동네 깡패형들에게 붙들려 돈을 뜯긴 일도 허다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부모님은 돌아오시지 않을거란걸 알고 있는 해진이어서 실망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웃으며
'우리 똥강아지~ 할머니가 맛있는 까까 사가지고 올게~'라며
리어카를 끌고 집을 나가시던 할머니를 밤새도록 기다리던 해진은 그때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부모님이 집에 안돌아올때에도 안 울던 해진은 그때 처음으로 소리내서 펑펑 울었다.
밤길에 동네 깡패형들에게 붙들려가서 맞은게 아팠던것도 아니었고,
기다리던 할머니가 집에 새벽2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는것에
대한 슬픔에 해진은 새벽2시 30부터 시작해서 아침9시부터 펑펑 울었다.
해진의 눈물을 멈추게 한건
집안 가득 방정맞게 울려대던 전화기 벨소리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송혜정씨 보호자 되십니까?'
'저... 저희 할머니세요!'
'급히 ㅇㅇ병원 응급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곤 끊겨버린 전화. 해진은 가슴이 쿵쾅쿵쾅 떨려왔다.
어제 장작 30분 동안 개맞듯 맞아,
자신의 팔다리가 곧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파왔어도
그 전화를 받고 곧장 응급실로 뛰어가는 해진이었다.
'송혜정씨 보호자 되십니까?'
'네.'
'부모님도 같이 모시고 오세요.'
'...'
'얼른 부모님 모시고 와~ 꼬마야.'
의사 옆에 서있던 간호사가 해진이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때 간호사에 눈에 들어온 해진의 멍이 든 팔, 다리. 간호사는 유심히 해진의 팔,
다리를 보다가 응급실로 해진을 데려갔다.
'어디서 이렇게 된거야?'
'...'
해진은 말 할 수 없었다. 지금 자신의 팔, 다리의 난 멍보다,
지금이 더 불안하고, 더 두려웠으니까. 어차피,
간호사 누나에게 말해도 도움이 될리 없다는 해진의 판단에
해진은 그냥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치료해줄게. 팔 내밀어봐.'
'...'
'내밀어 보래두?'
'...'
해진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곤 그자세 그대로 흐느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머릿속을 스친 상상이 거짓이기를 빌며 해진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한,두 방울
서럽게 흘리고 있었다. 침대 시트를 촉촉히 적시는 해진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간호사는 해진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똑바로 눈을 마주치게 했다.
그리곤 서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꼬마야.'
'...'
'간호사 누나가 하는말. 잘 들어.'
'네.'
'할머니가 돌아가셨어.'
해진은 방금 머릿속을 스친 그 상상이 현실화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상상을 하지 말걸, 내가 그런 상상을해서 할머니가 돌아가신거야.
그런거야.라고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하는 어린 해진이었다.
해진의 할머니는 리어카 수북히 신문지를 쌓아, 신호등을 위태롭게 건너가다가,
갑자기 리어카가 중심을 잃으면서 기우뚱 했다.
바닥의 널부러져 버린 신문지들을 그대로 두고 올 수 없었던 할머닌
신문지를 하나 하나 리어카에 다시 주워 담기 시작했다.
간신히 신문지를 다 주워 담고 신호등을 거의 다 건너왔을즘에
할머니를 그리고 신문지를 덮쳐버리는 고급 승용차 한대.
몸에 중심을 잃고 넘어진 할머니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인도의 머리를 찧었던것으로 인도엔 할머니의 피로 흥건했다.
무섭게 고급 승용차는 할머니를 치고도 멈출지 몰랐고,
그렇게 할머니는 뺑소니를 당하게 되었던것이다.
'그러니까 어서가서 빨리 부모님을 모시고 와.'
'...'
'뭐?'
해진은 조그맣게 간호사에게 들리지도 않게끔 조그맣게 말했다.
개미는 알아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해진의 조그마한 목소리조차도 들어줄 개미는 해진의 곁에 없었다.
'없어요.'
'없다니?'
'부모님이 없어요.'
해진은 조금씩 조금씩 흐느끼다가, 조금씩 조금씩 눈물을 흘리다가,
그 말을 하곤 간호사 품에 안겨 어제 새벽 보다 더 슬프게 울기 시작했다.
해진은 늘 생각했다. 나는 왜 부모님이 없는거지?
나는 왜 항상 배가 고파야 하는거지?
나는 왜... 항상 혼자여야 하는거야?
나는 왜 항상 외로워해야 하는거야? 라며
항상 밤에 잠을 자기전에 생각했다.
언젠간 부모님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스폰지 같은 푹신한 생각,
언젠간 배가 빵빵하게 터져버릴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빵을 먹을 수 있게 될거야라는 달콤한 상상,
언젠간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따뜻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뜨거운 상상,
언젠간 내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탕 같은 달달한 매혹적인 상상.
그런 상상들이 해진의 머릿속을 괴롭히고 있었다.
\
"...?"
해진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정성스레 닦아주고 있는 그녀.
오늘 해진을 만나기위해 이곳에 온 그녀였다.
유미와는 반대로 머리가 짧은 깜찍한 단발머리의 그녀.
그녀는 슬프게 흐느끼며 울고있는 해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해진의 상상의 끈이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언젠간 내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사탕 같은 달달한 매혹적인 상상.
해진의 상상의 끈을 붙잡아준 그녀. 김 별.
곧 약혼을 해야하는 약혼녀 김 별. 하지만 그 약혼은 강제결혼이었다.
"뭐... 뭐야?"
해진은 별의 손수건을 밀어내며 별에게 물었다.
방금전까지만해도 넉두리 친구 미스터국이 옆에 있었는데 미스터국은 없고
웬 여자가 자신의 얼굴에 손수건을 문대고 있는걸 발견한 해진은
당장이라도 삼선쓰레빠로 갈아 신고 자신의 모교 운동장을 미친듯이 달리고픈 충동이
마구 이는 순간이었다. 그 이윤 남들 앞에선 울지 않는 해진이
이 여자 앞에서 우는걸 들켜버렸으니까. 창피한 해진이었다.
"안녕하세요. 김별이라고 합니다."
"생긴건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조리있게 말 잘하시네."
"생긴것도 조리있게 예쁘게 생겼는걸요."
"아니. 넌 빈틈있게 생겼어."
해진은 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며 말했다. 별은 해진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별은 해진을 보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왜? 왜 웃어?"
"그때랑 표정이 똑같아서요."
"그때?"
"이 남자 기억력 하나 왕제로네."
김 별.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비싼 집에 사는, 비싼 여자. 김 별.
강제 결혼의 쫓겨 울며불며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비오는 도로를 질주하고 있을때
비싼 여우의 레이더망에 걸려버린 늑대 한마리.
그 여우가 어설픈 늑대를 사냥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우~"
비싼 여우의 울음소리의 화들짝 놀라는 어설픈 늑대의 한마디가 이어지는데.
"너 오늘 인상 안 좋아."
첫댓글 옛날의 해진이나 지금의 해진이나 너무 불쌍합니다 >-< ;; 그런데 지금 이순간 드는 생각은 짱구과자를 먹고싶다는거__.;; ㅜㅜ
봉봉이♡님 안녕하세요.^^ 매회마다 ㅠ_ㅠ 엉엉!!! 헤헤. 해진이...... 저도 짱구과자 먹고 싶어요.ㅋ 딱딱하지만 맛있잖아요~ㅎㅎ << 코멘 감사합니다. ^^
오랜만에 왔어요ㅠ그래서 댓글을 하나도 못달았다는거어!ㅠㅠ
웃는거야♬님 안녕하세요.^^ 끄악. 그래도 이렇게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해진이는 왜 자꾸 불쌍 하게나오냐?ㅠㅠ 정말 불쌍하다
§다세포소녀§님 안녕하세요.^^ 해진이 불쌍한가요??? ㅠㅠ... 언제나 코멘 감사합니다! ^^
해진이는불쌍해
강특은해님 안녕하세요.^^ 해진이... ㅠㅠ 불쌍한가요? 언제나 코멘 감사합니다! ^^
해진이 너무 불쌍하게 쓰시는거 같애요ㅠㅠ 예쁘게~ 써주세요..흐흐흐
……. 잘 읽고 가와요‥‥, ^-^,
이얍 작가님 힘내세요 얍얍![만세](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4.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