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_그리고_음모__소설❤️❤️❤️
배신 그리고 음모 ( 06회 )
제 6장,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칠월이다.
박기홍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피서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성준이 휴가를 낼 수 없다는 말에 계획을 포기한다.
“성준아!
아무리 회사업무가 바쁘다 해도 가족
하고 함께 지낼 시간도 없이 그렇게 회사 일에만 매달리면 너 하나만을 바라고 시집을 온 네 댁의 마음이 어떨 것인지도 생각을 해 보아라.“
“아버지!
지금 회사에게 개인의 사정 같은 것을 안중에나 둡니까?
그리고 결혼을 한다고 열흘씩 휴가를 썼는데 여름휴가를 낸다는 것은 저 개인적으로도 일의 차질을 빚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성준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라는 듯 잘라 말을 한다.
성준은 계속되는 많은 업무에 조금도 쉴 시간이 없다.
어쩌다 휴일이 되면 피곤을 풀기 위해서
라도 하루 종일 잠으로 시간을 보내는 성준의 생활이다.
성준은 기획실장인 정민영의 지시로 많은 업무를 떠안지만 오히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모든 업무를 해 내고 있었다.
주말이고 휴일이고 성준에게는 아무런 개념이 없다.
오로지 정민영 실장의 많은 지시가 성준은 차라리 마음이 편안하다.
모처럼 성준은 일찍 퇴근을 해서 가족이 함께 저녁식탁에 앉는다.
“네가 결혼을 하고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
박기홍은 이렇게 아들을 앞에 두고 저녁식사를 하는 것이 마음이 흐뭇하다.
“저 내일 출장을 갑니다.”
“내일 주말인데 출장을 가?”
“네!
대구로 출장을 갔다가 일이 생각대로 쉽게 풀리지 않으면 모레 바로 회사로 출근을 할지도 모릅니다.“
“넌 아예 주말도 휴일도 몽땅 회사에 반납을 하고 살고 있구나!
네 안식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니?“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번 승진에서 누락이 된다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허사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이해를 해 주기 바랄 뿐이지요.“
성준은 경희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들으라는 듯 말을 한다.
“네!
내 걱정은 하지 말아요.
출장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가방을 꾸려줄게요.“
“특별한 것이 뭐가 있어요.
속옷과 양말 그리고 세면도구만 준비를 해 주면 되는 것이오.“
경희는 아무런 말없이 여행용의 작은 가방에 출장 준비를 해 준다.
한창 일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휴일도 없이 바쁘게 뛰는 성준의 모습이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날 성준은 출장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경희야!
너 혼자서라도 며칠 친정에 다녀오면 어떻겠니?“
박기홍은 미안한 마음에 며칠 친정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아버지!
그렇게 마음 쓰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한창 일을 해야 할 사람에게 개인
적인 요구를 한다는 것은 나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밖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살고 있는 네가 안쓰럽다.
친정이라도 다녀오면서 바람이라도 쏘이고 오렴!“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계속 출근을 하고 계신데 제가 집을 비운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이대로도 아무런 불만이 없으니 안심하세요.“
“네 마음이 참으로 깊고 넓구나!
그런 네 마음이 언젠가는 반드시 보상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니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다.“
”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그때는 서로 편안하고 좋은 날이 오겠지요.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에
서도 인정을 해 준다는 뜻이겠지요.“
경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을 한다.
박기홍은 날이 지나면서 경희의 깊은 속을 알아갈수록 참으로 대견스럽고 제대로 된 올바른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날이 더운데 아끼느라고 에어콘 끄지 말고 시원하게 틀어놓고 지내라!
너무 더위에 지치면 병이 나는 것이니까!“
“네!”
박기홍은 출근을 하면서 더운 집안
에서만 있을 경희를 생각하면서 하는 말이다.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 지내는 경희라는 것을 안다.
자신이 있을 때와는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음도 느낀다.
여자의 세심한 손길이 집안의 분위기를 따뜻하고 정갈하게 가꾸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생각보다 깔끔하고 모든 것을 잘 해내고 있는 경희가 마냥 사랑
스럽다.
박기홍은 이제 속옷을 벗어서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며느리에게 자신의 속옷을 세탁하게 한다는 것이 민망스러워 밤중에 직접 세탁을 해서 널곤 했는데 경희가 몇 번을 부탁해서 이제는 자연
스럽게 속옷을 세탁기에 넣고는 한다.
매일 벗어 놓는 옷들을 정성껏 손질을 해서 제 자리에 가져다 놓는 경희의 손끝이 매우 야물고 정갈스럽다.
작은 손수건 한 장이라도 대충 빨아서 놓는 것이 아니라 정성껏 다림질을 해서 곱게 접어 제 자리에 넣어 놓는 경희
였다.
오후가 되어 박기홍은 집으로 전화를 한다.
“나다.”
“네, 아버지!”
“저녁 준비 아직 안했지?”
“네, 아직 시간이 일러서 준비하지 않았는데요.”
“그럼 우리 시원한 바람이라도 쏘이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지 않겠니?”
“네!
정말요?“
“그래, 아버지가 오늘 경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해 볼까 한다.
그럼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전화를 하면 아래로 내려오너라!”
박기홍은 전화를 끊고 출발을 한다.
더운 날 굳이 집에서 식사를 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경희에게 바깥바람이
라도 쏘이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버지!
일찍 오셨네요.“
경희는 차에 오르면서 환한 얼굴로 말을 한다.
다른 날보다 일찍 도착을 한 박기홍이다.
“그래!
오늘이 주말이잖니?
기왕이면 너하고 드라이브라도 하고 근사한 곳에 가서 먹으려고 한다.
너도 그러면 좋지 않니?“
“그럼요!
아직 저녁시간도 이른 걸요.“
경희의 얼굴은 오랜만에 환하게 밝아지고 있다.
박기홍은 그런 경희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왜 한 번도 이렇게 데리고 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자신의 무딘 성품을 반성한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구나!
너하고 가끔 이렇게 데이트를 해야겠다.“
“아버지!
모처럼 나와서 그런지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만 같아요.“
“미안하다.
아버지가 미처 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가끔씩 아버지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 줄 거지?“
“호호호...........
정말요?
언제든지 받아드릴 마음의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박기홍은 차를 외곽으로 몰고 간다.
기왕 나온 김에 강바람이라도 시원하게 쏘여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남한강 쪽
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 너무 시원해요!”
경희는 기분이 상당히 좋다는 듯 차장을 내다보며 밝은 모습이 되어간다.
남한강변에 자리 잡은 즐비한 음식점들 가운데 고급스러운 라이브카페로 들어간다.
이름이 있는 연예인들이 나와 생음악으로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정말 너무 멋진 곳이네요.”
경희는 생각보다 즐거워한다.
거의 모두 젊은 사람들의 쌍쌍이다.
자신처럼 나이를 먹어 보이는 사람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그러나 박기홍은 경희의 기분에 따라 자신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음식 값이 다른 곳보다 비싼 곳이기는 했지만 유명한 연예인들을 보는 값으로 따진다면 굳이 음식 값을 따질 곳이 아니었다.
음식은 그런대로 맛도 좋다.
모처럼 이런 곳에서 젊은 기분을 내 보는 박기홍은 경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참으로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떠냐?
음식도 맛이 괜찮지?“
“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음식도 맛이 있어요.“
“그래!
그렇게 즐거워하는 경희를 보니까 내 마음도 즐거워진다.
가끔은 너와 나 이렇게 이런 곳에서 기분전환도 하고 그러자!“
“아버지!
정말 멋쟁이고 센스가 넘쳐흐르고 있어요.“
”허허허허.........
우리 경희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기분 좋다.“
그렇게 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성준은 정민영 실장과 대구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박대리!
이번 여름휴가를 가지 못해서 새 신부에게 미안하겠네!“
“아닙니다.
이미 그 사람도 회사의 바쁜 일정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
마음이 아주 너그러운 사람인 모양이로군!“
“..........................”
성준은 정민영의 말뜻을 몰라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가끔은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서 툭 한마디 던지는 정민영 실장이다.
“박대리!
혼인신고는 왜 아직 하지 않았소?“
“그냥..........어쩌다 보니.........”
정민영은 박성준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알고 있다.
그런 것은 박성준은 알지 못한다는 것
이다.
“결혼을 하자마자 많은 업무에 시달리게 해서 미안하오.
허지만 회사에서 박대리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소.“
“..........................”
“박대리!
다음 달 일본 출장을 다녀와야 할 계획
이오.
박대리와 나와 둘 만이서 가는 출장이오.“
“네?
실장님과 둘이서요?“
“왜?
못갈 일이라도 있어요?“
“아닙니다.
실장님의 지시라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다음 달 초에 일주일 예정으로 스케줄
이 잡혀 있습니다.
아마 일의 성과에 따라 이번 승진에도 크게 반영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번에 특별히 윗선에서 박대리와 함께 다녀오라는 지시가 내렸지요.“
“네!
최선을 다해서 실장님과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습니다.“
성준은 새로운 마음가짐이 되어간다.
정민영 실장하고의 출장에는 언제나 성준의 가슴에 작은 파문이 일어난다.
첫사랑의 여인이다.
비록 아무에게도 말하고 있지 못하던 사랑이었지만 성준의 온 마음을 흔들어 놓은 첫사랑의 여인과 단둘이서의 출장
은 가벼운 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가끔씩 하루나 이틀 정도의 출장이 잦은 터였다.
비록 이룰 수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녀와 둘만의 시간이 즐거웠고 그녀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성준
으로서는 최상의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그녀와 단 둘만의 일본 출장이 성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자신의 생을 다 바쳐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평생을 그녀의 지시에 의해서 움직이고 살아간다 하더라도 매일 곁에서 모실 수 있고 볼 수만 있다면 그 이상 아무런 것도 욕심내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정민영을 바라본다.
참으로 도도하고 대단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다.
냉혹한 듯 보이는 잔인한 미소까지도 성준의 눈에는 그저 아름다움 그 자체
로만 보인다.
성준은 일본 출장을 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다.
조금의 쉴 틈도 없이 많은 자료들을 챙기고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