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걸로 누군가 의뢰하거나, 혹은 인터뷰 같은 경우에 질문을 받게 되면...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왠지 음악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남들이 잘 모르는, 외국의, 상당히 난해한.. 뭐 그런 음반으로 잘난척을 좀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저는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막 비웃게 되고, 막 그러더군요.
3학년 올라가던 86년... 음악만 하다 학교를 짤렸습니다.
(물론 군대 끌려가야 했었고, 이후에 노태우대통령께서, 데모하다 짤린 애들과 함께 전원 복교되게 해 주셔서.. 저는 꽤 괜찮은 학점으로 졸업은 했습니다. -묻지도 않는데 구구절절.. - ㅋㅋㅋ )
군대 가기전에 제가 일상을 보내던 일들은...
쬐끄만 기타학원에 가서 학생들 앞에서 무지 잘난척하며 한두곡씩 노래 불러주기,
여자들 전용 분위기인 음악다방에서 친구 둘과 함께 죙일 비비적거리며 이것 저것 음악 틀어 주면서 시간 죽이기...
당구치기..
셋이 어울리던 친구들은 또 나름 사정이 다 달랐어요.
한 친구는 다시 학비가 없어서 알바하며 돈을 모으던 중이어서 저녁땐 과외시키느라 바빳었는데 낮엔 세상에 그런 백수가 없었죠. 그래도 고분자 전공으로 서울대에서 박사까지 꾸준히 공부하고 미국 같었고..
다른 한 친구는 몸이 아파 1년 휴학중 제가 군대가기 전까지 무지 붙어 다녔는데, 고딩땐 꽤 공부 잘해서 뭔가 큰일 낼 것 같더니만 평범하게 연대 전자공학과 나오고선 그냥 취직해서 삼성 언저리에서 여태 월급 받고 다니고 있네요.
이 세명이서 그나마 종일 지루한줄 모르게 했던게 음악과 당구 였는데요...
당연히 제가 리더가 될 수 밖에 없는 분야였지요~ ㅋㅋㅋ
그러던 어느날 몸아파 휴학한 그친구가 표지에 만화같은 유치한 그림이 그려진 음반 하날 들고 와서는... 약간 자신없는 말투로 아주 좋은 음반 같은데 저더러 하루 들어보고 내일 얘기해보자며 주더라구요...
그날 밤...
잠 못자고 꼬박 열번도 넘게 그 음반을 뒤집어 가며 하얗게 지세웠습니다.
[시인과 촌장]의 1집 음반이었어요.
그당시까지는...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컨셉 정해 일관된 이야기로 이어가는 수록곡으로 만든 앨범도 새로웠지만...
곡 하나 하나... 너무도 새로운 형태의 멜로디와 현란한 포크기타 기반의 편곡&연주...
떨리듯 불안한 목소리로 잘하는 노래도 아니건만 가슴저리도록 아름다운 표현의 음성...
머리가 띵~ 할 만큼 그 의미와 색채가 뛰어났던 가사들..
아마도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겨진 시인과 촌장 오리지널의 곡은 "가시나무"의 조성모 버젼 쯤 되겠구요...
비둘기를 주제로 한 많은 곡들로 채워진 1집 음반을 제대로 듣고 아무 감흥 없었을 분들도 상당히 많겠지만, 사~랑 해요~ 라고~ 쓴다~~ 라는 후렴구의 멜로디 정도... 는 귀에 익은 곡이지 싶습니다.
겨울밤차를 타고 가는 소녀의 얼굴이 차창에 비치는 모습... 그 창에 김서린 하얗.. 그위에 작은 손으로 쓰는 사랑해요~ 라는 글자를 표현한 가사.... 그것은 시 였습니다.
동화도 하나 있었어요..
무지개를 찾아 떠나는 소년... 무지개와 만나게 되자 시샘한 바람이 그만 추위를 품은 차가운 바람으로 새와 소년이 길가에 얼어.... 하지만 다시 해가 뜨고 새와 소년이 아지랭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무지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실은 한편의 동화같은 멜로디...
첫 곡 부터... 악~ 하게 됩니다.
푸른돛....
너무 많은 바람이 불었나봐~ 엉겅퀴 꽃씨가 이리도 날리니~~ 로 시작하는 가사... 아주 짧게 끝나버리는 곡에 묘한 여운으로 뒤에 이어질 전곡을 위한 서곡의 느낌이 잔잔하지요.
저는 "고양이"라는 곡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덕규에 가린 시인과 촌장의 2인자인 함춘호의 기타가 너무도 충격이었어요.
후일.. 함춘호씨에게.. 고양이 너무 좋았었는데.. 중간 연주부분 기억 나세요? 했더니... ^^; 분명히 기억은 나는데, 그때 그곡을 듣고 첫 필로 마구 연주했던지라... 그 첫 필이 없어진 지금은 똑 같은 연주를 할 자신이 없다고 했던게 참 멋졌더랬죠.
그 충격적인 아름다움을 전해 주던 하덕규씨는....
꽤 많은 음반이 팔리고 항상 성황이던 공연을 뒤로 하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역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그 사실이 너무도 아쉽고, 한편으로는 그가 막 바보 같기도 했는데요....
완전히 ccm 같았던 3집음반 발표후로 오랫동안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지수아빠랑 저랑.... 하덕규씨는... 같은 교회 집사 입니다. ^^;
덕분에... 아주 가끔은 그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성으로 부르는 찬양을 그의 너무도 행복한 표정과 함께 듣기도 합니다.
제가 참 간사해서... 예전의 아쉬움은 잊어 버리고... 새로운 감동이 더 크더라구요~ ^^;
혹 구할 수 있다면... 시인과 촌장 1집 CD를 한번 구입해서 들어 보세요~!
ps. 공짜 다운로드 싫어서 다움 음악샵을 뒤졌는데... 단 한곡도 없네요.. 쩝...
첫댓글 가끔 턴테이블에 걸고 오리지날 음반으로 듣습죠 ......ㅎㅎ
지금 생각해도 참 주옥 같은 노래였던것 같네요.^^
와~~ 이런분들이 계시다니깐요~~~ 어찌나 반가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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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해바라기까지는 어케 7080에 붙여 놓을만 하지만, 시인과 촌장은 아녀요~ ㅠ.ㅠ;
저희 가게는 고객의 편균연령이 40대 중반이십니다. 그중 손님의 50%가 변호사들인데...개업초창기 지금의 저희 가게를 있게한게 바로 "음악" 이었습니다. 바로 올드팝과 7080 가요를 틀어놓은 거지요.원체 제가 올드팝을 좋아라 하는것도 있지만 처음1 년동안은 하루종일 손님들 신청곡 틀어드리느라고 일을 못볼 정도엿으니까요. 덕분에 하드 80 기가가 다 노래라는...ㅎㅎ 물론 lp판에 좋은 앰프를 쓰지는 않지만 근방의 가게들 중에는 그나마 음질이 좋은듯 합니다.지금도 저희가게에는 소녀시대가 아닌 비틀즈가 노래를 부르네요...
제 나이로 감히 이 대화에 끼어들어도 될까 모르겠습니다만, 중학교때 버스에서 '사랑 일기'를 들은 후에 그날밤 카세트 데크에 공테이프 넣고 라디오 앞에서 스탠바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김수철의 '못다핀 꽃한송이'로 기타를 시작하고 쓰리핑거라고 하나요 암튼 그 주법을 연습하기 위해 '사랑일기' 참 많이 불렀죠. ㅎㅎ ... 기울어진 가정형편때문에 미대를 포기하고 친구들과 음악을 시작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연이 듣는 저를 더 짠하게 만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하덕규 집사님 찬양하시는 모습 꼭 한 번 뵙고 싶네요. 언제 LA에 한 번 안오실려나.
사랑일기가... G키의 쓰리핑거 반주지요... 못다핀 꽃한송이는 Em 키... 저 역시 기타를 그닥 잘치지 못했을때 김수철 1집으로 반주를 따느라 고생했었고... 제법 친다 싶을때 해바라기로 성취감을 시인과 촌장으로 비애(?)를 느꼇더랬지요~! ^^;
오 오 오 고양이.... 그거 가사가 참 독특했었는데.. 때때로 허공을 휘젓는~~ 귀여운 발톱~~은 맞죠?? 저도 시인과 촌장 참 많이 들었습니다. TDK 메탈 테이프로 떠서 워크맨 꽂구 다닐때가 벌써 이십여년 전이네요. 어흑...ㅠㅠ
오호~ 제법일세~~ 당시 중학생이었을텐데... 시인과 촌장에 심취 할 정도면 제법 수준있는데요???? ^^; 의외네... 당췌 생긴거랑 넘 달라~~ 나도 상상이 안가요~ ㅋㅋㅋㅋㅋㅋ
제가 중2 때인가..고양이 나올때가.. 왜냐면 고양이 나온 그 다음해에 아시안게임 했던걸로 기억나기 때문이죠.. 그때 제 용돈이 하루에 500원이였습니다. 그당시 3000-5000원하던 LP 한장은 저한테 어마어마한 거금이였죠..
1집 나온 그해에 86아시안 게임이었지 싶은데? ^^; 암튼... 중학생으로서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네요~ ㅋㅋㅋㅋㅋ
ㅎ.... 제가 그때는 과학+ 음악 소년이였죠. 용돈 모아서 닥치는대로 조립키트와 실험기구..LP사고 그러고 살았습니다. 그땐 착했어요..ㅠㅠ
오잉![?](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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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님이랑 저랑 나이차이가 안난다는...저는 좀 많으신줄 알았는데...저도 아시안게임때 중학생 이었다는...![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그 당시... 음악 좀 듣는다 하면 다들 그랬죠.. 록그룹중에 퀸이 젤 좋다고 했더니.. 아주 수준 낮은 사람 취급당하곤 했어요~ ㅋㅋㅋㅋ 츠암내~~
퀸 보헤미안 랩소디 개나 소나 다아니 ㅎㅎㅎ
듣고 싶은 ccm 은 왠지 다운사이트에는 잘없더라구요 ^^;
믿으실란지...집에 판 있어요.@.@;
못 믿겠어효~~~ ㅋㅋㅋㅋ 너무 손샘 답지가 않아효~~ ^^;
내손으로 산게 아니라는...![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그럼 그렇쥐~~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