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30.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느헤 8,1-12; 루카 10,1-12)
제1독서
<에즈라가 율법서를 펴고 주님을 찬양하자 온 백성은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 느헤미야기의 말씀입니다.
8,1-4ㄱ.5-6.7ㄴ-12
그 무렵 1 온 백성이 일제히 ‘물 문’ 앞 광장에 모여,
율법 학자 에즈라에게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명령하신
모세의 율법서를 가져오도록 청하였다.
2 에즈라 사제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모든 이로 이루어진 회중 앞에
율법서를 가져왔다. 때는 일곱째 달 초하룻날이었다.
3 그는 ‘물 문’ 앞 광장에서, 해 뜰 때부터 한낮이 되기까지
남자와 여자와 알아들을 수 있는 이들에게 그것을 읽어 주었다.
백성은 모두 율법서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4 율법 학자 에즈라는 이 일에 쓰려고 만든 나무 단 위에 섰다.
5 에즈라는 온 백성보다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으므로,
그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책을 폈다. 그가 책을 펴자 온 백성이 일어섰다.
6 에즈라가 위대하신 주 하느님을 찬양하자,
온 백성은 손을 쳐들고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그런 다음에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주님께 경배하였다.
7 그러자 레위인들이 백성에게 율법을 가르쳐 주었다. 백성은 그대로 서 있었다.
8 그들은 그 책, 곧 하느님의 율법을 번역하고 설명하면서 읽어 주었다.
그래서 백성은 읽어 준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9 느헤미야 총독과 율법 학자며 사제인 에즈라와
백성을 가르치던 레위인들이 온 백성에게 타일렀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
율법의 말씀을 들으면서 온 백성이 울었기 때문이다.
10 에즈라가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단 술을 마시십시오.
오늘은 우리 주님께 거룩한 날이니,
미처 마련하지 못한 이에게는 그의 몫을 보내 주십시오.
주님께서 베푸시는 기쁨이 바로 여러분의 힘이니,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
11 레위인들도 “오늘은 거룩한 날이니, 조용히 하고 서러워하지들 마십시오.” 하며
온 백성을 진정시켰다.
12 온 백성은 자기들에게 선포된 말씀을 알아들었으므로,
가서 먹고 마시고 몫을 나누어 보내며 크게 기뻐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를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12
그때에 1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3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9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10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길에 나가 말하여라.
11 ‘여러분의 고을에서 우리 발에 묻은 먼지까지
여러분에게 털어 버리고 갑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12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에는 소돔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 신앙 감각을 보정해 주는 하느님 말씀
오늘은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4세기에 태어난 예로니모는 일찍부터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그리고 라틴어를 공부하여 사제가 된 후 다마소 교황의 지시에 따라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고, 그후에는 성경을 풀이한 주해서를 비롯하여 성경을 신앙의 이치로 체계화시킨 신학 저술까지 남김으로써 암브로시오, 그레고리오, 아우구스티노와 더불어 서방 교회의 4대 교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예로니모 덕분에 히브리어와 그리스어를 모르는 로마 제국 시대의 신자들이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후 성경을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전통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오늘날 우리 글로 번역된 신구약성경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또 한 세대마다 달라진 시대의 언어로 새로이 번역해 오고 있는 전통도 예로니모가 개척한 성경 번역 작업에 기원합니다. 그 덕분에 성령의 이끄심으로 다가오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을 우리는 막연한 신앙 감각에 기대서만이 아니라 정확하고 구체적인 하느님의 말씀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조선에 복음이 오묘한 섭리로 전해진 것도 한역서학서들을 통한 말씀이었습니다. ‘천주실의’ 같은 믿을 교리서나 ‘칠극’ 같이 지킬 계명 교리서뿐만 아니라 ‘성경직해’ 같은 복음 해설서도 전해졌습니다. 이 책은 포르투갈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인 디아즈 신부가 1636년 북경에서 간행하였습니다. 전례력에 따라 연중 주일과 축일에 읽히는 복음을 한문으로 번역하고 필요한 부분에는 주해를 붙여 차례로 설명했는데, 한문으로 저술된 최초의 신약성서 관련 서학서입니다. 조선에서는 신앙 공동체가 창설된 직후에 전래되어 한글로 번역되기 시작했는데, 신자들의 주일과 축일 모임에서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후 여러 번 성서 번역 작업이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는 새 성경과 함께 매일미사 책이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성서를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서를 필사하는 신자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도 자기가 읽을 성서를 가지고 있지 않는 신자들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양심과 함께 신앙 감각으로 신자들은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이는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는 성경 읽기와 묵상으로 보정되어야 정확한 신앙으로 성숙할 수 있습니다.
첫댓글 이 고운 손길에 축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