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받기에 늦은 나이란 없어요”
-홍경미 작가_
(양 한 마리가 사라졌다/집 나간 포도 저자)
나의 어머니는 81세까지 민속신앙과 불교를 결합한 어떤 신앙을 갖고 있었다. 7세의 어린 나이에 집 안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쌀 한 가마니에 어떤 집의 양딸로 팔려 가신 어머니. 가서 보니 모든 게 거짓말이었고 한 겨울에 양말도 없이 맨발로 추운 방에서 자고 밥하고 빨래하고 아기까지 돌보는 일을 시켰다고 한다. 어머니의 고된 삶의 여정 속에서 어머니는 뭐라도 붙들지 않았으면 살 수 없으셨던 것 같다. 어머니는 부적을 붙드셨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내 눈에는 붉은색의 부적들이 흔하게 보였다. 삼재라고 하시면서 삼년 내내 이불, 베개, 내의에 부적을 넣은 붉은 주머니를 꿰매 놓으셨다. 몇 번 가위로 끊어서 버렸다가 어머니에게 들켜서 듣기 민망할 정도의 저주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했다. 내가 초등학생일 무렵엔 집에서 무당이 와서 작두를 타는 굿판을 벌이곤 하셨다.
나는 2010년에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의 어려움 속에서 예배인 줄 모르고 찾아간 직장인 예배에서 복음을 듣고 하나님을 믿기 시작했다. 말씀을 읽고 듣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나는 천지개벽이라는 걸 경험했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우리 하나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 떠들고 다녔으니까 말이다. 그러자 당연히 믿지 않는 어머니와 형제들이 떠올랐다. 기도할 때 마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을 것이라’라는 말씀을 근거로 나의 가족을 구원해 주시길 간절하게 구했다. 나는 매주 주말이면 어머니를 찾아가 맛있는 음식 사드리면서 시간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내가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는 말에 눈에 띄게 거리를 두셨다. 어머니 집에는 문 입구, 거실, 부엌, 방마다 액자에 넣은 큰 부적들이 걸려 있었다.
어머니는 빼어난 음식 솜씨로 식당을 하시면서 자식들을 키우셨는데 평생 사업을 하시던 분이라 그런지 남의 돈을 무서워하지 않는 분이었다. 그러면서 아무리 어려워도 남의 돈 떼어먹은 적 없다며 자랑 아닌 자랑을 하셨다. 그런 어머니가 식당도 접고 남의 빚보증을 섰다가 어머니 집은 자가에서 전세로 바뀌게 되었고, 그 때부터 어머니는 빚을 내서 빚으로 사는 생활을 하시며 자식들에겐 신경 쓸 필요없다고 큰소리 치셨다. 어느 주말, 여느 때처럼 식사를 하러 갔는데 당뇨가 있던 어머니의 얼굴색이 까맣고 홀쭉해 지신 게 아닌가! 무슨 일 있으시냐고 물었더니 잠을 잘 못 자서 그렇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나중에 동생한테 물어보니 어머니가 동네 할머니에게 2000만원을 꾸셨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돈을 돌려달라고 해서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씀씀이도 크시고 남의 돈을 무서워하지 않는 어머니가 못마땅했지만 나에겐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내게는 마침 만기가 돌아오는 2000만원의 적금이 있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가족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 또 이자를 받으려고 돈을 꿔주는 것을 미워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이번에 어머니에게 돈을 드리면 내가 어머니의 경제적인 호구가 될까 봐 두렵고 싫었다. 그런데 하나님 말씀은 또 내 마음을 계속 후벼팠다. 그래서 눈을 감고 기도했다. 늘 예수쟁이는 꼴보기 싫다고 하셨던 우리 어머니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실 리 없다는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아버지 하나님, 저희 어머니가요…저희 어머니는 하나님을 잘 모르는데요…불쌍히 여겨주세요.”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면서 너무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 순간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눈을 뜨고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왜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을 사랑하셔요.”
아마도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은 하나님도 미워하실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이후 또 한번, 엄마의 빚을 갚아 드리는 일이 있었고, 그 빚을 갚아 드리면서 이 돈은 하나님께서 엄마 사랑해서 주시는 돈이니까 엄마도 그 부적들을 다 갖다 버리라고 했다. 어머니는 약속대로 그 일 후에 집 안의 부적들을 다 태우셨고, 전세집을 팔아 오랜 빚을 청산하시고 작고 낡은 월세방으로 이사를 하셨다. 그리고 이사하신 후 일주일 뒤에 길거리에서 쓰러지셨다. 병명은 뇌졸중. 그것이 하나님께서 어머니를 본격적으로 구원하시고 하나님 자녀로 만들어 가시려는 일의 시작이었다.
굉장히 많은 크리스찬들이 불신자인 노부모들을 포기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우리 어머니는 81세에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왼쪽 편 마비가 오신 상태에서 83세에 세례를 받으시고 83세에 재활하다 넘어져서 허리 시술을 받으시고 회개라는 단어를 사용하셨고, 84세때 간병인 부주의로 넘어져서 어깨와 손목이 부러졌지만 간병인이 잘릴까 봐 엄마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며 둘러 대셨고, 85세때 심근경색으로 스틴트 시술을 받고 또 돌아가실 뻔 했는데, 어렵게 회복하신 후 마태복음을 들으시던 중에 이렇게 말씀 하셨다.
“이거 진짜야?”
내가 성경의 내용은 모두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셨고 매일 나와 같이 5-6장의 말씀을 들었다. 그 때부터 어머니의 믿음은 충성스럽고 진실했다. 하나님께서 고통스러운 코로나 기간을 거쳐 하늘나라로 데려가실 때까지 말이다.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고 하나님 자녀로 만들어 성장시켜 주시고 하늘나라로 데려갈 만할 때까지 믿음을 주셨고, 어머니는 그 분께 진실하게 반응하셨고 순종하셨다. 하나님은 끝까지 함께 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셨고, 어머니는 끝까지 내게 믿음의 어머니의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을 보여 주셨다. 살아계신 하나님 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