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이 내리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은 것 같다.
첫눈도 이른 것 같고 그 내리는 양도 만만치가 않아서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에 몸살을 앓
는 이 괴물 같은 서울이 3~4센티의 적설량에도 완전히 두 손을 들어 항복을 해 버린다.
나는 눈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단, 눈으로 인한 교통대란은 둘째 치고라도 눈이 녹기 시작하면서 드러나는 그 더러움으
로 인하여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나는 눈을 싫어하기 시작 하였다.
초장부터 이야기가 딴데로 샌것 같구만.
여러분들은 아직도 이 사회에 신분제도가 있다고 믿는가?
믿지 않고 있다고... 그러면 당신은 순진 한건지, 아니면 우둔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이 나라에 살면서도 이 나라를 모르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내 이름은 정권만.
흔히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세계에서는 나를 개미귀신이라고 부른다.
개미귀신!
아는가? 여러분들.
잠자리의 유충이 개미들이 잘 다니는 곳에 모래 웅덩이를 파놓고 그 웅덩이에 개미가 빠져들
면 개미는 그 조그만 웅덩이를 빠져 나오지 못하고 어느새 모습을 나타낸 잠자리의 유충이
개미를 먹어버린다는 그 잠자리의 유충이 바로 개미 귀신이다.
내가 일하는 이곳은 바로 국내 증권회사의 1,2 위를 다투는 대일증권의 정보 분석실이고 나
는 그곳의 실장을 맡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나의 일은 국내를 떠도는 온갖 루머와 정보를 채집하여 옥석을 구분한 후 우
리 회사의 투자가들에게 올바른 투자방향을 내리게끔 도와주는 항해사 역할 이라고나 할까,
뭐, 대충 그 정도의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하는 일은 십여일후 치루어질 대선에서 모후보의 대선 비자금을 모우
고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어떻게 한낱 증권회사의 실장이 대선자금을 운영하는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
지만 나는 분명 그 일을 지금까지 삼년째 매끄럽게 해오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나말고 또 다른 그러한 조직이 있는지는 나로서도 알수는 없다.
아마, 생각컨대 몇 개의 다른 조직들이 움직이고 있으리라 짐작은 되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들로 미루어 보아서 말이다.
나의 출신교는 소위 세상 사람들이 K,S라 말하는 경기고이며 나는 그 학교의 마지막 입학시
험 세대이며 서울대 경영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어릴때부터 머리 하나는 똑똑하다
고 타인들에게 인정 받아온 녀석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 좁디 좁은 나라의 온갖 요직을 독점 하다시피한 우리 K,S 출신의 선
배들로부터 능력을 인정 받아 나의 입사 동기들보다는 일찍 승진을 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
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나의 노력 또한 만만치가 않았고, 그것들로 인해 입사 동기들에게도
많은 질지와 경원도 받았지만, 하지만, 이제는 그 어느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K,S란 조직이 어떠한곳인가를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제,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과거의 명문 경기고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을 시험으로 들어가고 졸업한 이들에게는 아직도 명문 경기는 살아 숨쉬고 있
다.
그리고 그들은 이 나라를 움직이는 정치, 언론, 재계 곳곳에 포진하여 고교입시 부활을 주장
하면서 명문 경기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소위, 능력별 학습이라는 미명을 내걸고서 말이다.
그리고, 이번 대선을 통하여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북악 아래의 푸른 기와집은 너무 오랜 세월의 시간동안 경상도와 전라도의 억쎈 사투
리에 더럽혀져 왔었다.
이제는 시장통과도 같았던 그곳을 정화 시켜야 할때가 돤 것 같다.
그러면, 처음 내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이 대한민국의 숨겨져 있는 그러나 알만한 사람들
은 다 알고 있는 이 좁은 나라의 신분제도에 관하여 다시 이야기 해볼까 한다.
이 나라의 신분제도에도 그 옛날 신라시대의 그것과도 같이 성골과 진골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성골은 부모 양쪽이 모두다 왕족인 경우에 해당하고 진골은 부모의 한쪽이 왕족이고 또 다
른 한쪽이 귀족일 경우에는 진골에 해당됨을 여러분들도 다 아시리라 믿는다.
그러면 이 나라의 성골은 어떠한 사람들일까?
이 나라에는 이 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수도 있고 아니면 망쳐 버릴수도 있는 네개의 집단
이 있다.
정계, 재계, 언론, 그리고 지금은 많이 힘이 빠져있는 군부.
이 네개의 집단이 거의 이 나라를 끌어가고 있는 지도층들이다.
그리고 이 네개의 집단에 골고루 포진한 K,S 출신들.
일단, 이 나라의 성골에 들어 갈려면 부모들 양쪽이 모두 이 네개의 집단 출생이어야 한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듯이 이 나라의 지도층 인사들의 혼인 가계도를 보면 얼마나 이들이
높은 장벽을 쌓아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 가는지 알수가 있을것이다.
재벌과 재벌의 만남. 재벌과 정치와의 만남. 재벌과 언론과의 만남, 정치와 언론의 만남.기
타 등등, 얼마나 많은 이합집산이 이루어져 있는지 보기만해도 눈이 어지러워 핑핑 돌 정도
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철옹성을 쌓아 감히 쉽게 일반인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아내고 있
다.
요즘에는 군부의 힘이 문민정부(정말, 웃기는 정부였다.)이후 많이 쇠퇴한 대신에 법조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들어서고 있는중이다.
그들만의 혼인을 한 자제들은 얼마나 많은 특권과 부를 누리고 있는지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
고 있는 나도 그들만의 세상이 역겨울 정도이다.
이 나라의 국민들이 불행한 이유는 이 나라에는 지도층 인사들의 사회적 책임감이 없기 때문
이다.
예를 들어 보더라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전쟁 당시, 영국의 둘째 왕자가 직접 헬기를 조종
하여 전선에 투입 된다던가, 아니면 신라의 화랑들이 제일먼저 전장에 참가하는 책임감이라
던가 그러한것들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될텐데 이 나라의 신흥 귀족들은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권리만 있을뿐 책임감이 없으니 과연, 이 나라의 민초들은 정말, 전쟁이 일어
나면 누구를 위하여 총을 들어야 할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자제가 군문을 회피 하였는데 진짜 전쟁이 일어나면, 그 대통령은 국
민들에게 어떻게 나라를 위하여 총을 들라고 호소 할수가 있을까?
지금,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 가운데서 소수의 젊은이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아니면 개인적
인 신념으로 병역 기피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들의 행동이 과거 병역 기피자로 낙인이 찍
혀 사회에서 냉대를 받던 시절과는 달리 오늘 날에는 그것이 무슨 자랑스러운 일이라도 되듯
이 병역 기피에 대한 기자 회견까지 자청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이 또한 지도층 인사들의 병
역 비리에 기인한것이라 나는 생각하고 있다.
병역 기피도 이제는 하나의 유행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하나?
이 나라는 이제 변화의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환골탈태를 하여야 한다.
나도 비록, 이 사회의 기득권 층에 기생하여 부유함을 누리고 있지만 이 나라가 제대로 돌
아 가려면 모든 것이 바뀌어 온 나라가 물갈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내 양심의 소리이다.
이 나라를 이대로 그냥 두면 제대로 된 사회가 되기까지 백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이 나라가 어떻게 될런지는 아무도 알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희생 하여야 할지 모른다.
이제 이 나라는 뒤집어져야 한다.
그럴려면 얼마간의 희생을 감수 하더라도(물론, 이 희생은 가진 자들의 희생을 말한다.)
혁명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혁명도 좋고 민중들의 혁명도 좋고 또, 미친 놈이라고 말할는지 모르겠지만 뜻 있
는 군인들의 혁명도 좋다.
지금의 정치인들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 세력(재벌과 언론.)을 몰아내지 않고는 언제까
지 우리는 기다려야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386 세대의 정치 장삿꾼들에겐 아무것도 기대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이미 순수한 학생운동을 오염 시켜 놓았고 학생 운동을 자랑스러운 훈장 삼아 썩은
정치인들과 악수 하였고 그들의 자애를 보장 받았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이 변화 무쌍한 세상 일들이 어떻게 변하여 질지는……
여러분들은 진심으로 우리의 통일을 원하고 있는가?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독일이 통일된후 독일의 예를 들어가면서 이 나라가 통일이 되면
통일 비용을 어떻게 충당 하여야하나 비용을 걱정하면서 통일 시기상조론이 고개를 들고 있
는데 과연, 이런 주장을 하는이들이 어떤 부류의 인간들인지 우리들은 자세하게 지켜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95%의 국민들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끝없이 외쳐 되는데도 5%의
가진 자들은 통일 비용을 걱정하면서 통일 불가론을 외쳐대니 가진자들의 끝간데 없는 욕심
은 도대체 얼마나 크기가 한량이 없을까......
또 다시 한번 이야기가 딴 방향으로 많이 흘렀는 것 같다.
현재의 나는 평민에서 진골로 진입하기 위하여 내 가진 모든 것을 이번 대선에 쏟아 넣고 있
다.
사실, 과거 나는 진골로 진입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이 되었을 무렵에 나는 이웃의 아주머니를 통하여 선을 보
게 되었다.
그런데 선을 본 상대편 여자의 아버지가 당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회사는 유망한 중소기업으로 인정은 받아 왔지만 그렇게 큰 기업은 아니였었다.
그렇지만 정치쪽에 줄을 잘선 남다른 처세술로 이제는 어엿한 국내 30대 재벌의 반열에 오르
게 되었다.
그렇지만 당시 나는 지금의 아내와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래서 부모님의 섭섭한 눈치
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내를 택하여 지금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아내는 물론, 평범한 집안의 딸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때의 결정을 한순간이라도 후회 해본적이 없다.
아내는 나를 대신하여 열심히 교회에 나가 남편과 자식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있고 나는 그러
한 아내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 선거가 우리들의 예상대로 된다면 우리도 이 썩어 문드러진 이 사회의 저 윗부분에
가 있을것이니깐.
내가 속한 조직에서 밀고 있는 후보가 대선에 승리한다면 나는 한층 더 진골에 일찍 속하게
될것이다.
선배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게 되고 그리고 인정받은 능력과 내가 잡고 있는 이줄이 상승작
용을 일으켜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나는 관변 단체의 기획실로 자리를 옮기게 될것이고 거기
서부터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갈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서도 계속 승리하게 된다면 나는 경제 관련 부처의 수장을 맡게 되고 나
의 자식들은 성골과의 혼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귀족 사회로 진입하게 될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별명에 걸맞게 이 증권시장의 무서움을 깨닫지 못한 개미군단의 쌈짓돈을
합법을 가장한 강탈로 내가 밀고 있는 대선 후보의 선거 비자금으로 둔갑시켜 전국에 산재
한 차명 계좌를 통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 나가게 만들었다.
여러분들도 과연 어떤 방법으로 내가 개미군단의 알토란 같은 쌈짓돈을 빼먹는지 궁금할것이
다.
우리 K,S의 조직은 그 정보망이 국가의 정보 조직을 능가하고 있고 여, 야를 넘어선 우리의
동문들이 있고 또, 재벌들의 기획실, 정부의 각 부처, 언론들,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서 우리들은 충분히 정보를 조작하여 주가를 단기간에 올릴 수가 있다.
내가 모시고 있는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 오면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전국에 산재한 증권회
사의 가,차명 계좌들은 일제히 해당 종목의 주식을 며칠간에 걸쳐서 사들이기 시작하고 그러
면 우리의 언론들은(특히, 조,중,동) 관련 정보를 직,간접적으로 보도해 가면서 주가 상승
을 유도하고 그리고 그 정보에 현혹된 개미군단들이 관련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할 즈음에 우
리가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현금으로 인출하여 안개속으로 사라져 버린
다.
절대로 우리들은 상투에서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다.
운좋은 개미군단들을 위하여 우리는 약간의 여유를 남겨 놓고 빠져 나가야만이 법망에도 걸
리지 않고 완전하게 작전을 마무리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끔, 여러분들은 언론 보도를 통하여 증권 시장의 작전 세력에 대하여 심심찮게 알수가 있
어 그리 귀에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을것이다.
그리고 쇠고랑을 차고 웃옷을 덮어선 그들의 모습을 T.V를 통하여 본적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절대로 법의 촘촘한 망에 걸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력이 우리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잡히지 않는다.
언론에 나타나는 그들은 어쩌면 도마뱀의 꼬리 일수도 있음을 알아야 할것이다.
어쨌던 몇주간의 걸친 우리의 작전은 예외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작전 성공에 대한 포상으로 내려온 적지 않은 현금으로 나 역시 내가 부리고 있는 부
하 직원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지불하여 주었다.
아, 참! 나 역시, 개인적으로 몇 개의 계좌를 이용하여 치부를 하고 있고 그 금액 또한 만만
찮아서 나의 노후와 자식들에 대한 무거운 짐은 이미 벗어 버린지 오래이다..
그리고, 아내를 통하여 매월 적지않은 헌금을 교회에 내고 사후의 걱정도 벗어 버렸다.
진실한 믿음을 가진 아내의 길을 나도 따라 갈수 있도록 말이다.
정말, 오늘은 기분 좋은 술자리가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비자금이 만들어졌고 또 우리 후보도 상대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율
이 여론 조사에서 나타나 우리의 장래를 장미 빛으로 만들어 단지, 내리는 눈만 아니였다면
오늘의 만찬은 완벽한 술자리가 되었을것이다.
입구에서부터 환하게 맞아 주었던 마담의 환한 웃음이 나의 기분을 풀어 주었고 내 옆자리
에 앉은 아가씨 또한 눈치 빠르게 나에게로 향하는 부하 직원들의 술잔 공세를 요령 있게 빼
돌려 탁자 아래에 있는 쓰레기통으로 부어 버렸고 나, 역시 오늘의 이 충만한 기쁨 마음을
맨 정신으로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어서 평소와는 달리 술잔을 입에 대는 시늉만으로 그치고
술을 자제 하였다.
정말 오늘은 밴드의 세련된 반주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고 일년 365일이 오늘만 같으면 누
가 골치 아프게 대통령을 할까 싶었다.
병신 같은 새끼들, 그곳이 제놈들의 무덤인줄도 모르고......
단지,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지난번 대선에서는 이인제라는 후보가 끝까지 남아 주어서 지금
의 대통령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두 후보가 단일 후보를 이루어 우리의
역공작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인제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지금의 여당쪽에서 수백억의
대선 자금을 이인제 후보쪽으로 밀어 주어 이 후보가 자금의 충분함으로 끝까지 가도록 역공
작을 펼칠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재벌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중도 하차 함으로서 우리의
당초 계획에 큰 차질을 빚었다는것이 내심 나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시나리오는 여론 조사에서 재벌 출신의 후보가 단일화 되고 그러면 우리는 여
당쪽으로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둔 수천억의 대선 자금을 역으로 밀어 주어서 여당의 후보가
끝까지 가도록 하는 것이 애당초 우리의 계획이였다.
만약, 우리의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패배 한다면은......생각하지도 않고 싶지만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나는 살아 남는다.
그동안 모아둔 나만의 비자금으로 미련 없이 가족들과 함께 이 추잡한 나라를 떠버릴 예정이
다.
어떤 경우의 수에도 나의 계획은 여러갈래로 완벽하게 세워져 있고 나는 그에 따라 행동을
할것이다.
지금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뿐이다.
술자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일찍 끝이 났다.
부하 직원들 또한 눈치 빠르게 나의 기분을 헤아려 평소보다도 일찍 술자리를 파하게 만들
어 녀석들이 원하건 말건 나는 얼마간의 돈과 함께 그들의 파트너와 함께 자리를 옮기게 하
여 주었다.
이것도 아랫 사람에 대한 나의 배려였다.
그들 또한 나의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래, 이눈이 내 앞날에 대한 서설이라면 오늘 만큼은 얼마든지 내려도 좋을성 싶었다.
어차피 내일은 출근도 않을 테니 이정도의 눈이라면 차라리 내일 식구들과 가까운 스키장으
로 스키나 즐겨도 즐거운 하루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운전대행서비스를 해주겠다는 마담의 배려를 뿌리친 것은 적게 마신 술도 술이였지만 무엇보
다도 나 혼자서 이 좋은 기분을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에 가는동안이나마 누려보고 싶었기 때
문이다.
부하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의 3000cc 검은 그랜져를 운전 하면서 30분 거리의 집을 향
해 기분 좋게 핸들을 조작하며 테헤란로로 빠져 나오니 내리는 눈의 영향인지 생각보다 적
은 차들이 다녀 운전 하기에는 그만인 도로 사정이였다.
적지않게 쌓인 눈이였지만 운전을 하기엔 그리 불편하지 않았고 먼저 달린 차들의 바퀴 행적
을 쫓아 운전하니 모든 것이 O.K였다.
오늘 따라서 가로등 불빛도 유난히 밝게 느껴졌고 불빛에 날리는 눈발이 이제는 아름답게 느
껴지기 시작 하였다.
그런데, 길 반대편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덤프 트럭들이 심심찮게 눈에 뜨였고 그 와중에
어떤 덤프 트럭은 제놈의 커다란 몸덩어리를 과신 하는지는 몰라도 이 눈길에 엄청나게 빠
른 속도로 질주를 하고 있었다.
“미친 놈들, 죽을려고 환장 하는구만.”
그때였다.
질주하는 그놈의 트럭이 갑자기 바뀐 신호등에 움찔 하는 것 처럼 보이더니 눈길에 미끄러지
면서 중앙선을 넘어 나를 향해 달려 오는게 아닌가.
나는 모골이 송연해지면서 그 망할 놈의 트럭을 피하여 황망히 핸들을 꺾었으나 눈길에 가속
도가 붙은 트럭은 나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의 차를 향해 덮치는 것이였다..
순간적으로 아내와 자식들을 비롯하여 내가 살아온 몇십년간의 삶들이 마치, 빨리 돌아가는
영화의 필름처럼 펼쳐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그 망할 놈의 트럭을 피하기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너무 짧았고 나는 차라리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 . . . . . . . . . . . . . . . . . . . .
다시 눈을 살며시 떠 보았다.
운좋게 이놈의 트럭이 나를 피해 갔나?
다행히 나의 몸과 차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사방을 휘둘러 보았으나 신기하게도 그 트럭은 오간데 없었고 나의 차 역시 아무일 없
었다는듯이 제 차선을 지키며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방금까지만해도 내리던 눈들이 그쳐져 있고 가로등도 모두 꺼져져 있어
사방의 시위가 캄캄해져 주위를 분간 할 수가 없었다.
“어! 이상한데, 이 길이 맞나?”
아까까지만 하여도 눈에 익은 길들이 낯설게 보였고 주위를 전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해서 딴길이 보이는것도 아니였고 그냥 내쳐 이 길로 달리기로 하고 조심해서 운전
을 하기 시작 하였다.
2~3분이 지났는지 멀리서 반가운 불빛 하나가 보이기 시작 하였다.
불빛에 점점 다가기 시작하자 불빛 뒤편으로 다리 같은게 보이기 시작했고 그 다리 밑으로
는 시커먼 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한강인가?”
“그렇다면 길을 잘못 들었는데…”
불빛 가까이 다다르자 도로 한복판에는 차단기가 보였고 그뒤에 이상한 제복을 입은 남자가
내차를 향해 손짓을 하면서 차를 세우라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 이상한 제복의 남자는 나의 차를 향하여 날듯이 가쁜하게 다가와 멈추었다.
“음주 단속인가?”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얼마 마시지 않은 술이였지만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
다.
“정권만씹니까?”
“아니, 내 이름을 어떻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네에......?”
“일단, 차에서 내리시죠.”
“아니, 왜요?”
갑자기, 나는 이사람이 상대편 대선 후보진영의 사람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당신은 이제 산 사람이 아닙니다. 방금 일어난 사고를 잊었습니까?”
“뭐라고요, 이 사람이 지금 농담을 하나, 물론 사고가 일어날뻔 하였지만 아무 일도 없었
고 또, 여기까지 내가 차를 몰고 왔는데, 죽다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맞습니다, 아까 그 사고에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 된 것 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당신과 이야기 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이 이승에서 살아온 모든 행동들에 대
하여 저승에서 심판을 받고 다시 당신이 어느 곳으로 가서 저승 살이를 해야할지 결정을 내
려야 합니다. 자, 가시죠. 당신 때문에 기다리는 사자들이 화내지 않도록 빨리 가야 합니
다.”
그리고 그는 나의 의견과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듯이 벌써 저만큼을 앞서 나가고 있었다.
나는 당황해 하면서도 지금 내게 벌어지고 있는 이 엄청난 일들이 도대체 믿겨지지가 않아
서 양복 윗도리의 안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꺼내어 급하게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
내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수화기 안에서는 “윙”하는 소리만 날뿐 아무런 작동도 않고
있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잠깐만…”
나는 벌써 저만큼이나 앞서 나가는 그를 향해 불러 대면서 그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 하였다.
천천히 걷는듯한 그의 걸음 걸이는 뛰다시피한 나의 걸음 걸이로서도 이상하게 도저히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이상하다, 술탓인가?”
아니였다.
확실히 그의 걸음걸이는 언뜻 보면은 걷고 있는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걷지 않고 이상하게 지
면의 10센티 정도를 떠서 날아 가는게 확실해 보였다.
그를 정신없이 쫓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어떤 육중한 철문 앞에 다다르게 되었고 그 문
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이상하게도 사람을 제압하는 그 어떠한 불가사의함이 느껴졌다.
“자, 이제 다 왔습니다, 들어 가시죠.”
“아니, 여기가 어디죠? 도대체 당신은 누구이며 여긴, 무얼 하는곳 입니까?”
“정권만씨, 들어가시면 다 알게 될겁니다.”
육중한 철문이 양쪽으로 열리면서 그 남자와 나는 알수없는 분위기에 눌려 어리둥절함을 지
닌체 문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왠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모두 무얼 하는 사람들이길래 이 늦은 밤에 이렇게 모여있나."
나는 주체할수 없는 궁금증을 느끼면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제복을 입은 남자의 뒤를 열
심히 쫓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 할수 있었다.
그는 어떤 방앞에 이르르자 나를 흘낏 쳐다 보더니 따라 들어 오라는 눈짓과 함께 방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방 안에는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어떤 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열심히 어떤 서류철
을 뒤적이고 있었다.
“정권만씨, 맞죠? "
"당신은 30분전인 2002년 12월 5일 밤 11시 53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
다."
"이제 당신은 당신이 이제껏 살아온 46년간의 이승 생활을 여기에서 나와 함께 뒤돌아 보면
서 당신이 행한 업보에 따라 영원히 당신이 지내야 할곳을 결정하게 됩니다.”
“아니! 뭐라구요, 내가 죽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
"난,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고 또 당신과 함께 이야기까지 나누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은 아직도 당신의 죽음에 대하여 익숙해져 있지 않습니다."
"하긴 여기에 오는 대부분의 혼령들이 처음에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당신은 지금 죽어가고 있으며 당신의 공과가 결정나게 되면 간신히 뛰고 있는 심장
도 멈추게 되며 의학적인 소견으로는 이미 30분전에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말을 믿지 못하시면 당신의 손등을 세차게 꼬집어 보십시오, 아마 아무런 감각이 없을겁
니다.”
나는 도대체 이 얼토당토 않는 이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가 눈치를 못채게 나의 손등
을 정말로 세차게 꼬집어 보았다.
"아니, 이럴수가......"
멍이 나도록 세차게 나의 손등을 꼬집어 보았으나 과연, 그의 말대로 아픔은 느껴지지가 않
았다.
“이제, 인정하시겠죠, 당신의 지금 상황을.”
“그러면, 먼저 당신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이미, 정신적으로 공황상태가 되어버린 나는 그의 어떠한 말들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단
지, 가끔 그가 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내용들을 가까스로 정리해보면 거의 내가
살아온 모든 행적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자, 이제 끝입니다. 당신은 지옥행입니다.”
나는 그의 말대로 이미 죽은 목숨이였지만 두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제대로 서 있을 수
가 없었다.
“오! 하느님, 맙소사.”
“이제와서 당신의 하느님을 찾으시는군요. 그러나, 이미 늦었습니다.”
“이보시오, 나에게 기회를 주시오, 다시 한번 기회를 달란 말이요.”
“이곳에 온 누구나 당신처럼 그렇게 말들을 하죠. 기회를 달라고 말 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에게 찾아온 기회를 모른체, 아니면 못본척 외면해 버리고서는 때늦게
서야 절규 하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말합니다."
"이미, 당신에게도 몇번의 기회가 주어졌고,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찾아간 기회는 불과 한시
간전이였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언제 당신들이 나에게 기회를 주었단 말 입니까?"
"한시간전이라뇨, 한시간전에 언제 기회를 주었단 말입까?"
"나는 느껴 보지도 못하였고 보지도 못하였습니다.”
“모르시는군요, 당신이 술집을 나오면서 그곳의 마담이 당신에게 운전대행을 해주려고 하
였으나 당신은 거절 하였습니다."
"만약, 당신이 마담의 제의를 순순히 받아 들였다면 당신은 이곳에 오지 않아도 되었고 우리
의 계획에 따라서 정권만씨, 당신은 달리는 차안에서 당신의 모든 죄과를 뉘우치게 되었고
그때부터 새삶을 살수 있도록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야 말았습니다.”
“무슨 그런 억지가...”
“정권만씨, 당신은 지옥에 가기에 앞서 당신같은 인간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그들이 지은
죄과를 감당하고 있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정치인들의 지옥, 재벌들의 지옥, 종교인들의 지옥, 언론인들의 지옥, 군인들의
지옥, 그리고 판,검사 변호사들의 지옥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모든 것들을 미리 본후에 당신이 감내 하여야 할 지옥으로 가게 될겁니다."
"자, 이제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야차가 다시 한번 더 당신을 안내 할 것 입니다."
" 이것도 물론, 당신이 받아야할 고통중에 하나 입니다."
첫번째, 정치인들의 지옥!
그곳은 마치 뱀들의 소굴과도 같았다.
선거전과 선거후가 다른 국회의원들은 그들의 혓바닥이 길게 뽑혀져 뱀처럼 둘로 나누어져
항상 거짓을 일삼았던 그들의 세치도 되지 않는 혀로 항상 그들이 말할때마다 말의 내용은
두가지가 되어 나왔고 길게 뽑혀진 혀는 그들의 몸을 휘감아 숨조차도 쉬지 못하도록 고통
을 주었고 거기에다가 일신상의 영욕을 쫓아 이당 저당으로 옮겨 다녔던 철새 국회의원들은
그들의 등뒤에 솟아난 흉측한 날개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좋게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
하여 날개짓을 할때마다 그들은 가고자 하는 그 자리에는 가지도 못하고 천길 절벽 아래로
떨어져 그곳에 솟아난 날카로운 창들에 찔려 고통을 못 이겨 내면서도 다시 그것들을 금새
잊어 버리고 멍청스럽게 날개짓을 하며 또다시 좋은 자리를 딴 국회의원들 보다 먼저 차지하
기 위하여 날아 보나 매번 결과는 마찬가지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언
제 그랬는나는듯 미련하게 되풀이 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살아 있을때에도 좋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닌 것 처럼……
두번째, 재벌들의 지옥!
그들은 태산 보다도 더 높은 돈더미에 깔려 태산보다도 더 무거운 무게에 짓눌려 고통에 신
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두손은 주위에 흩어진 지폐들을 움켜 잡기 위하여 애쓰고 있었고 그들이 움
켜 잡은 지폐의 무게만큼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돈의 무게는 더해져 갔다.
그래도, 그들은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돈을 남들보다 더 움켜 잡
기 위하여 하나 같이 두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었고 그들에 의해 고통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발을 잡아 당기며 마치 옛날의 능지처참 같은 고통을 받으면서도 돈을 움켜 잡기 위
하여 그들과 같은 재벌들과 악다구니를 벌이면서 서로의 돈을 빼앗고 있었다.
만약에, 그들이 움켜 잡은 돈을 포기 한다면은 그들이 포기한 지폐의 양과 무게만큼 고통이
줄어든다고 저승의 야차들이 그들에게 말하여 주고 있으나 그들은 고통보다는 돈을 쫒고
있었다.
마치, 생전의 그들이 그랬던 것 처럼......
세번째, 종교인들의 지옥!
살아있는 신을 빙자하여 오히려 신을 욕 보이고 죽여 버렸던 사람들.
그들은 쉴새 없이 설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들은 밖으로 울려 나오지 않았다.
목에서 피가 나오고 목청이 찢어지고 있어도 그들은 말을 멈출수가 없었다.
목이 말라도 영원토록 생명의 물은 마실수가 없었고 그들의 온몸은 독사들이 휘감아 그들의
목덜미와 혓바닥을 쉴새없이 물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는 그들이 욕 보이고 죽여 버렸던 신의 대리인들이 그들을 향해 빙그레
웃으며 그들의 영원한 고통을 즐기고 있었다.
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였다.
네번째, 언론인들의 지옥!
윤전기가 신나게 끊임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몸뚱아리는 활자와 활자 사이에 끼여 윤전기의 빠른 회전만큼 빠르게 고통을 받고 있
었다.
그리고 인쇄 되어 나오는 신문의 일면에는 그들의 부고가 대문짝이나 만큼 크게 찍혀져 나오
고 있었다.
그들이 찍어낸 오보의 양만큼 그들의 뱃속에는 잉크가 채워져 아무것도 먹고 마실수가 없었
다.
그들의 주위에는 그들이 자유의 의사대로 마음껏 먹을수 있는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져 있으
나 이미 뱃속에 가득 채워진 잉크로 인해 그들은 그 어떠한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잉크를 게워내도 그들이 찍어낸 오보의 양만큼 잉크가 다시 뱃속으로 흘러 들어가 그
들은 눈앞에 놓인 산해진미를 맛볼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이 생전에 외쳐댔던 언론의 자유 대신에 식사의 자유는 충분히 누리고 있
었다.
그들이 먹던 말던간에......
다섯번째, 군인들의 지옥!
열심히 군인의 본분에 맞게 그들은 총을 쏴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휘어진 총구는 그들의 몸을 향해 총알을 뱉어내고 있었다.
불뿜는 총구를 벗어난 총알들은 그들의 몸뚱아리에 백발백중 명중하고 있었다.
검붉은 선혈이 낭자하게 총 맞은 구멍에서 콸콸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이 사격중지라고 외칠때마다 더욱 더 총알이 쉴새 없이 발사되고 있었다.
그들의 명령은 살아 생전 그들이 행했던 하극상처럼 반대로 행해졌고 그들은 영원히 그 사
실들을 깨닫지 못할 것 같았다.
그들의 부하들이 그들을 교수대에 세우고 올가미를 목에 죄이고 있었다.
그들이 명령 할때마다 꺼꾸로 부하들은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계급장은 모두 꺼꾸로 달려 있었다.
그들이 개인의 사욕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혁명을 했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었으리라.
여섯번째, 판,검사 변호사들의 지옥!
햄머보다 더 무거운 판사의 방망이가 양심을 속였던 판사의 머리 위를 내려치고 있었다.
그들의 고의적인 오심으로 고통 받았던 모든 이들의 고통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방망이가 한
번 내려 칠때마다 한꺼번에 고통이 전달 되었다.
마치, 고압선에 감전된 충격 처럼......
그들이 입은 검은 법복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그들 스스로 신성한 법의 의미를 저버려 고통이 횟수가 더해짐에 따라 배가 되가고 있었다.
검사들이 술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술 시중 상대는 짧게 깎은 스포츠 머리에 하나 같이 검은 안경을 끼고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검사들이 실수 할때마다 양복을 입은 이들은 품속에서 날카로운 비수를 꺼내 들고 사정없이
검사들의 몸뚱이를 찌르고 있다.
생전에 그들은 서로들을 잘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야, 이 새끼야! 그것밖에 못해, 생전에 내가 너한테 이렇게 시중 들었냐?”
조심해 할려고 애 쓸때마다 그들은 실수 하였고 그때마다 날카로운 비수가 사정없이 그들의
몸뚱아리를 찔러 버렸다.
약자의 편에 있지 못하고 강자의 편에 빌붙어 죄를 밝히지 못한 그들도 이제는 얼마나 그들
자신의 죄를 스스로 밝혀낼수 있을까?
그들은 진땀을 흘리며 애써 변호하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진실은 호도되어 그들 목에 곱게 매여진 넥타이가 그들의 목을 조여 들어가고 있
었다.
죄여진 목덜미에서 한방울씩 핏방울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생전, 그들이 돈에 팔려 돈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슬픈 진실을 사정없이 짓눌러 이긴것 처
럼 이제 그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어도 아무도 그들을 믿어 주지 않는다.
높은 곳에 위치한 판사들이 그들을 향해 비웃고 있었다.
상대편의 변호사가 말도 되지 않은 괴변을 늘어 놓아도 판사는 인정하고 있었고 방청석에 앉
은 수많은 방청객들은 그들을 향해 야유를 퍼붇고 있었다.
점점 더 변호사의 넥타이가 그들의 목을 옥죄고 있고 변호사들이 아무리 넥타이를 풀려 하여
도 넥타이는 그러면 그럴수록 목을 죄여져 들어가고 있었다.
흘러 내리는 핏방울들이 발 아래로 떨어지면서 어느새 돈다발로 변하여 그들을 삼키고 있었
다.
돈에 팔려 악을 변호한 그들의 죄를 그들은 어떻게 변호 할 수가 있을까?
여섯개의 지옥을 모두 구경하였다.
이들 모두가 내가 올라가기 위하여 애쓰던 자리에 위치 하였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과 나는 항상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부족한것들을 채워 주면서 힘없는 이
들의 고통은 아랑곳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로부터 착취 하였던 사람들이였다.
그렇다면, 내가 가야 할 지옥은 어디이며 내가 겪어야할 고통이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더 세상을 살수만 있다면......
나에게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 보았다.
누구라도 내눈에 보인다면은 붙잡고 통곡하며 간구하고 싶었다.
그때, 나를 데려온 야차가 언제 나타났는지 나의 손을 이끌었다.
“자, 이제 그만 가시죠.”
“이것 보시오. 나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시오."
"마지막 기회를 말입니다."
야차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기회를 준다면 어떻게 할꺼요?"
"그동안 당신이 저지른 모든 죄의 댓가와 실수를 씻을 수가 있겠오?”
"없는 사람에게로부터 빼앗은 재물과 부를 다시 되돌려 놓을수가 있을것 같오?"
“지금, 당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섣부른 거짓말은 마시오."
"그러면, 당신에게는 이제껏 보아온 고통보다 수천배나 더 큰 고통이 가해지고 그대가 두고
온 이승의 식구들도 당신으로 인하여 큰 화를 변치가 못할것이오."
"그래도 정말 할수가 있겠오?”
“믿어 주십시오. 두번 다시 잘못을 범하는 어리석은 내가 아닙니다.정말 믿어 주시오.”
“당신의 말이 정말 진실이라면 저기 보이는 불타는 십자가를 안을 수가 있습니까? "
"만약, 그대의 말이 거짓이라면 당신 저 십자가를 안는 순간 당신은 여기에서 다시 한번 타
죽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당신은 영원토록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들의 고통을 바로 눈 앞에
서 지켜봐야 할것이요."
"그것이 이곳에서 그 어떠한 고통보다 더 비교 될수 없는 고통임을 분명히 알아야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설령 회개하더라도 다시 그곳에 나가 이곳을 잊어 버리고 과오를 되풀이
한다면은 당신은 살아서의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 입니다."
"그것은 이곳의 고통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아픈 것이 될것이요."
"그래도 좋소?”
“좋습니다. 나는 이제 두번 다시 실수하지 않을 것 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말이 진실이라면 앞으로 걸어가 저 불타는 십자가를 안으시오. 어서!”
“그리고, 반드시 명심 하시오. 인간의 죄는 자기가 가질수가 있는것 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지고자 할때에 죄가 싹 튼다는것을 꼭 기억하고 명심 하시오."
"당신은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인것 같소."
"잘 가시오, 그리고 지금의 마음을 조금도 변하지 마시오."
갑자기 내 눈 앞에서 나를 데려온 야차가 사라지고 불타는 십자가가 눈에 띄였다.
나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 십자가를 내몸에 안아 버렸다.
그때였다.
말로는 형언할수 없는 뜨거움이 아까 내 손등을 꼬집을 때와는 달리 내 온 몸에 느껴졌다.
그리고 온 몸이 재로 되는듯한 착각에 빠져 들고 나는 갑자기 깊은 무의식의 세계로 녹아 들
어 갔다.
. . . . . . . . . . . . . . . . . . . . . .
중환자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가 입가에 미소를 띄면서 말하고 있었다.
“뇌파가 움직였습니다.”
“이제, 어쩌면 남편 되시는 분의 의식이 돌아 올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커다란 사고에도 살아 있는것은 기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까까지만해도 거의 절망적이었는데 말 입니다."
“지난 밤에는 올해 들어 제일 많은 눈이 내리고,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눈부시게 해가 뜨
는 것을 보니 아마,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겠군요."
"이제, 부인이 하실일은 열심히 기도 하시는것 뿐입니다."
"남편을 위하여 열심히 기도 하십시오."
중환자실 창의 젖혀진 커텐 사이로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고 있었다.
첫댓글 이것도 자작 단편이신가요? 약간 스크루우지 삘이긴한데요... ^^;
네, 6년전애 지어 놓운 자작단편이 맞습니다, 스쿠루우지뻘? ㅎㅎ 그렇기도 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떻게 필요 했습니까?
평소 초고봉님의 글하고는 조금 달라서 의아해 했답니다. 앞의 글과는 연령 차이가 많이 났을떄 적은글 같은 느낌이^^;;
이 글을 적었을때가 7년전이였습니다. 너무 잘 아십니다.^^
권선징악....교과서같은..................추악한과거를 가진사람들에게 시금석같은글
저 자신 좀 착하게 살고자 다짐하면서 적어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글을 잘 다루시니 현직 작가분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
현직 작가는 결코 아니고 책 한,두권 내보는게 꿈인 남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