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다
여송 이연배
책상 앞에 앉아서 눈을 감는다. 세상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누구의 방해도 간섭도 없는 나만의 세계요, 침잠의 시간이다. 무념무상으로 들어가면 더 평온해지리라.
눈을 감으니 휴식이요 해방이다. 잠시나마 지치고 피곤하고 힘들고 번거로움에서 벗어난다. 보고 말하고 찾는 게 없으니 여유롭고 한가롭다. 욕심과 욕망에서 벗어날수록 더 자유스럽다.
산속 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적막 속에 깊은 고요가 있다. 상큼한 공기 속에서 새로운 소리가 들려온다. 나뭇잎 부딪치고 바스락거리는 소리, 산새 지저귀는 소리, 멀리 자동차가 달리고 경적을 울리는 소리. 평소 들리지 않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고요 속으로 빠져드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눈을 감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모든 잡념 떨쳐버리고 묻고 물으며, 나를 바라본다.
명상은 생각을 집중하고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수행이다.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한 번에 20분. 처음에는 5~10분도 좋다고 한다. 하루 1,440분 중 그런 여유도 갖지 못하고 살아왔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누구를 알려 했고, 나 자신도 찾지 못하면서 무얼 찾으려 애썼던가. 아침마다, 아니 수시로 명상의 시간을 갖으련다. 집에서 산에서 길에서 지하철 안에서. 잠깐이라도 명상하며 나를 찾으련다. 복잡한 세계에서 나를 구하고 나를 정리하고 싶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삶이 옳은 것인지.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지 않겠는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