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正見] (158) 색즉시공 공즉시색
모두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 [색]과 [공]은 방편도구일 뿐 진리 그 자체는 아니다. /출처=셔터스톡
[색즉시공 공즉시색]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으니 오늘은 그걸 한번 밝혀봅시다.
색(色)이란 말은 분별로 만들어진 모든 상(相)을 말하며, 공(空)은 [텅 비었다]는 뜻이 아니라(그러면 相을 만드니 오히려 色이 됩니다), 정해진 자성(自性)이 없어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변한다는 말입니다.
왜 이 말씀이 나왔는가하면 중생이 분별해 일체를 정해진 상(斷相)으로만 보기에 그걸 바로 잡기 위해서입니다. 또 수행자들은 (본래 가능하지도 않은) 공(空)에 머무르려하는 나머지 자기가 만들어낸 공상(空相; 텅 비었다, 아무것도 없다)을 붙잡고 그런 생각, 감각을 지키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본래의 [색]과 [공]을 자기임의대로 해석한 잘못이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색]과 [공]역시 방편도구이지 진리 그 자체는 아니란 것입니다. 예컨대 어느 여행자가 목적지를 찾아가는데 너무 동(색)쪽으로 왔다면 서(공) 쪽으로 가라 말해주어야 하지만 그 반대면 오히려 거꾸로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색즉시공]만 말한 게 아니라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쌍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대승불교의 가르침은 상당히 [색즉시공]에만 치우친 감이 있습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출세간에만 머물려하고 세간법은 등한시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간과 출세간을 나눔부터가 분별망상 아닙니까?
차안과 피안이 따로 있지 않으며 세간과 출세간은 본래 둘이 아닙니다. 색이니 공이니, 동쪽이니 서쪽이니 하는 것들은 다 바른 깨어남을 위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질에 불과합니다.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있을 때 그게 [색]상태입니까 [공]상태입니까? 다만 생각이 집짓는 분별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空)을 오해하거나 또는 공의 감각에 푹 빠져 있던 나머지 그 결과로 기억력의 일부상실이나 멍한 상태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이것을 수행의 명현반응으로 가르치는 단체도 있지만 사실은 부작용입니다. 항상 정견으로 깨어있다면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바른 이해와 정견정진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글 | 김연수 한양특허 대표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