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텃밭’ 동남아 시장서 현대차·기아 판매량 ‘급등’
국내 수입차 시장서도 미국에 2위 내준 일본…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 영향
미국·유럽 등에서도 선전하는 현대차그룹, 차별화 전략 결실이라는 평가
침몰하는 일본…미래지향성 떨어져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위 자리를 미국에 빼앗긴 것과 함께 ‘텃밭’으로 평가받는 동남아시장에서도 일본차 판매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 ‘맏형’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유럽에 이어 동남아시장에서의 글로벌 시장 공략도 결실을 보고 있어, 향후 성장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베트남자동차공업협회(VAMA)의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1~5월 베트남 현지 판매량은 각각 2만4420대, 2만3440대로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의 판매량은 2만4112대로 현대차에 1위 자리를 내주며 2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판매량은 도요타의 약 2배에 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올해 4월과 5월에는 연속으로 월별 판매량 1위까지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베트남 시장에서 올해도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타이꽁그룹과의 생산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이어 2019년에는 베트남 공장의 증설과 함께 현지 판매법인까지 세웠다. 이를 통해 연간 10만대의 생산과 판매 모두를 아우르는 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그랜드 i10, 엑센트, 아반떼, 코나, 투싼, 싼타페, 포터 등이 생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어 일본차 점유율이 약 96%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에도 공장을 증설하며, 이른바 ‘일본 도장깨기’에 나섰다. 현재 현대차는 약 1조823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단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올해 말부터 연간 15만대 규모의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며 향후 최대 25만대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텃밭을 빼앗긴 것에 이어 국내 수입차 판매량에서도 일본은 부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한미 FTA 발효 10년차를 맞아 양국간 자동차 수출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일본계 브랜드는 미국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계 자동차 브랜드는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4만6000대를 판매하며 15.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총 18만7000대를 판매하며 61.9%의 점유율을 기록한 독일계에 이은 2위로, 기존 2위였던 일본계 브랜드는 2만1000대 판매량에 그치며 점유율이 7.0%로 급감했다.
일본계 브랜드 판매량 감소는 2019년 8월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018년 15.7%의 점유율로 미국(같은 해 10.7%)과 약 5%의 격차를 벌렸던 일본계 브랜드는 2019년 13.6%로 점유율이 줄었고, 이어 지난해 점유율이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반면 미국계 브랜드의 판매량은 한미 FTA에 따른 승용차 관세 철폐(2016년)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이 향상돼 2017년부터 4년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2017년 2만6000대를 기록했던 미국계 브랜드 판매량은 2018년 3만1000대, 2019년 3만3000대까지 지속 상승해, 2위였던 일본까지 제치게 됐다.
일본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것에 반해, 현대차와 기아는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지난달 유럽 판매 실적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유럽에서 전년비 107.5% 증가한 8만8171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4만3865대로 104.9%가 증가, 기아는 4만4306대로 110.2%가 증가했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9.1%로 전년보다 1.3%p 상승했다. 판매 순위로 보면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르노그룹에 이은 4위다.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달 현대차는 9만17대를, 기아는 8만298대를 판매했다. 양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5.9%, 5.1%로 총 11%를 돌파했다. 양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 합산 수치는 GM(10.1%)과 닛산(7%)도 앞서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11.1%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계 브랜드 혼다도 제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이 2022년형 싼타크루즈 양산에 돌입한 만큼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싼타크루즈는 픽업트럭차량으로, 미국 시장에서 픽업트럭 비중이 17.7%에 달하는 만큼 향후 현대차의 미국 내 점유율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2025년까지 5년간 미국 내에 약 8조원을 투자하는 점도 호재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을 위한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와 생산설비 향상 등 투자에 더해 전기차와 수소,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투자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올해 5월까지 진출 7년 만에 총 22만7919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누적판매 20만대를 돌파하는 등 친환경차 공략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 향후 현지 공장 증설 등 현지 생산과 판매가 본격화된다면 성장세는 고무적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는 4차산업혁명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글로벌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 기능과 고객 응대 시스템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라며, “상대적으로 전산화가 부족하고 4차산업혁명에 뒤처지는 일본계 브랜드는 점차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철강·전자·화학 등 분야를 총망라한 제품이 자동차인데, 국내 산업은 이들 분야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합이 결국 일본을 제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도 “일본계 자동차의 혁신이 사라지고 있어, 향후 미래 지향성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도요타 등 일본계 브랜드는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현재 전기차의 득세가 빨라지고 있는 점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 전체가 침몰하는 느낌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 전기차 플랫폼까지 만들며 완성도 높은 차량을 생산해내고 있는데, 이는 만약 일본 현지에서 판매를 하더라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으로서는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일 것으로 보인다. 미래지향성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 가치와도 직결되며, 이는 존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정진성 기자
출처 - http://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84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