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20 진주/ 거리 즉석비빔밥 / 비빔밥과 국 한 그릇..가격은 천 오백원과 이천원이란다. 나도 한 그릇 .. 길 거리에 털석 앉아서 먹는데 정말 꿀맛입니다. 오랫만에 사람사는 맛을 만끽합니다
사람 사는 맛
7월 20일 업무 차 진주에 내려 갑니다. 고속도로 질주합니다. 이른 새벽에는 차들이 별로 없어서 고속도로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듯..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진주시장으로 향합니다. 매일 시장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오전 9시..사무실이나 가게들이 오픈하기 전에 농산물 반짝시장이 열립니다. 사천..통영..함양..함안 등 각지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이고지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좌판을 이룹니다.
이분들이 가져 온 농산물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대부분 자연 계절산으로 음식을 하면 맛이나고 농약을 거의 하지 않아 정갈스러움이 좋아서 출장때는 이곳을 애용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살 것이 없지만..디지탈 카메라 지참하고 좌판 사이를 오가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꼬불랑 오이..굵은 가지..옷수수..참나물..고추..마늘..우엉..토란대..머윗대..이름모를 나물..애호박.. 마늘쫑 절인 것..늙은오이..고구마줄기..참외..복숭아..자두..약초들.. 겉절이용 열무와 배추..늙은호박..등등.
한 참을 다니다 보니 배가 고픕니다. 아직 아침 식사 전이거든요. 반짝시장 답게..수레에 아침식사를 싣고 다니면서 파는 아줌마가 있습니다. 가격을 묻습니다. 비빕밥 한 그릇에 천 오백원 짜리와 이 천원 짜리가 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싸냐고 물었더니.....
먼데서 새벽 버스 타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용돈 벌겠다고 짐보따리 가지고 오셨는데 어떻게 비싸게 받느냐고 합니다. 그 마음씨가 참 이쁩니다. 이 천원짜리 한 그릇 시켰습니다. 푸짐한 한그릇..국그릇 하나.. 먹음직스럽습니다. 그때..옆에서 파를 파시는 할머니도 한 그릇 주문하시길래.. 이 천원을 아주머님께 내밀면서 할머니께 밥 한그릇 드리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밥 한 그릇 받으시고 나를 향해 고맙다고 몇 번이나 고래를 숙이십니다. 세상에.. 내가 오히려 무안해 집니다.
할머니 왈...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이렇게 아침밥을 대접받기는 처음입니다."
옆에서 장사를 하시던 할머니들도 나를 칭찬 합니다. 이구동성으로... 하도 민망해서 밥을 먹는둥 마는둥...근데 밥맛은 정말 꿀맛입니다. 종로 인사동에서 먹는 한정식 4만원 짜리보다 더 맛있었으니까요. 밥 한그릇을 다 비우신 할머니가 주섬주섬 굵은파와 토란대를 비닐 봉투에 담아서 내 앞에 내밉니다. 너무 고마워서 주는거니까 꼭 가져 가라고. 간곡하게 사양했지요. 다음에 올 때 필요한 것은 꼭 할머님께 사겠다고 말씀드리고...
한 쪽에 연세 많으신 할아버지가 고구마줄기 두 단을 놓고 부처님처럼 앉아 계십니다. 한 단에 얼마냐고 여쭈우니 이천원 이라고 하십니다. 두 단만 팔면 된다고 하시길래 두 단을 샀습니다. 덥기 전에 얼른 집에 가시라고...할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이 가득해지시면서 고맙다는 말씀을 연발하십니다.
착한 분들..순박한 분들..땅의 정직함과 하늘의 겸양심을 가진 분들..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살에서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의 환영을 봅니다.
그날 아침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정된 일도 예상보다 더 잘 풀렸구요.
오랫만에 길 가에서 사람사는 맛을 한아름 안고 나의 일상으로 행진합니다.
110725 월천이귀인 ♬My Heart Will Go On /Celine Dion
▲110720 진주 / 삶의 진수 / 할머니..파 몇 단..토란대 몇 줄기 쪼개고 다듬고..바싹 마른 긴 팔이 내 시선 을 꼭 잡습니다
▲110720 진주/ 토종농산물 / 고구마줄기 몇 단..찰옥수수 몇망태..참나물 한 자루가 전부인 단촐한 차림판 을 보면서 다 사드리고 싶은 충동이 일렁입니다.
▲110720 진주 / 둥지안 사람들 / 인도에 쭈욱 늘어선 손수 가꾼 농산물이 올망졸망 새임자를 기다립니다.
▲110720 진주 / 땀으로 엮어진 옥수수 / 달랑 옥수수 한 망태 이고 온 할머니 옥수수가 유난이 윤기가 흐 릅>니다. 시간내에 다 팔려야 할텐데..자꾸 돌아보게 되는 내마음 나도 몰라~
▲110720 진주 / 고구마줄기 / 보라빛 감도는 고구마 줄기.. 요리하면 맛난 반찬이 될 것을 예측하게 합니 다. 두 단 남았다 하시길래 다 사서 차에 실었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다들 열심히 사시네요. 감사합니다.
시골이 그립습니다..고향의 향기 정이 넘치는곳
정겨운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