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3월의 일기, 낙동강은 혼자 가지 않는다/꽃님 아빠
흰 이 드러내며
고개 숙여 수줍게 웃는
꽃님 아빠
시커먼 얼굴 찐빵 모자
깊은 산 속 빼곡한 나무들과 숨바꼭질하는
꽃님 아빠
지친 몸 허기진 배라도
좋아하는 먹거리 없음
산해진미도 단호히 고개 돌리는
꽃님 아빠
정신없이 살면서
남 눈치 보던 우리들 앞에 나타난
꽃님 아빠
그는
자기 색깔이 있는
멋쟁이
삶을 사랑하는
지혜꾼
영혼을 구속시키지 않는
자유인
우리가 살고픈
참 인간일 수도.....//
해발 650m의 영남대로 제 3관 조령관을 지키는 휴게소 벽에 걸려있는 한 수 시 그 전문이 그랬다.
가슴에 뜨겁게 와 닿고 있었다.
십 수 년 전에, 서울에서 반 천리 길인 내 고향땅 문경으로 걸어가기로 작정하고 걷기 시작해서 닷새 째 되던 날에 충북 괴산쪽에서 내 생전 처음으로 그 고개를 넘어왔었다.
그때 내 뜨거운 가슴으로 ‘여옥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이날 그 고개에 오른 우리 모두도, 그 시를 쓴 시인이나 지난날 ‘여옥의 노래’를 부르던 나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가슴이었다.
그 시의 주인공인 ‘꽃님 아빠’가, 바로 그 시를 쓴 시인이겠다 싶었다.
그 이름이 궁금했다.
“이 시를 쓰신 분이 누구세요?”
내 그렇게 그 집 주인에게 물어봤다.
“그 사람, 죽었어요.”
답이 그랬다.
나는 시인의 이름을 알고 싶었는데, 그는 그 이름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그저 그가 죽었다고만 했다.
재차 물어볼까 하다가 관뒀다.
어차피 그도 자기 쪼대로 사는 자유인이겠다 싶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