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개의 작은 연못, 황룽의 오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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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의 작은 연못이 어우러진 황룽의 오채지.
주자이거우를 보고 난 관광객은 거의가 인근의 황룽(黃龍)을 찾는다. 만약 이곳을 빼먹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황룽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중국에서는 인근이라 해도 거리가 만만치 않다. 주자이거우에서 황룽은 약 150㎞ 거리로 서울-대전쯤 되는 셈이다. 해발 4000m의 고개를 넘어 민산산맥의 주봉인 설보산(5588m) 기슭까지 가야 한다.
황룽은 계단식 논처럼 생긴 작은 연못(?)이 수없이 펼쳐져 있다. 물은 3400여 개나 되는 작은 석회암 연못들을 채우면서 천천히 아래로 흘러간다. 그 옆으로 7.7㎞에 달하는 황룡계곡엔 나무가 울창해 작은 연못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황룽에서 특히 볼 만한 것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오채지(五彩池). 600여 개의 작은 연못이 모여 아름다운 물빛의 향연을 벌인다. 위로는 설산이 우뚝 솟아 있고 주변은 온통 나무와 숲으로 꽉 들어차 있어 녹색 계통의 물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오채지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도록 넓은 전망대가 설치돼 감상하기도 매우 편리하다.
황룽 관광에 반드시 유념할 것은 이곳이 산소가 희박한 고지대라는 사실이다. 관광객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해발 3500m의 오채지를 목표로 올라가는데, 유사시에 대비해 모두 산소통을 하나씩 들고 가야한다. 최근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돼 오채지까지 도달하기가 쉬워졌다고는 하나 역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면 황룽은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는 도중에 만나는 수천개의 형형색색 멋진 연못을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며 지나치는 것은 너무 아까운 일이다.
오채지뿐 아니라 주자이거우와 황룽 지역 자체가 고원에 위치해 있어 평지와는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기자도 해발 3500m의 주자이거우 황룽 공항에 내렸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호텔에 투숙해 잠을 청해도 편히 잠들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고원은 산소만 부족한 게 아니다. 현지인들의 얼굴을 보면 광대뼈 부근이 벌겋다. 장족들은 이런 얼굴빛을 고원홍(高原紅)이라고 한다. 높은 지대에서 살다 보면 그렇게 변한다는 것이다.
사막을 보려면 실크로드로
중국에 사막과 초원지대가 있다는 사실이 한국인 여행객에게는 색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사막을 체험할 수 있는 실크로드 코스와 내몽골초원 지역도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
실크로드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지만 막상 가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중국의 변방에 위치해 있고, 교통도 불편한 데다가 황량한 주위환경도 그리 호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직항노선도 생겼고 철도, 도로교통도 편리해졌다. 무엇보다도 패키지 관광상품이 많이 나와 마음만 먹으면 일주일 정도면 중요한 곳은 다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실크로드의 주요 관광거점은 시안(西安), 란저우(蘭州), 둔황(敦煌), 투루판(吐魯番), 우루무치(烏魯木齊) 등의 도시와 만리장성의 서쪽 끝인 자위관(嘉·#54014;關)이다. 패키지 코스도 대개 이들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으로 시안과 둔황 그리고 투루판을 꼽고 싶다.
시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중국의 가장 오래된 고도로 1500여 년간 고대중국의 수도(長安)였던 유서 깊은 곳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옛날의 중국을 알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가봐야 할 곳이다. 병마용 진시황릉 화청지 등등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무수한 유적지가 있으나 워낙 잘 알려진 곳이므로 더 이상 소개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두 군데만 간단히 언급한다면, 비림(碑林)박물관과 화산(華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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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몽골 초원. 초보자도 쉽게 말을 타볼 수 있다.
비림은 말 그대로 비석의 숲. 시안 일대에서 출토된 석각 비문 2000여 개를 한데 모아놓은 곳이다. 특히 서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필수코스로 가보아야 한다. 서예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옛 명필들의 글씨를 교과서로 삼게 마련인데, 종이에 쓴 글씨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므로 자연히 비석의 글씨를 탁본한 서첩을 이용하고 있다. 바로 그 서첩 글씨의 원본인 비석이 이 비림에 늘어서 있는 것이다. 비림을 찾았을 때 해서체의 최고봉이라 할 안진경근례비(顔眞卿勤禮碑)를 발견하고 기뻐한 일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시안에 간 김에 중국의 오악 중 하나로 꼽히는 화산(華山)을 보고 올 것을 강력히 권한다. 시안에서 서쪽으로 120㎞ 떨어졌으니까 버스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다. 해발 1614m의 북봉(北峰)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어 등산장비 없이도 간단히 화산의 위용을 느껴볼 수 있다.
둔황 역시 TV 다큐멘터리 등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둔황 막고굴(莫高窟)에 관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막상 현장에 가서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열쇠로 굴의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는 경험은 정말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막고굴과 더불어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인 밍샤산(鳴沙山) 관광은 낙타를 타고 사막길을 걷는 이색체험이다. 낙타 등에 올라 사막을 지나면서 휴대전화로 한국의 친지와 통화하면서 느낀 미묘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자연과 문명, 원시와 첨단의 공존체험이라고나 할까.
투루판에 대한 기억은 이런 것들이다. 뜨거운 태양빛, 포도, 화염산, 고성(故城), 양고기 그리고 중국인과는 판이하게 생긴 위구르족. 투루판에 갔을 때가 여름이기도 했지만 무척 뜨거운 도시다. 그래서 청포도가 잘 자라고 맛도 기막히다. 거리에 포도 덩굴이 터널을 이루는 곳도 있고, 계곡 일대가 온통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시원한 그늘을 이루는 포도구(葡萄溝)라는 관광지도 있다.
투루판의 더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그 유명한 화염산(火焰山).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이 천축으로 가면서 모험을 벌이는 서유기의 한 대목이 바로 이곳을 무대로 하고 있다. 화염산 입구에는 서유기의 한 장면을 조각으로 재현해놓아 마치 실재했던 사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화염산을 보면 정말 불타고 있는 듯하다. 산이 높지는 않지만 검붉은 빛깔에 수많은 주름이 잡혀 있어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물론 풀 한 포기도 없는 불모의 산이다.
불타는 도시 투루판
투루판에 갔다면 양고기를 꼭 먹어볼 일이다. 노천시장에 들러 위구르족들 틈에서 양꼬치구이를 먹는 맛은 특별하다. 양고기는 투루판에서 가장 흔한 음식으로, 생각보다 냄새도 안 나고 맛있다. 포도와 양고기야말로 투루판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라 하겠다. 비록 더위에 땀을 많이 흘린 곳이지만 투루판은 중국의 어느 관광지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준 곳이다.
실크로드 여행은 보통 우루무치에서 끝난다. 물론 더 서쪽지역으로 가볼 수도 있지만 전문적인 탐사여행이 아니라면 이곳이 종착지가 된다. 우루무치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성도로 인구가 무려 1800여만이나 되는 대도시다. 이곳은 사실 색다른 관광지가 별로 없다. 딱 한 군데 가볼만한 곳은 톈산(天山)산맥의 정상부에 있는 천지(天池)다.
천지는 우루무치 시내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해발 1980m의 산정호수다. 버스나 택시를 타면 굽이굽이 산길을 올라가 천지 바로 앞에서 내려준다. 눈 덮인 설산을 배경으로 침엽수림에 둘러싸인 천지는 아름답기는 하나 백두산 천지처럼 경외감이나 신비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이곳을 성지로 여기는 중국인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의 시각으로는 백두산 천지와는 비교가 안 된다. 말을 타고 천지 주위를 달리거나 모터보트를 타고 천지 수면을 질주하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는 것도 신비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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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룽(玉龍) 설산의 전망대.
끝없이 펼쳐진 푸른 풀밭, 말을 타고 양떼를 모는 목동, 밤하늘을 수놓은 보석 같은 별들. 초원이 없는 한국인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멋진 풍경을 체험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베이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몽골 초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격적인 몽골 초원을 보려면 몽골공화국으로 가야 하지만 아쉬운 대로 중국에서도 초원을 경험할 수 있다. 따로 초원을 목적으로 갈 필요 없이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2,3일 시간만 내면 된다.
베이징에서 저녁에 기차를 타면 아침 일찍 내몽골자치구의 수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 도착한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거나 아니면 현지에 도착해서 1박2일 혹은 2박3일 몽골 초원 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베이징으로 돌아올 때도 저녁에 기차를 타면 아침에 도착하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다. 1박2일에 800위안(약 10만원) 정도니까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내몽골 초원의 말타기
초원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말을 타고 초원을 직접 달려보는 것이다. 말을 처음 타는 사람도 그리 어렵거나 위험하지 않다. 관광객이 타는 말마다 현지인이 한 사람씩 붙어 말고삐를 잡아주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말에 올라타 천천히 가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조금씩 속도를 내게 된다. 하루 만에 말을 타고 달리기는 어렵지만 서너 시간에 걸쳐 저 멀리 초원지대를 다녀오면 끝날 때쯤에는 꽤 익숙해진다. 말에서 내리면 허벅지가 뻐근하다. 한 시간에 40위안 정도의 요금을 내는 초원에서의 말타기야말로 몽골관광의 핵심이다.
말타기와 함께 흥미를 끄는 것은 몽고인들처럼 파오에서 잠자는 일이다. 초원에 가면 당연히 몽고인들의 집이라 할 파오가 숙소가 된다. 밖에서 보면 천막에 불과하지만 안에 들어가 보면 훌륭한 생활공간이다. 한밤중 파오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많은 별을 보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파오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지만 밖에 나와 쳐다본 밤하늘의 별들은 뇌리에 뚜렷이 남아 있다.
몽골 초원에 가서 풀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외로 그리 아름답지가 않다. 짐승들의 배설물이 곳곳에 널려 있고, 풀이 무성하게 나 있는 게 아니어서 푹신푹신한 풀밭이 전혀 아닌 것이다. 멀리서 볼 때는 푸른 풀밭에 들꽃들이 하늘거리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초원이지만 실상을 보고 나면 다소 실망스럽다고나 할까.
투루판에 가면 양고기를 먹어보아야 한다고 앞에서 말했지만 내몽골 초원에서는 양고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만약 양고기를 싫어한다면 차라리 안 가는 게 낫다. 초원의 식탁에는 양고기 샤브샤브 요리인 쑤이양러우(?羊肉), 양갈비구이, 양고기순대, 양꼬치 등이 마유주(馬乳酒)와 함께 나온다. 그야말로 양고기를 부위별로 골고루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윈난성, 이상향 찾아가는 명상여행
‘이상향’ 샹그리라를 찾아가는 윈난(雲南)성 여행도 매우 독특한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윈난성은 중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성이다. 남쪽과 서쪽으로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북서쪽으로는 티베트자치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고 20여 소수민족이 살고 있어 여느 중국땅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 곳이다.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원래 모습 그대로 간직한 평화롭기 그지없는 분위기’쯤으로 요약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윈난성은 패키지 여행으로 쫓기듯 다닐 게 아니라 배낭여행으로 느긋하게 둘러보면서 피폐해진 심신을 재충전하기에 최적의 여행지라 하겠다. 윈난성을 구석구석 살펴보려면 한두 달로도 부족하겠으나 꼭 가봐야 할 곳만 간추린다면 쿤밍(昆明), 다리(大理), 리강(麗江), 샹그리라(香格里拉), 그리고 위룽(玉龍)설산과 메이리(梅里)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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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메이리설산이 보이는 샹그리라 인근지역.
이 코스의 시발점은 윈난성 성도인 쿤밍이다. 쿤밍은 사시사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씨 같다고 하여 춘성(春城)이라고도 한다. 대체적으로 섭씨 8도에서 20도 사이의 온화한 기후를 보이고 있어 연중 꽃이 핀다. 해발 1900m의 고지대여서 중국 내에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운동선수단이 겨울철 전지훈련 장소로 자주 찾는다. 쿤밍은 인구 350만여 명의 대도시로 항공 철도 도로교통의 중심지다. 윈난성 각 지역으로 가는 것은 물론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로 날아가기도 쉽다. 수년 전부터 직항로가 개설돼 한국과도 5시간 이내로 연결된다.
기자가 쿤밍에 간 것은 1999년 2월로, 베이징이 출발지였다. 쿤밍까지 48시간의 기차여행이었다. 기차가 베이징 서역을 출발할 때 창밖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남쪽으로 내려가자 조금씩 풍광이 달라지더니 창강대교를 건너 강남지역으로 들어서자 몇 시간에 걸쳐 노란 유채꽃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쿤밍에 도착하니 완연한 봄으로 때마침 개최된 세계원예박람회장에는 온갖 꽃이 만발해 있었다. 고위도에서 저위도 방향으로 기차를 타고 달린 것이어서 48시간 만에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동을 한 셈이다. 또 한 가지 일화. 장거리 여행이다 보니 기차에 탄 손님들도 가지각색. 한 중국인 가족은 라면박스를 여러 개 가지고 기차에 올랐는데, 끼니마다 라면을 끓여 먹더니 쿤밍에 도착할 때는 라면박스들이 다 비워지는 것이었다.
쿤밍시내에도 취호공원, 박물관, 민속촌, 서산용문, 세계원예박람원 등 볼거리가 많지만 필수코스는 스린(石林)이다. 말 그대로 돌의 숲. 2억7000만년 전 바다 속이었던 스린은 지각변동으로 융기하여 오늘날의 기이한 경관을 이루고 있다. 수십m 높이로 치솟은 돌의 숲이 무려 5㎞에 걸쳐 펼쳐지고 있으니 대단한 규모다. 돌 사이로 관람객이 다니는 길이 잘 나 있고 전망대도 잘 갖춰져 감상하기에나 촬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쿤밍시내에서 90㎞ 떨어져 쉽게 다녀올 수 있다.
다리는 역사시간에 한번 들어봤을 옛 대리국의 고장이다.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윈난성의 가장 오래된 고도로 13세기 몽고군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남조국(南詔國)과 대리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다리의 주민들은 바이족(白族). 한때 중원의 중국왕조와도 맞선, 작지만 강한 나라의 후손들로 지금은 소수민족의 하나일 뿐이다. 대리석이 바로 이 지역에서 나는 돌이다
다리는 사람의 귀 모양으로 생긴 얼하이(·#54676;海)호(249㎢로 윈난성 제2의 호수)와 그 주위를 둘러싼 창산(蒼山)이 어우러져 ‘중국의 스위스’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물론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자연히 다리관광의 스타트는 유람선을 타고 얼하이 호수를 한바퀴 둘러보는 것인데, 중간에 작은 섬에 내려 호수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다리 시내에서 볼 만한 것으로는 다리고성(古城)과 숭성사(崇聖寺) 삼탑이 대표적이다. 리강고성과 함께 윈난성의 대표적 고성인 다리고성은 명대에 재건된 것으로, 관광객이 오가는 시내 중심에 있으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숭성사 삼탑은 다리의 상징과도 같은 3개의 불탑으로 가장 높은 탑은 69m나 돼 멀리서도 잘 보인다. 대리국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다리시박물관을 가면 된다.
다리에 가면 쇼핑할 것이 하나 있으니 대리석 도자기다. 대리석 원석덩어리의 속을 파내고 표면을 갈아서 도자기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돌의 빛깔과 무늬가 아름다워 장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한 가지 고려할 점은 돌이어서 무겁다는 사실이다.
다리에서 북쪽으로 더 들어가면 리강과 샹그리라로 가게 된다. 티베트로 가는 방향이기도 하다. 필자는 다리까지만 가봤기 때문에 리강과 샹그리라 그리고 티베트는 다음에 꼭 가봐야 할 중국여행지 영순위로 꼽고 있다.
리강은 다리에서 북으로 150㎞ 떨어진 도시로 나시족(納西族)의 오랜 본거지.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우선 고성 안의 사람 사는 집과 거리가 인상적이다. 다른 관광지의 고성은 옛 자취만 남은 관광유적일 뿐이지만 리강의 고성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살아 있는 관광명소다. 위룽설산의 눈이 녹은 깨끗하기 그지 없는 시냇물이 고성 안의 이곳저곳을 운치 있게 흐르고 고풍스러운 집들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푸근함과 낭만을 안겨준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 와서 몇 달이고 눌러앉아 세월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리강의 자연경관 중 놓쳐서는 안 될 곳이 바로 위룽설산과 호도협(虎跳峽). 해발 5596m의 위룽설산은 리강시내 어느 곳에서도 그 위용이 잘 보이지만 케이블카를 타면 4500m 지점까지는 쉽게 오를 수 있다. 1년 내내 순백의 자태를 드러내는 위룽설산은 나시족들이 신성시하는 성산. 호도협은 호랑이가 뛰어 건널 수 있을 만큼 좁은 협곡이라는 뜻으로 해발 5396m의 합파설산과 위룽설산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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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리라를 찾아서
윈난성 여정의 마지막 코스인 샹그리라는 관광지로 개발된 지 10년이 채 안 되는 떠오르는 명승지다. 샹그리라라는 지명이 외부세계에 처음 알려진 건 1933년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1900~1954)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발표하면서부터. 힐턴은 소설에서 샹그리라를 온갖 종교가 화합공존하며 인간의 갈등과 탐욕이 없는 곳으로 묘사했다. 소설의 앞부분 스토리는 이렇다. “인도의 한 지방에서 폭동이 일어나 백인들이 군용기로 피신했는데, 그중 한 소형비행기에 옥스퍼드 출신의 영국영사 콘웨이 등 승객 4명이 탔다. 이들이 탄 비행기가 페샤워로 향하던 도중 납치돼 모처에 불시착하게 된다. 이들은 짱족 안내인을 따라 첩첩산중을 헤맨 끝에 마침내 기막히게 아름다운 푸른 달빛의 골짜기에 도착한다.”
샹그리라는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찌든 서양인들에게 낙원으로, 이상향으로 다가왔다. 1937년엔 영화로 제작됐고, 1942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메릴랜드 주에 지은 별장을 샹그리라로 명명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이다. 정작 힐턴 자신은 샹그리라에 가본 적이 없다. 오늘날의 짱족 자치주 일대를 여행한 탐험가들의 기록에서 소설의 배경을 꾸며낸 것이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비개방지역이던 샹그리라는 1996년 중국 정부가 각계 전문가 50인으로 샹그리라 탐사대를 조직해 소설의 무대를 찾아나서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탐사대는 소설에 묘사된 설산과 대초원, 강과 협곡, 원시삼림, 티베트불교를 기준으로 조사작업을 진행한 끝에 윈난성 중뎬(中甸) 지역이 샹그리라라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은 2001년 중뎬을 아예 샹그리라로 이름을 바꾸고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샹그리라는 중국인 특유의 경제 마인드가 만들어낸 가공의 이상향일 뿐이다.
‘마음속의 해와 달’이라는 뜻의 샹그리라가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경치가 아름다운 건 사실이고, 티베트인(藏族)들의 순수함이 살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를 찾아가는 명상여행’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도 어울릴 듯하다.
샹그리라의 볼거리는 티베트풍의 불교사원과 설산, 호수, 공원 등 대자연의 넉넉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곳에서 티베트 접경인 더친(德欽)으로 더 들어가면 해발 6740m로 윈난성 최고인 메이리(梅里)설산을 가까이 볼 수 있다.
메이리설산은 짱족이 8대 신산(神山) 중 첫째로 꼽는 산이다. 수백리에 걸쳐 끝없이 이어지는 눈 덮인 봉우리가 장관이다. 특히 메이리설산의 일출장면은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출시각이 되면 해를 등지고 설산에 부딪히는 빛을 바라보는데, 처음엔 주봉 카와거보에서부터 붉은빛이 서서히 산 아래로 물들다가 다시 점점 하얀빛으로 변해간다.
메이리설산까지 보았다면 윈난성의 끝까지 간 셈이다. 이제 더 나아가면 시짱(西藏)자치구, 즉 티베트 땅이다. 옛날에는 바로 이 코스를 이용해 티베트로 들어갔다. 요즘 많이 알려진 차마고도(茶馬古道)가 바로 그 길이다. 1, 2년 전까지만 해도 티베트를 가려면 대개가 베이징, 상하이, 쿤밍 등 주요 도시에서 뜨는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러나 2006년 7월1일 라싸(拉薩)까지 이어지는 칭짱(靑藏)철도가 개통되면서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면 라싸까지 47시간28분이 걸린다. 해발 5000여m의 산을 넘어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철도길. 하염없이 설산을 바라보며 때로는 하늘호수를 지나며, 또 삭막한 황야지대를 통과하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이색풍경에 몰입하고 싶다면 반드시 칭짱철도여행을 해볼 일이다.
중국관광, 제대로 하려면
칭짱철도 개통 후 라싸를 찾는 인파가 거의 10배나 늘었다고 한다. 라싸의 포탈라 궁은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일찌감치 예약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 외부인이 대거 몰려오면서 티베트 특유의 경건한 분위기가 급속히 사라져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티베트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좀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중국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무궁무진한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지역들은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관광코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안목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령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3대 석굴(윈강석굴, 둔황석굴, 룽먼석굴)과 4대 불교명산(구화산, 오대산, 아미산, 보타산)을 으뜸으로 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생략했지만 대도시는 어떻게 보면 중국관광의 기본코스다. 중국의 정치와 경제 중심지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빼놓고 중국을 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가장 문화수준이 높은 장쑤성과 저장성의 도시들인 쑤저우, 양저우, 난징, 항저우도 중국관광객에게는 필수코스다. 시인 묵객이 들끓던 서호와 동정호, 악양루도 마찬가지.
결론적으로 중국관광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신의 관심 분야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중국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사전에 공부를 하고 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역사가 오래되고 한자문화권이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지명이나 인명, 관광지에 얽힌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말은 중국에서 딱 들어맞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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