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일기-prologue

[기원섭]

건강일기-prologue


나흘 전으로 거슬러 2023년 3월 17일 금요일 낮 12시쯤의 일이다.

밥상 하나를 받았다.

순두부찌개 밥상이었다.

맞은편 아내도 밥상을 받아놓고 있었다.

8,000원짜리 내 밥상보다 2,000원이 더 비싼 10,000원짜리 돌솥비빔밥 밥상이었다.

숟가락을 들어 첫 술을 뜨려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건강이 이 지경에 이른 상황에 대한 생각이었다.

딱 한 달 전인 지난 2월 21일 화요일의 일이다.

신새벽 같은 시간에 잠을 깼다.

잠은 깼지만, 잠시 비몽사몽 같은 시간이 흘렀다. 

몸이 무거워서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서, 전날의 내 일정을 되새겨봤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재경문경시산악회’에서 첫 만남의 인연이 되어 평소 가까이 지내는 정천도 친구와 점심시간부터 문경새재 옛 과것길 초입의 능이전골 전문인 ‘새재설악가든’에서 어울려 술을 마신 기억이 떠올랐다.

서울로 가야할 길이 바쁘다면서 오후 3시쯤에 그 친구는 먼저 떠났고, 나는 뒤에 쳐져서 그 집 주인이면서 고향 후배 산악인인 이상만 사장과 술판을 더 이어갔다.

그래서 초저녁이 됐다싶을 때, 아내가 운전하는 카니발 우리 차에 타서 집으로 돌아와 이른 잠에 빠져든 것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새벽이었다. 

다시 잠들까 하고 한 번 뒤척거려봤다.

도리어 말똥말똥 잠이 달아나고 말았다.

이제는 일어나야겠다 싶었다. 

늘 그랬던 대로, 누운 자리에서 큰 기지개도 한 번 하지 않았고, 아무런 준비 운동도 없이, 그냥 후딱 일어났다.

그런데 내 뜻대로 일어나지지를 않았다. 

어지럼증이 확 밀려와서, 누웠던 그 자리로 곧바로 자빠지고 말았다.

아차 싶었다.

건강의 적신호를 직감한 것이다. 

그 이전에는 단 한 번도 어지럼증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가벼운 어지럼증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몸이 확 돌아버릴 정도로 심한 어지럼증이었다.

언뜻 술을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겠다 싶었다.

그동안 반세기 세월이나 술을 마셨어도, 그 술로 인해서 어지럼증이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뇌졸중을 떠올렸다. 

곧바로 인터넷 Daum사이트 검색에 들어가서 뇌졸중과 어지럼증의 연관성을 확인해봤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날로 문경시내 ‘문경중앙병원’을 찾아 내과 진료를 받아봤다.

엑스레이에 CT촬영, 그리고 초음파에 혈액검사까지 해봤다.

담당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뇌의 이상은 아니어서 뇌졸중은 아닌듯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우선 어지럼증을 막아주는 약은 지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1주일분 약을 처방받아 복용을 해봤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주위에서는 아무래도 ‘이석증’인 것 같다고 하면서 문경시내의 ‘용이비인후과’를 소개해줬다. 

그래서 거기도 가봤다.

눈을 크게 떠야 이석증 진단이 가능한데, 나는 눈이 가는데다가 크게 떠지지를 않아서 이석증 진단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문진만으로 진단을 끝냈다.

그 문진만으로도 이석증은 아닌 것 같다 했고, 혈압과 관련해서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일 수도 있다고 최종 진단을 내렸다.

나도 답답했지만, 아내는 더 야단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서울로 갑시다.”

그렇게 아내가 내 마음의 소매를 낚아챘다.

그래서 이번 어지럼증과 관련해서 세 번째인 서울의 강남세브란스 병원을 찾게 됐고, 마침 점심때가 되어서 병원 구내식당에서 그렇게 점심 밥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받은 밥상의 그 첫 술을 뜨기 전에, 내 그렇게 이번에 건강을 잃게 된 과정을 떠올린 것이다. 

그리고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경각했었다.

이어서 생각한 것이 있었다.

앞으로 나의 건강을 스스로 잘 챙기기 위해서는 건강일기를 써야겠다는 그 생각이었다.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그 나흘 뒤인, 같은 달 21일 화요일인 바로 오늘이었다.

그렇게 ‘건강일기’ 그 첫 편을 쓰기 시작하는데, 내 핸드폰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수신되고 있었다.

우리 국민학교 중학교 한 해 선배로, 평소에 후배인 나를 극진히 챙겨주시는 김영철 형님이 띄워 보내주신 메시지였다. 

‘봄은 황혼도 설레게 한다’

그 제목의 글이었다.

시인 윤석구가 읊은 시라고 했는데, 그 담긴 내용이 건강을 희구하는 내 마음과 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우리가곡 ‘보리밭’ 연주곡을 배경음악으로 해서, 그 시가 흘러가고 있었다.

고마운 마음에 이렇게 댓글을 붙여드렸다.

‘글 소재를 주셨네요. 분위기 있는 곡까지 보태서요. 잘 써먹겠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다음은 그 시 전문이다. 

세상에 나온 말 중에서
가장 예쁜 말만 골라
꽃밭에 꽃씨처럼 심고 싶은 봄이다
​
봄은 고목에도 아름다운
매화꽃을 피우게 하는
신비한 생명과 사랑을 탄생 시킨다
​
봄은 노인에게도
벚꽃 길에 쏟아지는 꽃비를 봄비처럼 맞으며
손잡고 걷고 싶게 하는 낭만적 바람을
슬며시 옷깃에 불어 넣는다
​
봄은 꽃길도 좋지만
봄밤 스며드는 분홍빛 연정이
더 설레게 한다

손끝에 스치는 봄바람 한 점에도
잊고 살았던 첫사랑의 기억을 떠 올리게 하는
행복한 즐거움이 있고
하나하나 지워져 가던 사랑의 흔적들을
다시금 봄꽃으로 장식을 하는
희망의 꿈을 꾸게 해 준다
​
봄은 기다린 만큼 길지는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허니문 기간처럼 정말 참 좋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설레는 마음안고
다시 또 사랑의 
예쁜 꽃을 피우고 싶다.//

[성월]

건강일기 좋은 생각하시고 바로 실천하시는.모습 저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