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llotine][5][킬러아카데미 거너컬리지]
NGCHC로 돌아온 소야의 모습은 밝지 않았다. 소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진 않았지만, 마음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게 보였다. 뒤스베르크는 소야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해줄 수도 없었다. BG의 본진을 단 둘의 킬러로 밀어낼 순
없었다. 그래서 뒤스베르크가 나서려 했지만, 신지로의 강한 의지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뒤스베르크는 결국 소야
를 지키기 위해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자책감 때문에 너무 미안해서,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위로할 수가
없었다.
뒤스베르크는 소야를 집에다 데려다주었다. BG에서 나온 이후로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야는 상실감 때문에, 뒤스베르크
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소야의 집 앞까지 와서야 겨우 소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버지에 대해 많이 알고 싶었어요. 오늘 저녁에 많은 얘기를 해 주신다고 했는데…….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제협 선배를
만나러 가지만 않았다면……."
"아니야, 소야야. 내가 미안할 뿐이다. 널 구하기 위해 신지로씨를 말리지 못한 내 잘못이야. 소야야, 정말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이제 들어가볼게요. 안녕히가세요, 뒤스베르크 씨."
이제서야 소야는 눈에서 주루룩 눈물을 흘렸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결국엔 흐르고 말았다. 그러나 소야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지어보았다.
뒤스베르크는 그렇게 소야를 집으로 들여보냈다.
소야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사부가 하루동안 머물었던 임시 거처의 문을 열고 스위치를 켰다. 방 안에는 가지런히 쌓여 있는
무협 만화책들과 그 근처에 있는 작은 쪽지들이 있었다. 소야는 방으로 들어가 쪽지를 확인했다.
[부엌에 저녁을 해 놓았으니 데워 먹거라.]
[반드시 살아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라.]
[너를 만난 사흘은 나에겐 사부와의 4년의 시간보다 더욱 값진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더욱 강하게 자라거라.]
소야는 다시 한 번 사부의 사랑에 눈물을 흘렸다. 11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단 한 차례도 울지 않았던 소야였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강하게 키워왔던 소야였지만 결국 사부를 아버지와 똑같이 잃는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소야는 부엌으로 내려가 신지로가 해준 마지막 스튜를 눈물로 먹었다. 차가운 스튜였지만 상관없었다. 소야에게는 사부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매개체였기 때문이다.
소야는 스튜를 다 먹고 사부의 거처로 들어와서 바닥에 누웠다. 바닥엔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았다. 자주 들어가지 않는 방이어서
일부러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게 한 방이었다. 소야는 차가운 바닥에서 덜덜 떨었다. 이른 봄이었지만 밤엔 추운 날씨였기에,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방은 너무 추웠다. 사부는 하루동안 제자가 깰까봐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은 채, 이 방에서 잠을 잔 것
이었다.
소야는 세 번째 눈물을 흘리며 결국 지쳐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소야는 퀭한 눈을 한 채 부시시한 머리를 하고 거실로 내려갔다. 일요일 아침의 TV는 그녀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진
못했다. 소야는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NGCHC로 향했다.
B57층의 엘리베이터 앞엔 MW와 그의 차인 엔쵸 페라리 옐로가 있었다.
"안녕, 소야야. 좋은 아침."
MW는 눈치없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소야에게 인사했다. 소야는 대구없이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 MW의 차의 뒷자석에 앉았다.
MW도 대충 감이 잡혔는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까지 조용히 차를 운전했다. 뒤스베르크와의 NGCHC 첫 입성 이후로는
소야는 항상 그 방까지 갈 때 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태도 상태이지만 NGCHC에 들어온 이후 밝아졌던 소야의 성격이
다시 차츰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15분 동안의 적막이 끝난 후, MW와 소야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원목 흔들의자에
앉아 안경을 끼고 책을 읽고 있는 린과 드라이버를 들고 기계를 이리저리 만지고 있는 뒤스베르크가 있었다. 둘이 방으로 들어
오자 뒤스베르크는 하던 일을 마치고 둘에게 인사를 했지만, 린은 둘의 존재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책을 읽고 있었다.
"MW, 소야. 아침에 오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좀 미안하긴 한데 말이다. 린과 함께 너희 셋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뭐라고요? 대장,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일요일에까지 임무가 주어지면 어떡해요. 아, 오늘은 소야가 왠지 기분도 안 좋은것
같아서 기분도 풀어줄 겸, 드라이브나 하려고 했는데."
MW의 말에 린은 갑자기 책을 바닥으로 던지고 MW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이런 날건달 같은 녀석아! 어린 여자애를 꼬셔서 뭔 짓을 하려고 지랄하는거야!"
"린, 내가 뭘 하든 넌 상관할 바 아니잖아. 너도 나한테 이렇게 말했고."
"이, 이 바보야! 그, 그거야 소야가 걱정돼서 그런거지, 누가 너, 너같은게 걱정돼서 그러는 줄 알아?"
MW가 반박하자 린은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왠지 둘 사이에는 뭔가 오묘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자자, 다들 그만 하고. 킬러아카데미의 거너컬리지, 다들 알지?"
뒤스베르크는 얼렁뚱땅 둘의 신경전을 무마시키고 다시 임무 얘기로 넘어갔다. 킬러아카데미의 거너컬리지라. 킬러가 되는 엘리트
코스인 것 같았다.
"당연하죠, 우리 둘 다 거길 나왔으니까."
"그래, MW. 너희가 처리해야 할 자는 그 킬러아카데미 거너컬리지를 수석입학한 현 BG의 최고의 거너……."
BG의 최고의 거너. 수식어만으로도 엄청나게 대단한 자임을 실감나게 하는 순간이었다.
"22살의 어린 여자 킬러, 베리티 라빈이다."
"베리티라고요?"
"뭐? 그 년이 BG에 들어가?"
MW와 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둘 다 알고 있는 사람인 듯 했다. 소야는 가능한 한 빨리 사부에 대한 일을 잊기
위해, 셋의 말에 집중했다.
"뭐야, 둘의 동기인가?"
"그럼요. 저랑 사귀기까지 했던 여잔데, 왜 모르겠어요."
"그 년이라면 대가리를 날려버리고 싶을 정도로 추악하게 생겼지."
린은 왠지 오늘따라 더 말투가 험악했다. 소야에 대해 말이 나왔을때도, 베리티 라빈이라는 여자에 대해 말이 나왔을 때도
너무 과잉반응을 하는 듯 싶었다.
"아무튼 말야. 베리티 라빈은 최근에 정부에 반대하는 칼럼을 쓴 작가를 죽이려고 한다고 해. 장소는 서울역 입구, 시간은
밤 11시다."
"사살할 필요가 있나요?"
"가능하다면 사살은 피해. 우리의 정체가 탄로나는 날엔 NGCHC의 운명은 그날로 끝이니까. 린, 너도 괜히 흥분하지 말고
잘 참도록 해. 우리의 목표는 칼럼을 쓴 작가를 생존시키고 소야에게 실전감각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알았어요."
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그녀는 극과 극을 달리는 여자인 것 같았다.
밤 10시 쯤, 소야와 린, MW는 서울역 앞으로 나왔다. 셋은 쪼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칼럼을 쓴 작가의 신상정보를
익히기 시작했다. 외모는 그렇게 특징이 없었고, 콧등에 화상자국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밤에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긴 힘들었다. 더 자세한 정보로는 보폭이 빠르고 한 쪽 구두굽이 나가서 두 걸음을 걸을때마다 발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과연 오늘도 그 구두를 신고 있을지가 문제였다.
10시 반 쯤, 셋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하나, 미숙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감
에서 나오는 대놓고 느껴지는 인기척이었다.
이에 MW는 모르는 척 하기로 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린은 상대에게 당당히 모습을 보였다. 결국 린은 임무에서조차 자신의
성격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는 여자였다. 매끈하게 빠진 몸매에 검정색 에나멜 스커트와 재킷, 검은 선글라스는 그녀가 킬러라는 사실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토오사카 선배, 여기서도 만나는군요. 대학때부터 지겹게 승부를 걸어오더니."
"뭐, 이런 상판때기를 시궁창에 처박아버릴 년이!"
"린! 이제 그만둬."
역시 그 킬러는 뒤스베르크가 말한 베리티 라빈이 분명했다. 라빈의 도발에 린은 어김없이 넘어갔고, 결국 MW가 둘을 말리려고
달려나갔다.
"마크 선배. 선배도 있었어요? 저 여자는 아직도 선배를 쥐새끼처럼 졸졸 쫓아다니나보죠? 나 선배와의 대학생활, 너무 즐거웠
는데."
이번에는 여자에 약한 MW에게 미인계로 나가려는 듯 했다. 그러나 MW는 굴하지 않는 듯 했다.
"린에게 막말하지 마, 베리티. 린은 내 좋은 친구야. 말도 험하고 항상 도도한 척 해도, 린은 착한 여자야. 항상 날 위해서,
날 즐겁게 하기 위해서, 내가 걱정되서 하는 걸 표현을 잘 못해서 그러는거지. 린은 정말로 착한 여자야. 너따위의 싱거운
여자와는 달라, 베리티."
현재의 MW는 소야가 본 MW의 모습 중 최고로 진지했다. MW도 진정으로 린을 좋은 친구로, 아끼고 있던 것이었다.
"뭐, 내가 언제 너같은 여자광을 위해서 헌신했다는거야. 괜히 날 위하는 척 지랄하지 마!"
린은 괜히 좋으면서도 MW에게 막말을 했다. 그랬다. 여태까지 린은 MW를 아꼈던 것이었다.
"흥, 저 여자는 그냥 선배가 좋아서─"
[탕!]
한 발의 총성이 서울역을 울렸다. 총알은 정확하게 베리티의 왼쪽 가슴에 박혔다. 베리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다. 총을 쏜 것은 MW였다.
"이, 이 멍청아. 대장이 사살은 하지 말랬잖아!"
"나도 알아! 근데 어떡해.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너를 모욕하는데! 난 토오사카 린. 너를 사랑한단 말야!"
MW의 고백에 린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건 지켜보고 있던 소야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널 사랑하니까, 이젠 너도 날 좀 사랑해주라."
"이 멍청아. 난, 난 널 처음 대학교에서 본 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끊임없이. 그 동안 한눈파는 너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데
이제야 고백하는거야? 난 좀 더 일찍 알아차릴줄 알았는데 결국 모르는구나. 마크 휘트, 이 멍청아."
린은 활짝 웃었다. 웃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이게 그녀의 진짜 모습일까?
그녀의 진짜 모습이든, 아니든 이제부터 린과 MW는 서로에게 더 솔직해질 것 같았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깐.
[Guillotine][5][킬러아카데미 거너컬리지] 마침.
2007. 2. 4.
- 앙's -
MW♡토오사카 린
첫댓글 ㅋㅋ 처음 나왔을때부터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거 였군!!
ㄷㄷㄷ! 알아차리고 있으셨던건가요 ㅋㅋ
헐헗러헗 잔인한소설을 만들어버려!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 그런 뻔한 러브스토리 ㅠㅠ
뻔해서 ㅈㅅ
러브러브러브러브 해서 기분은 좋네 어헝
전편부터 분위기 너무 다운시켜놓은것 같아서 -_-;
건필하세욤
넵 ㅋㅋ;
잘썼어, ㅋㅋ 이거 호러물 만들면 어떨까?
호러는 본적도 없고 쓰고싶은 마음도 없고 ㅋ
킬러아카데미=살인마교실 ㅇㅇ 앙스는 이거 노린거
ㅈㅅ 뭔 살인마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