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가 내린다
온 몸이 물관인 비의 가지
지탱해 줄 푸른 껍질 없어도
땅 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몸짓이다
맑은 숨결로 쏟아내는
도도한 언어
촤, 촤, 촤
난데없는 개화소리
허공에 마음 기대 선 날
추락의 끝에
솟구치는 기도
아스팔트 위에 물꽃으로 핀다.
시/모우
**비가 오네요. 시원하게 내립니다. 내가 좋아하는 굵기의 빗줄기, 그리고 그에 걸맞는 경쾌한 빗소리. 문득 예전에 써놓았던 시가 생각나 이 방, 저 방으로 다니며 화일을 찾아봅니다. 작은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나의 기록, 인생의 한 철 시 쓰는일에 몰두했던 시간들이 제게도 있었네요. 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느꼈던, 삶에 대한 생각도 많고 절절함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어느 한 철. 인생을 달관하듯 시를 써서 일까요? "ㅇㅇ야 너무 빨리 익지 말아라"고 하시던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화일을 펼치니 생각나네요. 저 시를 썼던 시간으로부터도 또 20여년을 흘러흘러왔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설익은 모습이고, , 여전히 아마츄어의 모습이고, 여전히 내게 삶은 힘들고, 여전히 나의 꿈은 꿈으로만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울가수님 어느날 콘서트에서 그러셨지요?
[인생은 어차피 고난이라 우린 행복의 징검다리를 놓으며 건너가면 된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아마 이런뜻의 멘트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마음을 훅치고 들어왔던 그날 울가수님의 [징검다리론]을 그후로 전 가끔 생각한답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네요. 비가 오니 점점 센치해져서는 사설이 길었습니다^^
가수님 머물고 계실 산골 숲속에도, 집 지붕위에도,
창밖에도 비가 내리고 있겠지요?
일용할 양식을 구하러 나갔던 제비도 일찍 돌아와 알을 품고 있는 밤일까요?
오늘밤도 행복의 돌 하나를 앞으로 또 건너가야할 인생이라는 개울에 예쁘고 크고 단단하게 징검다리 놓는 그런 밤이 되시길 바래요. 그리고 편안하시길요.
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