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에서는 그 산이 보이지 않고, 멀리 떨어져야만 그 산이 바라보인다.
지리산을 보려면 북쪽에선 함양 금대산이 최고이고, 남쪽에선 하동 삼신봉과 광양 백운산이 최고다.
백운산 종주는 억불봉(億佛峯·1,008m)까지 이어진다.
그곳에 지리산 전망대인 백운산과 억불봉이 양 끝에 솟아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업굴산은 백계산 동쪽 지맥에 있다’고 나온다.
업굴산(嶪窟山)은 억불봉 동쪽 절벽에 굴이 있어 지어진 이름이고, 백계산은 지금의 백운산을 말한다.
억불봉을 멀리서 보면 바구니를 엎어놓은 것 같아서 하동에서는 갱상도 사투리로 ‘소쿠리봉’이라고도 부른다.
그렇게 야심찬 기대를 갖고 오른 억불봉에선 지리산은커녕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럴 땐 상상을 동원해서 가슴속으로 지리를 품을 수밖에 없을 것.
백운산 방향의 북진(北進)은 기대밖으로 길이 좋아 천상의 고원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는 천 미터에 달하는 봉우리들을 모두 우회하고 있었기 때문.
이슬인 듯 빗방울인 듯 촉촉이 젖는 대지위에 편백나무숲이 들어선 백운산수련원 일대는 피톤치드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언젠가 TV에서 현미경으로 보여주던 그 탱글탱글하던 혈액 방울들이 이럴 때 나타나는 현상일 것.
A)포스코백운산수련원주차장-노랭이봉-노랭이재-억불봉삼거리(H)-억불봉(왕복)-북릉-안내판-산죽-임도-수련원주차장(5시간)
B)포스코백운산수련원주차장~노랭이봉~노랭이재~억불봉삼거리(H)~억불봉(왕복)~노랭이재~수련원주차장(4시간)
궤적
포스코수련원 주차장을 기·종점으로 삼았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 버스는 주차장에서 150여m 더 올라와 내려주었다. 그래서 11.3km이지만 날씨가 선선 , 길도좋아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고도표
<국제신문> 참고.
미리 준비한 표지기.
포스코백운산수련원주차장에서 수련원 방향으로 올라온 지점.
삼거리에서 산꾼들을 토해내는 우리 버스.
그 위에 '백운산 수련원 둘레길' 안내판이 있고...
모두들 우왕좌왕.
몇 장의 사진을 찍은 뒤 앞서간 사람들의 꽁무니를 따르며 뒤돌아 보았다.
산은 위로 올라야만 되니 일부회원들은 노랭이재 방향으로 곧장 올라갔고, 나는 뒤에서 "이쪽"하며 동동마을 쪽으로 불렀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억불봉 방향. 어디 억불봉 가는 길이 한군데만 있으랴.
이 길로 올라도 나중에 이정표가 있는 능선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지만 50여m 더 내려가 시작지점부터 오르기로 한 것.
운무서린 편백나무 숲. 살갗에 느껴지는 상쾌한 감촉이 피톤치드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증거.
이정표가 있는 이 지점이 동동마을에서 올라오는 능선 들머리.
계단을 오르며 숨을 고르다보니...
어느새 노랭이봉.
기념사진을 찍은 뒤...
또다른 돌비를 확인한다. 노랭이봉에는 정상석이 두 개인 셈.
이상한 포즈의 옥분 총무.
살짝 비켜선 지점의 뷰 안내판은...
남해에서 순천까지 훤히 열려있었지만 먹통이다. 이럴 땐 상상으로 헤아릴 수밖에.
노랭이봉의 이정표.
살짝 내려서니 데크쉼터가 조성되어 있는 노랭이재.
백운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노랭이재의 이정표.
다시 고도를 조금 높혀가자 '구름위 백운산'이라는 포토존이 있다.
억불봉 갈림길에 닿았다. 억불봉이 0.7km이니 왕복 1.4km인 셈.
헬기장이 있는 갈림길의 안내판.
모두들 배낭을 벗어놓고 억불봉을 간 듯. 나도 평상에 배낭을 벗어놓고 출발이다.
데크계단을 오르면...
암봉 꼭대기.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온통 백색 천지.
암봉을 내려서자 골짜기를 건너는 목교.
다시 암봉.
계단을 내려서면...
깎아지른 암벽을 우측 밧줄이 안내하는 데로 우회한 뒤...
억불봉에 올라 머물고 있는 일행에게 카메라를 맡겼다. 돌비는 내 키보다 큰 다듬어진 돌.
한켠에 준비해간 표지기를 걸었더니 '福'자를 설명하며 '복현'이라고 하였더니 금세 알아차린다.
알고보니 경마장이 들어선 녹산면 '범방'으로 고향사람. "나는 송정이에요"
20분이 조금 더 걸려 억불봉 갈림길인 헬기장으로 돌아와 요기를 한 뒤 백운산 방향의 반환점으로 향한다.
중간에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면 내려갈 생각으로.
기형으로 생긴 만지송.
땅바닥에 반쯤 드러누운 만지송.
억불봉에서 백운산 정상까진 <4.9+1.4=6.3km>.
거북이 바위라고 명명했다. 김해 구지봉(龜旨峰)의 구지가(龜旨歌)가 떠오른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내놓지 않는다면 구워서 먹으리(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갈림길을 찾노라고 작은 봉우리에 올랐더니 깎아지른 암봉. 맑은 날이라면 천혜의 조망처가 분명할 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발 아래 아찔한 절벽에 그저 오금만 저릴 뿐.
백운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은 사면을 평이하게 에두르고 있어 마치 천상의 고원을 거니는 신선의 길이다.
반환점에 닿을 즈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함께 걸어온 전계룡 씨다.
일행 두 명은 계속 정상 방향으로 올라갔다고 하는데, 이 지점에서 반환해야만 하는 것.
반환점의 안내판.
국제신문 가이드가 설정한 루트는...
곧 밧줄이 매여진 등로로...
산죽지대다.
빗길 미끄러운 하산길을 벗어나면서 계곡.
다시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계곡을 건너게 된다.
뒤돌아보는 내려온 길.
널따란 임도.
구불구불 임도를 따르고, 때론 질러 내려가면...
금세 우리 버스가 주차하고 있는 '포스코백운산수련원주차장'에 내려선다.
버스 옆에서 뒷풀이가 진행 중인 것을 힐끔 곁눈질 한뒤...
안내소 옆...
안내도를 일별한 뒤...
광양 관광안내도도 카메라에 담았다.
차는 모두 여기서 주차하고 수련원까지는 걸어서 올라오시라는 말씀.
주차장 밑 계곡으로 내려가 대강 씻을 수 있었다.
첫댓글 대장님 수고했습니다.
노고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