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부동산시장, 거품 꺼지고 위기 오나
홍콩-영국 주택 가격 하락세… 한국도 내리막
미국은 상승세 둔화… 중국은 거품 붕괴 우려
최근 전세계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던 홍콩과 영국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수년간 과열됐던 세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한국 역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연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겉보기엔 활발한 모습이지만 상승세가 둔화되는 등 버블(거품)이 한꺼번에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6년 4분기 대비 2015년 2분기 주택가격이 220%이상 증가하는 등 집값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홍콩에서 주택가격 하락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3월7일 홍콩 공시지가발표국(RVD)에 따르면 홍콩의 2016년 1월 주택가격 지수는 278.7(1999년=100)로 2015년 12월 285.1보다 2.2% 하락했다. 2014년 12월 이후 하락폭이 가장 크다.
전세계 금융자금이 몰리면서 폐가 한 채가 십수억원에 팔릴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던 영국 집값도 지난 2월 갑자기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 영국의 2월 주택가격 지수는 678.0(1983년=100)으로 전월 대비 1.4% 떨어졌다고 주택담보대출업체 핼리팩스는 밝혔다. 특히 영국은 최근 유럽연합(EU) 탈퇴 우려에 휩싸여 런던 부동산 가격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질랜드 대도시인 오클랜드 집값도 전월대비 0.4%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핀란드의 1월 주택지수는 2015년 12월보다 1.3% 하락했고, 노르웨이의 2월 주택지수도 전월보다 0.2%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상승세가 확연히 꺾인 모습이다. 한국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월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하락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집계에도 한국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보합세를 보였다.반면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아직까지는 활발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1월 주택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1.3% 올랐지만, 2월에는 0.5% 상승에 그쳐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뉴욕과 마이애미 등 집값이 많이 올랐던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중국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전과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의 주택 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라 금융 전반의 시스템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홍콩집값 19% 더 추락” … 노무라증권의 경고
2016년 들어 홍콩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노무라(野村)증권이 추가 가격 급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거시경제팀과 함께 최근 홍콩 부동산 시장에 관한 아시아 스페셜 리포트를 내고 "지난 2월 말 현재 홍콩 집값은 2015년 3분기 고점 대비 11%가 떨어진 상태"라며 "하지만 향후 2017년 상반기까지 19%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집값이 지난해 3분기 고점 대비 총 30%가 떨어져 3분의 1 토막이 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을 편 것이다. 홍콩 부동산 가격 폭락은 통화·재정 안정성뿐만 아니라 홍콩 주식시장도 크게 흔들 수 있는 악재다. 홍콩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25%는 부동산과 관련된 건설 금융 개발업 등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세수도 전체 정부 세수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은행권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의 규모도 30% 선에 달한다.
노무라증권은 이런 상황에서 집값 추가 하락을 점치는 근거로 홍콩 금융당국이 집값을 희생해서라도 '달러 페그제'를 고수하려 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올해 연초 글로벌 핫머니(투기자본)의 공격으로 홍콩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홍콩 은행 간 대출금리(하이보·HIBOR)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자 홍콩 금융당국은 홍콩 달러가치를 지키기 위해 적잖은 비용을 치렀다. 달러페그제를 포기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위상은 무너지고 해외자금의 급격한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결국 금리인상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홍콩 금융당국으로선 페그제를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한꺼번에 30% 정도 평가 절하되거나 향후 2년간 미국 연준이 금리를 4%포인트가량 인상하는 등 최악의 경우가 나타날 때는 홍콩 집값이 60%까지 빠질 수 있다고 본다"며 "반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중국 경제와 위안화가 안정을 보일 경우 집값은 15% 하락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이에 따라 당분간 관련 주식들도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홍콩의 부동산 관련주들은 최근 자산가치 대비 주가(PBV)가 역대 최저 수준인 0.6배까지 내려온 상태이지만 '지금이 살 때는 아니다'는 주장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주요 22개국 분석
세계 집값 10년새 48% 상승 …한국은 30년전보다 384% 상승
세계를 덮친 저성장과 살인적 취업난에 ‘미친 집값’이 전세계 ‘2030 청년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소득이 치솟는 집값을 따라가지 못해 내집 마련은커녕 결혼과 출산의 꿈도 포기하는 ‘삼포 세대’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생독신(일본)’ ‘키퍼스(영국)’ ‘습노족(중국)’ 같은 신조어가 넘쳐나는 가운데 아예 집에서 살기를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0년간(2005∼2015년) 세계 주요 22개국 주택 가격이 평균 48.4% 올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오른 국가는 홍콩으로 2005년 3분기(7∼9월) 93.4(1999년=100 기준)였던 주택지수가 2015년 같은 기간 305.0으로 226.6% 상승했다. 홍콩 중심부의 39.94m²(약 12평)짜리 아파트 값은 434만 홍콩달러(약 6억8000만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스웨덴(91.8%), 노르웨이(82.6%), 영국(42.2%)의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은 39.2% 상승했고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집값이 폭락한 탓에 예외적으로 4.7% 내렸다.
반면 경기침체로 개인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해 2015년 세계 102개국 가운데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10배가 넘는 국가가 59곳에 이른다고 세계 비교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가 3월24일 밝혔다. 연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이상 꼬박 모아야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 1위를 기록한 홍콩은 가구 가처분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37.57로 내 집 마련에 37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34.09) 2위, 중국(24.98) 6위, 싱가포르(23.17) 9위, 일본(20.17) 13위로 아시아 국가들이 대체적으로 집값 부담이 컸다.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14.87로 32위였다.
집을 살 능력이 없는 젊은이들은 우선 부모의 집에 기거할 수밖에 없다. 1980∼1995년에 태어난 영국의 Y세대는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산다는 뜻으로 스스로를 키퍼스(KIPPERS·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라 부른다. 키퍼스의 절반 이상은 평생 집을 사기 힘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부메랑 키즈’는 직장 없이 떠돌다 집으로 돌아오는 캐나다 청년들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의 ‘습노족’은 부모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뜻이고 일본의 ‘기생독신’은 부모에게 기생한다는 신조어다.
독일 여대생 레오니 뮐러 씨는 지난 10개월간 비싼 월세를 내는 대신 아예 기차에서 생활해 화제를 모았다. 기차에서 씻고 자고 역에서 피자를 시켜 먹으며 필요할 때마다 베를린, 쾰른 등지의 지인 집에 들른다. 영국에서는 1월 보트에서 생활하는 한 초선 의원의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어 개조한 트럭에서 사는 구글 사원의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신문 守岩 문윤홍 大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