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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AFC 심판교육위원ⓒ스포탈코리아
|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교육전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영현씨(48)는 AFC 유일의 한국인 직원이다. 대구 청구중학교 체육교사로 있던 지난 2003년 7월 2년 계약으로 AFC에 파견됐던 그는 AFC로부터 전문성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다시 연장 계약 제안을 받았다.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생활을 거쳐 심판 활동을 시작한 전 위원은 1994년 국제심판 자격을 획득한 이후 95 스웨덴 여자월드컵, 96 아틀란타 올림픽, 98 프랑스 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심판으로 활약했다. 2003년부터는 AFC의 ‘비전 아시아 프로젝트’ 일원으로 참가해 심판 교육과 육성을 담당하고 있다.
AFC 심판분과에서 전 위원이 하는 일은 컴퓨터 작업으로 경기를 분석해 심판 및 심판강사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 경기 중 일어나는 다양한 판정과 오심을 가려내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고, 오심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여러 사례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등의 자료를 만들어 교육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휴가차 한국으로 들어온 전 위원이지만 사실 편하게 쉴 틈이 없다. 경주를 시작으로 속초, 제주, 남해 등을 돌면서 심판 재교육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AFC에서 배운 기술과 교육 프로그램을 국내 현실에 맞도록 재구성해 후배들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중이다.
전 위원은 “AFC에서는 한국 심판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외국의 시각을 전하며 심판에 대한 불신감이 만연한 국내 분위기를 아쉬워했다. 판정을 내리는 심판마다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가 다 다르기 때문에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전 위원은 “명확한 판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다음은 축구회관에서 만난 전 위원과의 인터뷰.
- AFC에서 유일하게 한국인 직원으로 근무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94년에 국제심판 시험에 합격해 다음해부터 국제심판을 했다. 운좋게도 AFC의 파루크 부조 심판위원장이 좋게 봐주셔서 95년 스웨덴 여자축구월드컵 심판으로 참가하게 됐다. 국제 심판으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경기 배정을 받은 것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참가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반면 세계의 흐름을 직접 체험하고 교육받고 돌아왔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
처음 AFC와 연을 맺게 된 것은 그때였고, 이후 96년 아틀란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부심으로 직접 참가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게 됐다. 그 과정에서 당시 경기 후 현장에서의 분석방법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심판의 움직임과 판정에 관련된 동영상 자료로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을 보고 ‘바로 이거다’ 싶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분석 방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생각을 구체화한 때가 2000년이다. 그때부터 혼자서 관련 책들과 컴퓨터로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내가 컴퓨터나 기계 다루는 것을 워낙 좋아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내가 도울 일이 생겼고, 마침 심판 분석과 관련된 일을 할만한 사람을 찾던 AFC의 필요가 맞아 떨어져 조직 내로 들어가 일을 하게 됐다.
- AFC에서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직책은 AFC 심판분과의 심판교육전문위원이다. 심판들로 구성된 심판 위원회와 협의해 심판 및 심판강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6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는 명백한 오심이 2번 나왔다.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은 박주영의 첫번째 골은 오프사이드가 아니었고, 골로 기록된 두번째 골은 명백하게 오프사이드를 범했기 때문에 골이 아니었다.
이런 판정 관련 상황들을 미세한 장면으로 잘라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교육용 자료로 만드는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판정에 관해 심판들 스스로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심판 개인의 주관적 견해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자료화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 판정에서 가장 많은 논란거리가 되는 부분은 역시 오프사이드인가?
오프사이드와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의 시뮬레이션 플레이, 2가지가 중점적으로 거론된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지만 심판 교육을 통해 경기 중의 실수들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박주영의 골처럼 특정 경기의 샘플들을 통해 재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 AFC에서는 심판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아시아권 국가끼리 어떤 교류를 하고 있는가?
2002년 AFC에서 ‘비전 아시아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0년 후인 2012년에는 심판, 지도자 교육, 유소년부, 여자축구, 미디어,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UEFA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심판 분야를 보면 아시아 내에서도 국가별로 규칙과 반영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이 참 많이 일어났었다. 현재 250여명 되는 심판이 있는데 50명을 엄선해 그들로 하여금 AFC 주최 대회를 다 맡기도록 했다. 즉 전문화, 정예화된 심판을 양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표준 규칙을 적용하다보니 오심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단적으로 지난 월드컵 예선에서 북한과 이란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정식 항소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심판 뿐 아니라 심판을 가르치는 강사진도 정예화시켜서 좋은 교육 과정을 밟게 하고 있다. 여러 국가를 순회하면서 심판과 심판 강사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전 위원이 보기에 아시아권 심판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나라별로 편차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편차가 심하다. AFC에서는 조직 산하 국가들을 수준별로 4그룹으로 구분했다. 축구가 전혀 시작되지 않은 나라, 수준이 조금 처지는 나라, 발전하고 있는 나라, 수준급인 나라로 구분된다. 한국은 수준급 나라에 해당되는 ‘1그룹’에 속한다. 한국과 일본,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등이 속한 1그룹은 모든 분야에서 축구 수준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 나라들이다.
미얀마나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는 최하 수준이라고 평가되는데, 자국의 프로리그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기준이 된다. 심판도 마찬가지다. 자국의 프로리그 경험이 많을수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아시아권 전반적으로 볼 때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서는 수준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운영 면에서 미숙한 점을 많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특히 개선해야 할 점은 경기 규칙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적용 부분에서 상당수 심판들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심판들이 수준급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심판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한국인 지도자들 뿐 아니라 프로팀의 포터필드나 파리아스 감독도 ‘한국 심판들은 경기 흐름을 너무 많이 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심판들이 경기를 자주 끊는 이유는 불미스러운 상황이 크게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심판은 한 장면만 보고 어드밴티지 적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아무래도 감독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그래서 심판의 자질 중 중요한 것이 특정 상황과 연계되는 다음 장면 혹은 그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단계, 두 단계 이후의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
심판의 자질과 함께 중요한 것이 역할인데, 크게 좋은 위치를 선택하는 것과 선수 관리, 상황 관리의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
볼과 선수, 부심을 한 시야에 둘 수 있도록 좋은 위치를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고 선수 관리 역시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선수 관리를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선수 보호다. 박주영의 예를 든다면 많은 수비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당할 선수라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때문에 박주영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면서 의도적으로 박주영에게 반칙을 가하려고 하는 선수를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부상 선수를 파악하고 벤치를 컨트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 관리라는 것은 아웃 오브 플레이 상황에서 경기를 재개할 때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코너킥을 올리기 전의 상황을 예로 든다면 수비수와 공격수 사이의 몸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데, 볼이 날아오는 중에 페널티 지역 안에서 반칙이 생기면 바로 휘슬을 불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인플레이 된 상황을 다시 번복시키는 우를 자주 범하게 된다. 사실은 킥이 되기 이전에 현장에 가서 몸싸움을 제지하고 인플레이 했어야 한다. 그래서 실제 상황에서 ‘적용’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나 역시 지도자를 거쳐 심판으로도 활동했지만, 특히 우리나라 지도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이미 판정이 난 상황에 대해서는 일단 복종을 하고 오심에 대해서는 사후에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심판을 손으로 밀거나 여러 사람이 몰려가서 심판을 위협하는 것은 상당히 후진국적인 행태다. 국제 대회에서 외국인 심판에게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 국내의 특수한 정서를 감안하더라도 반드시 고쳐져야 할 태도다. 국내 축구에서도 판정에 대한 시비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아무래도 밖에 있으니 국내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텐데, 한국 심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판정 기준은 있지만 적용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A심판과 B심판, C심판의 판정이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감독이나 선수들로부터 ‘A는 괜찮았는데 B는 왜 이런 판정을 내리냐’는 항의를 받게 되고, 이런 문제들 때문에 불신감이 쌓이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하나로 적용할 수 있도록 통일하는 것이 교육위원회나 감독관, 심판위원회의 역할이다. 명확한 판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 신뢰를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 최근 경기 분석 시스템의 발전으로 오심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사후 관리와 조치가 가능해지겠지만, 경기 중 오심을 줄이기 위해 심판들 스스로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텐데.
그렇다. 선수들이 볼을 받기 위해 좋은 위치를 선택하고 동료들의 움직임을 시야에 두면서 판단하듯이 심판 역시 같은 시야로 선수들을 보아야 한다. 어떤 선수가 볼을 받아서 어떤 동작을 하려 한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상황에 대해 주시해야 한다. 동시에 심판이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도 판단해야 한다.
심판이 좋은 위치를 잡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머리 속으로 볼의 방향을 세 군데 정도로 예상하고, 볼이 가는 방향을 따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준비하는 것이다. 굉장히 복잡한 작업이지만, 예측과 판단이 수월해질수록 고급 심판이 될 수 있다. 본인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평가와 분석이 겸해지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훌륭한 심판이 된다. 이런 것들이 바로 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 심판이 반드시 지켜야 할 소신이랄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
특정 상황에서 적용해야 할 규칙은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는 것. 특히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해마다 내려오는 특별지침은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시물레이션 하는 선수들은 반드시 반칙을 줘야 한다거나 의도적으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선수는 퇴장을 명한다거나 하는 내용 등이다. 적용원칙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데, 심판 개인의 주관에 따라 카드를 꺼내고 꺼내지 않고 하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밖에 중요한 개인 능력으로는 경기 중에는 위치선정, 선수관리, 상황관리에 대한 것이고.
- 이번에 한국에서는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가.
앞서 말한 내용과 그동안 AFC에서 배웠던 내용을 우리 현실에 맞게끔 재구성했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경주와 속초, 제주, 남해 등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는 현장을 다니면서 강의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세계 축구의 흐름과 현대 추세를 알 수 있으니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자체적으로 심판 교육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현실에서의 문제점을 분석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앞으로도 심판 관련 문제들이 더 크게 불거지지 않도록 체계화된 교육프로그램으로 대비해야 한다. 또 지금 교육 받은 심판들이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떤 위치에 올라가도록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심판 뿐 아니라 심판 강사진도 동시에 우수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 교육을 받아들이는 심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성과라면.
예전에는 주입식 교육이었지만 내가 실시하는 교육프로그램은 수강생들이 문제점을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짜여졌다. 수강생들로부터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문제 상황을 보여주는 일종의 쇼크 요법이다.
경주에서는 갓 심판 자격을 얻은 3급 심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해는 한 듯했으나 초등학교 경기여서인지 적용을 하지 못하더라. 속초에서 열린 여자대회에서는 운동장 사정 때문에 실습이 어려웠고. 제주도에서 실시한 강습회에서는 교육을 받은 심판들이 강습 바로 다음날 경기에 내가 원했던 동작을 그대로 취해주었다. 1급 심판들이 많아 이해도가 높아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주입식 암기식보다 토론을 통해 머릿 속에 정착을 시켜주고 이해를 시키는 것이 효과가 더 크고 좋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축구 분야에서 최단 기간에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심판이다. 선수들은 골을 넣기 위해서이지만 심판은 반칙을 잘 잡아낼 수 있게끔 좋은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안봉기 위원장과 함께 순회하며 토론을 한 결과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빨리 시행하는 것이 심판 운영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면허증을 따고 운전을 해야 되는데 운전은 남이 해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운전면허증을 땄다고 하더라도 교통 신호를 준수하면서 목적지까지 직접 운전해야만 운전 기술을 제대로 익힌다는 점에서 심판 양성과 같다. 이번 순회 기간 동안 우리 심판들이 짧은 시간동안 빨리 개선되는 것을 보고 우리 심판계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했다.
- AFC 심판 교육 전문위원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을텐데, 앞으로의 계획은?
자체 개발과 자체 분석이 이루어지는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행하는 것이다. AFC에 진출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과 나의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에 향후 2기 출범 때에도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심판과 심판 강사를 더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다. 그것이 나의 본분이자 역할인 것 같다.
- 인터뷰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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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자랑스런 한국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