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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18일 서울 서초동 진아건축 사무소에서 부 회장을 만났다.
"도시, 특히 수도는 철학의 구현입니다. 서울에 담긴 철학이 '잘살아보세'인 것처럼요. 하노이는 '지속가능한 최초의 환경수도'라는 개념에서 출발했어요."
지난해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수상(首相)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땐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찌민의 3대 통치철학인 '독립, 자유, 행복'을 스크린 가득 펼쳐놓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물·에너지·식량 3가지를 하노이를 환경도시로 만드는 요소로 삼고 도시의 20%는 농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베트남만의 가치에 무게를 둔 마스터플랜에 수상은 후한 점수를 줬고, 결국 렘 쿨하스, 이소자키 아라타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경쟁에서 물리쳤다.
하노이의 면적은 3300㎢. 서울시(605㎢)의 5배가 넘는다. 이 너른 땅을 구획 짓고 상업지역·행정구역·공원 등으로 나눠 체계적인 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이 그의 임무다.
"하노이에 서울을 그대로 심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40여년 앞서 도시화를 경험한 선배로서 우리의 시행착오를 가르쳐주는 게 내 역할이지요."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베트남 공무원들에게 1970년대 강남의 사진 1장을 보여준다. 허허벌판이던 삼성동에 딱 한 건물이 들어서 있는 사진이다. 사진 속 건물은 경기고등학교. "우리가 강남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들어간 건물이 학교였습니다. 그들에게 말합니다. 나라의 미래는 결국 배움에 달려 있다고, 도시는 그 배움의 터가 돼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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