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약혼자도 있고,
게다가..........레벨이 틀리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절 확실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형은 아무 여자나 데리고 노는 사람이 아니에요.
게다가 맘에 들지 않는 사람 앞에선, 함부로 웃지도 않죠.
진주씨 앞에서는 한 번도 웃은 적 없었는데,
서영씨 앞에선 자주 웃었잖아요.”
“애써 위로하지 말아요.
괜찮아요. 게다가 그 사람........
요즘 너무나 차갑거든요.”
“우리 형......내가 제일 잘 알아요.
뭔가.......이유가 있는 거예요.”
하윤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려는 듯 두 팔을 턱에 대었다.
그러자 서영은 뜬금없이 서진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윤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그와 가장 가까운 동생이라면 알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하윤씨는........솜사탕 좋아해요?”
“에? 솜사탕이요??”
“네, 솜사탕.”
“..........글쎄요. 딱히,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죠? 잘 모르겠죠.”
“네.......솔직히 서영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요.
어른은 솜사탕을 보며 설레지 않는다고.”
“..............풋!
형다운 솔직하지 못한 표현이네요.”
“무슨.................”
“어릴 때와는 달리 새로운 유혹과 달콤함에 익숙한
어른은 그 달콤함에 지쳐 가끔씩 새로움마저 거부하곤 하죠.
그것이 특히나 익숙한 것이라면 더요.
그래서 어릴 적엔 그토록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아 미각을
자극하던 솜사탕마저, 식상하게 느껴지곤 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나이를 먹었으니까..........
그 많은 세월이 지나갈 때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겪으며 지나왔잖아요?
.......어른이란 존재들은........그래요. 10년 전의 어렸던 저는 그 새로움이
아니더라도 솜사탕을 좋아하곤 했죠.
그저 달콤함에 푹 빠져드는 그 황홀함을 좋아했어요.
솜사탕을 처음 맛보았을 때....... 무척 설레었죠.
마치 구름을 뜯어 먹는 것 같은 느낌에.
그러나 다 먹고 나면 어땠을 것 같아요? 빈 막대기가 한없이 초라하죠.
사랑도 그것과 같아요, 첫사랑의 설렘 뒤에 남겨진 씁쓸한 맛은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죠. 그러니까........즉, 조심하란 거예요.
서영씨도 그 빈 막대기처럼 초라함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형은 그걸 말한 거예요. 당신은 솜사탕이다. 네게 있어 하등 설렐 것 없는 존재.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아니죠. 단지............
맛보고 싶지 않은.......가까이 두고 싶어도 그래선 안 되는 존재.
그러니 피하게 되고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어색하니까.
어른이란 존재에겐 솜사탕은 무척이나 어색하니까요.
형에게 있어.........지금 사랑이 무척 어색한 것처럼.
달콤함 뒤의 씁쓸한 뒷맛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사랑하지 말라고.........
그걸 꼬아서 말 한거예요..........서영씨를 위한 마지막 경고 쯤 이었겠죠.
형은 서영씨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니까.“
“참..........쉬운 말을 어렵게도 말하는 군요.
그 사람은............”
“형은 그런 사람이니까요.
언제나 쉬운 길을 택하지 않고, 천천히 돌아서 가죠.
그저 즐기려는 냥...........하지만, 전 그런 형이 좋아요.
요령 피우지 않는 삶..............멋지잖아요?
형은 사실 미국에서 잘나가는 레이서였어요. 프로레이서.
굉장히 유명했죠. 단 2년 만에 성공한 천재 레이서.
형은 레이싱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한국에서의 삶을 포기할 정도로.
그런데 형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 와서, 사업을 맡았어요.
생각이 바뀌었대나? 단순한 변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마저 뭔가 이유가 있는 것 같았어요. 형에겐.”
요령피우지 않는 삶.
가시덩굴이 잔뜩 쳐진 그런 험준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새로운 길로 접어들다니............
보통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여 좋아하는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다시 시도하는 도전적인 일 따위.
도대체 왜...........어째서,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가 차가운 것에도........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것에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을 것이라며 애써 합리화 시키는 서영이었다.
“네.........그렇군요.
하윤씨 말을 들으니, 그래도
기운이 조금은 나네요.”
“그리고, 진주씨............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네? 그래도 약혼자............”
“...........형은 그 사람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역시.......그랬군요.
확실하진 않았었는데, 하윤씨
말 들어보니........확실해졌네요.”
“네.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저도 그것까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시킨다고 순순히
약혼할 형도 아닌데..............”
하윤은 걱정이 잔뜩 담긴 눈동자를 천장으로 올렸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씩 슬픈 듯 흔들렸다.
그 모습에 서영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어제..........뭔가 숨기려 들던 그의 행동을.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분명 그 둘 사이에 뭔가 있을 거라며 확신하는 서영이었다.
“..........뭔가 이유가 있겠죠.”
“쿡, 그렇겠죠? 전 형을 믿으니까요.”
하윤이 두 팔을 하늘높이 들어올려 깍지를 끼며, 기지개를 폈다.
그 모습에 서영도 따라 기지개를 피며, 하윤을 마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들 눈앞에는 믿을 수 없게도 진주와 서진이 키스를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주가 그의 입술을 빼앗아 간 것처럼 보였다.
그는 당황한 듯 그녀를 곁에서 떼어 놓으며 차키로 차문을 잠그곤, 회사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표정은 무서우리만치 무표정했다. 그리고 정확히 하윤과 서영. 그들과 마주쳤다.
그녀와 그의 키스하는 모습을 본 서영의 눈빛은 애써 외면하려는 듯 심하게 흔들렸다.
“.............형!!! 뭐야!!
이거 지금 무슨 상황이야??”
“.......회사 온 상황.”
“아씨! 썰렁한 농담하지 말고!!!”
하윤은 자신의 일인 냥 당황하며, 서진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서진은 자꾸만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하윤을 보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자꾸만 흔들리는 몸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윤은 자꾸만 말을 돌리는 서진이 얄밉다는 듯 째려보며, 잡았던 그의 어깨를 풀었다.
“아버지가 부르셔서 회사 와봤더니...........”
“.......별 거 아니야.
진주가 장난.............”
“장난 이라니!!
난 어디까지나 진심이야!
그리고 약혼자끼리 키스하는 게 죄야??”
진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얄미운 듯 하윤을 째려보았다.
그러자, 하윤은 잠시 동안 진주를 응시하더니 이내 서진에게로 멋쩍은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서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진주에게 말했다.
“죄야. 풍기문란 죄.
제발 생각하고 행동해.
여긴 회사 앞이라고!!”
서진은 등을 돌려 진주에게서 떨어졌다.
그의 표정은 몹시 불쾌한 듯 일그러져 보였다.
그의 그런 표정에 진주는 기가 죽은 듯 고개를 조금 숙였으며, 하윤은 몰래 서영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 그러자 서영은 그 미소를 뭐라 해석할 줄 몰라 그냥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서진은 그런 그들의 행동을 신경 쓰지 않으며 하윤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듯
돌아섰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서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서영은 기다렸다는 듯 톡 쏘아붙였다.
이상하게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아침부터 대단하네요.
아무여자나 막 끌어들이고.”
“이봐요!! 전 아무여자가 아니거든요??!!”
“진주 넌 조용히 해.”
“그, 그렇지만 저 여자가!!”
“저 여자가 아니야!
내겐 이서영이란 예쁜 이름이 있다고!!”
“뭐, 뭐라는 거야~? 지금!!
하, 참..........기가 막혀서!!”
아무여자라고 막말하는 서영에게 발끈한 진주는 눈살을 찌푸렸고, 그로인해
보기 좋게 그려진 그녀의 갈매기모양 눈썹이 사납게 대각선으로 휘어졌다.
그에 대응해 서영도 지지 않는다는 듯, 눈에 힘을 주며 후려 칠 듯한 당당한 기세로
자신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대답했다.
당장 싸움이라도 날 것 같은 그녀들의 기세에 하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흥!! 그 껍질뿐인 약혼자아~?”
“.........꺼, 껍질?? 저 여자가!!!!!
난 당신 정말 맘에 안 들어!!!!!”
“누가 할 소릴!!!!!”
“자자, 그만~! 릴렉스!!
형!! 어떻게 좀 해봐!”
“...................후.......”
귀찮은 일은 언제나 자신의 책임이구나........ 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열을 내는 것인지, 그로썬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어쨌든 두 사람은 떼어놔야겠다는 생각에, 막무가내로 서영을 손을 이끌고
회사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서영은 순간 그가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감을 느끼며,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그 모습에 진주는 흥분하며, 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어? 어, 어어 어........
이, 이거 왜 이래요?!!”
“회사 늦었어.
그리고 당신은 교육중이잖아.”
“그 손 못 놔~?!!!!”
진주가 오열하듯 소리를 질렀다.
서진은 시끄럽다는 듯 귀를 막았고, 그 바람에 서영을 잡은 손을 놓쳤다.
그녀는 잠시 동안 서진이 잡았던 손을 만졌다.
너무 세게 쥐어서 그런지 조금 부어올라 있었다.
자신의 손목에 신경을 쓰며, 인상을 쓰던 그녀는 서진이 자신의 옆에 다가서자
아무 일 없다는 듯 손목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눈치 챈 그는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자신이 과도하게 힘을 준 탓에 부어올라 있었다.
그는 미안한 듯 잔뜩 힘주었던 눈가에 힘을 풀며, 미안한 듯 낮은 톤으로 말했다.
무척이나 가라앉은 듯한........ 어딘지 모르게 피곤한 듯한 목소리였다.
“..............많이 아팠나?”
“..........좀, 아프더라고요.
힘이 굉장히 센가 봐요. 당신.”
“.......미안.”
“..........네?? 지금 뭐라고.........”
“두 번은 말 안 해.
어서 들어가지 않고 뭐하는 건가?
잘리고 싶나?”
“아, 아!!! 어떻게 해!”
서진은 당황하며, 부랴부랴 교육실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가는 서영을 보며
황당한 듯 웃었다. 그리고 순간, 미소가 걸려져 올라간 자신의 입 꼬리에 놀란 듯,
손으로 만지며 미소 지었던 입술을 억지로 내렸다.
잠시 동안이지만...........조금 전까지 피로했었던, 머리 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그리고 머릿속에 문뜩 누군가 했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사랑하면 그 사람만 눈에 보이고..........
그 사람이 없으면.............슬프다는 거야.
그리고 우습게도....... 아무리 피곤하고 슬퍼도.
그 사람이 있으면...........웃음이 나.........
그 사람의 미소만으로도 내겐 힘이 되곤 하지.
나한텐 네가 그래 서진아............‘
그것은 생전에 희수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이었다.
설마............자신이 그녀를?! 아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젓는 그였다.
“희수야.............은희수.
너.......어디 있는 거니..........?“
* * *
교육실에 몰래 숨어들어와 앉은 서영은 조심스럽게 엎드려선 거친 숨을 내쉬었다.
급하게 뛰어 들어와선, 거친 숨을 어색하지 않도록 숨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엎드려서 잠시 숨을 몰아쉰 뒤,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책상에 제대로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교육관은 휴식시간을 주겠다며 말했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나가버렸고, 이미 쉴 대로 충분히 쉬어버린 서영만이
자리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아. 정말 머리 아프다.”
서영은 그날 교육 내내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벌써 3일이나 계속된 교육이건만.........요즘 들어 왜 이렇게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그녀는 익숙한 듯 펜을 굴려 뒤쳐진 것들을
필기하기에 바빴다.
* * *
“어떻게 된 게냐?!!!
한 회사의 간부란 놈이!!
지각을 다 하고!!”
“죄송합니다.”
민회장의 사무실안은 적막했다.
단지, 그의 호통소리만을 제외하자면.
서진은 그가 인상을 써가며, 온갖 설교와 모욕을 퍼붓는 데도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얼굴로 마주했다.
민회장은 그런 그의 배짱을 속으로 칭찬하며, 가볍게 넘기려는 듯 헛기침을 했다.
“흠흠, 어쨌든.........
이번 프로젝트건 완벽히 해냈으니,
더는 나무라지 않겠다.”
“..........네.”
“아, 그리고...........”
“....................”
“진주를 이용하는 건 좋다만,
너무 심하게 굴진 말거라.
어쨌든 너를 사랑하는 아이니까.”
“.......알고 있습니다.”
“요즘..........네가 제일그룹에
손을 대고 있더구나.”
“......... 눈치 채셨군요.”
서진은 순간 놀라 눈을 가늘게 떴다.
그동안 자신이 극비에 진행한 일을 회장은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 그렇게 표면상
감추면 모를 줄 알았더냐?”
“별 거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던 수준이던데.
네 눈엔 30%란 기준이 작은 것이더냐?”
“작습니다. 아직 한참 멀었죠.”
“네 그릇이 큰 건 알았다만,
그 정도일 줄은.......미처 몰랐구나.”
30%............서진이 소유하고 있는 제일그룹의 주식 양이었다.
가히 적지 않은 양이었다. 5%라고 해도 경악할 지경인데, 어느새 그가 30%나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사실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노숙자나 일반인 같은 이들의
신분을 조사하여, 그 신분을 바탕으로 몰래 주식을 사들였었다.
사실, 주식은 법적으로 지정된 사업이라지만 명백하게 따져보자면, 결코 경마나 다른
도박과도 하등 다를 것이 없었다. 운이 따른 점이라는 것에서 일치했기 때문이다.
물론, 운보단 실력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민회장은 속으로 그의 기량을 제고 있었다.
방금 전의 말로 추측하건데, 그를 은연중에 조사하고 미행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놀라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가 놀랄 만도했다. 회장. 그라고 해도 자신 혼자선 처리하기엔 너무나도 큰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다. 사실.......이 모든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진주의 협박. 그것을 견제하기 위한 최선의 방어책이기도 했던 것이다.
사실.......비장의 한수는 따로 있지만.
어쨌든 그는 민회장이 자신을 조사했다는 사실에 조금 불쾌함을 느끼며 그의
사무실에서 나오려는 듯 회장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나가겠습니다.”
“그래, 손이 큰 건 좋다만.......
너무 키우진 말거라.”
“...........네.”
사무실에서 나온 그는 문뜩 자신의 시계를 보았다.
벌써 2시. 그의 잔소리가 그렇게나 길었던 것이었다.
생각보다 지체된 시간에 짜증을 내며, 스트레스를 풀려는 듯 옥상으로 향했다.
탁 트인 하늘을 보면, 왼지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윽고 옥상 문이 코앞에 닿았다. 그는 옥상 문을 열어젖히며, 기지개를
폈다. 문을 열자마자 들이 닥치는 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정말 말 많은 영감이야.”
“누가요?”
서진이 옥상위로 올라와 혼자 짓거린 말에 누군가 대답했다.
그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홀로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서영이 보였다.
“.........또 당신인가?”
“또 저라서 미안하군요.”
서진의 말에 조금 상처받은 듯 서영이 따갑게 말했다.
그는 자신을 쏘아붙이는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녀의 옆에 한 칸 띄어
앉았다. 그 둘 사이에 벌려진 한사람 크기의 텅 빈 자리가 무척이나 허전해 보였다.
“방해한 것 같아서, 미안하군.”
“천만에요.”
“그래? 그럼 실례하지.”
“.......그런데, 전엔 존댓말 하더니,
지금은 왜 안 해요?”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잖아.
점심시간 이라고. 이 시간만큼은 나도 일반인이야.”
“.............하, 참....!”
서영은 오만인상을 다~써가며, 자신의 황당함을 표현했다.
그는 처음엔 손에 쥔 책을 펴들며 조용히 읽기 시작했는데, 이내 지루한지,
조용히 눈을 감으며 단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를 가만히 쳐다보던 서영은
잘됐다는 듯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길 10분.
그는 정말로 잠이든 것처럼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세밀히 관찰했다.
그러다 문뜩 자신의 손가락을 그의 얼굴에 살며시 대며, 그의 속눈썹을 만졌다.
어떻게 된 게, 마스카라로 올린 자신의 속눈썹보다 훨씬 긴 것 같았다.
그에 억울함을 느끼며, 서영이 조심스럽게 다시 손을 가져다대자, 그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놀라며 손을 얼른 치웠다.
그리곤 그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다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의 피부는 아기처럼 하얗게 빛났는데, 잡티하나 없는 것이 정말 아기피부 같았다.
특히나,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에서 점을 찾기란 정말이지 틀림그림 찾기보다 어려운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다가 하나의 점을 발견했다.
바로 귀 밑에 존재하는 점. 그녀는 그 점을 흥미 있게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을 응시했다. 진주. 그녀와 입 맞추었던 입술을.
그녀는 왼지 자신이 먹어보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인 붉은색에 민망한 듯
이내 시선을 돌렸다.
“........정말 얄미운 남자야.”
“흐음.............”
이토록 자신의 앞에서 무방비한 상태라니.
사실 이런 생각은 남자 쪽에서 해야 올바른 거겠지만........
저렇듯 유혹적인 남자면, 다른 여자들도 아마 같은 생각일 것이라며 고개를 돌렸다.
서영은 자신도 허리를 편하게 젖혀 드러누우며, 하늘 위를 올려다보았다.
푸른색의 하늘. 뭉게구름이 유유히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순간 서진이 잠꼬대하며 말했다.
“.........흠......희수야...........”
“.................”
“.......희수야.........”
희수? 희수가 누구지?
순간, 서영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하늘에 두었던 시선을 그에게 고정했다.
그리고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눈가에 맺힌 작은 이슬을. 분명 눈물이었다.
서영은 눈가에 맺힌 그의 눈물을 보고 잠시 놀란 듯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손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당신도 울 때가 있구나.”
조용히 그를 응시하던 서영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살며시 키스했다.
그리곤 놀랐는지, 자신의 입을 조용히 매만지다가 도망치듯 옥상에서 사라졌다.
“...................방금.......”
두근두근.
누군가 자신의 입술을 스쳐갔다. 아찔한 꽃향기가 나는 입술을.
어디선가 맡아 본 적이 있는 향기였다. 그래, 서영의 향기.
그는 그녀라는 생각을 떠올리자, 심장이 갑자기 주체 못 할 정도로 뛰기 시작했다.
서진은 좀 전에 서영이 눈물을 닦아주는 바람에 잠이 슬쩍 깨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을 덮쳐 온 것이다.
그 바람에 그의 얼굴은 순간 붉게 물들었고, 다행스럽게도 서영은 그걸 보지 못한 채,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는 붉게 물들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무릎을 세운 뒤 그 속에 파묻었다.
정말 복잡한 날이다. 자신에게 있어 오늘은.
.
.
.
.
.
“내가 왜 그랬지?? 미쳤어!!! 미쳤어!!”
서영은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서, 내내 미쳤다며 자신의 볼을 치고 있었다.
나름대로 그 행동에 대한 처벌인 듯 했다.
부드럽게 스쳤던 그의 입술. 도둑 키스였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조금 전 그의 입에서 나온 ‘희수’라는 이름의 사람을 떠올리자니,
첫댓글 아무여자..서영이도 성격이 없는 여잔 아니라니까요..ㅋㅋ 으..저도..쓰러가야지요..ㅠ.ㅜ 서진군과 서영이의 진도~!!기대해요..ㅋ.ㅋ
서영이 은근히 성깔 있습니다. 아직까지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진주가 개기면 언제든 튀어나올 성격입니다;; 서진이한테 가끔 나대는 것만봐도 알수있죠. 크크. 그게 서영이의 매력이지만요~ㅋ
둘이 잘됐으면 좋겠어요 ~ ㅋㅋ
그쵸? 잘 될겁니다. 흐흐. 서진이가 서영이의 맘을 얼렁 받아주었으면 ㅋㅋㅋ
앗..요즘 일본어에대한 압박이 심해서인지..아는 일본어 나왔다고 흥분한;;공쥬님이다 공쥬...므흐흐..ㅠ.ㅜ 죄송..대략 미.친.아입니다;;
하하, 일본어~ 저도 일본어 배우는 중이라 잘 하는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회화는^-^;;;;;;일본식 한자가 아주 골때린다죠 ㅠㅠ 영어도 그렇고 지들멋대로야 아주;;; ㅋㅋ 뭐 우리나라도 외국인이 보면 영어발음 웃기긴 하지만요.
므흣~ 드디어 시작되는 분위기 ㅋㅋㅋ 기대 만땅!! 담편 빨리~ 빨리~
ㅋㅋ 기대하시와용♡ 이제 슬슬 스타트를 밟으려구요^^ 에효.......지금 다른 글 쓰고싶어서;; 손이 근질거리네요^^;;; 이맘때 되면 돋는 병이랄까; 어쨌든 이터널이 먼저겠죠?흐흐.
안되요!! 또 저번처럼 한 4편쓰고 접어서 사람마음 아쉽게 하지 말고 온니 여기에 집중해 주세요~ 그리고 다른거 쓴다는 핑계로 서진이랑 서영이 진도 느려지는거 못참아요 ㅎㅎ 진도 팍팍!! 압박입니다. 참 저 넥님 바뀌엇떠요
스바루님~ 그냥 짧게 줄이셨네여^^ 멋져요! ㅋ 여튼 이번엔 실망 안시킬테니; 걱정마셔요 ㅎㅎ
희수라는 벽 -ㅁ-;;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
아직은 쉽지 않죠. 그녀란 벽이 워낙에 견고해서 하지만 서서히 깨질거예요.
서영이 귀엽네.... 알았죠? 서진이의 옛사랑 그림자 희수를..... 하윤이 다정다감 하네요. 서영이에게 힘이 되겠어요.
^^ 서영이의 또다른 보호자........그정도 라고 할까요 ㅋㅋ
서영이의 매력정도면 충분히 희수를 넘....겟죠??ㅋㅋ서진이 제일그룹에 어떻게 손대고이쓸지가 더 궁금합니다 -ㅅ-ㅋㅋ
ㅋㅋ 서진이 ~ 서서히 장악하고 있답니다. 님 덕분에 그 장면도 써야될 듯 싶군요. 그치만;; 그 전에 담편이 너무 막막합니다 ㅠㅠ
왠지 왠지 왠지......멋져요..........하윤이가 큐피트가 되어주는 군요 흐흐(나름의 해석중) 희수라는 큰 벽을 넘어 서진과 하루빨리 러브러브를....안써진다고 하셨는데~ 부디 예쁜 하윤이와 서진이..를 보고 힘내서 써주세요~ 아참 저를 봐서라도(??????????) 풉.. 그럼 좋은 하루되세요~^ ^
ㅋㅋ 하윤이 멋있죠? 그의 진가는 나중에도 계속됩니다. 크크크크........사실 서진이의 멋진 활약도 몇개 설정 해놓긴 했지만;ㅅ; 거의 하윤이 대사로 몰려가고 있다죠;;;ㅅ;; 허억;;;;ㅋㅋ 어쨌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로니엘님은 잠도 엄어!! 어제도 코멘달아 놓은시 보니까 늦게까지 안주무시더니~~ 아침부터 활동하는 로니엘님 쿨럭;; ㅎㅎㅎ 그런 뜻에서 좋은 아침 @''@
하하^^; 저 지금 글 쓰고 있는뎅~ ㅋㅋ 심심해서 여러가지 소설도 읽구 있고요 ㅎㅎ 잠이 별루 없어요^^;; 스바루님도 좋은 아침 입니다.
저 딱 먹혀서 비명지르고 있어요 ㅠㅠ!! 글이 막혔어 ㅇㅁ너ㅏ러ㅏㅊ풑 훌쩍훌쩍!!!
헏헏;; 그건 저도 마찬가지 랍니다;;ㅅ;; 상황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심히 난감하죠;; 그 심정 잘 압니다요 알고말죠. 암암 ㅠ____ㅠ 우리 서로 슬픔을 공유해요 스바루님 ㅠㅠ
서로 머리에 충격주기 뭐 이런거라도 할까요? 크륵; 점점 여기가 체팅창이 되어간다는;;; 배고프다..ㅜ,.ㅜ
ㅋㅋ 뭐라도 좀 드세요;ㅁ;; 그냥 가만히 있기엔 저도 배가고프네요 ㅋㅋ 라면이라도 먹을까나--- ㅠㅠ 흑흑; 정말 다른 글로 가버리고 싶네요;;
안되요!! 다른 글로 못가게 묶어나야겠어. 라면 말고~ 식사 재대루 쳉겨 드세요. 몸상해요~ ㅎㅎ
ㅎㅎ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ㅋ 그치만 이미 라면을 먹었다는;ㅅ;;;; ㅋㅋ 글쓰고 있오영~ 지금 이터널 쓰는데 잘 안써지네요.
안녕하세여~로니엘님!^^* 오늘 소설을 다보구 여기까지왓네요~정말 재밌는소설이에요 ㅎㅎㅎ 희수라는 벽..이제 허물길 바라는맘이에여 ㅠㅠ 작가님 건필하세여~
감사합니다^^ 꼬릿말보고 힘좀 얻었네요. 지금 소설 아침부터 잘 안써져서 6번째 ㅠㅠ 지우고 쓰고 있거든요;;ㅅ;; 제게 힘을 주셔서 감합니다. 미흡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엘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빨개졌대 빨개졌대.. >_< 얼른 서진도 알았음 좋겠소이닷.... 전 서영이 서진에게 차갑게 대하는게 나왔음 좋겠어여... 서진이도 당해봐야돼.. ㅡ,.ㅡ
물론 나옵니다. 서진이 녀석도 혼나야되요!! 자꾸 팅겨서 울 서영이맘 아프게 하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