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에는 장맛비가 꾸무럭거린다. 비가 억수로이 내리기도 하고, 잠깐 쉬기도 하고...
어제 오후에는 비가 살짝 그친 듯 싶어서 우산 하나를 들고는 아파트 현관 바깥으로 나와서 서울 송파구 지하전철역으로 향했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위치한 <한국국보문학 >사무실.
생글생글 잘 웃는 맹신형 님이 2020년 8월호 문학지를 무겁게 내주셨다.
사무실 안에는 국보문학 회원인 하택례 님, 조영갑 씨는 원고를 다듬고 계셨다.
나는 두 분(하 선생님, 조 선생님)을 국보문학 문학지에서 사진으로 보았기에 이들이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하택례 님이 나한테 '좀 쉬었다 가세요. 커피 드릴 게요'라고 거듭 제의하셨다.
나는 그 제의가 무척이나 고마웠으나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어요. 고맙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사무실을 얼른 벗어났다.
오늘 아침에는 비가 잠시 그쳤다.
구름도 무척이나 높게 떴다.
햇볕은 나지 않았으나 시원한 바람도 살짝 분다.
어제 받아온 '국보문학' 8월호를 읽는다.
'큰집'이라는 초대시를 보다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작은집 줄께 큰 집 다오
헌 집 줄께 새집 다오
두꺼비집 지으며
...
크고 좋은 새집에
...
큰집엔 이쁜 사랑이 있으며
...
꿈처럼 행복한 큰집에서
위 문구에서는 '작은집, 큰집, 큰 집, 헌 집, 새집, 두꺼비집'이 나온다.
- 큰집 : 2회
- 큰 집 : 1회
- 작은집 : 1회
- 헌 집 : 1회
- 새집 : 2회
- 두꺼비집 : 1회
의문 :
낱개의 글자를 붙여서 쓴 단어, 떼어서 쓴 단어들의 문구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예 : '큰집'과 '큰 집'.
- 큰집 : 집단의 가족 가운데 맏형네(가족)을 뜻한다.
- 큰 집 : 집 규모가 큰 집을 뜻한다(가옥, 주택, 건물).
- 작은집 : 형님네가 아닌 동생네를 뜻한다.
- 작은 집 : 집 규모가 작은 집을 뜻한다(가옥, 주택, 건물)
- 새집 : 1) 새가 사는 집 2) 새로 지은 집
- 새 집 :1) 새가 사는 집 2) 새로 지은 집
※ 이 경우에는 두 가지가 다 표준어일 게다.
이하 생략 ...
위 詩를 들여다본다.
1) '작은집 둘께 큰 집 다오'라는 문구의 대응이 어긋난다.
'작은집'은 주택, 건물을 뜻하는 게 아니라 형네(사람, 가족)이 아닌 동생네(사람, 가족)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고친다면 ' 작은 집 줄께 큰 집 다오'라고 해야 한다.
2) '헌 집 줄께 새집 다오' 이 문구도 이상하다.
'헌 집'은 낡은 집을 뜻한다. 집을 바꾸려면 새로 지은 집일 터.
고친다면 '헌 집 줄께 새 집 다오'이라고 상응하는 단어를 써야 한다.
또는 '헌집 줄께 새집 다오'라고 상응하는 단어를 써야 한다.
앞 문구(단어 등)과 뒷 문구가 서로 상응했으면 싶다.
이하 생략...
국보문학 8월호 333쪽.
'?은'
이 제목이 떴다.
나는 이 제목을 보고는 글자가 누락되었나? 컴퓨터 자판기가 글자를 잘못 식별했나?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그러나 詩의 본문 첫째 줄, 세째 줄에서
'? 너무 비싸서 계산이 안 나옵니다'
' ?의 값어치는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이란 문구를 보았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은'이란 제목을 붙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은'이라는 게 무슨 뜻이며, 이를 입으로 소리를 어떻게 내는 지가 의문스럽다.
우리가 쓰는 말은 소리글(의성어, 의태어)이기에 한글(글자)로써 대략, 얼추는 다 표현할 수 있다.
또 반대로 한글(문자)를 눈으로 읽으면서 입으로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위 '?은'은 눈으로 읽었으되 나는 입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은 문자가 아닌 문장기호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든 문장기호는... 전세계 국가가 만든 문장부호를 모두 합치면 아마도 수십 만 개도 될 듯 싶다.
예 : ¿, *, ※, ◐, ◑, ◁, ◀, ▶ ... '
이런 기호를 어떻게 목소리, 입소리로 나타낼 수 있는지 표현하기 바란다.
위 기호문자를 큰 목소리로 말하면 귀 어두운 나는 그제서야 알아들을 게다.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詩이다. 난해하기 짝이 없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기호문자로써 詩를 써야 하는지...
나는 또 배운다.
이상한 게 詩의 세계라고...
나는 성질이 급해서 문장을 재빨리 읽는다. 한번에 그냥 훑어본다.
특히나 글자 숫자가 아주 적은 詩라면 나는 더욱 모른다. 짐작도 할 수 없기에.
詩에서는 어떤 내용을 상징한다면서 詩語라는 말을 숱하게 쓴다.
보통사람인 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 내용 등이 詩語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닐 게다. 위 경우에는 오탈자 등을 다듬지 않고는 그참 책에 낸 실수일 게다.
이해하기 쉬운 글자로 말하고 글 썼으면 싶다.
입에서 나오는 말을 글자(한글)로 나타내고, 그 글자를 눈으로 보고는 입으로 말해서 다른 사람이 알아듣는 그런 문학글이었으면 싶다.
눈으로는 보았으되 그게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외국어, 외래어, 괴상하게 조립한 신생어, 이상한 기호문자 등을 써서 '잘난 체'를 해야 하는가 싶다. 아닐 게다. 진정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자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쉽게 이해하고, 올바르게 쓸 게다.
우리민족은 수천 년 동안 많은 지역을 거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왔다. 한국 고유의 말과 글자가 있다.
글자인 '한글'은 세계적인 문자이다. 누가 맨 처음 글자를 만들었는지를 확실히 아는 문자이다. 1443년에 세종이 창제했고, 146년에 널리 반포한 글자이다. 발전을 거듭해서 이제는 '세계어'로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땅의 크기는 남북한을 모두 보태도 면적 크기로는 세계 99 ~100순위이다. 그런데 한글을 쓰는 사람의 숫자는?
세계 10위 이쪽 저쪽일 게다.
우리말은 세계 1등은 아니어도 우수한 말로 인정받고 있다.
한글의 가치는 어쩌면 세계 1 ~3위 안으로 들 수 있다고 나는 자부한다.
우리나라 남북한의 인구 숫자는 8,000만 명이기에 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중국, 인도 등과는 비교할 수 없어도 문자(한글)의 가치로는 세계 1 ~3위로 여겨도 될 것 같다. 민족의 자부심이기도 하기에...
우리의 국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한글이 세계로 수출되는 현상이 더욱 많아진다.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소리글자이기에...
즉시 통역과 즉시 번역이 가능한 그런 문학글이었으면 싶다.
어린아이라도 이해하는 그런 문학글이었으면 싶다.
'갸갸거겨'를 배운 지 얼마 안 되는 문자 해독 능력이 거의 없는 문맹자라도 읽을 수 있고, 또 그들이 자신의 뜻을 글자로 직접 표현하는 그런 문학글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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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보문학 2020년 8월호.
이번 달의 책은 무척이나 이채롭다.
낯선 곳을 다녀온 여행기가 평소보다는 많이 게재되었다.
여행수필이다.
전대길 님의 '경주 서봉총과 웁살라 고분'
김창주 님의 '아흔아홉 구비길 해산령에서 만난 천사'
김종억 님의 '제2땅굴 현장으로' : 군사경계선이 있는 최전방지역 탐방기.
조남대 님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 : 베트남
정희순 님의 '바닷가의 추억' : 충남 보령시 웅천읍 독산해수욕장에 관한 여행기
이홍규 님의 '고향마을의 전설 기행' : 전북 고창 지역
특히나 국보문학 임원/회원들의 '제주도 한라산 등산 및 마라도' 단체 여행기가 많이도 책에 올랐다.
짧은 글자로 짓는 詩에서도 여행지 이름이 많이 나온다.
나는 덕분에 이색지역의 풍물과 생활상을 상상으로 엿본다. 덕분에 지리 공부도 더 한다.
문학글에서 많은 것은 배운다. 특히나 이번 8월호에서는...
뜬 구름 위에 올라탄 신선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6하원칙'에 준하는 내용으로 전환하는 듯하다.
실체가 보이는 삶에서 건져낸 글이기에 시골에 주소지를 둔 나는 글 읽기가 무척이나 편해졌다, 이번 8월호는.
2020. 7.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