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五 章
恒山의 風雲, 幽靈의 뜻은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개 야인(野人)일 뿐이다!”
다각! 다각!
한 올의 잡털도 섞이지 않은 눈처럼 새하얀 백설총이 산기슭을 오르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마상(馬上)엔 한 명의 미청년이 조용히 올라앉아 있었다.
치렁한 흑발은 뒤로 단정히 백건(白巾)으로 묶어 드리웠고, 백학(白鶴)의 깃털인 양 가볍고 하얀 백우의(白羽衣)를 걸친 그의 신태는 그대로 천신(天神)의 하강(下降)이었다.
우주(宇宙)의 신비(神秘)를 몽땅 담아놓은 듯한 마력적인 성목(星目)!
이런 인물이 지상(地上)에 또 있을 수는 없으리라!
-천문황룡(天文皇龍) 주자헌(朱子軒)!
바로 그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모든 권위와 명예를 내던져 버린 채, 뜬구름같은 야인(野人)으로 탈바꿈한 황룡(皇龍)!
그가 필마단기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흠! 역시 세상은 넓군!”
주자헌은 아득히 보이는 고산준령을 올려보며 찬탄을 발했다.
그가 지나는 곳.
항산의 외산(外山)을 오르는 산기슭이었다.
항산의 외산은 완만한 구릉지대였다.
그렇지만, 항산의 내산(內山)으로 들어가면 맹수조차 다닐 것이 없는 험악한 산세를 지니고 있었다.
다각 다각...!
백설총은 주인의 마음을 아는 듯 여유롭게 발굽을 옮기고 있었다.
“후훗! 천하를 유람해보고 가장 경치좋은 곳에 장원을 짓고 평생 책(冊)이나 보며 지내리라!”
앞날의 쾌청함을 기대하는 듯, 욕심없는 신인(神人)의 얼굴엔 그윽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은 인간의 뜻대로만은 되지 않는다.
주자헌은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북악 항산의 내산은 험준하기 그지없어 인간의 자취가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항산의 외곽지대는 완만한 구룡으로 이어져 있고, 산세가 수려하여 항시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의 자취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한데, 지금 이곳만은 달랐다.
주자헌이 무심히 가고 있는 곳...
어느덧 구룡은 분지로 이어지고 좁은 협곡으로 좁혀지고 있었다.
양 옆은 병풍처럼 늘어선 천길의 단애로 화하고,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울울창창한 수림(樹林)이 그대로 한폭의 산수화(山水畵)를 그려내고 있었다.
“허....절경이로군!”
주자헌은 고개마저 끄덕이며 찬탄을 발했다.
그러다 문득,
“....?”
주자헌은 한곳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계곡의 중간 쯤이었다.
하나의 풍화(風化)되어 시뻘겋게 녹슨 철비(鐵碑)가 가로막혀져 있었다.
“환상비곡(幻像秘谷)?”
주자헌은 고개를 갸웃했다.
녹슨 철비에 새겨진 글자는 희미하게 보였으며, 그것이 문자(文字)라는 것을 알아낼 사람은 천하에 단지 셋 뿐이었다.
고대(古代)의 사멸어(死滅語)인 갑골문자(甲骨文字)였다.
물론, 주자헌은 그 삼 인 중에 들어가고도 남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주자헌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병풍처럼 들러쳐진 단애에는 만홍(滿紅)의 화려한 수림이 우거진 절경임에도 인적이 전혀 없었던 이유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만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환상비곡이라는 이름은 천하인도 알지 못했다.
그 글을 읽어본 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불회마곡(不廻魔谷).>
그것이 계곡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누구도 이 계곡에 들어서서 밖으로 다시 나올 사람이 없었다.
지난 천 년 간....
족히, 수백 명의 인물들이 이 계곡의 비경(秘境)에 이끌려 들어섰다. 또한, 들어선 인물들은 한결같이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불회마곡이었다.
돌아올 수 없는 악마의 계곡...
지난 이백 년 간은 아예 이곳에 들어선 인물이 없을 정도였다.
“저건!”
주자헌은 계곡의 끝을 직시하며 흠칫했다.
이십여 장 밖,
스으.... 스으!
아지랑이같은 운무(雲霧)가 자욱히 깔려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단지, 너울거리며 춤추는 여인들의 흐느적거리는 몸짓과도 같았다.
백색운무는 기묘한 유혹의 마력을 흩뿌리며 꿈틀거리고 있다.
심력(心力)이 약한 자라면 누구라도 절로 발길이 끌려갈 정도로 환상적인 운무의 춤사위다.
“음!”
주자헌은 낮게 침음을 토하며 시신을 돌렸다.
“환상미령사혼진(幻想迷靈死魂陣). 저 극악한 요진(妖陣)이 이곳에 펼쳐져 있다니.”
주자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환상미령사혼진!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천 년 이전에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펼쳐진 곳에 들어선다면 여인의 환상에 얽혀 끝없이 제자리에서 빙빙돌며 영혼(영혼)이 바스러지는 무서운 살진(살진)이 그것이었다.
그것을 정확히 아는 인물이 아니라면 설사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자신이 진법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죽고 말았다.
이곳이 불회마곡이라는 공포지명(恐怖地名)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천무황룡 주자헌,
천하에서 가장 방대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황궁서고(皇宮書庫)를 통째로 머리에 담고 있는 천추대문성(千秋大文聖)이 바로 그였다.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알려진 고대의 기진벽서가 모조리 비장되어 있는 곳이 황궁서고였다.
그런 고서 중엔 기문진법(奇門陣法)에 관한 기서도 다수 있었다.
물론, 주자헌은 그런 모든 것을 깊은 오의까지 체득한 인물이었다.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가는 것이 좋을 듯하군!”
주자헌은 말머리를 돌렸다.
히-힝!
일순, 백설총이 질겁하며 경계의 울음소리를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스-학!
일장 옆에 떨어진 괴석(怪石)의 중앙에서 시커먼 흑수(黑手)가 고물줄처럼 늘어나며 짓쳐오는 것이다.
퍼-억!
히-히히힝!
흑수는 그대로 백설총의 배를 가르며 주자헌의 하체로 밀고 올라왔다.
절대위기의 순간, 백설총은 화끈한 통증에 본능적으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쿠-웅!
삼장을 뛰쳐나가다가 백설총은 힘없이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어엇!”
주자헌은 느닷없는 상황에 어찌 할 도리도 없이 백설총의 몸에 깔리우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인가?”
그는 애마가 비명횡사하자 비칠거리며 일어나 사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유.... 유령(幽靈)!”
주자헌의 동공이 경악으로 급속히 확대되었다.
보라!
주르르르!
한 덩이 바위가 그대로 검은 물(黑水)이 되어 흘러내리더니, 그것은 이내 하나의 인간형상으로 뭉쳐지는 것이 아닌가?
“크으! 지옥(地獄)의 개(犬)인줄 알았더니 책벌레였군!”
괴인(怪人)은 주자헌을 쏘아보며 괴로운 신음을 토했다.
유령(幽靈)!
괴인의 몰골은 오직 그 말로서만 표현될 수 있었다.
먹물에 담그었다 꺼낸 듯 시커먼 묵의(墨衣)에 대나무를 보듯 깡마른 체구를 지닌 그의 눈은 독사(毒蛇)의 그것같이 세모꼴로 쭉 찢어져 있었다.
푸르스름한 귀광(鬼光)마저 번뜩이는 그의 동공엔 흰자위조차 없었다.
한데, 이럴수도 있단 말인가?
흑의괴인은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복부가 길게 그어져 있었고, 내장 부스러기는 가닥가닥 끊어져 쏟아질 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욱이 그의 전신은 거미줄같은 검흔(劒痕)이 뒤덮고 있었다.
피는 흐르다 못해 메말랐는지 검붉게 엉켜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분명 살아 있었던 것이었다.
“으음!”
그는 곧 그 자리에 무너지는 듯 주저앉앗다.
고통스럽게 안면근육을 씰룩이며 신음을 토했다.
“쯧! 남의 물건에 손을 댔으니 그런 봉변을 당한게요.”
주자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이 되어줄 애마가 죽은 것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크읏! 담력이 큰 책벌레로군!”
그런 주자헌의 태도에 흑의괴인은 기광을 번뜩였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느닷없이 바위 속에서 튀어나와 무차별 살수를 휘둘렀다.
그런 인간이 유령(幽靈)을 보는 듯 괴악스런 몰골에 온몸은 난자되어 찢겨지고, 복부에선 내장더미가 흘러내릴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저 무공 한 조각도 없는 백면서생은 오히려 혀를 차며 고소해 하는 것이 아닌가?
(허! 천룡(天龍)이로고...)
흑의괴인은 주자헌의 전신을 보며 내심 경악서린 탄성을 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주자헌의 비범함을 한눈에 간파한 것이었다.
(저런 아이가 지작 본좌의 눈에 띄었다면 지옥의 개들에게 본전(本殿)이 이런 수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을)
못내 아쉽고,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히 떠오르고 있었다.
(예령(藝玲). 그 아이와 좋은 짝이 될 수도 있었거늘....)
딸가진 부모(父母)로서 가질 수 있는 욕심 또한 증폭되고 있었다.
“죽는 사람에게 욕하는 것은 살아갈 사람의 도리가 아니니 죽기 전에 할말이나 해 보시오!”
주자헌은 이제 흑의괴인의 상세를 파악하고 있었다.
의술(醫術)에 있어 천하에서 두 번째 가는 의생(醫生)이 바로 그였다.
그렇지만, 대라신선이 와도 지금 흑포노인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주자헌으로서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저런 끔찍한 중상을 입고도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에겐 경이로움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흑포괴인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고개를 끄덕일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안색은 급격히 생기(生氣)가 소멸되고 있었다.
주자헌을 적(敵)으로 생각하고 여력으로 남은 공력을 모조리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네!”
“말해 보시오!”
어디까지나 반말 비슷한 어투였다.
그렇지만, 그런 주자헌의 행동을 흑의노인은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의 신분을 아는 인물이라면 기가 막히고도 남을 장면이었다.
그렇지만 주자헌이 누군가?
이 세상에서 그의 존대를 받을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한 명 뿐이었다.
흑의괴인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노부가 적도에게 쫓기느라 사문의 일을 정리하지 못했다네! 후일 유령천모(幽靈天母)라는 아이를 보면...”
그는 품에서 피에 절은 양피책자를 내밀었다.
“유령비전(幽靈秘典)이라는 것일세! 자네가 먼저 그 오의를 취(取)하고 유령천모라는 여아에게 그 비기를 전수해 주었으면 하네!”
주자헌은 두말없이 양피책자를 받아 갈무리했다.
“한데 누구에게 그리 끔찍하게 당한 것이오?”
그는 흑의괴인의 찢겨진 뱃가죽을 보며 물었다.
“번뇌야화(煩惱夜花)라는 지옥나찰(地獄羅刹)이 보낸 지옥의 다섯 마리 이리떼들에게 이리 당했다네!”
흑의괴인은 살기를 띄우며 말했다.
“유령비전을 노리고 노부를 기습했지만 유령은공(幽靈隱功)을 익히면 죽음이 삼 일 정도 연장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지! 클클클....”
그는 득의에 찬 괴소를 흘렸다.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자헌은 무림(武林)이라는 곳과는 상관없는 인물이었다.
그가 무림의 정세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번뇌야화라?)
주자헌은 섬뜩한 이름 하나만을 되뇌이고 있었다.
무언가 끈적한 운명이 얽혀있는 듯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문득, 흑의괴인은 다급한 신색으로 주자헌을 올려보았다.
“빨리 이곳을 떠나게! 지옥오대혈룡(地獄五大血龍)이라는 마물(魔物)이 노부를 추적하고 있으니 곧 들이닥칠 것일세!”
말을 마친 순간, 흑의괴인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부디.... 유령(幽靈)을 보살펴 주길!”
이어, 그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여졌다.
푸-스스스스...
그의 신형이 그대로 한줌의 잿가루로 부숴져 대기중으로 흩날려가는 것이 아닌가?
“으음!”
주자헌은 절로 침음성을 흘렸다.
야인(野人)으로서 유유자적하게 천하를 유람하려고 떠나왔던 황룡(皇龍).
그렇지만 그 첫 번째 발길부터 그는 기묘한 풍운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이다.
과연 그의 앞날엔 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여하튼 나가고 보자!”
주자헌은 죽은 애마(愛馬)의 시체를 지나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데, 그가 막 환상비곡을 벗어나는 순간이다.
화-르르!
허공 일각이 무너져내리듯 육중한 흑영(黑影)이 주자헌의 앞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묵의인(墨衣人)이 걸친 옷은 헝겊으로 지은 것이 아니었다.
철(鐵)!
시커먼 만년흑오강모(萬年黑烏鋼母)로 주조된 묵철갑주를 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일장(一丈)이 넘는 그의 신장은 범인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올라 있었고, 그 당당한 기도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가 나타나자 주자헌은 묵철산맥(墨鐵山脈)이 가로놓여진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대추빛처럼 붉은 적안(赤顔)에 사자(獅子)의 그것같이 부리부리한 눈에서는 막강한 패기(覇氣)가 줄기줄기 뿜어나오고 있었다.
또한, 가슴까지 드리워진 흑염은 탐스럽기 그지 없었다.
흡사, 저 삼국시대(三國時代)의 지장(智將)-관우(關羽)의 현신(현신)을 보는 듯한 인물이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묵철갑주를 걸친 사십대 중반 가량의 장한의 손에 들린 중병(重兵).
시커먼 묵철(墨鐵)의 덩어리와도같이 거창한 묵도(墨刀)가 들려 있었다.
일견키에도 십만 근은 됨직한 중병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육중한 묵도를 그는 나무토막같이 수월하게 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인(巨人)이다! 황실(皇室)에서조차 저런 무장(武將)이 없거늘....)
흠칫하던 주자헌은 철갑주를 두른 거한을 올려보며 내심 찬탄을 터뜨렸다.
(철혈천신장(鐵血天神將).....대내최강무장(待內最强武將)인 그보다도 강자로군.)
주자헌은 확신하듯 중얼거렸다.
-철혈천신장 우문극(宇門剋)!
황궁최강의 무장이 그였다.
황도(皇都)를 수비하는 금의위(金衣衛)의 수장(首將)인 대위원수(大衛元帥)!
영락제(永樂帝)의 북벌(北伐) 다섯 번을 선봉으로 수행했고, 백전백승(百戰百勝)을 거두었던 대명최강의 무인(武人)이 바로 그였다.
한데, 주자헌은 주저없이 그를 눈앞의 신비거한보다 아래로 단정한 것이었다.
“으음! 번뇌야화가 육합(六合)의 별을 치고 있다기에 구하러 왔거늘...”
거구의 장한은 주자헌을 내려보며 안광을 빛냈다.
(유령천존(幽靈天尊)이 위기에 빠져 있다해서 구하러 왔다가 천룡(天龍)을 보게 되는군!)
그의 내심은 점차 경악으로 파랑(波浪)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찌 느끼지 못하겠는가?
주자헌의 비범함을 말이다.
(무공을 익힌다면 십 년 안에 노부 암흑철패황(暗黑鐵覇皇)을 능가할만한 천년무골(千年武骨)이다!)
그의 동공이 뜨거운 열망(熱望)으로 타올랐다.
-암흑철패황!
이것이 거구의 장한 자신의 이름인 듯했다.
겉모습은 사십대 중반이나 실상 그의 나이는 구십(九十)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이었다.
젊어보이는 것은 초절한 내공력 덕분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비치고 있는 욕망의 기운은 일문(一門)을 책임지고 있는 종사(宗師)라면 당연히 지닐 수 있는 욕심이었다.
자신보다 뛰아난 후인(後人)을 두려는 노무인(老武人)의 마음이었다.
(으음! 유령은밀전(幽靈隱密殿)의 위기만 아니라면 즉시 제자로 거두련만.)
암흑철패황은 난처한 기색으로 주자헌을 직시했다.
(이 인물은 그 강시같은 노인을 구하러온 사람이로군!)
주자헌은 그의 기색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유령같은 괴팍한 노친네를 보러온 것이오?”
그는 넌지시 운을 띠었다.
암흑철패황은 어이없는 시선으로 주자헌을 노려보았다.
(노부에게 반말이라?)
그것이 거슬린 것이다.
그는 천하에서 가장 자부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누구라도 그의 신분을 아는 자라면 깍듯이 예우를 해줌은 물론이었고, 그의 신분을 모르는 인물이라해도 그 당당한 기도에 짓눌려 숨조차 쉬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눈앞의 미청년은 조금의 끌림도 없이 그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첫 마디부터가 반말 비슷하게 나오고 있었으니....
(으음! 무공도 모르는 서생이 이토록 장중한 선천기도를 지니고 있다니!)
암흑철패황은 이내 노기를 거두었다.
그제서야 느낀 것이었다.
무공의 고하(高下)나 연륜으로서는 지닐 수 없는, 주자헌만이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는 대자연(大自然)의 제황기도(帝皇氣道)를.
“유령천존을 만났는가?”
암흑철패황은 정신을 추스리며 반문했다.
“죽었소! 내게 유령천모라는 으시시한 여자를 맡기고서.”
주자헌은 별뜻 없이 말해주었다.
“으음! 결국 지옥오대혈룡(地獄五大血龍)에게 제거당했는가?”
암흑철패황은 앓는 듯한 침음성을 토해내었다.
“육합(六合)의 별 중 은황성(隱皇星)이 떨어지다니!”
그는 한숨쉬듯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한데, 그의 말은 위대한 별의 신화(神話)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 * *
피(血)!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대변된 시대가 있었다.
아니, 어쩌면 무림(武林)이 탄생된 시점에서부터 비롯된 예견된 혈풍시대(血風時代)가 현세(現世)한 것인지도 몰랐다.
삼천 년 전, 무림의 태동기에 출현한 초극대마인(超極大魔人)인 천마지존 패무극에 의해 정도(正道)의 초석이 될 대정(大正)의 씨앗이 모조리 몰살되었지 않았던가?
결국, 대악(大惡)의 씨앗만이 남아 뿌리를 뻗치고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났다.
마(魔)-철혈마전(鐵血魔殿)!
사(邪)-천사련(天邪聯)!
요(妖)-혈요환희림(血妖歡喜林)!
악(惡)-악인마루(惡人魔樓)!
독(毒)-독황천사곡(毒皇天死谷)!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뻗어오르는 가공무비할 마세(魔勢 앞에 정도(正道)는 광명(光明) 아래 있을 수조차 없었다.
뿐인가?
더더욱 전율스런 대폭풍(大暴風)이 환우천하를 강타했다.
그것은 한명의 지옥(地獄)에서 뛰쳐나온 아수라(阿修羅)의 화신(化身)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전륜지옥황(轉輪地獄皇)!
자시을 그렇게 부르며 출현한 혈인(血人)!
그 자는 일거에 천하를 피(血)로 휩쓸었다.
그를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과거 이천 년 전 천마지존 패무극이 일으킨 마풍(魔風)은 오히려 점잖은 것이었다.
천마지존에겐 살인(殺人)을 행하면서도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검도(劍道)의 끝....곧, 필살일검결(必殺一劒訣)을 완성키 위한 살인행각이었다.
전륜지옥황은 달랐다.
그 자는 아무런 목적의식도 없었다.
그저 피(血)! 피! 피!
그 자는 오직 미친 듯이 피를 흘리며 대지를 혈지(血地)로 물들이고 있었다.
오직, 지옥(地獄)을 인세(人世)에 펼쳐놓음이 그 자신의 유일한 목적인 듯 싶었다.
아울러, 그런 전륜지옥황을 추종하는 악(惡)의 무리가 당연히 그 자의 뒤를 따랐다.
요화(妖花)들은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의 수청을 들었다.
살인마왕(殺人魔王)들은 그 자의 경호를 자청하며 개(犬)가 되었다.
그렇게 마(魔), 악(惡), 요(妖)가 전륜지옥황을 정점으로 자연스레 하나가 되었다.
<전륜지옥천(轉輪地獄天)>
그렇게 탄생되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공전 전후의 대악마세(大惡魔勢)의 탄생 배경이었다.
우내백팔마성(宇內百八魔星)!
환우천하를 일백여덟 조각으로 찢어 상존(常存)하고 있던 악마의 꼭두각시들이 하나가 되어 전륜지옥천을 이루었다.
그 누가 감히 그 앞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인륜대의(人倫大義)는 대지 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살인(殺人), 방화(放火), 강간(强姦)....
대지(大地)는 시체(屍體)로 뒤덮였다.
수하(水河)는 피(血)로 물들여졌다.
창천(蒼天)의 대기는 매캐한 혈향(血香)과 처절한 공포의 절규(絶叫)로 떨어 울린다.
빛(光)은 없었다.
그대로 천지는 아수라지옥도(阿修羅地獄圖)를 그려내고 있을 뿐이었다.
별(星)!
단지 여섯 개의 성좌(星座)가 떠오르며 천하가 광란의 환호성을 지른 것은 초유의 현상이었다.
- 육합천비성(六合天秘星).
그렇게 명명(命名)된 여섯 개의 성좌(星座)!
그 성광(星光)은 피(血)를 거부했다.
더 이상의 지옥(地獄)을 육합성광(六合星光)은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기황성(奇皇星)-자하천기성(紫霞天奇星)!
흑황성(黑皇星)-암흑철기단(暗黑鐵騎團)!
녹황성(綠皇星)-녹련(綠聯)!
은황성(隱皇星)-유령은밀전(幽靈隱密殿)!
살황성(殺皇星)-월영살막(月影殺幕)!
독황성(毒皇星)-독황무벌(毒皇武閥)!
육합(六合)에서 떠오른 여섯 개의 성좌,
그 육합성광은 전륜지옥천의 수족이 되어 천하에 혈풍(血風)을 흩뿌리는 우내백팔마성(宇內百八魔星)의 마광(魔光)을 산산이 으스러뜨렸다.
육합천황(六合天皇)!
-자하천존(紫霞天尊)!
-암흑철군황(暗黑鐵君皇)!
-유령은밀종(幽靈隱密宗)!
-녹림천자(綠林天子)!
-월후(月后) 미월랑(美月嫏)!
-독황노조(毒皇老祖)!
육합천비성의 지존들로서 천외(天外)에 숨어 은연자중하던 진정한 강자(强者)들이었다.
물론, 하나의 세력이 단독으로 전륜지옥천(轉輪地獄天)과 전륜지옥황(轉輪地獄皇)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나, 육합합일세(六合合一勢)는 능히 천하에 흩어진 우내백팔마성을 박살낼 수 있었다.
육합천황(六合天皇) - 숨은 여섯 명의 초강고수자들의 합격(合擊) 아래 지옥(地獄)은 무너져 갔다.
전륜지옥황!
그 끔찍한 아수라의 화신(化身)이자 피(血)의 대명사였던 대마왕(大魔王)!
그는 자신의 거처인 지옥성전(地獄聖殿)이 함몰되면서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육합천황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내공의 칠할이 흩어졌고, 내부가 산산이 으스러지던 채로 겨우 삼일(三日)을 연명하다 최후(最後)를 맞이했다.
육합천비성(六合天秘星)!
여섯 개의 별(星)은 전력(戰力)의 팔할 이상을 상실한 채 싸늘히 식은 육합천황의 시신을 안고서 또다시 천외(天外)의 구름(雲) 뒤로 종적을 감춰버렸다.
전륜지옥천과 육합천비성!
그 피와 죽음의 대혈전(大血戰)은 서로의 파멸(破滅)로 막(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처절했던 전사(戰史)는 천 년의 시공 속에 전설(傳說)로 화했다.
어찌 알았겠는가?
결코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더더욱 거대한 피의 대폭풍이 잠들어 있는 것일 뿐이다.
불어오리라!
저주(詛呪)의 피구름(血雲)을 휘몰고 지옥풍(地獄風)이 환우천하를 휩쓸지니...구주팔황(九州八荒)이 죽음의 장송곡에 울고, 오호사해(五湖四海)가 피의 저주 속에 물들여질 것이다.
* * *
육합천비성(六合天秘星).
천 년 전, 전륜지옥천(轉輪地獄天)을 충심으로 모여든 우내백팔마성을 부순 천외의 육합성좌(六合星座).
은황성(隱皇星)-유령은밀전(幽靈隱密殿)!
환상비곡 안에서 죽은 신비의 괴노인이 바로 유령은밀전의 지존이었을 줄이야.
한데,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암흑철패황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헛허! 그도 죽음이 아쉽지만은 않겠군! 은황성이 천중제일성(天中第一星)이 될 것이니.”
암흑철패황은 의미 있는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주자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 무공(武功)을 배울 의향은 없는가?”
“무공이라? 글세 그런 것을 배워야될 필요가 있겠소?”
주자헌은 신비로운 웃음을 띄우며 반문했다.
“작게는 수신(修身)으로부터 크게는 평천하(平天下)도 가능한 것이 무도(武道)일세!”
암흑철패황은 주저없이 무도(무도)의 효용성을 간파했다.
그렇지만, 주자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말은 공성(功城)에는 적합하나 수성(守成)에는 필요없는 반쪽 진리일 뿐이외다!”
“.....”
암흑철패황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치고 뺏을 때는 힘이 필요하다.
지키고 다지는 데는 덕(德)과 인(仁)이 필요하다는 말뜻을 그가 어찌 모를리 있겠는가?
“헛허! 대인(大人)의 기질이로군! 산을 오르기도 전에 이미 산을 정복한 다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거늘....”
그랬다.
누구나가 산(山)을 보면 오를 생각만 할 뿐이었다.
그 다음의 일은 정상(頂上)을 밟고서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주자헌은 오늘 하루를 살며 백년(百年) 이후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무공을 익힐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가?”
암흑철패황은 그런 주자헌을 직시하며 물음을 던졌다.
“만일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그것을 지닌다면 어느 누구도 감히 쳐다보지 못할 절대지존무(絶對至尊武)가 있다면 배워볼 흥미도 있소이다만”
주자헌은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암흑철패황의 거구를 훑어보았다.
그런 그의 행동은 어쩌면 오만방자하기 이를데 없는 행위였다.
-어느누구도 감히 올려보지 못할 절대지존무를 준다면 받겠다!
주자헌의 말뜻은 그러한 것이다.
또한, 암흑철패황이 그럴 능력이 있느냐는 물음도 포함되어 있었다.
“.....”
암흑철패황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무공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이 있는 철혈무인(철혈무인)
그렇지만, 그는 이 순간만큼은 화도 일지 않고 있었다.
(허! 감히 노부를 아래로 볼 수 있는 인물은 지존대형(至尊大兄)밖엔 없었거늘.)
그는 실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지존대형(至尊大兄)!
암흑철패황에게 그런 존칭을 들을 수 있는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도 경이로울 뿐이다.
“자네가 말하는 그런 하늘을 부술 파천무학(破天武學)은 당대엔 없다네!”
그는 씁쓸한 고소를 머금으며 뱉듯이 중얼거렸다.
“오직 아득한 신화(神話) 속에서만 있는 것이지!”
“신화라면?”
“삼천년 전 무림을 탄생시키면서 등장한 세가지 파천신화(破天神話)가 있다네”
암흑철패황은 잠시 말을 끊으며 허공을 올려보았다.
“무적권류(無敵拳流). 천마검류(天魔劒流). 패천도류(覇天刀流). 이것을 원세삼무류(元世三武流)라 하는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초극무도(超克武道)일세!”
그는 다시금 주자헌을 내려보며 아득한 상고무림의 신화를 열거했다.
* * *
아득한 태고(太古)....
곧, 무림사 삼천년(三千年)의 시작일 때의 일이리라.
그 이전에도 인간은 있었다. 그렇지만 서서 걸어다닌다고 모두 인간일 수는 없었다.
사람(人).
그보다 허약한 동물(動物)이 또 있을까?
새(鳥)처럼 날지도 못하고, 사자(獅子)처럼 억센 이빨(齒)도 없으며, 맹호(猛虎)처럼 강인한 발톱도 없었다.
말(馬)처럼 빠르지도 못할뿐더러, 원숭이와도 같이 나무(木)를 잘 타지도 못한다.
어떤 장기도 인간은 지니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이 되어야할 운명(運命)을 지니고 있었다
두 다리로 대지(大地)를 밟고 두 팔로 창천(蒼天)을 떠받들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人間)이었다.
초유(初有)로 자신보다 강인한 다른 것에 대항하여 무기(武器)를 들은 것도 인간이었다.
세월이 무수히 흐르고....
처음엔 돌(石)을 부숴 찍거나 던지던 원시적인 무기를 벗어나 더욱 강하고 날카로운 예기(銳器)가 탄생하게 되었다.
-검(劒)!
가장 오래된 무기이며 가장 확실한 자위수단임과 동시에 효과적인 적의 살상무기였다.
목검(木劒)에서 시작하여 짐승과 물고기의 뼈로 만들어진 골검(骨劒)과 석검(石劒)에서 청동검(靑銅劒)으로, 철검(鐵劒)으로 변화되면서 인간의 잔인성(殘忍性)도 무한대로 증폭되어 나타난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맨손으로.....힘이 없으면 움츠려들고 숨어다니기 급급한 것이 인간이다.
맹호의 발톱과 사자의 이빨같이 예리한 검을 쥔 인간!
휘둘러라도 보고 싶지 않겠는가?
썩은 무조각이라도 베어넘기고 싶으리라.
점차 그것이 인간(人間)끼리의 싸움(鬪)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가장 효과적으로 최단시간에 인명(人命)을 앗아갈 방법이 고안되는 것은 당연했다.
일검(一劒)에 필살(必殺)!
그 경지가 궁극의 검도(劒道)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일검을 뽑아 날리면 일천 장밖의 목표로한 적(敵)의 심장을 어김없이 관통시키는 살검(殺劒)의 극치(極致)!
검(劒)에 미친 광인(狂人)이 있었다.
처음엔 장인(匠人)이었다.
검(劒)을 만드는 평범한 장인이었다.
그것은 그의 겉모습일 뿐이었다.
무명검장(無名劒匠)!
그는 대낮에 한 자루의 검을 만들었다.
밤(夜)엔 자신이 만든 검이 얼마나 예리한가를 시험해보기 위해 사람의 육체를 그어버렸다.
한 명이 죽고 검은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천일(千日)이 지나고 일천 자루의 검이 만들어졌다.
일천 명의 인간의 육신이 어육이 되어 나뒹굴었다.
구천 구백 구십 구일(九千九百九十九日)의 세월이 흘러갔다.
태양(太陽)이 있는 동안 그 수효만큼의 검(劒)이 만들어졌다.
밤(夜)의 어둠 속에서 그 숫자만큼의 사람이 죽어갔다.
처음 일천 번까진 힘 없는 양민이 죽어갔다.
그 이후부터 달랐다.
무기(武器)를 지닌 무인(武人)들중에서 삼류(三流)의 무인들이 밤의 공포(恐怖) 속에서 오천야(五千夜)를 보내야만 했고, 또다시 사천오백인(四千五百人)의 무림고수들이 밤의 이슬 속에서 사라졌다.
사백구십구(四百九十九)!
그 수효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일인(一人)으로서 백인(百人)을 제어할 수 있는 초강고수자(超强高手者)들이었다.
한데, 모조리 척살된 것이었다.
역시 검흔(劒痕)에 난자된 채로 말이다.
전율(戰慄)스럽게도 막 피어오르던 무림(武林)은 처절하게 박살난 것이다.
그리고, 삼십년 동안 밤을 공포로 지배하던 죽음의 사신(死神)은 정체를 드러냈다.
-천마지존(天魔至尊) 패무극(覇無極)!
무명검장(無名劒匠)의 실체(實體)였다.
오직 검(劒)을 만들 수 있는 평범한 장인(匠人)에 불과했던 인물이었다.
구천 구백 구십 구 자루의 검(劒)을 만들며 그의 검(劒)은 신검(神劒)으로 탄생되었다.
아울러, 그 수효만큼의 인간을 베며 체득한 살인검술(殺人劒術)에 의해서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오천 장밖의 적의 숨통을 일격(一擊)에 끊어버릴 수 있는 검식(劒式)이 만들어졌다.
그는 중악(中嶽) 숭산(嵩山)에 올라 십팔만리 대륙천하에 천마후(天魔吼)를 터뜨렸다.
-오라! 일만 번째의 검(劒)을 탄생시켰노라!
이름하여 지존마검(至尊魔劒)이라 부를지니 백일(百日)이내에 지존마검에서 뿜어지는 지존군림마검결(至尊君臨魔劒訣)을 부수지 못한다면 천년(千年)을 암흑검막(暗黑劒幕)에 가둬 버리리라!
전(前)에도 없었고 후(後)에도 없을 천하에 대한 일인도전(一人挑戰)이었다.
천하의 드러난 강자(强者) 중 그의 필살일검(必殺一劒)을 받을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주팔황(九州八荒)에 숨은 진정한 기인(奇人)을 그는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백일(百日)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만일, 천마지존이 지존마검을 들고 대륙천지를 베기 시작하면 곧 무림의 종말기일(終末忌日)이 올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천하인은 숨을 죽이며 기다렸다.
초인(超人)을....암흑의 천마운(天魔雲)을 부수고 광명(光明)의 태양(太陽)이 누리를 비추게 만들 무적초인(無敵超人)의 등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구십 구일(九十九日)째에 한 명이 숭산을 올라갔다.
구척(九尺)의 장신에 황금빛의 곤룡포를 두르고 숫사자의 갈기같이 긴 머릿결을 흩날리며 출현한 인물.
겉모습은 그대로 하늘(天)의 웅자가 풍기고 있었다.
하나, 천하무인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적수공권(赤手空拳)이 아닌가?
일만 번째의 죽음을 기다리며 탄생된 고금최강마병(古今最强魔兵)인 지존마검(至尊魔劒)!
십장 두께의 만년한철강벽(萬年寒鐵鋼壁)도 종이짝처럼 그어버리는 신병(神兵)이었다.
한데, 출현한 신비초인(神秘超人)은 아무런 병기도 없이 그대로 맨손으로 숭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천하무인은 허탈감에 빠져 암울한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신비초인의 양손이 지존마검에 잘리워질 것이고, 그 이후엔 암흑의 천마운이 천년(千年) 간 환우천하를 뒤덮을 것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크하하핫! 맨 손으로 본좌의 지존마검을 막겠다고?
천마지존 패무극은 신비초인을 내려보며 비릿한 조소를 터뜨렸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그 승패(勝敗)는 병기에 의해 좌우된다.
고수자들의 싸움에 있어 일푼의 유리함은 곧 적의 목숨을 끊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그러니, 천마지존 패무극이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십 장을 두고 대치하자 신비초인은 중후한 일갈을 터뜨렸다.
-병기를 든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는 뜻....본좌 무적권왕(無敵拳王)은 결코 병기를 쥔 자는 두렵지 않다! 진정한 강자라면...
신비초인-무적권왕은 자신의 우측 주먹(拳)을 불끈 쥐어 들어보였다.
강인하기 이를데 없다.
쇠뭉치를 보듯 단련된 철권(鐵拳)은 보기에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이 맨주먹 만으로 하늘을 부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럴 자신감도 없이 쇠붙이 따위나 들고 양순하고 힘 없는 사람을 위협하는 것은 맹호(猛虎)가 아닌 들개(野犬) 따위나 할 짓이다!
-이 지존마검(至尊魔劒)을 고철(古鐵) 덩이라고? 본좌를 들개따위와 비교를 해? 으드득!
천마지존 패무극은 이를 갈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천붕지열(天崩地裂)의 대격돌이 숭산의 태실봉(太室峰)에서 벌어졌다.
고금제일마병(古今第一魔兵)-지존마검(至尊魔劒)!
천추최강(千秋最强)의 철권(鐵拳)-무적철권(無敵鐵拳)!
인간이 만든 최상의 병기와 인간이 단련시킬 수 있을 최강의 철권!
무적철권 대(對) 지존마검!
그 격돌은 그렇게 일어났다.
삼천년 전, 무림(武林)의 태동기(胎動期)에 모든 기존의 질서를 파괴시키면서 말이다.
그 결말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칠일의 낮(七晝)과 칠일의 밤(七夜)이 뇌성벽력(雷聲霹靂) 속에 찢어발기워지고, 태실봉의 정상이 오십 장(五十丈)이나 주저앉은 후에야 인간이 오를 수 있었다.
없었다.
-천마지존 패무극!
-무적권왕(無敵拳王)!
그들의 자취는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단지, 한 가지만이 처절했던 칠주야의 혈투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지존마검(至尊魔劒)!
천마지존 패무극이 일만 번째로 만든 고금최강의 마병으로 그 크기는 불과 한 자에 불과했다.
검이라기보다는 비수(匕首)라고 해야 좋을 정도의 소검(小劒)이었다.
그 만년한철강벽을 종이처럼 찢어발길 수 있다던 천고의 마병은 여기저기 이빨이 부러지고 무디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기(銳氣)는 금옥(金玉)을 두부 베듯 할 정도였다.
천명(千名)의 무인(武人)이 그 지존마검을 얻었으나 누구도 그 날카로운 예기를 다스리지 못하고 실수로 신체일부를 베인 후에야 지존마검을 취(取)하려는 자는 없었다.
저주마검(詛呪魔劒)!
지존마검에게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이었다.
모든 것은 세월 속에 파묻혀 잊혀지고 말았다.
무적권왕과 천마지존.
지존마검도 삼천 년의 시공(時空) 속에 신화(神話)의 제일편(第一篇)이 되고 말아야 했다.
* * *
원세삼무류.
-무적권류!
-천마검류!
-패천도류!
권(拳)과 검(劒)과 도(刀)!
삼극무류(三極武流)의 시작을 열었고 끝을 이룬 파천황(破天荒)의 위력을 지닌 초인천무(超人天武)가 그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내 비록 도(刀)를 쥐었으나 패천도류에 비할 수는 없는터, 그 위에 천마검류가 있고...”
“.....”
주자헌은 이제껏 무림과 무도에 관해선 흥미조차 가져본적이 없었다.
황궁서고에 무수한 무서(武書)가 있었음에도 그저 지나쳤을 뿐이고, 황천무계의 무장(武將)들이 지닌 무공에도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그였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주자헌은 암흑철패황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운명(運命)과도 같은 예언을 듣듯이....
“천마검류와 무적권류가 부딪혀 사라졌지만 본좌의 생각으론 권(拳)이 최강일 것일세!”
“맨주먹보단 무기가 있는 것이 유리하지 않소? 그대도 병기를 들고 있는 이유가 맨손보다는 더 싸움에 유리할 것이기에 사용할 것이거늘”
주자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헛허! 그건 일반적인 견해일 뿐일세!”
암흑철패황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었다.
“대호(大虎)가 산중제왕(山中帝王)이 될 수 있는 것은 강인한 이빨과 날카로운 발톱이 있기에 그런 지위에 있을 수 있고,”
“독수리가 창천제왕(蒼天帝王)인 것도 튼튼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와 억센 발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아오! 그리고 그런 이점이 없는 약한 것들이 먹이가 된다는 것도.”
주자헌은 답답한 어조로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지만 인간은 틀리네! 본질적으로 인간은 빠른 발과 억센 발톱도, 날개도 없지만 만물의 영장(靈長)이 되었다네! 그 이유는 자네라면 알 것도 같은데?”
“기(氣)를 말하는 거요? 인간이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맹호를 직시한다면 어떤 짐승도 피해간다는 사실을 알긴 하오만.”
“그것일세! 내공(內攻)을 천년수련해도 쌓지 못할 우주초극천기(宇宙超極天氣)를 지닐 수만 있다면 맨주먹으로도 태산을 부술 수 있을 것일세!”
“삼라만상을 탄생시킨 우주초극천기를 인간의 몸으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오만.”
“그렇다네! 그렇지만 자네가 원하는 초인천무의 끝은 그것과 가장 가까운 것은 무적권류일 것일세! 검중최강마병(劒中最强魔兵)이라는 천마검류를 맨손으로 제지시킨 것으로 보아.”
“하긴 진정한 강자라고 생각된다면 검을 든다는 사실조차 수치를 느껴야 할 것이오!”
무(武)의 극의(極意)를 주자헌은 한푼의 무공도 없이 논(論)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앞에 있는 인물,
천하에서 능히 십강자(十强者) 안에 드는 고수를 앞에 놓고서 말이다.
“헛허! 말은 쉬우나 그런 초인(超人)이 한 순간에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겠지? 자네도.”
“물론 아오! 천자문(千字文)도 떼지 못한 아이에게 주역(周易)을 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니.”
주자헌도 그제서야 암흑철패황의 말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늘의 유일태양(唯一太陽)이 되고자 한다면, 절대초인(絶對超人)이 되고자 한다면 병기를 쥘 필요조차 없이 일권(一拳)으로 태산을 부술 수 있을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병기를 쥐어 그것이 불편함을 알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아쉽게도 본좌는 아직 병기가 불편하지는 않네.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병기를 관 속에 넣고 가야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암흑철패황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무인(武人)!
최대의 야망은 강(强)해지는 것이리라.
강함의 끝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떻게 가야 그 끝을 볼 수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끊임없이 강해지고픈 욕망과 자신보다 강자가 없다해도 영세무적인(永世無敵人)이 되고픈 야망의 끝을 향해 달리는 인간들을 무인이라 부른다.
거의 대부분이 중도에서 쓰러져 좌절됨에도 말이다.
암흑철패황!
그도 그런 무인 중의 하나였다.
슥!
“받게!”
암흑철패황은 품 속에서 한 권의 철경(鐵經)을 꺼내 내밀었다.
열장 정도의 종이처럼 얇은 흑오철로 주조된 묵철경이었다.
“이건 뭐요?”
주자헌은 의혹어린 시선으로 암흑철패황을 올려보며 물었다.
“자네의 뜻이 영세무적초인 대권왕(大拳王)의 자리에 있으니 감히 문하(門下)가 되달란 소리는 못하겠네!”
암흑철패황은 일문종사로서의 가장 애타게 바라는 뜻을 스스로 거둬들이고 있었다.
자신보다 출중한 후계자를 두고싶은 욕심!
그렇지만, 주자헌은 그의 생각보다 훨씬 높은 이상을 지니고 있었다.
“대권왕(大拳王)이라....좋은 말이외다! 병기가 필요없는 무적의 초인!”
주자헌은 독백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대(大).... 권왕(拳王)!
무도(武道)의 최극단을 본 영세무적초인에게만 붙여지는 대명(大名)이다.
암흑철패황은 한점 거리낌도 없이 그 엄청난 길을 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건 만병(萬兵) 중 도(刀)에 있어서 당대최강의 도결(刀訣)일세! 보고 무거운 도(刀)가 왜 필요없는지 알아보게나!”
암흑철패황은 수중의 철경을 내밀며 받기를 재촉했다.
이 기가 막힐 현실.
당대최강의 무적도결(無敵刀訣)이 적힌 무경(武經)을 단지 더 높은 하늘로 오르는 기초로서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자헌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내겐 그런 것이 필요없소! 무인(武人)의 길을 가려고 나의 운명(運命)을 바꾼 것은 아니니.”
그는 허허롭게 웃으며 거절의 뜻을 전하고 있었다.
만일, 다른 인물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눈을 뒤집고 미쳐버릴 일이었다.
“무인의 길이 갈 가치조차 없단 말인가?”
급기야 암흑철패황은 노성(怒聲)을 지르고 말았다.
“들어보자! 그대가 얼마나 대단한 가문을 지니고 있길래 무인지도를 거부하는지!”
우르르르!
그의 분노한 사자후(獅子吼)에 주변의 대지가 떨어울릴 지경이었다.
“.....”
주자헌은 순식간에 안색이 흑빛이 되며 신형을 휘청였다.
한점의 내공도 없는 그가 이렇게 엄청난 사자후를 감당할 수는 없었다.
고막이 터질 듯 멍멍해지고 내부가 뒤흔들려 그의 입가로는 엷은 핏줄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통스런 신음성조차 내지 않은 채 주자헌은 담담히 서 있었다.
“이, 이런!”
암흑철패황은 흠칫하며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그는 단지 무의식중에 저지른 일이었으나 그런 정도만으로도 어지간한 인물이라면 나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쳤을 것이었다.
(과연!)
흔들림도 없이 고통을 이겨내는 초연한 주자헌의 기세 앞에 암흑철패황은 또다시 찬탄을 발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에게 실수를 했네! 미안하이!”
암흑철패황은 진심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그는 주자헌을 내려보며 물음을 던졌다.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본좌는 혁사영(赫獅影)이라 하네만”
암흑철패황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주자헌! 이것이 나의 이름이오!”
상대의 예우에 대해 주자헌은 할 수 없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주었다.
“천문황룡(天文皇龍)!”
암흑철패황은 경악성을 터뜨리며 눈을 부릅떴다.
-천문황룡 주자헌!
그 이름은 대명천지에 모르는 자가 없었다.
그렇지만, 무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천하(天下)를 놓고 판도를 읽어야만 하는 진정한 강자와 현인(賢人)들에겐 경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름이었다.
황천제일대문성(皇天第一大文聖)!
과거 십년 전 벌어졌던 아수라대전(阿修羅大戰)에서 힘보다 지혜(知慧)가 뛰어나야함은 입증된 역사(歷史)였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패자(覇者)가 되려는 첩경은 곧 얼마만큼 뛰어난 재사(才士)를 얻느냐에 좌우 되었다.
그때만큼 뛰어난 인재가 많았던 시절은 없었다.
당금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천하정세를 살피는 대세(大勢)의 주인들은 알고 있었다.
최소한, 대륙천하를 움직이는 세 개의 두뇌가 있음을 말이다.
백도(白道)엔 천약성모 대려군!
마도(魔道)엔 번뇌야화 아사란!
그리고, 황천(皇天)에 천문황룡 주자헌이 있다는 사실.
암흑철패황!
그도 일개무인이 아닌 천하를 볼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랬기에 세 명 천혜(天慧)의 소유자들의 이름을 뚜렷이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위대한 혈통(血統)을 이었고, 드러나지 않은 가장 신비한 인물인 천문황룡 주자헌이 바로 그의 눈앞에 있는 백면서생이었던 것이었다.
“칠왕야(七王爺)시라니 천민(賤民)의 결례를 용서하시길”
암흑철패황은 목례와 함께 포권을 취해보였다.
말투마저 존대어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한 무인이라도, 무림에서 그가 지닌 신분이 어떠한 것일지라도 그가 취할 행동은 그것밖엔 없었다.
성조 영락제의 아들이었고, 당금 황제인 인종(仁宗)의 동생!
대륙천하에서 가장 위대한 황혈(皇血)을 지닌 주자헌에겐 권위를 내세울 수 없는 일이었다.
“후후! 이전까진 그러했지만 이제부터 야인일 뿐이외다!”
주자헌은 씁쓸한 고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암흑철패황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아깝다! 무도(武道)에 들어선다면 능히 무림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인재이거늘)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지고한 황족에게 무인이 되라고 강요할 순 없는 일이 아닌가?
무림과 황실!
그 사이엔 불가침의 불문율이 맺어져 있었다.
서로의 영역엔 개입하지 않는....
그럼에도 암흑철패황은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
돌연, 항산의 서쪽에서 섬뜩한 마후(魔吼)가 터져오르는 것이 아닌가?
암흑철패황은 마후를 접하자 살기를 띠었다.
“지옥오대혈룡(地獄五大血龍)... 육합(六合)을 건드린 대가는 치뤄져야 하겠지?”
그는 살음을 발하며 주자헌을 돌아보았다.
그는 쥐고 있던 철경을 주자헌의 손에 쥐어주었다.
“무인이 되기 싫으시더라도 그냥 천민과 만난 기념으로라도 지니고 계십시오!”
휘-익!
그는 거구를 허공으로 띄우며 웃어보였다.
“지옥의 쥐새끼들은 깨끗이 청소해 드릴 터이니 유람이나 하시다가 나중 시간이 나시면 무산(巫山)의 철마장(鐵馬莊)에 놀러 오시구려! 두 마리 튼튼한 암말이 있으니 적적치는 않을 것이외다!”
쩌렁한 대소성이 터지고 시커먼 벼락이 치듯 대기를 휘몰아 사라지는 묵영.
쐐-애액!
“후후. 천장(天將)의 기세로군!”
주자헌은 멀어지는 암흑철패황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암흑철패황의 진정한 신분은 무엇일까?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감사!!
잘보고 갑니다..
저 역시 잘 보고 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노사님~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즐독하고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예전의 어떤 책인지 재목이 생각안납니다. 그때도 재미있게 읽었지요...건필하십시요..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 하고 갑니다
잘읽엇습니다.
잘 보았읍니다 감사^^~
즐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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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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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명확보즐감
무림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군...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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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감상 잘 하고 있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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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철패황!
두마리의 튼튼한 암말!
감사합니다
즐감여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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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줄겁게 열독하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잼나게 읽고갑니다요~~~
잘봅니다.
즐독 ㄳ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잘봅니다.
계속
ㅈㄷ
감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