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윤리 윤리교육과 2023013251 박수현
- 사과에이드 판거 사과하세요
나는 어렸을 적에 부모님과 동물원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었다. 부모님과 동물원을 갔을 때를 떠올리면 항상 행복한 기억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갈 때마다 먹던 솜사탕과 원숭이들에게 바나나를 주며 원숭이의 빨간 엉덩이를 보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다. 어렸을 적의 좋은 기억 때문인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이 되어서도 동물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꽤 자주 했다.
2024년 1월 6일, 겨울의 날씨 치곤 매우 따뜻했던 일요일에 나는 추억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겸 남자친구와 동물원에 가게 되었다. 어렸을 적 갔었던 진양호 동물원에 40분이라는 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방문하게 되었다. 버스를 타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지, 나와 남자친구 모두 심한 멀미를 하며 기대 반 멀미 반인 상태로 진양호동물원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고도 22분동안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기에 가는 길이 참 고되다는 생각과 어렸을 적 엄마 자동차의 소중함을 몰랐던 내가 바보 같았다.
고된 여정 끝에 난 진양호 동물원 입구에 도착했고, 추억의 동물원 입구를 보니 기분 좋음이 몽글몽글 올라왔다. 방문객들이 다들 부모님과 손을 꼭 잡고온 5살 어린이들 뿐이라 ‘21살인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며 조금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동물원 바로 안쪽에 있는 매점에 파는 솜사탕을 먹으며 신이 나기 시작했다.
동물원은 내가 어렸을 때 기억하던 것보다 매우 작았고, 어렸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렸을 땐 내가 작은 만큼 뭐든 크게 보이고 동물원 속의 동물들도 마냥 귀엽고 신기하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내가 그때와 너무 달라서 그런지 크기도 크기지만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음을 알아차릴 만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어렸을 적 추억을 남자친구에게 자랑하면서 그걸 공유하고 싶었던 나는 조금 실망했던 것 같다.
실망한 마음을 뒤로 하고 점심시간이 되자 나와 남자친구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매점에 갔다. 가서 나는 왕뚜껑 김치라면과 육개장 사발면을 사서 나눠 먹기로 했다. 그래도 여기까진 나름 괜찮은 피크닉이었는데, 매점의 음료수가 문제였다. 내가 평소에도 맛 감별사라고 부르는 남자친구가 미닛 사과에이드를 먹고 맛이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유통기한을 보니 2023년 6월 23일까지였다. 남자친구 혀의 감별에 감탄하며 나는 음료수를 환불하기 위해 매점에 다시 들어갔다. 아주머니께서는 유통기한이 지났는지 몰랐다는 말과 함께 다른 걸로 바꿔가라고만 하셨다. 사과 한 마디도 없이 말이다. 바꿔가기 위해 동일한 제품의 다른 걸 집어들었는데 모두 유통기한이 다 지나있었다. 그래서 결국 다른 음료수로 바꿔갔다. 사실 그때부터 조금 화가 났었는데, 남자친구가 배가 슬슬 아프다고 하기 시작했다. 반년이나 지난 음료수를 마셨으니 그럴만도 하다. 집 오는 길은 가는 길과 같았고, 가는 도중에 많이 아파하면 어떡해야 하는 마음에 택시를 타자고 했지만 자꾸 괜찮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결국 집에 가는 길 내내 걱정 반 분노 반으로 버스를 탔다. 집에 오자 남자친구는 배가 계속 아프다했고, 너무 분하고 화난 마음에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 1399에 전화를 했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전화 상담은 불가능했다. 병원도 열지 않았던 터라 약국에서 급하게 약을 사 일요일 하루를 최악으로 보냈다. 어린이날을 맞아 갔던 어린이날 전날인 일요일에 갔던 동물원이었기에 월요일은 어린이날로 휴일이라 화요일이 되어서야 전화 상담도 병원도 갈 수 있었다.
전화로 민원을 넣자 지정된 번호로 문자로 갔던 사진과 증거 같은 것들을 신고센터에 보내달라고 하셨고, 신고센터에서는 동물원 매점을 방문한 뒤에 연락이 주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만약 아직 유통기한이 지난 음료수를 판매하는 상태면 단지 그 음료수들을 버리는 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벌금 부과까지 원하시는지 여쭤보셨다. 나는 그때 벌금 부과까지 원한다고 말을 했다. 왜냐하면 그때 아주머니께서는 음료수를 버리겠다고 말씀을 하시긴 했지만 만약 아직 유통기한이 지난 걸 알면서도 판매하는 것이라면 반년이나 지난 음료수를 고작 1500원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그걸 먹고 나서 아플지도 모르는데 그걸 계속 판매한다는게 정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고센터에서 방문한 결과 여전히 그 음료수를 판매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자친구는 혀의 감각이 예민해서 다 먹기 전 금방 알아차렸지만 남자친구 같지 않은 사람들은 맛있게 먹고 나서 배가 아파도 왜 아픈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그 매점 아주머니가 정말 비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물건도 아니고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쉬운 음식들을 파는 사람이면 윤리적인 마음을 가지고 장사를 해야 하는건데,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알게 됐음에도 계속 파는 게 정말 마음이 못됐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 매점은 1500원을 아낄려다가 30만원 벌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그 후 2주 넘게 배탈이 나서 매우 아파하며 고생했기 때문에 이에 비하면 나는 30만원 벌금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