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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저녁 시간은 밤 9시경입니다. 아내와 퇴근해 가면 9시나 되어야 저녁을 먹을 수 있죠. 저녁 준비는 어머니가 해 놓으시고 저희는 밥상을 차리고 설겆이만 하면 됩니다.
어머니의 나이가 이미 여든 여섯이라 연령적으로는 많이 노쇠한 편이지만 아직 은행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정정합니다. 그래서 소일겸 시장에 가서 장도 보시고 이웃분들과 노시기도 하시나 봅니다.
어머니께서는 시장에 가실 때 제일 걱정인것이 오늘 뭐해먹을까 하는거랍니다. 아이들도 다 장성해 집을 떠나있고 그렇다고 우리 부부가 딱히 뭘 좋아하는것도 아니어서 시장을 빙빙도시다 어제는 가지 하나 달랑 사오셔서 가지 나물을 무쳐 놓으셨더군요. 그제는 오이 소박이...
어머니가 사오시는 나물 반찬을 보면 아 ! 이게 요즘 제철이구나 하는것을 비로소 알 수 있죠. 어머니가 장보기가 어려운 까닭은 아마 어머니 자신이 딱히 뭘 드시고 싶은것이 없어서 이기도 할겁니다. 무슨 음식을 만들어 드려도, 무슨 음식을 사다드려도 한두술 드시다 맙니다.
지난번에는 수육을 한번 삶아드렸드니 그렇게 맛있게 드시길래 얼마전 초량까지 가서 유명하다는 수육을 사다드려도 시큰둥... 부산 시내 유명하다는 감자탕이며 돼지국밥 다 사다드려봐도 돌아오는 답은 다시는 이 집거 사오지 마라 ㅠㅠ 한번은 사상까지 가서 유명한 갈비탕을 사다 드렸더니 그것도 딱 한번 드시고는 안드셔서 제가 포식을 했네요.
어제는 우리 카페에서 소개받은 물꽁집을 찾아가 사다드렸더니 제법 맛나게 드시더군요. 비 오는날 멀리까지 찾아간 보람을 느꼈습니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득여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이 먹고 싶을까? 얼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네요. 아니 멸치찌게,묵은지에 사서 쌈밥해 먹고 싶어요^^* 요즘 시장에 생멸치 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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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밤9시에 퇴근해 저녁을 먹는 아들 며느리를 위해 그 연세에 장을 보시고 저녁상을 정성껏 준비하시는 연로하신 어머님도 감동이고 그 어머니를 위해 비오는 날에까지 어머님이 드실만한 맛있는 요리를 공수해오시는 부부도 참 감동입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귀한 가정 같아요. 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장수하시기를..^^글 읽다보니 문득 올여름 제 생애 처음으로 수육을 했는데 완전 성공작이었는데 그 때 맛이 생각나서 다시금 도전해 보고 싶어 집니다.. 그런데 멸치찌개는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니께 여쭤보니 아직 시장에 생멸치 안난다고 하시더군요.
멸치찌게는 생멸치에 막장 된장 씨래기 넣고 국물있게 자작자작 찌지는 겁니다.
여거는 묵은 김치에 싸먹어야 제 맛입니다^^*
수욜날인가 지인들과 점심하는 자리에서 호박찌개 이야기를 처음 들어보고 어떻게 하는지 여쭤봤더니 새우젓갈이 필수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멸치찌개란 음식이 있는지도 첨 들어봅니다. 덕분에 하는 방법은 알게 됐지만 막장도 모르거니와 집근처 수산시장이나 바닷가 어시장에 한번씩 가는데 생멸치를 아직 못 본 거 같아요. 생멸치 나오는 시기를 잘 알아야 맛 볼 수 있는 음식 같네요. 그런데 찌개처럼 한 생멸치를 묵은지에 쌈해 먹는다는게 신기하네요. 무슨 맛일지 상상해봐도 감이 안온다는...^^*
@갈숲에서의 하루 호박찌게에 새우간을 하면 뒷맛이 깔끔하지요.
저는 부산토박이고 아버님 고향이 월내(기장 근처)라 멸치가 많이 잡히는 곳입니다.
멸치는 봄멸치 가을 멸치라 하여 이즈음에도 잡혔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네요.
봄멸치 올라올 때 쯤 묵은지 넣고 한번 지져드셔보세요. 막장없으시면 안넣으셔도 되요.^^*
요리도 운이 따르는건지 어떤 요리는 첨 해보는데도 성공하고 평소하는음식도 때론 실패하고...예전 시골밥상은 쉬운 듯 하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내공이 있어야 해서 자신은 없고 언제 한번 음식점에서 맛 볼 기회를 가져봐야 겠어요. 화창한 봄날 기장으로 가면 맛 볼 기회가 올까요? ^^*
@갈숲에서의 하루 대변에 가시면 되요.오월쯤이면 좋은데 그 땐 길이 되게 막힐걸요^^*
오늘은 원래 대하 축제 가기로 했는데 약속이 취소 되어서 지인이 잡채를 해 주신다고 해서 갔는데 잡채보다 곁들여 나온 모싯떡에 더 손이 가더라구요. (오늘은 기름진 게 영 당기지 않아서..)순간 위의 답글 읽으며 웃었네요~대변 길이 되게 막히면 ? ㅎㅎ 즐거운 저녁 되시길요. 오늘은 어머님이 무슨 반찬을 해 놓고 기다리실지 기대하시면서..^^
잘보고갑니다.^^
정말 효자신거 같아요.
어머니를 위해서 저렇게 하시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살아생전에 잘해 드리는게 진정한 효도지요.
어머니께 참 잘 하시는것 같아서 제가 흐뭇합니다.
이전에 돼지고기는 절대 입에 대지 않으시기에
자연히 식탁에서도 보기 힘들고, 쇠고기만 먹었는데,
연세 드시니 쇠고기마져 드시지 않으시더군요.
오빠와 우리들이 맛있는 음식을 공수해도 맛없다하시던
울 엄니...
그 땐 왜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요?
가신지 5년이나 되어서야 알게 되어 엄마가 더 보고싶습니다.
지금도 잘 하시니 앞으로도 더 효도하세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