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소리의 가장 높은 곳, 위대한 디바
빼어난 진성, 눈부신 질감의 소리, 절묘한 호흡, 다양한 음색
잡음 많은 현재, 이젠 마인드와 애티튜드 재설계해야
그 분야 최고 경지에 이른 뮤지션은 때론 듣는 이에겐 ‘기계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오랜 시간 피나는 연습을 통해 잘 단련된 기교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폴 길버트의 연주나 앨런 홀스워쓰의 레가토 플레이, 잉베이 맘스틴의 현란한 솔로잉, 데이브 웨클의 눈부신 드러밍 등이 대표적이다.
당대의 가수들 역시 빼어난 가창력으로 인간이 아닌 기계와도 같은 놀라움이 들게 한다.
머라이어 캐리는 전 세계적으로 2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 18곡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이 중 17곡은 자신이 직접 작곡), 빌보드 최장 기간 1위 기록까지 보유한 ‘팝의 여왕’이자 ‘디바’다.
머라이어 캐리는 그 자신의 재능도 돋보이는 것이었지만 그와 더불어 성악과 팝, R&B 소울 등 닥치는 대로 노래 전반에 대한 맹훈련을 통해 괴물과도 같은 놀라운 가창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더욱이 흑인과 백인 사이의 피를 이어받아 이 두 인종의 장점을 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선택받은’ 보컬이기도 하다.
캐리는 진성 자체가 탁월하다. 따라서 그녀는 처음부터 자기만의 건강한 소리 톤이 빛나지 않을 수 없었다. 호흡법도 감탄할만하다. 음역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창법이나 각종 기교도 뛰어나다. 지구상에 몇 안 될 정도로 인간 한계의 극을 치닫는 고음역 처리도 놀랍다. 이만큼 넓은 음역의 소유자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성으로 자유롭게 고음역 옥타브를 넘나드는가 하면 흉성과 두성이 교차하는 방식도 가히 교과서적이다. 호흡이나 기교를 믿기 힘들 만큼 자주 바꾸며 초인적으로 노래하는 여신 중의 여신이다.
마치 돌고래 소리를 연상케 하는 일명 ‘하이 노트’라는 초고음역 구사는 유명하다. 물론 이것은 일반적인 고음역에서의 노래와는 그 성격을 달리 한다. 너무 높은 음역대이다보니 발성시 발음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단지 비명처럼 소리가 찢어지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느낌으로 가성처럼 편하게 연출된다는 것이다. 전성기 때의 캐리는 주로 코러스 부분에서 이것을 사용했다. 인간 성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표적인 예다.
음색의 뛰어남도 감탄할만하다.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에선 수없이 많은 음색 변화를 통해 곡의 색감이 수시로 바뀌는 걸 알 수 있다. 보컬 역사상 이만큼 정교하고도 아름다운 소리의 색감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때 성대 관리를 위해 목에 무리를 주는 그 어떤 것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침대 주변에 가습기를 무려 20대나 설치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그녀는 R&B에 힙합을 많이 혼합해 변화를 꾀했다. 발성법도 달라졌고, 가성에 대한 비중도 높아져 소리가 가벼워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소리를 뽑을 땐 저음에서 고음역까지 각 음역이 변하지 않으면서 소리의 레벨이 평형적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머라이어 캐리는 이때부터 그때그때 다른 컨디션을 보였던 것이다. 이후 그녀는 편차 심한 면모를 통해 팬들에게 만족과 불만을 교차적으로 선사했다.
머라이어 캐리가 올 2월에 공개한 신곡 ‘I Don’t’는 웨스트코스트 힙합 신성 YG의 피처링이 함께하는 것으로, 이별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발라드다. 이번 음원도 작법이나 세련미, 스타일, 가창 등등 완성도라는 면에선 최고다. 그러나 요 몇 년 립싱크를 비롯해 여러 잡음이 끊이질 않다보니 과연 라이브에서도 이런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혹자는 이제 그녀의 나이가 47세로 접어들어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가창력은 불가능할 거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머라이어 캐리에겐 ‘신체적’ 나이 보다는 마인드와 애티튜드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정확하다.
음악 외적인 요소보다도 음악과 노래 자체에 어떤 마인드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가 관건이다. 스스로에게 좀더 엄하고 냉혹해질 필요가 있다. 이것만 해결된다면 캐리와 같은 전대미문의 디바에겐 맹렬한 연습을 비롯한 자신의 재설계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설의 부활,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