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팀 운영 |
1팀 |
2팀 |
3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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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등반1일차) |
전용학, 태향실, 민관영, 김미순, 정문수 |
김완기, 채영기, 남은경, 채종윤 |
강정희, 강태모, 명희정, 윤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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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등반2일차) |
전용학, 민관영, 김미순, 윤진영 |
김완기, 채영기, 남은경, 채종윤 |
강정희, 강태모, 명희정, 정문수 |
Base Camp 태향실 |
8월 29일 (등반3일차) |
- |
김완기, 채영기, 남은경, 채종윤 |
강정희, 강태모, 명희정, 정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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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팀 운영 |
Free Will 루트 |
Free Will 루트 |
五月 루트 |
◈ 원정일정
일수 |
날 짜 |
구 분 |
일 정 |
비 고 |
1 |
8월 25일 |
출 국
camp 구축 |
09:10분 인천국제공항 출발 11:00분 토야마공항 도착 (용학형, 진영이 상봉) 차량렌트 7인승 2대 (にこにこ렌트카) Apita 마트 장보기 Super Sports Xebio(제비오) 가스 구입 15:30분 다까나미이께 캠핑장 도착 18:30분 명성산 남벽 답사 |
출국 (수화물20kg1개) |
2 |
8월 26일 |
등반1 |
09:00분 명성산 남벽 전망대 도착 10:00분 명성산 남벽하단 도착 암벽적응 훈련(3개팀) 16:00분 다까나미이께 캠핑장 복귀 |
몸풀기 및 암벽적응 훈련 |
3 |
8월 27일 |
등반2 |
09:20분 계곡주차장 도착 10:00분 명성산 남벽하단 도착 16:00분 2팀, 3팀 등반완료 17:00분 1팀 하산완료 18:30분 2팀, 3팀 하산실패 및 비박결정 |
1팀(전용학), 2팀(김완기) Free Willルート 3팀(강정희) 五月ルート |
4 |
8월 28일 |
등반3 (탈출) |
04:40분 탈출 준비 05:00분 탈출 시작 09:30분 탈출 완료 및 계곡도착 11:00분 다까나미이케 캠핑장 도착 14:30분 막스발루スーパ 장보기 |
탈출 및 회식 |
5 |
8월 29일 |
다테야마 |
06:00분 기상, 아침식사 및 정리 08:00분 다까나미이케 캠핑장 출발 11:00분 다테야마역 도착 11:40분 알펜루트 출발 18:00분 토야마 프라임호텔 도착 체크인 및 장비점 구경(2곳) 21:30분 저녁식사 |
알펜루트 |
6 |
8월 30일 |
입국 |
07:30분 아침식사 08:50분 체크아웃 및 렌트카 반납 09:30분 토야마공항 도착 12:00분 토야마공항 출발 |
귀국 |
때론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명상이고 수행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나는 그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그 책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8월 25일(1일차)
2015 KMG 캠프를 일본 명성산(묘죠산)으로 결정을 하고 평일 한 번의 사전미팅과 주말을 활용한 훈련 및 야영을 거쳐 드디어 6일간의 일정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부터 합류해서 같이 훈련하고 그나마 부족했던 정보를 열심히 수집해주었던 은석이가(에코클럽) 해외출장으로 인해 취소되고 용학형과 진영이는 쯔루기다께(검악) 트레킹으로 일본에 있는 상황이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는 인원은 11명이다.
아시아나항공편이기에 3층 M18카운터에서 집결하였고 셀프티케팅기계를 이용해서 발권하였다.
개별예약자는 출국 48시간 전부터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서 체크인/발권을 하고 핸드폰으로 발권문자를 받아놓으면 별도창구(모바일)를 이용해서 빠르게 수속할 수 있다.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비와 바람이 예보가 되어있어서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예정대로 비행기는 이륙을 하였고 토야마공항에서 기다리던 용학형과 진영이를 만나서 렌트카회사 차량에 짐을 싣고 렌트카회사로 이동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6일 동안 매일 비가내리는 기적과 함께 비가 멈춘 사이사이 등반과 모든 일정을 무리없이 마칠 수 있는 놀라운 기적도 경험한다. ^^
토야마공항에서 3.5km 거리에 있는 니코니코(にこにこ) 렌트카에서 7인승 차량 2대를 빌려 짐을 가득 싣다보니 자리가 비좁다.
3~4개조로 나누어 등반할 계획이어서 차량별 예비키를 한 개 더 요청해보는데 불가하단다.
렌트카 직원에게 근처 큰 마트와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쓸 高浪の池 キャンプ場 (다까나미이케 캠핑장) 의 위치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해달라고 부탁하니까 각각 차에 하나씩만 나누어 입력해준다.
운전석의 위치 및 작동스위치, 그리고 도로 운행이 완전히 반대인 일본이지만 3년전 오끼나와에서 운전해본 경험상 금방 적응이 된다. (우회전시만 조심 ^^)
용학형 차에 6명, 내가 운전하는 차에 7명을 싣고 마트주소가 입력되어 있는 내 차가 선두가 되어서 마트를 찾아 설레는 마음으로 드디어 출발~~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일본차 시스템과 도로에 적응하며 1.2km 이동하니 Apita라는 옥외간판이 있는 건물로 안내하는데 체인을 가지고 있는 큰 마트다.
8끼 분량의 쌀과 밑반찬을 팀별로 준비한 상황이어서 구입할 것은 식수와, 술, 가스정도인데 길쭉한 부탄가스는 있는데 우리 스토브에 맞는 캠핑용 가스가 보이질 않아 확인해보니 여기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용학형은 캠핑장에서 구입이 가능한지 전화로 확인해보고 일본어회화가 가능하신 태누님은 직원 여러 명을 거친 결과 가스를 판매할 만한 주변에 있는 스포츠매장을 안내받으시고 진영이가 직원에게 설명 받은 위치도를 산길샘과 맴스미를 통해 용학형에게 전달하는 동안 시간이 지체되어 식당에 들리지 말고 차량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 희정누나 및 몇 분이 초밥을 사 오셔서 주차장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용학형 차량을 선두로 가스를 구입하러 떠난다.
이번이 일본에서 차량운전이 처음이라는 용학형은 딱 한 번의 유턴만으로 정확히 스포츠매장을 찾아가는 경이로운 능력을 보여주는데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산에서의 방향감각이 지상에서도 통하나보다 ^^
우리가 가스를 구입한 Super Sports Xebio 매장은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신속히 가스만 구입하고 캠핑장을 향해 출발하는데 벌써 14시이다.
캠핑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차량 한가득 비좁은 차량 안에서, 그다지 이국적이지 않은 풍경이지만 왜 이리 마음은 즐거운지.... ㅋㅋ
高浪の池 キャンプ場 (다까나미이케 캠핑장) 주소가 입력되어 있는 용학형 차량을 선두로 고속도로(호쿠리쿠 자동차도로)를 이용하여 통행료 2,300엔을 지불하고 이토이가와시를 지나 캠핑장에 도착하니 15시 30분이다. (100km, 차량 90분)
토야마시를 출발할 때는 비만 내렸는데 이토이가와시에 들어서니 비는 내리지 않는데 바람이 심상치 않고 다까나미이케 캠핑장에 도착하니 텐트를 치기 어려운 정도의 바람이 분다.
캠핑장에는 큰 저수지를 중심으로 넓은 주차장쪽으로 식당건물과 매점건물, 그리고 2층짜리 롯지가 있고 한쪽으로는 넓은 잔디밭과 게이트볼장이 잘 조성되어있다.
지금 롯지는 사용을 하지 않는듯한데 우리의 상황을 본 직원 (대부분 여성 노인)분들의 배려로 오늘은 롯지를 이용하라고 하며 이용요금은 1인당 200엔으로 해준다고 한다.
감사의 뜻으로 정종 한 병과 캔맥주를 구입하니 좋아하신다.
50평은 되어 보이는 넓은 공간에 짐을 풀고 부실했던 점심을 생각하며 저녁준비를 한다.
가볍게 요기를 하고 나니 이번 여행의 목적인 묘죠산 남벽이 궁금해진다.
북알프스 여행을 위한 관문인 富山県(토야마현) 과 長野県(나가노현) 위쪽 해안가를 따라 길쭉한 모양인 新潟県(니카타현)의 糸魚川(이토이가와시)에 위치한 明星山(묘죠산) 남벽은 국내에 거의 정보가 없는 미지의 벽이지만 66년에 초등되어 60~70년대에는 인공등반지로, 79년부터는 차츰 프리등반지로 변모하게 되면서 일본에서는 전통적인 등반지로 인기 있는 벽이다.
암질은 석회암으로 잘 부서지고 미끄럽고 낙석의 위험이 많다.
남벽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小滝川(소랑천) 계곡을 건너야 되는데 7~8월은 계곡의 수량도 많고 특히나 우리의 쇠파리와 비슷한 벌레가 무는데 물리면 상처가 심해지고 여러 날 고생하기 때문에 7~8월 전후 기간이 최적의 등반시즌이다.
캠핑장에서 명성산 남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이고 폭은 좁지만 반대편차량을 위해 피해줄 수 있는 공간이 잘 조성되어 있다.
13명 모두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타고 거센 바람을 헤치고 명성산 남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갔다. 전망대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남벽을 바라볼 수 있는데 남벽 밑에서 약 100m 정도의 높이인 것 같다.
명성산 남벽을 보고 오니 빨리 등반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8월 26일(2일차)
이토이가와시에 들어서면서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바람이 조끔씩 심해졌는데 밤새 창문을 울리는 바람소리에 잠을 설쳤다. 몇 초 간격으로 불어오는 강풍에 창문은 떨리고 환풍기는 울고 롯지는 진동을 느낄 정도로 흔들렸다.
처음 몇 시간은 강풍에 집이 흔들릴 때마다 놀라곤 했는데 내진설계가 잘 되어있는 일본이라고 생각하니 잠깐씩이나마 잠이 들곤 했다.
07시쯤 기상하여 아침식사를 하고 어제보다는 조금씩 약해지는 바람소리에 기대를 하며 조금 더 대기하기로 하고 장비를 점검한다.
어차피 오늘은 명성산 남벽까지의 진입로 확인과 바위적응 훈련이라 마음이 편하다.
08시 30분이 지나 바람도 많이 약해졌고 남벽 밑까지 이동하는데 시간도 걸려서 차량 2대로 나누어 남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니 09시이다. (4.4km, 차량 10분)
도로 옆에 있는 전망대는 깨끗한 화장실과 주차장, 그리고 동전을 넣고 볼 수 있는 망원경이 갖추어져 있고 도로 옆 바위면에도 볼트가 설치되어 있다.
안내표지판과 개념도를 따라 남벽 밑을 흐르는 小滝川(소랑천) 으로 내려가는데 계곡으로 내려가기 직전에도 약 2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전망대에서 계곡주차장은 600m, 도보 10분 / 1.5km, 차량 5분)
전망대가 아닌 여기 계곡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10분을 (600m) 줄일 수 있다.
小滝川(소랑천) 을 통해 남벽으로 가는 길은 계곡물도 많고 바위들도 커서 시간이 오래걸린다. 지금보다 수량이 많을 때는 오늘 우리가 가는 길로는 접근이 어려울 것 같다.
전망대부터 남벽까지는 1.1km 거리인데 큰 바위를 넘고 길을 찾느라 1시간이 꼬박 걸린다.
내일은 보다 더 빠르게 도착하리라.
석회질 바위에는 먼지가 살짝 덮혀 있고 확보물은 일명 문고리 볼트(링볼트)와 특이한 볼트들로 되어 있고 약 10여개 루트가 표시가 되어 있는 개념도를 가져왔지만 벽이 워낙 크고 넓다보니 정확한 루트를 찾기가 어렵다.
좌측 작은 암벽과 남벽 사이에는 거대한 룬제가 형성되어 있다.
저 룬제(ルンゼ)가 끝나고 좌측 작은 암벽이 남벽과 만나기 시작하는 부분이 걸어서 내려오는 하산길일 것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접근로, 불안한 확보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 앞에서 잠시 마음을 추스르며 등반할 만한 루트를 찾아보는데 용학형이 먼저 등반을 시작한다.
계곡 우측으로 돌아가 보니 벽은 계속 이어진다.
마침 볼트가 연이어 보이는 루트가 있어서 등반을 시작하니 볼트 간격이 멀고 전 구간이 문고리 볼트이다. 중간에서 딛고 일어났던 발 홀드가 깨지면서 무릎을 찧은 후 부터는 당기고 디디는 홀드에 큰 힘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며 약 25m를 이동하니 앵커가 나오는데 문고리 볼트에 슬링으로 감겨있다. ㅋ
주편에 있는 하켄까지 이용해서 앵커를 구축하고 더블로프로 등반하였기에 희정누나와 태모형을 같이 올려도 되는 시스템이지만 앵커가 미덥지 못해 희정누나가 2/3 지점에 도착했을 때 태모형을 출발시켰다.
2피치는 우향 크랙으로 전방 오버행 2시 방향으로 넘어가는 길인데 하켄 4개가 나란히 박혀 있는게 보인다. 그리 약해보이지는 않지만 2피치에서의 하강도 확실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연이어 있는 하켄 4개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진영이의 확보와 하강을 태모형에게 맡기고 희정누나와 하강하여 다른 루트를 등반하기로 하였다.
계곡으로 내려와 보니 영기형네와 완기형은 오를만한 루트를 점검한 후 전망대 앞에 있는 바위를 등반하기 위해 계곡을 거슬러 전망대쪽으로 올라갔고 문수누나는 용학형 팀에 합류하여 등반하고 있었다.
완기형이 검토하던 루트를 오르는데 첫 번째 확보물이 멀다. 그마저 하켄인데... ㅠㅠ
3번의 후퇴 끝에 하켄에 퀵드로우를 걸고 그다음 확보물인 문고리 볼트에 클립하고 위쪽을 보니 그다음 확보물은 작은 경칩처럼 생겼는데 바위에 박혀있던 축이 조금 밀려나와 있고 그 위쪽으로 먼 거리에 하켄이 보인다.
즉시 철수하고 마지막주자로 막 2피치에 도착한 향실누님의 뒤를 따라 용학형이 오른 루트를 오른다.
확보물 간격은 그나마 가까운데 전부 문고리 볼트다.
중간부분이 어려워지면서 진행을 못하고 홀드를 찾아보는데 추락하기에는 확보물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볼트 2개 거리는 인공으로 돌파하면서 1피치에 도착하니 낡은 문고리 볼트에 낡은 슬링이다. ㅋ
일본의 암벽등반지마다 낙석이나 확보물 상태가 다르겠지만 여기를 주로 등반하던 일본 친구들이 인수봉을 와서 등반한다면 어떤 의견일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마침 3피치를 등반하고 하강을 시작하는 용학형을 보고 불안정한 1피치 앵커에서 철수하고 계곡으로 내려오니 13시 30분이다.
다른 때 같으면 당연히 더 등반을 할 시간이지만 정신적으로 지치고 힘들다.
추락에 대한 부담이 적은 실내암장이나 그동안 등반했던 국내의 등반지에서 느껴볼 수 없는 부담감과 공포심 때문이리라.
캠핑장으로 복귀를 결정하고 계곡길 말고 다른 접근로를 찾아보는데 수풀로 덮혀 있는 곳에 희미한 길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해보니 길의 흔적이 계속 이어지기는 하는데 넝쿨과 수풀로 덥혀있다.
혼자가기 무서워 소리쳐보니 마침 태모형이 따라온다.
약 200m는 희미한 길을 따라 걸어가면 되고 나머지 220m는 키를 넘는 수풀을 헤치고 가야한다.
뱀이나 벌이 나올까봐, 특히나 그 무섭다는 쇠파리가 나올까봐 긴장하면서 산길샘 위성지도에 건축물로 보이는 방향으로 수풀을 헤치고 나아가니 경사가 가파라지기는 하는데 멀리 건물 지붕이 보인다.
마지막 30m 경사를 조심해서 수풀을 헤치고 올라오니 눈앞이 훤해지면서 전망대가 있는 도로가 나온다.
등반 시즌에는 이곳이 길인가 보다.
수풀만 없으면 올라오기도 수월하고 내려가는 길도 약 30m 정도만 가파르고 나머지는 완만해진다. (420m, 도보 17분)
벽을 바라보니 문수누나가 하강을 하고 향실누님과 미순누나는 3피치에서 대기중이다. 얼굴은 식별이 안 되고 옷이나 헬멧 색깔로 구분해야 한다.
길을 찾아서 무사히 전망대에 도착했다는 무전을 보내는데 진영이의 목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희정누나와 진영이는 계곡에서 조금 쉬다가 우리 뒤를 따라왔다고 한다.
태모형과 희정누나와 진영이를 먼저 캠핑장에 데려다주니 완기형과 영기형네는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쉬고 있었다.
다까나미이께 캠핑장 안쪽에는 남녀 각각 두 칸으로 구성된 조그마한 샤워장이 있어서 피곤에 지친 몸을 씻을 수 있었다.
100엔 동전만 사용가능하고 100엔을 넣으면 3분 동안 온수를 사용할 수 있다.
용학형 팀은 계곡길로 오겠다는 전달을 받았기 때문에 차량을 세워둔 전망대까지 태워주기 위해 차를 몰고 계곡주차장(5.3km, 차량 12분)으로 갔다.
차를 세워 놓고 오늘 하루 느꼈던 심약함을 반성하며 아침에 걸어갔던 계곡 길을 가다보니 철수하는 태누님, 관영형, 용학형, 미순누나를 만난다.
내차에 일행을 태우고 용학형 차를 세워둔 전망대로 이동하여 아침에 세워두었던 차를 가지고 캠핑장에 도착하니 16시가 조금 넘었다.
등반을 시작하고부터는 바람이 사그라 들었지만 간간히 비와 해가 번갈아 나타나는 날씨였고 저녁에도 비 예보가 있어서 롯지를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하고 문의를 하니 어제는 태풍으로 인해 1인당 200엔에 빌려주었지만 오늘은 캠핑장의 텐트 1동 가격( 1,000엔, 총 10동) 은 받아야한다고 한다. (이후에도 쭉 롯지생활 ^^)
아! 무척 아리가또다 ㅋㅋ
감사의 뜻으로 정종 두 병과 많은 캔맥주를 구입하니 더욱 좋아하신다. ^^
우리가 가져온 명성산 정보와 루트 개념도를 바탕으로 오늘 등반한 루트들을 확인해 본다.
많은 시간을 들여 룬제(ルンゼ) 옆의 좌암릉 루트, 五月ルート 와 Free Willルート를 확인하고 가장 인기 있다는 フリ-スピリット(free spirit, 자유영혼)ルート와 그 근처에 있는 매니페스트, JADE 등의 루트도 확인되었다.
오늘 내가 오른 루트들은 개념도에 없어서 확인할 수가 없고 용학형 팀이 오른 루트는 Free Will 루트의 일부분이다. 좌측 룬제 밑에서 시작해서 3피치(12a)를 넘어가야하는데 오늘은 우측에서 시작해서 3피치를 했으니 1,2피치는 다른 길이었다.
내일은 용학형 팀은 정식코스로 Free Will 루트를, 우리팀은 그 옆의 五月 루트를 그리고 완기형과 영기형팀은 오늘 내가 오른 루트들과 용학형이 오른 루트를 오르기로 하였다.
8월 27일 (3일차)
어제 저녁부터 시작한 비는 그치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태풍이 물러간 대지를 적셔놓았다.
빵빵하게 터지는 와이파이 덕에 오늘 날씨와 매일매일 떡하니 박혀있는 비구름을 확인하고는 내심 불안했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나 ♬♫ ㅠㅠ
잠시 대기하며 대안으로 가마코지, 다테야마, 유지히라야마 실내암장 등등을 고민하고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가 그치고 오늘은 게이트볼 대회가 있는지 수십 명의 노인분들이 캠핑장에 모여들었다.
비를 맞아도 바위 앞에서 맞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찰을 나가기로 하니 은경누나와 종윤이, 희정누나, 문수누나 등이 호응을 해주어 08시 30분경 명성산 남벽 전망대로 출발하였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벽은 충분히 등반이 가능하였다.
다시 캠핑장으로 도착하여 날씨를 문의해보니 더 이상 비는 오지 않는다는 예보이다.
문수누나가 준비해온 호루라기와 등반장비를 싣고 오늘은 바로 계곡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5.3km, 차량 12분) 小滝川(소랑천) 을 따라가는데 어제 한번 와 봤다고 길도 익숙하고 편안하고 시간도 훨씬 적게 걸린다. (500m, 도보 25분)
남벽 앞에 도착을 하니 벌써 10시다.
이날 하루 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마치 각본 없는 드라마처럼.....
①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신발을 정리하던 태누이께서 허리를 삐끗하여 롯지에 남으셨고
② 무슨 맘인지 우리 [희희낙락] 팀원이던 진영이의 간곡한 요청으로 용학형 팀에 합류했던 문수누나와 자리를 바꾸었고,
③ 렌트카 두 대의 차키는 용학형과 내가 각각 보관하였는데 영기형님이 용학형의 차키를 가지고 있겠다고 요청하여 받으셨고,
④ 완기형 팀과 우리 팀의 무전기는 모토롤라 제품으로 서로 호환이 되었는데 호환이 안 되지만 무전기가 3대인 용학형 팀의 무전기 한대를 건네받을 기회를 놓쳤다.
장비를 착용하고 출발지점이 비슷한 용학형 팀과 우리는 룬제 밑으로 올라가고 용학형 차키를 건네받은 완기형 팀은 小滝川(소랑천) 을 따라 남벽 우측으로 넘어갔다.
무전기 채널을 별도로 했다가 한적한 타국의 거대한 벽 앞에서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완기형 팀 무전기와 채널을 같이 했는데 영기형으로부터 용학형이 어제 오른 루트를 통해 Free Will 루트를 오르겠다는 무전이 왔다.
잘 되었다. 그렇게 되면 3피치 오버행 (12a) 밑에서 용학형 팀을 만나게 되고 두 팀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야 안에서 같이 이동하게 되리라.
(나중에 안 얘기지만 어제도 별로 등반을 하지 못한 종윤이가
“아빠! 빨리 가면 뭐해요 술만 마시지.... 우리도 다른 팀처럼 정상으로 가요” 했단다.
중앙대 미대에 재학 중인 종윤이는 얼마 전에 제대를 하고 복학 대기 중이며 그 사이에 부모님이 운동하시는 노스페이스 암장에서 11+의 등반성을 갖추고 술을 멀리하고 채식을 하는 근래 보기 드문 착실한 청년으로 올 초 지리산 등산할 때 처음 보았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용학형의 차키를 건네받았던 영기형과 옆에서 종윤이 얘기를 듣던 완기형은 깊은 반성(?)을 하고 Free Will 루트를 오르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던 거다.
우리가 오늘 오를 루트는 五月 루트이다. (5P, 5.7-5.8-10b-10a-5.9)
루트 개념도를 가지고 벽에 대략적인 등반선을 그려보는데 벽에 볼트가 보이질 않아 정확한 것은 막상 붙어봐야 알 것 같다. 아마도 문고리 볼트(링볼트)와 하켄으로 이어졌으리라.
좌측 10시 방향의 사선크랙으로 시작하는데 길이로 보아 크랙 중간에 1피치, 끝나는 지점이 2피치가 될 것이다.
5.9가 안 되는 그레이드이지만 긴장감은 상당하다.
사선크랙을 절반정도 올랐는데도 앵커가 보이지 않는다. 더 진행하기에는 자일길이와 캠이 부족해서 위쪽으로 몇 동작 오르니 앵커지점이 보이고 우측으로 또 하나의 앵커가 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문고리 볼트와 낡은 슬링으로 되어 있어서 슬링을 이용해 앵커를 구축하였다.
희정누나와 문수누나는 더블로프 시스템으로, 마지막은 태모형이 맡아주었다.
멀리 용학형이 3피치 오버행을 선등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 하루 경험을 했고 오늘은 정확한 루트를 확인하고 오르니 진행속도가 빠른가보다.
사선크랙을 마저 오르니 크랙이 끝나는 지점에 앵커가 있고 그 5m위로 크랙선과 낡은 하켄이 보인다.
주변에 다른 등반선은 보이지 않는걸 보니 디에드르 형태의 크랙선이 3피치가 맞아 보인다.
오버행인 크랙선을 올라 첫 하켄에 클립을 하고 잠시 매달렸다.
자유로운 몸짓으로 오르고 싶었지만 첫 하켄이 낡은데다 캠을 설치할 마땅한 곳이 없고 그 위 핑거크랙은 잡고 오르기에는 좋은데 그마저도 흙과 풀로 메워져 있고 다른 하켄은 보이지 않는다. 하켄에 매달려 그 위쪽으로 에어리언캠을 설치하고 자일을 클립한 후 희정누나에게 자일을 내려 너트회수기를 전달 받았다.
크랙안의 흙을 걷어내면서 디에드르 벽을 이용해 스테밍자세로 올라가는데 캠이 2개가 남은 상황에서 크랙이 양쪽으로 갈라진다. 앵커는 보이지 않고 확보지점을 설치하기에 마땅한 지점이 없다. 이제 여기를 건너서면 캠 1개로라도 희정누나를 올려서 캠을 회수시켜야 한다.
수직으로 내려뻗은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조금 더 쉬워 보여 BD 2호캠 싸이즈를 설치하고 좌향크랙을 넘어가니 거짓말처럼 앵커가 있다.
비록 낡은 슬링과 문고리 볼트이지만 감지덕지 ^^
무난한 4P와 5P를 지나면서 경사도가 완만해지지만 걸쳐져 있는 바위가 많아서 낙석 위험이 높다. 특히나 4P를 끝내고 진행할 때는 하켄도 없고 나무도 없어서 확보물을 설치할 장소가 없었고 마침 제법 큰 바위사이로 50cm길이의 바위틈새가 있어서 에어리언캠을 설치하려는데 캠이 벌어지면서 자리를 잡을 때 양쪽 바위도 같이 움직인다. ㅠㅠ
60m 자일이 당겨질 때쯤 낡은 하켄과 캠 두 개를 이용해 앵커를 구축하고 확보를 한다.
머리 위쪽으로 간간히 진영이 목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보이질 않는다.
사면에 얹혀져있는 바위가 많아서 낙석을 주의시키며 희정누나와 문수누나를 동시에 빌레이를 보는데 오른쪽 바위 밑에서 완기형이 나타난다.
용학형 팀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던 차에 같은 루트를 (Free Will) 오르던 완기형을 만나니 오월(五月) 루트를 무사히 끝낸 안도감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크다.
완기형과 영기형은 이 루트를 하강할 생각으로 신발을 밑에 두고 왔다고 한다.
어제 용학형 팀이 3피치에서 바닥까지 한 번에 하강을 한데다 용학형에게 3피치 앵커는 보기 드물게 튼튼한 볼트로 형성되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너덜지대로 인해 자일 회수와 낙석이 걱정이 되어 조금만 더 가면 좌측 탈출로(climber's trail) 가 있고 용학형이 기다릴 것이라며 같이 가자고 제안을 했고 영기형과 완기형이 받아들였다.
(이때가 완기형에게는 악마의 속삭임이었다. 완기형~~~ 죄송합니다. ㅠㅠ)
약 10m 전방에 보이는 튼튼한 나무에 피치를 끊은 완기형의 빌레이로 올라오는 영기형까지 만나고나서 희정누나의 빌레이를 받아 진행하는데 최대한 진행하고 피치를 끊어도 될 만큼 완만하고 앵커로 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나무들이 많다. (6P)
16시로 알람을 맞추어놓은 시계가 울린다.
국내에서도 16시 알람이 울리면 하산을 시작해야하는 시간이다.
특히나 처음 와 본 외국산이기에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조금만 더 가면 용학형 팀을 만나리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6P에 도착한 희정누나에게 후등빌레이를 부탁하고 5P에 있는 문수누나와 막 도착한 태모형을 3m 간격을 둔 동시오름 시스템으로 출발시키고 나는 확보없이 완만한 4급 난이도의 경사도를 따라 홀로 오른다. 자일이 당겨질 때쯤 완기형이 먼저 확보한 곳에서 10m 밑에 있는 큰 나무에 확보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본 등반이 끝난 느낌이다. (7P)
6P에는 희정누나의 빌레이로 문수누나와 태모형이 도착했고 이번에도 시간 절약을 위해 희정누나와 태모형을 동시오름 시스템으로 같이 올렸고 7P에 도착한 태모형에게 문수누나의 빌레이를 부탁하고 완기형이 확보한 10m 앞에 있는 큰 나무로 가서 희정누나와 안자일렌 준비를 하였다.
인원이 모두 모이기 전에 탈출로를 확인하고 용학형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완기형을 뒤로하고 큰 나무 뒤로 돌아서니 수십 m의 벽이 나오는데 오른쪽은 디에드르 구조로 어렵지는 않지만 보다 더 쉬워 보이는 왼쪽으로 오르며 탈출로의 흔적을 찾아본다.
완기형을 만난 5P 종료지점부터는 칸테로 우측은 커다란 남벽이고 좌측은 룬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좌우 폭이 좁은 길이어서 오름 방향에 대한 선택의 고민은 없었다.
중간 중간 어깨빌레이를 보며 희정누나를 올리고 진행하기를 반복하며 약 60m 벽을 오르고 나니 완만한 암벽지대가 나오는데 용학형이나 탈출로 흔적이 보이지를 않는다.
좌측방향으로 캐른이나 슬링을 찾으며 오르지만 보이지 않고 길처럼 보이는 두세 군데가 있긴 한데 너무 희미하고 가팔라서 선뜻 지나가기가 어렵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가 탈출로 시작지점으로서 좌측 나뭇가지 위로 분홍색 슬링이 달려있고 희미한 길로 수십 m를 따라가면 곳곳마다 자일과 분홍색 슬링으로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용학형도 처음에는 슬링표식을 못보고 지나쳐 암벽을 10m 정도 오르다 이상해서 뒤쪽으로 확인 하던 중 나뭇가지 위로 분홍색 슬링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완기형과 영기형에게 좌측으로 탈출로의 흔적을 확인하며 오르라는 무전을 보내고 전방에 4급 정도의 암벽을 오르며 흔적을 찾아보고 저 위에 올라서면 탈출로가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오르는데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넓은 테라스가 나왔는데 탈출로는 보이지 않고 그 앞은 무성한 수풀지대가 약 50m 이어진다.
테라스가 넓고 쉬기 좋아서 잠시 숨을 돌리고 바위틈새에서 버려진 빈 맥주캔을 발견하고는 안도하며 주변을 확인해보는데 멀리 계곡을 가로지르는 발전소 수도관 옆으로 사람이 조그맣게 보인다. 4명이다. 옷 색을 보니 영락없는 용학형 팀이다.
아니 저분들이 왜 저기에 있지? ㅠㅠ
핸드폰인지 거울인지 햇빛을 반사시켜 신호를 보내고는 잠시 후에는 빨간 램프로 점멸 신호를 보낸다. 더 진행하면 안 된다는 의미인지 조심하라는 의미인지 분간이 되지 않고 계곡 물소리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된다.
(여기 테라스가 다음날 탈출로로 올라온 용학형과 얼굴을 마주본 곳이다. 이 바위 턱 약 60m 밑 즉, 디에드르 형태의 바위 위 좌측으로 탈출로가 있었다.)
시간은 17시를 넘어가고 있었고 GPS에 나타난 고도는 550m이다.
멀리 용학형과 미순누나가 계곡 위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몇 십 m 이동 후에 소리를 치는데 들리지는 않는다.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이제는 빨리 탈출로를 확인해야 할 시간이다.
완기형과 영기형에게 탈출로의 흔적이 보이는지 확인해보지만 마찬가지로 발견하지는 못하셨다.
지치지 않도록 천천히 오를 것을 부탁하고 희정누나와 수풀지대를 오르기로 하는데 선명한 길은 보이지 않고 가파르지만 작은 나무들과 중간 중간 큰 나무들을 잡고 오르며 약 50m의 무성한 수풀지대를 지나고 시야가 탁 트이는데 이제는 가파른 너덜지대가 나온다. 컥!!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지만 방법이 없다.
저 바위 턱만 오르면, 저 수풀만 지나면, 여기만 벗어나면.......
이 상황이 계속되면 탈출로의 흔적이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고통으로, 희망은 원망으로 나타날 것이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준비한 정보와 밑에 있던 안내표지판을 찍은 사진을 꺼내 비교하며 확인해본다. 좌측 작은 암벽과 남벽의 사이에 있던 룬제는 끝나고 그 위쪽에서 남벽을 가로지르는
탈출로(climber's trail) 를 만나야 하는데 흔적이 없다.
결국 계속 오르기로 결정을 하고 약 60m의 낙석 위험이 상당히 큰 4급 루트를 오르니 작은 수풀지대가 나오고 그 곳을 지나니 마침내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이 나온다.
능선 우측으로는 남벽의 가파른 중앙벽이 보이고 좌측은 숲이지만 마찬가지로 가파르다.
앞쪽으로 조그만 언덕이 있는데 그곳을 넘어서면 좌측으로 길이 있길 바랄 뿐이다.
고도는 670m이다. 조금만 더 확인을 해 본다는 것이 너무 고도를 올려놓았다.
한 곳을 지날 때 마다 작은 기대를 남겨 놓고 넘어가면 절망을 주는 나쁜 구조다.
시간은 18시이다. 완기형과 영기형네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돌리고 오른쪽의 거대한 남벽 중앙을 바라본다.
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웅장함이다.
명성산 남벽을 제대로 느끼려면 중앙에 있는 긴 루트를 올라야 할 것 같다.
완기형과 영기형, 은경누나, 종윤이를 만났다. 지치고 실망한 얼굴이다.
뒤에 오르는 태모형과 문수누나를 부탁하고 언덕 너머를 마저 확인하기위해 능선을 따라 언덕을 넘어가는데 바위폭이 좁고 중간 중간 작은 나무로 덥혀있어서 조심스럽다. 약 200m를 진행하고 언덕을 넘어가니 기대했던 탈출로는 나오지 않고 약 100m 높이의 삼각형의 벽이 나타난다.
시간은 18시 30분, 고도는 740m 이다.
바로 떠오른 생각은 [비박] 이었다.
아마도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에 도착한 완기형과 영기형네에게 상황을 설명 드리니 바로 여벌의 옷과 물과 식량을 확인한다.
같이 오른 분들에게 너무도 죄송하다.
특히나 영기형과 완기형은 신발을 놓고 왔기 때문에 암벽화를 신고 걸었다.
다행히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모두 순순히 수긍을 해주신다.
지금 있는 곳은 좌우로 가파른 능선이어서 바로 전에 있던 바위턱으로 이동하니 그나마 확보하지 않고도 있을 만하다.
잠시 후에 도착한 태모형과 문수누나에게도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모두에게 옷을 꺼내 입게 하고 자리를 잡는다.
오늘, 내일 모두 비예보가 있는데 아직 하늘은 화창하다.
행동식은 조금씩이나마 가지고 있는데 남은 물이 없다. 라이터는 문수누나에게 하나 있다.
산길샘을 통해 일출을 확인해보니 05시 10분이다. 여러모로 유용한 산길샘이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10시간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본다. 조금은 지루하겠지만......
서로 앉을 자리를 잡으면서 잠시 숨을 돌리는데 완기형이 기운내자며 옥수수콘 캔을 꺼내어 돌린다.
심하지는 않았던 갈증이지만 적은 양으로도 갈증이 해소되고 기운이 난다.
조금씩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지 이야기들을 나눈다.
가장 큰 주제는 당연히 두 가지이다.
⑴ 용학형팀은 어떻게 내려갔을까? 하강 혹은 탈출로(climber's trail)?
⑵ 용학형팀과 연락할 방법이 없으면 내일은 어떻게 탈출할까? 전방 100m벽? 되돌아가서 하강?
하강을 했다면 뒤 따르던 완기형팀이나 남벽의 제일 좌측에서 오르던 우리 팀 시야에서 보였을 것이고 탈출로를 발견하여 내려갔다면 우리를 기다렸거나 추가 표식을 해놓았을 것이기에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 오르다가 뒤쪽에서 슬링 흔적을 찾은 용학형은 완기형팀과 우리팀이 당연히 하강을 하여 계곡으로 내려갔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계곡으로 내려서서는 아직도 바위에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을까?)
내일 탈출도 루트 개념도와 안내표지판을 찍은 사진을 비교했을 때 처음에는 전방 100m 벽을 오르기로 했었는데 그 너머에 대한 정보나 확신이 없고 오늘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짓고 결국 올라온 길로 되돌아가서 탈출로를 찾거나 아니면 7P나 6P 앵커로 삼았던 큰 나무에서 하강하기로 하였다.
완기형이 요세미티 등반을 할 때 홀 백안에서 자서 다음날 허리가 안 펴졌던 얘기를 들으며, 오늘 문수누나와 팀을 바꾸는 바람에 문수누나는 여기 두고 밑에 내려가게 된 진영이를 씹으며 ^^, 하필 차키 두 개는 왜 여기 있어서 밑에 내려간 팀도 캠핑장까지 1시간은 걸어가게 되었다고 고소해하며 *^^* 혹시나 핸드폰이 터지는지 확인해보는데 문수누나 아이폰이 통신가능상태이다. (19:03분)
얼른 단체 톡에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연락을 기다리는데 숫자하나가 지워지면서 톡이 들어오는데 숙소에 있던 태누님이시다. Jobs~~~~ very very thank you!!!!!
밥을 두 솥이나 해 놓고 기다리는데 뭔 소리냐며 놀라신다.
용학형과 관영형, 미순누나, 진영이는 먼저 내려갔고 우리 8명이 비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걱정할 수준은 아니고 다만 탈출로의 정보가 필요하니 용학형이 오면 참고하라고 우리의 등반상황과 현재상황 그리고 내일 움직일 상황을 쭉 적어놓고 산길샘에 기록한 트랙과 현재 위경도도 남겨놓고 연락을 기다리는데 20시가 되도 21시가 되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태누이의 전갈이다.
(이 때 용학형은 하강할 줄 알았던 두 팀이 벽에 있는 걸 보고 탈출로를 거슬러 중간까지 올라왔는데 내려오지도 않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아 다시 하산해서 계곡에 일행을 남겨놓고 전망대로 가서 벽을 살펴보는데 이미 우리의 모습은 보이질 않아 반대편으로 산을 넘어 내려올지 모른다고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일부는 먼저 캠핑장으로 돌아가라고 했는데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윤모 대원 포함 3명과 함께 ^^ 20시 30분경 철수 결정을 하였고 캠핑장으로 돌아온 시간이 22시다.
차량 두 대가 세워져 있던 주차장을 지나면서 혹시나 해서 차를 살펴보는데 마침 내 차가 차문이 잠겨있지 않아서 등반장비를 차에 실어 놓고 가볍게 걸어가셨다고 한다.
슬프게도 차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이 날 내가 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이었다. ㅋㅋ)
21시가 넘어서면서 이제는 우리보다도 아직 캠핑장에 돌아오지 않는 용학형 팀이 걱정된다.
다행히 22시 11분에 용학형이 숙소에 도착을 하였다는 톡이 들어왔고 그 후 1시간 동안 톡을 하면서 서로 궁금했던 것들이 해소되고 현재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용학형이 보내준 글과 사진속의 정보를 통해 올라온 길로 되돌아가는 결정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고 탈출로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서로의 안위에 안도하며, “새벽에 일찍 올라오겠다”는 용학형 말에 “지금 오실꺼 아님 아침에도 오시지 마시라”는 완기형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하고 전원을 껐다. ^^(23:26분)
이래저래 시간이 잘 간다.
다행히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은 맑은 날씨다. 바람도 적다.
맑은 하늘 위로 둥근 달과 많은 별들이 내려다보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능성이와 도로를 간간히 지나는 차량 불빛, 그리고 집으로 보이는 몇 개의 불빛들.
내일 아무 사고만 없다면 일부러라도 겪고 싶은 경험이다.
다행히 기온은 더 내려가지 않아 얇은 바람막이로도 버틸 만한데 은경누나와 완기형이 힘들어한다. 아마도 체지방이 적어서이리라.
모두를 둘러보니 정도의 차이이지만 조금씩 추위를 느끼고 있고 바위에 기대어 쪼그리고 앉아있는 희정누나가 걱정되어 돌아보니..... 잔다....!! 잘도~ *^^*
02시를 넘어가는 시계를 보고는 시간도 때우고 잘못도 반성할 겸 주변에 마른나무를 찾아보는데 마땅치 않아서 작은 잎이 많이 달려있는 작은 나무들을 조금 꺾어서 이제는 필요 없는 개념도를 꺼내고 문수누나에게 라이터를 받아 큰 기대 없이 불을 지피는데 이 작은 나무들이 생각보다 잘 탄다. 숯이 되는 것은 아닌데 기름성분이 있는지 생나무인데도 불이 확 타오르고, 타면서 “타타타닥~”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난다.
조그맣게 타오르는 불길이지만 따뜻한 열기와 경쾌한 소리에 조금씩 모여드는 팀원들을 보니
불을 피운 것이 이 날 내가 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이었다. (차문을 잠그지 않은 일은 내려와서 알게 되었다. ^^)
8월 28일 (4일차)
04시 30분이 지나니 주변이 환해진다.
이제 드디어 탈출이다.
탈출로(climber's trail) 로 예상되는 곳까지 약 450m이다. 능선에 올라서서 비박지까지는 완만한 경사도로 200m 를 걸었으니까 남은 거리는 250m이다. 이중에서 낙석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초반 60m와 그 뒤에 나오는 50m의 가파른 수풀지대가 관건이다. 그 곳만 무사히 지나면 3급, 4급의 그나마 낙석이 적은 바위가 나타날 것이다.
어제 탈출을 논의하면서 완기형이 본인의 자일은 버리고 가도 된다고 선뜻 제공하셨고 희정누나도 더블로프 중 한 동도 비상시 버려도 된다고 허락하여 마음이 한결 편하다.
걸어 내려가기 힘든 길은 완기형과 영기형이 로프를 고정하여 하강하고 자일을 또 써야할지 모르니까 웬만하면 내가 낙석에 주의하며 자일을 회수하여 가지고 내려가기로 하였다.
05시 10분 3팀으로 안자일렌을 구성하고 수풀과 바위로 구성된 완만하지만 좌우 경사도가 급한 능선을 따라 200m를 내려오니 첫 번째 위험지역이 나타난다.
완기형이 자일을 버리고 갈 생각으로 튼튼한 나무에 자일을 고정한다.
어제 올라올 때도 낙석이 걱정되었던 곳이다. 자일을 버리고 가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완기형이 자일을 고정하는 동안 길을 찾기 위해 희정누나와 먼저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어제 오를 때 우측으로는 급경사였기 때문에 같은 라인을 찾기 위해 최대한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마침 하강을 마친 완기형에게 조금 더 내려가서 길을 확인하겠다고 전하고 조금 더 내려가니 수풀지대이다. 경사가 급하고 수풀이 우거져 앞을 확인하기 어려운데 확실하진 않지만 멀리 어제 쉬면서 버려진 맥주캔을 보았던 테라스가 보인다.
저 테라스까지만 내려가면 그 다음은 어렵지 않으리라.
멀리 태누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주차장에 세 명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걱정되어서 마중을 나왔으리라. 차 키가 없었으니 캠핑장에서 걸어서 1시간이다. 목소리를 들으니까 힘이 난다.
바로 밑은 낭떠러지라서 조금 더 좌측방향으로 내려가서 확인하려는데 뒤 따라온 태모형이 우측이 확실하다고 우측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확실히 길을 찾을 때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심증이 있으면 조심해서 확인하고 나도 마저 확인해보고 올라가겠다고 전했다.
희정누나와 번갈아가며 빌레이를 보면서 조심해서 내려가 보니 그 테라스가 맞아 보이는데 낭떨어지라서 접근할 수 가 없다.
(테라스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은 폭이 채 10m도 안 되는 좁은 길이었고 그 좌우로는 절벽인데 마침 그곳만 확인한 거였다.)
실망하며 내려온 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데 갑자기 허기가 지고 목이 탄다.
기대했던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피로감이 몰려오나 보다.
희정누나도 많이 힘들어 보인다. 지난 겨울 토왕폭을 처음 오르기 위해 늦은 밤 대구에서 올라와 잠 한숨 못자고 설악으로 이동해서 토왕폭을 오를 때만큼 힘들어 보이지만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따라와 주심에 감사드린다.
올라와보니 모두 하강을 마치고 내려오는 방향에서 우측으로 길을 확인하러 갔고 영기형은 고정했던 자일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반으로 꺾어서 하강을 두 번 마쳤는데 두 번째 하강 후에 자일이 회수가 안돼 놓고 가는 상황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저 자일을 또 써야하는 상황이 될지 몰라 회수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하고 희정누나를 밑에 두고 올라가서 자일을 회수해서 내려왔다.
일행들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지만 영기형이 지나갔던 방향으로 조심해서 이동하는데 위에서 바라보는 각도가 어제 등반했던 각도가 아니다.
무전기를 통해 다시 이쪽으로 건너와서 논의를 해보자고 영기형과 얘기를 나누었고 자일을 회수했던 곳에서 잠시 쉬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어제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좌측 암벽과 남벽 사이에 있는 룬제가 걱정이었다. 그래서 어제는 올라올 때 룬제가 끝나는 지점을 탈출로로 보고 찾으려 했고 오늘은 반대로 너무 오른쪽으로 내려가서 룬제 건너편으로 가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무전을 통해서 건너오는 목소리를 통해 많이 지쳐있슴이 느껴졌다.
밤새 잠을 못자고 배고픈 상태에서 물도 없이 2시간을 넘게 긴장속에서 이동하고 있고 그 길을 희망도 없이 다시 건너와야 되는 상황이니 이해가 된다.
이제 우측은 어제 올랐던 길이 아님이 확실해졌다. 잠시 숨을 고르고 처음 지켜봤던 테라스로 내려가는 길을 다시 찾아 나섰다.
바로 아래도 절벽이고 좌측으로 가서 내려갔던 길도 절벽이다.
그 중간지점을 둘러보고 그나마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찾아 희정누나의 빌레이를 받으며 조심스레 내려가는데 약 20m 를 내려가 보니 가파르긴 해도 나무들이 많아 걸어갈 수 있고 10시 방향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면 테라스 방향과도 일치한다.
더 내려가 보기위해 내 몸에 감았던 자일을 마저 풀어서 자일 한 동 길이만큼 내려가 보니 이길이 맞다는 확신이 든다.
무전을 통해 희정누나를 출발시키고 힘들겠지만 체력이 남으신 한분의 동행을 요청하니 완기형이 따라오셨다. 완기형을 잠시 쉬게 하고 희정누나의 빌레이를 받아서 테라스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가는데 길게만 느껴지던 숲이 끝나고 시야가 트이면서 테라스가 나타난다.
무전기를 통해 기쁜 소식을 전하며 희정누나를 출발시키고 모두에게 조심해서 완기형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는데 이제는 의사소통이 되는 곳에 용학형의 모습이 나타난다. 테라스에서 60m 아래다.
숲이 우거져서 나는 위에 있는 분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위에서는 아래가 잘 안 보인다. 절벽으로 가지 않도록 방향을 잡아주면서 한 분 한 분 테라스로 도착을 하고 또 아래로 이동을 해서 용학형과 관영형과의 반가운 상봉을 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지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운이 난다.
두 분이 가져온 물과 콜라와 간식을 조금씩 나눠 먹고 어제 그토록 찾아 해메던 탈출로(climber's trail) 로 걸어서 내려간다. 어제 왜 이 슬링 표식을 못 보았나 야속할 정도로 슬링이 많다. 그리 편하지만은 않은 길을 따라 1시간 정도 더 내려오니 큰 수도관이 나타나고 바로 계곡이 나온다.
09시 30분이니까 탈출하는데 약 4시간 20분정도 걸렸다.
망설임 없이 小滝川(소랑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원 없이 마셨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이 틀리고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의 크기도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색을 조금씩 줄여서 서로 위로하고 위기를 즐거운 시간으로 바꾸어준 8명.
큰 원망 없이, 그리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내려와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
‘밤새 어깨를 맞대고 느낀 체온과 우리의 추억을 밝히던 달님과 수많은 별빛을 기억할께요. ^^’
캠핑장에 돌아와 태누님께서 준비해주신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그토록 그리던 션~~한 맥주와 콜라로 기쁨을 나누고 정말 꿀 맛 같은 잠을 잤다.
1~2시간을 잤을까? 눈을 뜨니 13시 30분이다.
몸이 나른하면서 기분이 상쾌하다.
간간히 창 밖으로 비가 내린다. 참 고마운 비다.
이 비가 어제 내렸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아직 몇 분은 주무시고 몇 분은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시원한 계곡물에 담그긴 했지만 따뜻한 물이 그리워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기고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차 주변으로 모여 있다.
이토이가와 시로 나가서 마트를 찾아 회랑 고기를 사기 위해서 이다.
처음에는 몇 분만 가기로 하셨는데 차량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보니 10명이다.
영기형이랑 완기형이랑 태모형만 자고 있다. 깨면 외롭겠다 ㅋㅋ
가는 길에 잠시 명성산 남벽 전망대에 들러 우리가 등반했던 루트와 탈출로를 찾아 해매이며 올랐던 길을 되새기며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비박했던 곳을 바라보며 길었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본다.
마치 살던 동네처럼 운전하고 길을 찾는 용학형 뒤를 따라 MaxValuスーパ (막스발루슈퍼)에서 さしみ(생선회), ぶたにく(돼지고기), うしにく(소고기)와 빠질 수 없는 캔맥주와 さけ(정종)를 한가득 사와서는 살아서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슴에 감사하며 즐거운 파티를 하였다.
(20km, 차량 45분)
8월 29일 (5일차)
어제 미순누나가 끊여 놓은 청국장과 태누님이 남은 고기로 만들어주신 고추장두루치기와 한국에서 가져간 반찬으로 高浪の池 キャンプ場 (다까나미이케 캠핑장) 에서의 마지막 아침을 먹고 짐을 싸고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밖으로 치운다.
4일 동안 마신 맥주캔과 정종병이 한 가득이다.
왜 이렇게 술을 마시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
오늘은 다테야마(立山) 와 알펜루트를 경험하고 토야마시에서 호텔생활이다.
모든 짐을 차량 2대에 나누어 실고 08시에 다까나미이케 캠핑장을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타지 않고 해안도로를 이용해서 알펜루트를 시작하는 다테야마역에 도착하였다. (115km, 차량 3시간)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일본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일본 알프스의 다테야마를 관통하는 다이나믹한 산악관광루트로 도야마현에서 나가노현까지 표고차 2,400m를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횡단한다.
도야마현과 나가노현을 잇는 전체 길이 약 90km의 루트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자연의 풍경이 큰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는 중간기점인 무로도(室堂) 터미널까지의 왕복표를 끊었다. (4,300엔/1인)
케이블카를 타고 7분정도 이동하여 비조다이라(美女平)에서 고원버스로 갈아타고 약 40분 동안 미다가하라, 텐구다이라를 거쳐 해발고도 2,450m 높이에 있는 무로도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무로도 터미널은 오야마(3,000m), 조우도산(2,831m), 벳산(2,880m)에 둘러싸여 있고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의 하이라이트로 평원지대에 여러 곳의 산장과 온천장, 연못(미쿠리가이케, 미도리가이케, 피의 연못), 캠핑장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무로도 터미널 안에 있는, 제일 높은 곳에 있을 것이 분명한 소바집에서 따뜻한 소바(蕎麦, そば) 한 그릇씩 먹고 주변 경치를 둘러보며 진영이가 며칠 머물렀던 라이쬬 산장(雷鳥莊) 까지 걸어가는데 또 영락없이 비가 내린다.
라이쬬 산장에서 캠핑장도 바라보고 쯔루기다께(つるぎだけ, 劍岳) 방향의 경치도 둘러보고는 산장으로 들어가서 나마비루(なまビール, 생맥주) 한 잔씩 들이킨다. 캬~~~
다시 길을 거슬러 무로도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가스가 끼어 중간 중간 갈림길이 헛갈린다.
아니나 다를까 터미널에 은경누나가 보이지 않는다고 영기형이 번개 같이 빗길로 뛰어가신다.
이분들의 애정은 끝이 없다. *^^* 혹자는 부부싸움은 칼로 찌르기~~ 라는데 ㅋㅋ
나도 뒤 따라가서 갈림길에서 기다리는데 마침 미순누나와 은경누나가 온다.
두 분을 무로도 터미널로 안내하고 라이쬬 산장 방향으로 가신 영기형을 불러서 같이 터미널로 돌아오니 대기하고 있는 줄에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버스와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다테야마 역으로 돌아오니 16시가 넘었다.
토야마 시에 도착하여 첫날 가스를 구입했던 Super Sports Xebio 매장에 들러 남은 가스를 반납하니 약 4,000엔을 돌려준다.
오늘 우리가 묵을 프라임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만 하고는 차에 짐은 나둔 채로 장비점 두 곳을 둘러보고 시내구경을 하면서 마지막 만찬을 할 식당을 잡으려고 하는데 들어가는 모든 곳이 만석이고 예약여부를 물어본다.
식당을 찾아 호텔근처까지 와서는 호텔에 문의도 해보다가 결국 호텔 앞에 있는 일본식 주점에 21시 30분으로 예약을 하고 호텔로 돌아와 방을 배정 받고 짐을 풀고 잠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마냥 행복하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뜻하지 않게 많은 추억을 남긴 일본에서 마지막 밤이 지나간다.
8월 30일 (6일차)
오늘도 여지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 (앞으로 일주일은 더 심하다. ㅋ) 07시 30분에 호텔식 조식을 하고 08시 50분에 모든 짐을 싣고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 니코니코(にこにこ) 렌트카 회사로 이동을 하여 사용한 기름 값을 정산하고 렌트카 회사에서 제공하는 차량으로 토야마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출국심사 준비를 하는데 일본여행 6일 동안 회계, 총무를 맡았던 희정누나가 회비가 남았다면서 11명에게 10,000엔씩을 돌려준다.
태누님의 제안으로 용학형 뿐만 아니라 나까지 일본에서의 생활비를 면제받게 되었는데 비용이 남아 조금씩이나마 돌려준다니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이다.
같이 하신 13명 모두 나만큼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빌어본다.
이렇게 2015년 KMG 캠프를 마치고 다음에는 보다 더 좋은 곳에서 멋진 등반을 기대하며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자리에 앉자마자 꿀맛 같은 잠속으로 빠져든다.
さようなら にほん ~~~
皆さん(みなさん), 非常に(ひじょうに)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첫댓글 리얼한 등반보고서 감동입니다
비박의 추억 잊지못할 시간들이고 자일의 정을 듬뿍느낀 KMG CAMP 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도 하계캠프 참석한 착각이들어...부럽고 자랑스럽다~^^♥
멋진 드라마 연출 강 작가님 축하하네^&^
역시 강대장이야, 강가들이 소질이 있어, ㅋㅋ
KMG 캠프는 멋진 추억을 만들어 오랫동안 남기는 뭐가 있어요.
등반, 불시 비박, 너무나 많은 추억을 쌓았고, 다테야마 관광은 눈쌓인 북알프스를 밟아보고 싶은 충동을 남겼어요.
같이하신 모든 대원분들께 감사드리며, 즐겁고 행복한 캠프였읍니다.
아... 묘죠야마가 다시한번 그립다데쓰~~~~~~~~~~~
이래서 정희형이 없으면 딴데로 등반 가고 싶지가 않다니깐!!!!!!!!!!!!!!!!!!!!!!!! ^^;;
너 나한테 왜그러니 ㅠㅠ~~~ T.T
@강정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현영 요한이, 요둘이 잘 크지? 담주는 백운산장 간다. 그대랑 한상이랑 버너 1층에 두고 자는 바람에 문잠겨서 깡소주마셨던 ㅋㅋ
@강정희 아웅..넘 가고 싶고 다들 보고 싶고.. ㅠㅠ
저희가 없어서 그런지 한 개도 안즐거워 보입니다. 흥!!!! ㅋㅋ
휴.. 빨리 홀몸이 되고 싶어요.
실감나는 등반기 입니다.
KMG 식구분들 돈 주고도 못하는 경험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겠네요.
무사히 잘 마무리가 되어서 가지 못한 나까지 기분이 좋네여......
명성산 처녀귀신이 홀린겨........ㅋㅋ
생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버텨내는 비박...그리고 비좁지만 인간의 밀도가 만들어낸 따뜻함을 체험하고....
온기와 격려...누군가의 기다림...
마음이 뭉글뭉글하다... 다시 뭉클뭉클해지던 느낌...
그 이름모를 작은 나무가지의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듯 하네요..^^
시간가는줄모르고 실감나게 읽었어요 . 이소재로 영화를...버티칼리미투. 아카데미 기록영화상 후보작.짝짝짝.
결과를 알고 있는 내용 이지만
긴장하면서 정독하게 되네요.
침착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리고 따라준 팀원들 덕에 무탈하게
탈출 한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