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고흥 69코스 제2부
천등산 철쭉공원-싸목싸목길-천등마을-백석마을
20220511
1부에서 이어짐
1.천등산에 꽃피는 천 개의 등불과 별학산의 기품
남파랑길 고흥 지역을 걸으며 그동안 고흥에 대해 무지했던 것을 깨달으며 고흥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었다. 남쪽 먼 지역 촌 구석, 별다른 특색이 없을 것이라는 고흥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무지하고 잘못된 것이었을까? 다른 지역보다 특히 고흥에 대해 지나치게 편협한 판단을 내리고 있던 길손은 이번 기회에 그 편견을 모두 씻어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높을 高, 일어날 興, 고흥은 흥겨움이 높이 일어나는 지역이며, 조선시대의 지명인 흥양 또한 일어날 興, 볕 陽, 흥겨움이 볕처럼 따스한 곳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우주선 발사 지역이 고흥 나로도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고흥군 도화면 면소재지 당오리 오치입구 삼거리에서 69코스를 출발하여 1시간 10여분만에 천등산 철쭉공원쉼터에 올랐다. 천등산 철쭉공원쉼터에서 바다와 산을 조망하며 남파랑길 고흥 지역을 걸었던 길을 추억한다. 팔영산과 마복산이 다도해를 바라보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맑은 날 팔영산을 요모조모 따지며 걷던 여호리 들녘길이, 비 내리는 마복산 자락길을 걸어 남성마을로 내려가던 일이 먼 일이나 되는 듯 아득하게 떠온다. 그 추억은 가슴에 물결을 일으키며, 우미산, 우주발사전망대, 남열해맞이해수욕장 해송림, 지붕없는 박물관, 다도해 풍경-태양의 섬, 첨도, 와도, 취도, 오도, 사도진마을과 능정마을, 해창만방조제 등 여러 지명들을 하나씩 그림그린다. 아, 걸어온 그 길에 이렇게 많은 추억들을 남겨 놓았구나. 삶이란 추억 쌓기이고, 죽음은 모든 추억의 지워짐이로구나.
서쪽을 내려보면 거금도가 바다에 떠있는 큰 함선처럼 보인다. 거금도 옆의 작은 섬들은 새들이 바다에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다. 날이 맑아서 햇빛이 쨍하게 비친다면 다도해 풍경이 멋지게 조망될텐데, 그렇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천등산에 오를 시간이 없다. 심장과 무릎이 강하다면 조금 빨리 걸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천등산에 올라서 고흥 지역을 굽어볼 수 있을텐데, 이것 또한 실행하지 못하여 아쉬울 뿐이다. 삶이란 그리움과 아쉬움이 반복되는 것이고, 그리움이 있으면 뒷날에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아쉬움으로 남기고 도착 시각을 지키기 위해 길을 따라가야 한다.
화려한 철쭉꽃들은 이미 떨어졌다. 붉은 빛을 토해내는 철쭉군락지 철쭉공원은 이제 초록빛들만 뿜어내고 있고, 그 아래 쉼터공간에 철쭉들이 늦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을 뿐이다. 철쭉꽃의 장관은 초록과 붉음의 조화에 있다. 그 조화로운 빛깔을 금상첨화로 만드는 것은 햇빛과 바람이다. 햇빛에 반짝이는 초록과 붉음의 색채, 바람에 물결치는 초록과 붉음의 물결, 그 풍경은 환상적이다. 그래서 철쭉 완상은, 초록잎과 붉은 꽃, 햇빛과 바람이 결합하여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천등산 철쭉은 지금 오직 초록잎들이 물결치고 있을 뿐이다.
천등산의 지명 유래가 재미 있다. 하늘에 오르는 天登山, 하늘의 등불 天燈山, 두 한자 지명 모두 길손의 마음에 든다. 천등산 아래에서 볼 때 천등산은 하늘에 오르는 듯 높은 산이며, 천등산 암릉에 비치는 달빛과 별빛은 어둠을 사르는 등불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또한 천등산 철쭉군락지에 철쭉꽃빛이 물들고 밝은 달빛이 철쭉꽃에 내려앉는 달 밝은 밤의 풍경은 장대한 등불 잔치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풍경을 환상으로 그리며 싸목싸목길을 따라 천등마을로 내려간다.
'싸목싸목'은 '천천히'를 뜻하는 전라 방언이라고 한다. 도화면 신호리 원산마을 갈림목에서 시작하여 철쭉공원을 거쳐 풍양면 율치리 사동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을 '싸목싸목길'이라 명명하여,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는 코스로 지정하였다. 그러나 남파랑길 탐방객들은 이 싸목싸목길을 재빠르게 통과하여 맨 뒤에 떨어진 길손에게 꼬리를 모두 감추었다. 싸목싸목길에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하얀 꽃을 피운 백화등을 만났고, 길가에 편백 애기나무를 조림한 곳, 고로쇠나무조림지 등을 거쳐 천등 비파농원에 이르렀다. 비파나무에 남은 하얀 꽃 한 송이가 애처롭다. 비파열매들은 무성히 자라 이제 때가 되면 노랗게 익을 것이다. 이 나무를 비파나무가 아닌 것으로 착각하였는데, 확인해 보니 비파나무가 맞았다.
천등마을을 거치며 올려보는 천등산 칼바위 능선과 가야 할 방향에 솟은 별학산 모습은 이번 69코스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가장 멋지게 연출하였다. 또한 이 산들은 지리적 위치의 기준이 되어 주었다. 천등산 동남쪽 능선(금탑사 방향)에 벼락산이 있는데, 이 산은 분명히 조망되지 않지만, 별학산은 천등산 하산길과 종점인 백석마을에서도 멋지게 조망되는 산봉이다. 이 구간에서 길손에게 분명히 조망되는 산은 팔영산, 마복산, 딸각산(월각산), 별학산인데 이들 중에서 명품은 천등산 칼바위 능선과 별학산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백석마을 백석복지회관 입구 남파랑길 70코스 안내도가 세워진 곳에서 남파랑길 69코스를 마쳤다. 그런데 500ml 페트병 세 개의 물을 모두 마셔서 물이 없다. 마을에 편의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잘못된 판단이었다. 마을 어르신들이 버스정류소에서 환담을 나누고 계셨다. 그분들께 물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복지회관에 정수기가 있으니 보충해 가라고 흔쾌히 답해 주신다. 한 어르신 말씨가 이 지역 말씨가 아니어서 여쭈니, 60년 동안 서울에서 생활하시다 80이 넘어서 바깥양반의 고향에 내려와 생활하신다고 말씀하신다. 생활의 변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어르신은 서울에서 생활하실 때 서울 지역과 근교 산행을 자주했지만 이제는 산행을 못하신다고 하시며 서울 어디에 거주하는지 질문하신다. 길손은 현재 거주하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과연 그럴 수 있을까? 길손 또한 지금의 거주지를 떠나 생활의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복지회관 대청에 들어가 페트병 세 개에 물을 채우고, 복지회관 앞 쉼터정자에 올라서 간식을 먹었다. 걸어온 69코스 풍경들이 가슴을 덥히고 걸어갈 70코스의 길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지의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다가오고, 체험의 길은 그리움으로 가슴을 덥힌다.
1부에서 이어짐
2.걸은 과정
천등산 봉수대는 주요 간선로 중 제5로(여수 돌산도 방답진-전남북 해안-충남 내륙- 경기강화 해안)에 속하는 연변봉수이며, 전라좌수영 소관의 봉수였다. 봉수제도가 폐지될 때(1895년)까지 운영되었다.
풍양면, 도화면, 포두면 3개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하여 천등산(天登山), 스님들이 정상에 올라 천 개의 등불을 바쳤다 하여 또는 금탑사 스님들이 밤에 수많은 등불을 켰다 하여 천등산(天燈山)이라 불린다.
중앙 뒤쪽에 마복산이 보인다. 왼쪽 산은 비봉산인 듯.
중앙 왼쪽 뒤에 고흥의 명산 팔영산이 보인다. 오른쪽 뒤에 길게 마복산이 이어진다. 중앙의 산봉은 비봉산인 듯.
거금도와 그 오른쪽 뒤로 소록도가 가늠된다. 오른쪽 산봉은 월각산(딸각산)이다.
중앙 맨 뒤쪽에 팔영산이 조망된다.
왼쪽의 산봉은 월각산(딸각산). 철쭉공원은 도화면 신호리와 풍양면 송정리의 경계가 되는 듯. 남파랑길은 풍양면 송정리 싸목싸목길을 따라 사동마을 갈림목까지 내려가 천등마을로 내려간다.
왼쪽 암릉은 천등산의 칼바위라고 이르는 듯.
위 오른쪽 천등산 철쭉공원에서 내려와 이곳 아래쪽 천등마을로 내려간다. 위 왼쪽은 사동마을 가는 싸목싸목길. 싸목싸목길과 헤어져 천등마을로 내려간다.
오른쪽 소록도에서 왼쪽 거금도를 이어주는 거금대교가 보인다.
비파나무를 재배하여 분양하고 비파열매를 약재로 판매하는 듯.
잎이 비파 악기를 닮아 나무 이름이 비파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뒤늦게 핀 비파꽃 한 송이가 반짝인다.
이 열매가 노랗게 익는다.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뒤쪽에 거금도가 바다에 누워 있다.
풍양면(豊陽面) 송정리(松亭里)천등(天燈)마을은 지금으로부터 약500년 전 김녕 김씨가 처음 정착하여 지금까지 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천등산 아래 서쪽에 위치하여 천등산의 정기를 받아 이루어진 마을이라는 뜻으로 마을 이름을 천등이라 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흥군청)
남파랑길은 맞은편 길 오른쪽 별학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남파랑길은 맞은편 왼쪽 길을 거슬러 올라 별학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남파랑길은 오른쪽 별학산 방향으로 진행한다.
69코스 종점까지 2.8km가 남았다.
천등마을은 풍양면 송정리, 풍남마을은 풍양면 풍남리에 속한다.
왼쪽 천등마을을 거쳐 이 길을 올라왔다. 바다 쪽에는 풍양면 풍남리 풍남항과 풍남마을, 바다에 거금도가 떠 있다.
오른쪽 위에 태양광발전시설 집열판과 다육농원이 있다.
풍남로 후박나무 가로수가 멋지다.
남파랑길은 풍남로를 따라가는 게 위험하여 잠깐이지만 왼쪽 산길로 들어섰다가 고개 너머에서 풍남로로 나온다.
산길로 들어와 잠시 걸어서 다시 풍남로로 내려가 왼쪽 백설길로 내려간다.
풍남로에서 왼쪽 백석길로 내려간다. 69코스 종점까지 2.1km가 남았다. 오른쪽에 별학산이 우뚝하다.
풍양면 송정리에서 풍양면 매곡리로 넘어왔다.
왼쪽에 솟은 산봉은 별학산이다.
대구 번호의 차량이 고흥마을을 구매하러 와서 마늘을 차에 가득 싣고 있다.
마늘밭이 펼쳐져 있고, 왼쪽에 별학산, 중앙에 천등산 칼바위 능선이 보인다.
풍양면(豊陽面) 매곡리(梅谷里) 백석(白石)마을 앞에 염전이 많이 있어 옛날 흰 소금이 100석 이상 생산하였으므로 흰 소금이 많다는 뜻에서 백석이라 하였으며 그 후 1979년에 앞바다를 매립해서 간척지가 농토화되었다.(고흥군청)
백석복지회관 입구에 남파랑길 고흥 70코스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