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절간에 있는 방울이 소리도 맑고 모양도 좋았다. 그 것이 탐이 나는 도적이 방울을 훔쳐야 되겠다고 결심(決心)을 하고 훔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방울은 들고 나오자면 소리가 나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좋은 방법이. 자기 귀를 가리면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자신의 계획(計劃)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방울을 훔쳐 들고 나오면서 자기 귀를 막고 있었다. 자기 딴에는 슬기롭게 꾀를 쓴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고는 그의 낮은 수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무슨 일을 하면서 남이 모를 줄 알고 잔머리 굴리는 사람을 비유(譬喩)한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俗談)에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고양이가 아닌 것을 쥐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눈 감고 ‘야옹’한다고 해서 쥐들이 자기를 고양이로 생각할 턱이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너무 낮추어 보고 얕은 술수(術數)를 써서 속이려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실물경제(實物經濟)를 국민이면 누구나 다 체감(體感)할 수 있다. 40대. 혹은 50대에 직장에서 퇴출당하여 다시 취직할 데는 없고 하니. 퇴직금 등으로 비교적 손쉬운 식당을 차린다. 그러다 보니 지금 우리나라엔 식당이 70만 개나 된다고 한다. 주변을 보면 매주 개업행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 65명당 식당이 하나라고 한다. 이러다 보니 적자 나지 않는 식당은 열에 하나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요즈음은 대학생들도 졸업하고 취직하는 학생이 아주 드물고. 대부분은 ‘졸업생 곧 실업자(失業者)’로 전락해 버린다. 몇 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경제는 좋아지고 있고. 우리는 정치 잘 하고 있다”. “대통령은 앞서 가는데. 국민들이 아직 덜 깨어 있다”는 등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를 날마다 하고 있다. 지난 번 보궐선거(補闕選擧)에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점수가 몇 점인지를 국민들이 확실히 가르쳐 주었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 현재 대통령은. 앞으로 나가야 할 정확한 방향을 모르고 멋대로 배를 모는 선장(船長)과 같다. ‘순자(荀子)’라는 책에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다. 물은 평소에 배를 띄워 주지만. 때로는 배를 뒤엎기도 한다”라는 말을 했다. 남명(南冥) 조식(曹植)선생의 ‘민암부(民巖賦)’에도 이런 말이 나온다. 백성을 살 수 있게 정치를 하면. 임금을 받들지만. 백성을 못살게 굴면 성난 파도가 배를 뒤엎듯이. 백성들은 왕을 갈아 치워 버린다.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은 보고 다 아는데. 자기만은 모를 줄 알고 행동한다면. 귀를 가리고 절간의 방울을 훔쳐 가는 도적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掩 : 가릴 엄 * 耳 : 귀 이 * 盜 : 훔칠 도 * 鈴 : 방울 령)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