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바위
이근택
비양도 북쪽 코끼리바위에는 가마우지가 산다. 가마우지
는 파도 위에서 출렁거리며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봄바람에
사랑 놀음을 하다가 어지러워 견딜 수 없으면 코끼리바위
에 날아와 똥을 눈다. 쉴새없이 싸대는 새똥으로 바위는 하
얗게 되고 흰 코끼리바위는 점점 커져서 인도의 신화에 나
오는 신령스러운 코끼리가 된다. 인도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와서 비양도의 코끼리바위를 향해 두 팔을 치켜들고
커다란 소리로 탄성을 지르며 무수히 절하면서 주문을 외
운다. 순례자들이 흰 코끼리바위를 보기 위해서 비양도를
찾으면서부터 비양도의 새똥은 인도사람들이 가장 신성하
게 여기는 새똥이다.
(토풍시 사화집 『다시, 화양연화』에서, 2023)
*이근택 시인은/
경기도 양주에서 태어나 다섯살 이후 광주에서 살았다.
광주 시내 여러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였으며
시집으로 『장미를 사랑하고 있어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