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커피 시장의 현재와 미래
- 2006 국내 커피시장 보고서
1. 커피 프랜차이즈 현황
2. 커피수입량으로 보는 2006 커피시장
3. 달라지고 있는 커피시장
4. 커피마니아에게 듣는 커피시장의 현재와 미래
5. 인스턴트업계가 보는 2006 커피시장
6. 한국 커피시장의 미래
경기침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커피시장의 중소규모 숍은 계속되는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모습이다. 그와는 반대로 외국계 커피 체인은 갈 곳 잃은 소비자를 끌어안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숍 시장의 이와 같은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전체 커피시장을 놓고 보아도 마찬가지다. 본지의 지난 2003년 신년호에서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믹스 포함)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4%, 87.6%로 나타났는데, 이 시장구조는 2006년 10월 현재에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이후에도 경기침체는 계속되어서,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원두커피의 시장점유율이 현재 10%, 크게는 5%까지 하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두, 스페셜티 커피의 활로를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인스턴트, 믹스커피의 강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국내 커피시장의 현재를 짚어보고 원두커피의 부양책을 모색해본다.
Special 1
2003년 이후 지속적 감소….
위기의 커피 프랜차이즈
창간 기념으로 매년 11월호를 ‘커피시장’관련 특집으로 구성하는 데에는, 본지가 국내 커피문화를 대변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 나름대로 이바지해왔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현황’ 조사가 올해로 5회째를 맞지만 그 결과만을 놓고 보면 2003년 이후로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어, 이제는 냉정하게 관련 산업을 재정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프랜차이즈 업체 수 현저히 감소
스타벅스의 선전에 고무되어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은 2003년 이후의 경기침체로 인해 상당수 문을 닫은 실정이다. 2003년 87개에 달하던 업체 수는 지난 2003년 조사 때 54개로 줄어들더니 올해에는 다시 17개가 감소한 37개 업체로 집계되었다.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커피 시장 역시 점차 대형 프랜차이즈의 성장이 가속화하고 여타 중소규모 업체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몰락하는 추세다. 실제로 조사를 위해 전화연결을 시도한 결과 업종 자체가 없어지거나 변경된 경우가 많았고, 본사에 전화를 넣었음에도 직영/가맹점과의 커넥션이 붕괴되어 정확한 점포수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 업체가 상당수였다.
대형 프랜차이즈 잠식 뚜렷
이런 가운데 외국계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잉여소비자를 끌어 모음으로써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작년에 비해 무려 41개의 매장이 늘어났으며 커피빈은 24개의 매장이 신설되었다. 더구나 스타벅스와 커피빈 같은 대형 브랜드는 매장의 평수가 크고 고객충성도가 높은 편이어서 실제 이들 업체의 매장으로 유입되는 소비자는 예상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반면 현재 국산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점포수와 매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업체는 ‘이디야’, ‘할리스커피’ 등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랜드 고급화 전략 도입해야
대형 프랜차이즈 못지않게 중소규모 커피 브랜드의 고객을 빼가고 있는 것이 바로 고급화 전략을 채택한 개인 운영 로스터리 숍이다. 실제 커피를 음용하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커피 그 자체가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분위기와 여유로움, 고급스러운 이미지인 경우가 많다. 이미 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상당수준에 이르러, 웬만한 풍미로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힘들어졌다. 따라서 고가의 대형 커피브랜드와 차별화하기 위하여 무작정 싼값, 색다른 사이드메뉴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혀 다른 컨셉트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것도 불황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중요한 것은 업체의 수가 아니다. 단 하나 있는 매장이라도 얼마큼 단단한 경영을 유지하는가, 얼마큼 소비자가 만족하는가가 먼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원두커피 시장의 가능성 또한 커졌다는 뜻이다. 어차피 빠질 거품이었다면 경쟁업체수가 줄어든 지금이 오히려 커피 르네상스의 최적기일 수 있는 것이다.(중략)
Special 2
커피 수입량으로 보는 2006년 커피시장
커피수입 연평균 12% 증가세
본지는 이미 지난 2003년 신년호에서 우리나라 커피시장의 규모를 조사하여, 대략 1조1천억 원 규모라는 사실과 그 중 인스턴트커피가 차지하는 비중이 87.6%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올해는 생두와 원두, 인스턴트커피의 연간 수입량 변화와 함께, 각 항목별 수입업체 순위를 살펴봄으로써(2006년 9월 기준) 우리 커피시장의 현재를 가늠해보았다.
커피 수입 꾸준히 증가
2005년을 기준으로 생두/원두와 인스턴트커피는 각각 전체 커피 수입의 86%, 14%를 차지하고 있다. 무역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커피 수입국은 베트남(20.7%), 콜롬비아(18.6%), 온두라스(18.5%)등이며, 원두/생두는 주로 베트남(24%), 온두라스(21%), 콜롬비아(21%)등에서, 인스턴트커피 등 조제품은 미국(29%), 브라질(24%), 네덜란드(10%), 이집트(8%), 일본(7%)등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대상국인 베트남은 세계 3대 커피생산국이자 세계 4대 커피수출국으로서 주로 인스턴트용을 생산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수입, 가공하여 내수로 소모하는 한편으로 러시아 등지에 다시 수출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전체 수출의 38%를 차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물류운송비용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근년의 커피 수입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2년 이후 커피 수입량은 연평균 12%로 지속적인 증가세에 있어 전체 커피시장의 규모 역시 2003년 당시보다 커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커피시장의 규모가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원두커피가 전체 커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 수입업체 순위 큰 변화 없어
커피 항목별 수입업체 순위를 살펴보면 생두의 경우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 대상이 예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어 인스턴트 3사의 변함없는 시장장악력을 증명하고 있다. 볶은 커피 수입량 1위는 역시 스타벅스였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커피 프랜차이즈 부문 1위의 저력이 수입통계자료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인스턴트커피 수입 부문 역시 ‘레쓰비’의 롯데칠성음료가 변함없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다.
Special 3
커피마니아들이 떠는 수다
- 원두커피 시장 확산, 시음이 중요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원두커피시장의 현재는 어떨까? 커피마니아들을 만나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커피를 소비하고, 현재의 커피시장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실소비자들이 느끼고 있는 시장을 파악하는 것이 원두커피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이기에, 커피마니아들과의 이 대담은 의미 있다 하겠다.
자, 그럼 지금부터 커피에 빠져 사는 커피마니아들이 느끼기고 있는 현재 시장의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커피마니아들의 대담
◎ 김태성 기자_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전문가들이 아닌 실제로 커피를 소비하고 있는 일반인들은(마니아) 국내 원두커피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함입니다. 무겁고 진지한 대담이 아닌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편안한 대담이 됐으면 합니다. 그에 앞서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김재근_ 김재근이라고 합니다. 현재 자가배전 숍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평생교육원과 로스팅스쿨에서 커피교육을 받고 있죠.
◎ 강주선_ 강주선이라고 합니다. 월간COFFEE 5차 커피투어를 통해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원래 커피에 관심을 갖고는 있었지만 월간COFFEE가 커피숍 운영이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줬죠. 소망대로라면 내년 꽃피는 봄에 카페를 오픈하고 싶어요.
◎ 조성민_ 조성민입니다. 비즈니스컨설팅을 하고 있는, 커피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입니다.
◎ 배문숙_ 배문숙이라고 합니다. 1년차 바리스타에요. 한국커피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하고 있죠.
◎ 이현정_ 이현정입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2년 후에 탐앤탐스 커피전문점 창업을 예정하고 있어요.
◎ 김태성 기자_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군요. 그렇다면 커피 값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은데, 실제로 얼마 전에는 원두커피 가격에 대한 논란도 있었죠. 여러분들은 국내의 원두커피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아, 제 소개를 뺐군요. 저는 월간COFFEE의 김태성 기자입니다.
◎ 조성민_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값을 비교해 본적이 있었는데, 그중 파스쿠찌가 가장 비싸더군요. 라떼 레귤러가 4,800원. 전 직장인이거든요, 특별히 월급이 많지 않은데도, 사람들은 시청에 와서 삼천 원짜리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사천 원짜리 커피를 먹어요. 점심 값 지출로 거의 만원 돈을 써요. 그런데 왜 먹을까? 그게 일종의 커피자체의 맛보다도 브랜드를 사는 거죠. 커피가 갖고 있는 가치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가 책정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 김태성 기자_ 사실 그런 말이 있긴 합니다. 스타벅스에서는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소비자들이 정말 ‘브랜드’를 산다고 생각하시나요?
◎ 조성민_ 테이크아웃커피를 먹는 게, 그냥 다방커피와는 다른 나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사람, 뭐 그런 대열에 있다고 느끼고 그래서 가는 것이 아닐까요.
◎ 이현정_ 처음엔 커피전문점이 좋아 그곳의 에스프레소를 마시다가 커피추출을 배워보니 너무 맛이 없다는 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분위기 때문에 커피전문점을 찾아요. 음악, 분위기 등을 보고 가는 거죠.
◎ 배문숙_ 맞아요. 목적이 다르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찾는 것과 로스터리 숍을 찾는 건. 스타벅스에서는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공부도 하고 책도 보고 하는 거죠.
◎ 김태성 기자_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것이 사실인데, 대체 왜 비싼 걸까요?
◎ 배문숙_ 기본적으로 원두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보통 숍에서 원두커피를 살 때 1㎏에 2만 2천 원대의 가격이라고 알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원두가격이 비싸고, 거기에 부재료까지 포함이 되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겠죠.
◎ 강주선_ 인테리어나 가게 세 등 때문에 내릴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정말 커피는 밥값보다 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작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 김재근_ 언젠가는 와이프가‘ 당신은 커피를 즐기기 위해 카페를 운영하려고 하잖아’라고 말하는 데 사실 커피를 좀 더 비싸게 팔아서 몇 년 더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좋아하는 일을 오래 지속하려면 어쩔 수 없이 남들 받는 만큼의 금액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 김태성 기자_ 모두의 동일한 생각은 ‘원두커피 가격은 비싸다. 그렇지만 수일 안에 가격 안정이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시네요. 그렇다면 ‘원두커피는 비싸다, 어렵다’라는 인식을 깰 수 있는, 일반인들이 원두커피를 즐겁게 마실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강주선_ 커피의 맛을 알고, 접해야만 맛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조성민_ 맞아요. 정보를 들어야 해요. 그래야만 깰 수 있을 거예요.
◎ 김재근_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마셔봐야 해요. 저도 호주에서 마신 커피로 인해 커피 기사를 보게 됐고, 직접 커피를 추출하게 됐어요.
주식의 변화는 크지 않지만 기호식품(커피)에 대한 변화는 커요. 맛있는 커피를 마셔본다면 달라질 수 있죠.
◎ 배문숙_ 일단 어디서든 커피를 마실 수 있어야 해요. 커피를 마시려면 집밖을 나가 지하철을 타거나 걸어야만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에요. 그게 변해야만 일반인들도 커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 김태성 기자_ 그래요. 어찌됐건 원두커피를 마셔봐야만 친숙해질 수 있다는 공통된 생각이 나왔네요. 그런데, 커피를 마시려면 본인의 의지로 커피전문점을 찾아야 하잖아요. 꼭 커피전문점을 찾지 않더라도 커피에 관심을 갖게 될 만한 방법은 없는 걸까요?
◎ 강주선_ 백화점, 대형할인점, 동사무소 등 가깝게 찾아갈 수 있는 곳에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 김재근_ 맞아요. 제과제빵, 꽃꽂이, 재즈댄스 같은 건 가까운 곳에서 교육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연히 인지도도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손쉽게, 싸게 배울 수 있는 교육 장소가 필요하다고 봐요.
◎ 조성민_ 매체의 힘이 필요하겠죠.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처럼 매스미디어에서 한번 터트려 준다면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겠죠.
◎ 배문숙_ 바리스타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드라마가 하나 나온다면 원두커피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급증하겠죠. 드라마 한편으로 파티시에라는 직업이 떴듯이 말이죠.
◎ 김재근_ 최소한 작가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하든지, 아님 커피에 관한 찐한 사랑을 해봤어야만 커피를 직업으로 삼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 이현정_ 또, 요즘 많이 방송되는 맛 집 소개 코너와 유사하게 유명 커피숍 소개 등을 방송에서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말로만 하는 대중화가 아닌 마니아들, 커피업계에 있는 이들이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일반인들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태성 기자_ 커피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흔한 것인데, 왜들 어렵게 생각하는지. 의아하기도, 안타깝기도 하네요. 오늘 대담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이 현실화 된다면 커피시장의 활성화도 멀지 않으리라 생각되네요. 이제 정식 대담은 이걸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짧게 자유방담을 나누도록 하지요.
◎ 김재근_ 커피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힘이 있는 위에서부터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사람이 커피 교육을 해 보려고 해도 ‘커피 숍 운영 경험이 있어야 한다’ 등의 제약이 있더라구요. 그러니 전문가들이 나서줘야 한다고 봐요.
◎ 조성민_ 커피를 이용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갈 곳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왈츠와 닥터만을 가보고 충격을 받았었죠. 커피도 있고 밥집도 있고, 박물관도 있고. 이런 곳이라면 비싸도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웃음).
왈츠와 닥터만처럼 여러 가지 테마가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원두커피와 친숙해질 수 있는 한 방법이 아닐까요?
Special 4
원두커피 시장의 현재와 미래
- 카페운영자, 소비자 모두의 노력 필요
얼마 전 추석연휴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분당 정자동의 카페 거리를 찾았다. 긴 연휴 시작으로 한산하려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셨던가?
문득 그 많은 사람들이 가정이나 사무실에 돌아가서는 어떤 커피를 마시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잘 알려진 바데로 우리나라는 인스턴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편리하다’라는 이점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커피=인스턴트커피’로 국한된 인식이 대부분인데, 자주 커피를 마시면서도 커피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이런 실정에서 우리의 커피시장이 인스턴트커피에서 원두커피로 변화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원두커피를 다루는 한 사람으로써 생각해보고자 한다.
커피, 인식의 변화를 위한 노력 동반
우리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인스턴트커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커피자체로 옮겨와 커피는 해로운 음료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커피의 원료 및 원두커피의 이로운 점 등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원두커피의 건강효능에 대해 설명을 했을 때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식의 변화는 커피전문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커피전문점 운영자들을 만나보면 커피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커피를 알기 위해서는 원산지와 자연환경, 각 생두의 특징, 원두의 다양한 맛과 성질,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한 방법 등 여러 가지 지식들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현재 커피시장에서 발돋움하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는 커피를 잘 알지 못했던 운영자들이 커피에 대한 기본 성질부터 알아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고 있다. 산지별로 생두의 특징을 알고 직접 볶음으로써 커피의 신선도를 높일 수 있고, 추출해서 마시기까지 커피의 맛과 향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중요한 틀을 갖출 수 있다.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이 늘어야
가정에서 원두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데에는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은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원두커피를 추출해 마실 때 주의할 점이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구,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신선한 커피를 추출해 마실 수 있는지 커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이 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원두커피 문화는 사무실로, 또 사무실에서 사회 전체로 파급될 수 있을 것이다.
간편한 커피기구들 생산, 판매 이뤄져야
현재 유렵이나 일본 등지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커피기구들은 값이 비싸고,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구입해 쓸 수 있는 커피기구들이 많이 나와 원두커피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카페 운영자, 소비자 등이 커피시장의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야 하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피교실 강좌 등을 열어 원두커피를 알리고, 가정에서부터 커피문화를 바꾸어 나간다면 원두커피시장의 확산도 머지않으리라 생각한다.
커피해피 대표 양철안
Special 5
한국커피교육의 현재와 미래
- 커피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 필요
국내 커피교육은 전문대학(2년제)의 커피학과와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의 커피전문가과정(교육기간: 20주 전후) 그리고 커피 아카데미(학원)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외 정부지원을 받는 단체에서 간헐적으로 일부 수행되고 있다.
전문대학의 커피학과(커피바리스타학과, 조리음료과 등)에서는 커피학 개론을 비롯한 커피추출, 커피배전, 에스프레소커피, 카페메뉴 등 10과목 내외의 커피 교과목을 설강하고 있다.
커피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분야는 바리스타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커피전문점. 에스프레소 머신, 생두 그리고 커피관련 기자재를 취급하는 업체와 원두를 공급하는 회사로 대별할 수 있다.
대학의 교과과정이 현장을 반영한다는 면에서 검토된다면 이미 언급한 교과목 이외에 커피기계학, 커피전문점 설계 및 인테리어, 창업과 취업 실무, 카페 운영론 등이 보강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 커피전문가과정은 교육기간이 결코 외국의 커피교육기관에 비해서 짧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 내용이 수료 후에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케 한다는 취지보다는 커피 전반에 걸친 지식과 이해를 필요로 하는 선에 머무르고 있다는 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커피전문가과정이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실무자를 단기간에 양성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자 한다면 교육과정 중에 커피전문점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장실습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20주 정도의 교육기간이 편성되어 있다면 15주 정도의 기본 교육을 마친 후에 5주 정도의 현장 실습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중 커피 아카데미는 바리스타 양성과 로스팅(배전) 전문가를 양성하는 분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커피아카데미는 경험이 풍부한 강사로부터 단기간에 집중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실무자를 양성한다는 면에서는 성공적인 운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커피 전 분야에 대한 이해 부족 상태에서 무리한 바리스타 배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내용의 수업이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의 커피 교육의 체계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바리스타 시험 시행이 가져다 준 그 파급효과는 국내 커피 교육 전반에 걸쳐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바리스타 시험의 내용을 어떻게 편성하느냐 하는 것은 커피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면에서 심도 있게 연구되고 시행되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바리스타가 커피 전 분야를 총괄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커피로스터 자격시험, 커퍼 자격시험 등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고 교과과정을 편성하여 커피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한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는 국내원두커피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추진되어야할 분야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커피교육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사료된다. 그렇기에 그런 면에서 한국커피교육협의회의 역할이 중차대하다고 할 수 있다.
상지영서대학 허경택 교수
날로 치열해지는 원두커피시장의 경쟁과 관련 산업의 경기 침체에 대해 어떻게 글로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한 달이 멀다하고 신규 론칭되는 외국브랜드 커피, 하나 둘씩 문 닫는 소규모 점포들. 손님보다 더 많은 직원들의 숫자. 임대료와 매입대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숍 오너들. 인스턴트커피 소비를 결코 따라잡을 수 없게 하는 우리의 커피음용 문화. 그래서 그렇게 커피영업하기가 힘들었나, 하고 생각하지만 가까운 외국계 대형 프랜차이즈 숍에 들어가 보면 정말 대조적인 광경을 볼 수 있다.
조그만 의자에 서로 어깨를 부비고 앉아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커피를 들고 빈자리를 찾는 사람들. 밀린 주문을 뽑아내느라 정신없는 바리스타들. 정말 저렇게 복잡한 곳에 앉아서 커피를 먹고 싶을까. 돈은 이 집이 다 버는구나, 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
어째서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일까. 답은 ‘브랜드’에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냉정한 시장에서 튀지 않는 것은 곧 실패하는 것이다. 이렇게 바쁜 세상에서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그것은 바로 선택될 기회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브랜드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싶어 한다. 우리 커피시장에 지각변동과도 같은 충격을 안겨주며 들어왔던 스타벅스도 이제는 지루하다. 상징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잡기에 어느 길에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는 이미 평범해져 버렸다.
그렇다면 커피빈은 어떤가. 기존 군소커피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던 곳에 들어 온 커피빈은 이제 커피 카테고리 안에서 처음 생각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상태다. 커피업계의 춘추전국 시대를 마감하는 브랜드로 등장한 것이다.
고객에게 ‘브랜드’는 어떤 의미인가? 실제 오픈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숍에서 커피를 마신 손님이 커피가 너무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커피를 좀 사가야겠다며 이탈리아 커피냐고 묻기에 “베트남 커피입니다” 했더니 “어쩐지 뒤에 잡맛이 있더라”하고는 그냥 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평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결국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나면 실제품질을 인식하지 않고 브랜드만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브랜드가 곧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자사 브랜드가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나 군소 커피업체들은 대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됨에 따라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제부터라도 ‘브랜드’에 자신감을 갖고 투자하면 된다. 해외 유명브랜드는 이미 100년이 넘은 것들이 많다. 그 기간 동안 그들이 노력하고 연구한 제품과 경쟁을 하려면 더 정성들여 공부하고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브랜드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커피를 시작하기 전, 언니가 인터넷에서 추석선물을 사온 적이 있었다. 커피 두 봉지에 커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담고, 한지로 포장한 다음 박스에 넣어 보내온 것이었다. 박스를 열었을 때 코끝으로 전해지던 커피향기와 손수 쓴 설명서는 감동 그 자체였다. 커피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회사다.
기업은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굉장히 중요한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야 한다. 자사 제품에 충성도가 있는 소비자들도 회사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두지 않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더 싸게. 더 좋게, 더 많이’가 아니다. 고객은 ‘당신같이 귀한 사람에게는 이것이 어울립니다’라는 말을 해주길 더 원하며, 실제로 자신을 소중히 다뤄주는 대상에 대해서는 지갑을 여는 데 인색하지 않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한 것이다.
원두커피 시장의 경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투자를 접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오히려 투자를 잊기 쉽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