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그림공연 후기(20231213-14, 이담초등학교)

[송유빈(22기)]

날짜: 12/13(수), 14(목)

          9:50~10:30(1학년), 10:40~11:20(2학년)

장소: 동두천 이담초등학교

공연한 책: [방귀쟁이 며느리], [알사탕]

함께한 이: 강수연, 김경숙, 송미영, 송유빈, 송정란, 이성화, 조선주

지난 10월 13일, 정보도서관에서 오랜만에 빛그림공연(공연한 책: [까불지 마!], [방귀쟁이 며느리] / 후기는 의정부동화읽는어른 밴드 참고)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들어온 저에게는 첫 공연이었습니다. 선배님들께 말로만 듣던 빛그림공연을 드디어 보게 되다니! 매우 설렜습니다. 공연이 토요일(홀로 육아를 하는 날입니다)이고, 당시에 컨디션도 좋지 않아 아쉽게도 준비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공연 즈음 컨디션이 좋아져, 아이와 함께 관람을 갔습니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서 현란한 음악을 틀어놓고 캐릭터가 춤추는 공연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나누는 공연이라니!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이런 것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희 집 5살 꼬마는 조명이 모두 꺼지자 조금 무서운 듯 했지만, 이내 집중하며 공연을 즐겼습니다.

얼마 후, 동두천 이담초등학교에서 1·2학년을 대상으로 빛그림공연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다행히 공연날이 평일 오전이라 저도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번 공연을 보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하고 싶다!’고 다짐하던 참이었으니까요.

공연 진행을 위해 메신저에 ‘빛그림공연 단톡방’이 만들어졌습니다. 공연할 그림책을 선정하고, 연습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공연 날짜가 12월 중순으로 정해졌고, 공연 장소가 그리 넓지 않은 관계로 하루에 2번, 이틀에 걸쳐 총 4번의 공연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연말이라 어린이도서연구회 안에서도 성과물 발표회와 송년회가 예정되어 있었고, 개인 일정도 바쁜 때라 이틀 모두 참가할 수 있는 회원이 많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음악과 영상을 맡은 이성화·조선주 선배님이 이틀 동안 참여가 가능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고, 목소리 출연을 맡은 회원들은 13일과 14일 공연팀으로 나뉘어 여러 개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13일 공연>

목소리: 김경숙, 송미영, 송정란

영상: 이성화 / 음악: 조선주

<14일 공연>

목소리: 강수연, 송미영, 송유빈

영상: 이성화 / 음악: 조선주

공연 연습은 3~4번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첫 연습은 성과물발표회가 끝난 후 진행되었는데, 김경숙·송정란 선배님의 능숙한 연기와 완벽한 호흡에 ‘베테랑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을 했답니다. 저를 포함해 공연에 처음 참가하는 3명(강수연, 송미영, 송유빈)은 음악과 영상에 맞춰 대사를 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연습이 진행될수록 대사와 호흡이 자연스러워지니 묘한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매일 앉아서 책만 읽던 얌전이(?)들이 방귀쟁이 며느리가 되어 능청맞게 세찬 방귀를 뀌고, 동동이 아빠가 되어 무뚝뚝하게 사랑고백을 하며 우리는 어쩌면 공연을 볼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났는지도 모릅니다.

11일에는 공연 장소인 이담초등학교에 직접 방문하여, 최종 리허설을 진행했습니다. 실제 공연 장소에서 맞춰보니 또 미흡한 부분들이 보이면서 살짝 긴장이 되기 시작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사회도 맡게 되어, 아이들에게 어린이도서연구회와 빛그림에 대해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 문득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오를 때가 있잖아요? 우리의 빛그림 공연이 먼 훗날 아이들에게 어린이책을 다시 펼쳐보고 싶게 만드는 추억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사회 멘트를 작성했습니다.

드디어 설렘과 기대 속에서 빛그림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은 생각보다 키도 크고 의젓했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뭘까? 어른들이 왜 어린이 책을 읽을까? 빛그림은 뭘까?’하는 난해한 질문에도 씩씩하게 자기의 의견을 말하더군요. “어른이 되어도 마음속에 여전히 어린이가 남아 있어서 우리는 어린이책을 읽는단다. 그리고 어린이책은 정말 재밌잖아!”라고 말해주니, 어떤 아이는 “아, 그래서 우리 엄마도 어릴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나 봐요!”라고 아주 멋진 대답을 해주었답니다.

[방귀쟁이 며느리]의 우렁찬 방귀소리에 생각보다 빵빵 웃어주지 않아 의아했지만, [알사탕]의 표지가 화면에 뜨자 반갑다는 듯 “알사탕이다!!”를 외쳐주니 얼마나 고맙던지요. 공연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빛그림에 사용했던 슬라이드를 직접 보여주며 다음에 또 만나자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재밌는 공연이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간의 긴장과 피로가 싹 사라지고, 다함께 홀가분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으며 또 함께 공연할 날을 기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