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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않아도 먼저 대답하는 산, 두드리지 않아도 먼저 열어주는 산,
산이 먼저 내게로 와서 영혼의 쉼터를 내어준다.
‘지리가 저기에 있다.’ 먼저 화답을 하고 ‘덕유는 저편에서 장엄하다.’ 먼저 열어 보이는 산,
산이 산으로 아름다운 건 먼저 대답하고 먼저 열어주고 먼 그리움까지 가슴에 채우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까닭인 것을,
산이 산으로 아름다운 것은 막아서지 않고, 감추지 않고 내어줄 것 모두 내어주는 ‘산의 마음’ 때문인 것을...
언제:2012년 11월 18일
어디를:거창 장군봉~우두산~비계산~산재치
누구와:세인 감사님 외 32명
산으로 가는 길에 88고속도로 거창 휴게소 앞을 지날 무렵이면 휴게소 뒤편으로 올려다 보이는 비계산, 그리고 곧 이어 보이는 우두산은 언제나 예의 고고한 모습으로 산꾼의 마음에 그리움을 더해준다. 산 아래에서 보면 비계산 정상부의 솟아오른 암봉은 마치 중세 유럽의 웅장한 성처럼 보이고 인간세계에는 없는 선계의 모습과 같아서 별유산으로도 불리던 우두산의 산세 또한 그리운 마음을 부채질 하기는 매 한가지…
오늘은 오고가는 길에 산의 그리움을 키워만 주던 우두산, 비계산으로 7년여 만에 대한백리가 다시 찾는 날, 09시 15분, 고견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간단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09시 25분경 주차장 뒤에서 좌측으로 이어져있는 장군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전체 거리 대비 산행 속도가 나지 않는 코스인지라 처음부터 산행팀과 종주팀으로 구분을 하고 33명 중, 산행팀 14명, 종주팀 19명으로 대원을 구성, 산행팀은 장군봉, 의상봉, 우두산을 거쳐 마장재에서 고견사 주차장으로 하산을 하고 종주팀은 마장재에서 직진, 비계산에서 지난 9월 하산지였던 수포대 위쪽 산재치까지를 목표로 하고 길을 열어간다.
날씨는 알싸한 초겨울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거슬림 없이 내리는 아침햇살과 능선을 타고 넘는 잔잔한 바람으로 산행하기엔 더 없이 좋은 조건, 첫 고지 바리봉을 앞둔 슬랩부부터 가조 들판을 지나서까지 시야를 열어주는데 남서 방향으로 눈을 하얗게 인 천왕봉에서부터 지리의 주 능이 일자로 펼쳐지고 대원들은 만면의 미소와 함께 산이 열어주는 그림에 그저 감탄사 연발이다. 바리봉에서 열어주는 광경만으로도 이미 충만해지는 가슴,
바리봉에서 뒤에 오는 산행팀을 기다려본다. 겨울 하루해는 짧아져버렸고 갈 길은 멀다고 중식 시간도 함께할 수 없는 산행팀, 세월이 무색하게 주영님의 아버님께서 선두로 바리봉에 오르시고 본지가 3년도 더 지난, 겨울사랑님도 올 겨울을 사랑하고 대한백리를 사랑하려 이번 산행에 동행하셨다. 시간상의 이유로 주간 산행에서 뵙기가 어렵다던 천인님도 대한백리 첫 산행에서 정회원 가입까지 하신 로젠님도 부인과 함께 바리봉에 속속 오르신다. 좋은날, 아름다운 산, 곱디고운 님들과 황홀한 동행이다.
오름에서 뒤 돌아보는 그림은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데 선두의 창아 대장님은 부지런히 길을 연다. 장군봉에서의 단애 아래로 펼쳐진 가조벌의 시원스러운 풍광도 진행방향 좌측의 역시 눈을 하얗게 인 향적봉과 덕유의 능선도 수도산에서 단지봉을 지나 가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도 눈으로 담고 가슴에 품으면서 해 떨어지기 전, 비계를 지나 산재치에 내려서기 위해…
12시경, 한바퀴 빙그르 돌아도 막힘이 없는 의상봉에 들고 12시 10분에 의상봉 철계단을 내려선 안부에서 30여분 간의 중식 시간을 가졌다. 부침 많은 산길을 부지런히 걸었으니 힘이 들만도 하겠건만 분위기만큼은 우두산을 울산까지 옮기고도 남을 기세들이시다.
산행팀도 지남산 정상부에서 중식 시간을 가지는데 겨울철 별미 과메기 타령으로 종주팀 부화를 달군다.
13시, 우두산이다. 하절기 이시간이면 머리 위에서 이글거렸던 태양은 남회귀선으로 많이 치우쳐져 사각으로 아름다운 빛을 드리우고 우두산정에서 둘러보는 산자락들에 확연한 음영이 생겨나면서 산의 헌걸찬 모습과 함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산의 모습이 아무리 넋을 앗아갈 만큼 아름다워도 산행상식 한가지… 동절기 중식 시간, 쪼그리고 앉아서 식사를 하고 오후 산행을 이어갈 때에는 반듯이 하반신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산행을 해야 한다. 낮은 기온에 웅크리고 식사를 하고나면 근육이 경직된 상태가 되는데 경직된 상태로 산행을 시작하면 자칫 부상을 입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왕지사 말 나온 김에 한가지 더 당부를 드리면 보행 시 모든 곳에서 우측보행이 원칙으로 되어있다. 산에서도 마찬가지… 그런데 우측보행이야 경우에 따라 꼭 지켜지지 않는다 해도 마주 오는 사람과 교행 시 옆으로 몸을 틀어 서로 마주보는 형국으로 비켜 가면 웬만한 등로는 진행이 가능한데도 상대가 반듯이 비켜서도록 하고서 지나가는 보행을 무의식중에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 산방에는 그런 분이 안계시지만 이번 산행에서 배 내밀고 팔자걸음으로 오는 사람이 왜 그리 많은지 산행 예절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지켜 줬으면 좋겠다.
우두산에서 마장재 내려서기 전 또 한번의 암릉 구간이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고…
13시 50분, 암릉 구간의 산행이 끝나고 후반부 육산의 형태를 띤 비계산으로 올라야 할 마장재… 선두는 이미 비계산으로의 오름이 시작 되었고 가야할 길은 도상거리 5km, 후미의 세분이 고견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하절기 같으면 남은 거리대비 시간의 여유가 있어 부추겨서라도 함께 가자하겠지만 정맥, 지맥 종주로 이어타기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는 일,
마장재에서 25분여의 오름길을 재촉하니 비계산 전위봉 헬기장에 올랐다. 헬기장에서 진행방향 좌측의 비계산 반대쪽, 일명 돌탑봉이 몹시도 마음을 끌었지만 생략하고…
마장재에서 육산의 넉넉한 형태의 산길을 따라 비계산 본 능선에 오르면 생각 이상의 칼등 능선이 정상부까지 이어지고 능선을 따라 가면서 보이는 양쪽 지형이 대단한 기세로 산을 밀어올리고 정상에는 유럽의 성과 같은 모습의 암봉을 빚어 놓았는데 산꾼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고도 남을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야할 곳, 둘러볼 곳이 많은 산꾼의 여정이라 어느 날을 기약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좋은날, 거창 휴게소에서 돌탑봉으로 올라 오늘 온 길을 역으로 되짚어 볼 날을 그리워해야겠다.
행정구역을 가르다 보니 정상부 요충지를 경계로 거창 비계산, 합천 비계산으로 나뉘어져 각기의 정상석이 세워져 있고 가조 벌판의 여백과 오늘 걸오온 길, 진행방향 정면으로 보이는 9월의 산행지, 두무산과 오도산, 미녀봉, 숙성산이 눈앞에 정겹다. 뿌연 오후의 빛살 속에 잘 그려진 마루금들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속에서도 황매산 뒤로 지리의 천왕봉은 우뚝 그 기상이 남다르다. 산재치로 내려서면서 미련이 남아 뒤 돌아보면 매화산을 전위에 두른 가야의 위상도 만만치 않고…
눈을 들면 먼저 대답하고 먼저 보여주고 먼저 열어준 산의 마음을 듬뿍 받았던 이 하루, 16시 30분, 산재치에 내려서면서 아름다운 여정도 끝이 났다. 초겨울 하오의 빛을 받은 님들의 모습에서 행복한 모습을 본다.
동행하신 고운님들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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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슬람 문화가 깃든 유럽 중세사회의 성을 탐방하듯 태양으로부터 역광에 빛난 비계산의 절경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무아지경이 되고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가야산 일대의 황홀한 자태에 시야까지 한번에 들어오니
정말 꿈같은 산길이자 기상천외한 한순간이었습니다
ㅎㅎㅎ~~~~ 아름다운 아부지, 물망초님의 과장법도 알아줘야해요.
역쉬~~~멋지군요...^^
산에서 산을 안는 모습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한백리의 진정한 가족이 되어 주셔서 감사해요.
콤파스의 꼭지점에서 동그라미 하나 뱅~ 돌려 그린듯 사방 경계가 쾡~ 하네요.
겨울 멋이 조금씩 들어가니 너무 편해 보이는 산들입니다.
하절기 산의 풍만함에 비해 다소 날카롭기는 하지만 산의 자태를 온전히 볼 수 있는 동절기 산만의 또 다른 멋이 있죠.
대구의 팔공산도 보이고 보현산도 가늠이 되는데 역광 때문이었는지 가지산이 관측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긴 있었습니다.
주변산 돌아 보느라 혼을 놓아버린 하루였습니다.
간만에 동행한 종주길....넘 맑은 날씨에 탄복했습니다....
온 사방에 대한민국의 명산들이 위용을 뽐내고....
다음날 허벅지에 알통이 베겨서....굉장히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줄창 선두를 달리시고 어깨에 힘도 더 들어가 있으시고 자랑거리도 많으시고 행복해 보이십디다. ㅎㅎㅎ~
아쉬운 점은 그래도 한달에 두번은 뵈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송강 대장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 감상합니다
깨비님은 한장면도 잡히지 않았는데... 섭섭한 마음을 역표현 하신 건감?
2112~2113 회계연도 도깨비님의 산행 목표는 정기산행 24회에 영알종주 12회, 도합 36회 산행이 목표임을 공표합니다. 우~와~! 우리 깨비......
배경과 음악 산을사랑하는 백리님들 아! 그리고 또하나 맷돼지 잘 보고 갑니다
맷돼지가 넘 빨랐나봐요 아님 놀라서 사진찍을 때를 놓쳐버렸나요?
얘기듣고 맷돼지 가족을기대했었는뎅....
암튼 안전하게 잘 다녀오셨으니 다행입니다. 좋은산행정보도 하나 얻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