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갈 때 나 보러오지 말고 그냥 가그라.
얼굴 보면 서로 마음만 아픙께.."
차에 오르는 노모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고향에 노모가 혼자 계신다.
몸은 아픈 곳이 없어 보이지만 섬망증이 있다.
집안의 텃밭도 가꾸고, 매일 운동도 하시고
일상 생활은 별 지장이 없지만
자꾸 헛소리가 들린다면서 가끔 동네 빈집을
배회하신다.
기억도 대화도 모두 정상적이어서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데 문제가 없으나
어머니는 언젠가부터 집에만 혼자 계신다.
CCTV로 매일 들여다보는 7남매 자식들은
어머니가 가여워 번갈아 모시고 올라와도
도시에선 못살겠다며 곧장 내려가신다.
장남인 내가 내려가 살아야겠지만 부부 둘
다 건강하지 못해 출근하듯 병원에 간다.
동생들이 어머니를 주간 보호센터에
다니게 하려고 고향에 몇 차례 내려갔지만
어머니는 꿈쩍도 안하셨다.
그곳은 어머니에게 곧 요양원에 가는 길로
인식되어지는 것이었다.
2주 전 시골에 내려가 어머니를 여행시켜
드리겠다고 차에 태웠다.
새로 생긴 노인 주간 보호센터로 향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배웠던 일본어를 지금도
잊지 않고 말하고 읽고 쓸줄 아는 어머니는
벌써 눈치를 채고 말씀이 없었다.
언젠가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마을의 전통에 따라 노모를 지게에 지고
산에 버리려 가는 아들의 등처럼
자동차 운전석 의자와 맞선 내 등에서
뒷자리에 앉은 어머니의 가슴까지 따뜻한
피는 통해 말은 없어도 서로의 맘을 알고 있었다.
보호센터에 도착해서도 어머니는 말없이
따라 들어와 쳐다보는 노인들의 시선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동생들이 어머니를 그곳에 모시고 갔을 땐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셨던 어머니가
스스로 걸어 들어가시는 걸 보고 안도하면서도
슬픔이 밀려왔다.
마지막까지 믿고 있었던 큰 아들에 대한 믿음을
거두고 힘없이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눈이
퀭 하니 멀어지고 있었다.
어제 올라오는 길, 차 유리 창에 문득
소나기가 뿌려졌다.
아침 일찍 보호센터에서 어머니를 데리러 오는
차에 오르며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임을 뒤늦게 알고 흐느끼는 듯
자동차의 와이퍼는 꺼이꺼이 소리내어 지우고 있었다.
-배홍배
*맑은 저음이 참 좋은데 휴대폰 녹음에선
100HZ이하는 잘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곡 해설은 유투브 영상 더보기에 썼습니다.
https://youtu.be/brrTqhfarCQ
첫댓글 쇼팡의 녹턴.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아련합니다. 젊은 시절 클래식 음악실에서 듣던 그 감성이 그리움과 함께....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