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장 絕學無憂(절학무우)
남회근 : 지식은 번뇌의 근원이다
장치청 : 공손한 승낙과 호된 꾸지람
주춘재 :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이유
톨스토이 : 가르침이 파괴될 때, 슬픔은 없을 것이다.
오강남 : 세상 사람 모두 기뻐하는데
김용옥 : 배움을 끊어라! 근심이 없을지니
여운 : 알려면 제대로 아는 것이 핵심이다
20. [絕學無憂], 唯之與阿, 相去幾何? 善之與惡, 相去若何? 人之所畏, 不可不畏。荒兮其未央哉! 衆人熙熙,
如享太牢, 如春登臺。我獨泊兮其未兆, 如嬰兒之未孩, 儽儽兮若無所歸。衆人皆有餘, 而我獨若遺,
我愚人之心也哉! 沌沌兮。俗人昭昭, 我獨昏昏, 俗人察察, 我獨悶悶。澹兮其若海, 飂兮若無所止。衆人皆有以,
而我獨頑且鄙。我獨異於人, 而貴食母。
배움을(學) 끊는다고(絶) 근심이(憂) 사라지겠는가(無)? 공손함과(唯之) 만만함의(與阿) 차이가(相去) 얼마인가(幾何)? 깨끗함과(善之) 더러움의(與惡) 차이가(相去) 어찌 같을 수 있을까(若何)? 사람이(人之) 두려워하는 바를(所畏) 두려워하지(畏) 않을 수가 없다(不可不). 허황하다(荒兮)! 그놈의(其) 어중간함이 끝날 기미가 없구나(未央哉)! 세상 사람 모두(衆人) 놀고 마시면서 화평하게 즐기는듯하고(熙熙), 나라 제사에 제물로 바쳤던 소를 잡아 삶아 먹는 듯하고(如亨太牢), 봄꽃 놀이를 즐기려(春) 망루를 오르는 듯하다(如登臺). 나(我) 홀로(獨) 덤덤하도다(泊兮)! 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其未兆). 갓 태어난 아이가(嬰兒) 아직 웃지 못함과 같구나(如未孩)! 고달프고 고달프도다(儽儽兮)! 돌아가고 싶어도 갈 곳 없는 신세(若無所歸)! 세상 사람(衆人) 모두(皆) 남기려 하는데(有餘), 나 혼자만이(而我獨) 버리기만 하는 듯하다(若遺). 내(我) 고지식한 사람의 마음과 같구나(愚人之心)! 아! 헷갈린다(沌沌兮)! 세상 사람들은(俗人) 사리에 환하고 밝은데(昭昭), 나만 홀로(我獨) 사리에 어둡고 깜깜하다(昏昏). 세상 사람들은(俗人) 저리 돈을 밝히는데(察察), 나만 홀로(我獨) 무덤덤하다(悶悶). 담담함이(澹兮) 마치 바다와 같고(其若海), 세찬 바람이(飂兮) 멈출 바를(所止) 모르는 것 같다(若無). 세상 사람(衆人) 모두(皆) 이유를 갖고 살고 있는데(有以), 나 홀로 완고하게(而我獨頑) 질박함을 닮아가네(似鄙). 오로지 나(我) 홀로(獨) 뭇사람과(於人) 달리 기이함은(異) 만물을 키워주는 어미를(食母) 귀히 여길 줄 앎이다(而貴).
When we renounce learning we have no troubles. The (ready) 'yes,' and (flattering) 'yea;' Small is the difference they display. But mark their issues, good and fill;-- What space the gulf between shall fill?
What all men fear is indeed to be feared; but how wide and without end is the range of questions (asking to be discussed)!
The multitude of men look satisfied and pleased; as if enjoying a full banquet, as if mounted on a tower in spring.
I alone seem listless and still, my desires having as yet given no indication of their presence.
I am like an infant which has not yet smiled.I look dejected and forlorn, as if I had no home to go to.
The multitude of men all have enough and to spare.I alone seem to have lost everything.
My mind is that of a stupid man; I am in a state of chaos.
Ordinary men look bright and intelligent, while I alone seem to be benighted.
They look full of discrimination, while I alone am dull and confused.
I seem to be carried about as on the sea, drifting as if I had nowhere to rest.
All men have their spheres of action, while I alone seem dull and incapable, like a rude borderer.
(Thus) I alone am different from other men, but I value the nursing-mother (the Tao).
제임스 레게(1815~1897) 옥스퍼드대학 중국학 교수
[絕學無憂][절학무우], 唯之與阿(유지여아), 相去幾何(상거기하)?
남 : 학문을 끊어 버리고 근심을 없애니, ‘예’하는 대답과 ‘응’하는 대답의 생각의 차이가 그 얼마인가?
장 : (絕學無憂)? 공손한 승낙과 호된 꾸지람의 차이는 얼마나 되겠는가?
주 : (絕學無憂)? 하자는 대로 긍정하는 것과 아니라며 책망하는 것의 차이는 얼마나 되는가?
톨 : 가르침이 파괴될 때, 슬픔은 없을 것이다. 단순함과 복잡함의 차이는 얼마나 큰가!
오 : 배우는 일을 그만두면 근심이 없어질 것입니다. ‘예’라는 대답과 ‘응’이라는 대답의 차이가 얼마이겠습니까?
김 : 배움을 끊어라! 근심이 없을지니. 예와 아니요가 서로 다른 곳이 얼마뇨?
여운 : 배움을(學) 끊는다고(絶) 근심이(憂) 사라지겠는가(無)? 공손함과(唯之) 만만함의(與阿) 차이가(相去) 얼마인가(幾何)?
絕(끊을 절) - 끊다, 막다, 그만두다, 가로막다, 없애다, 멸망시키다, 망하다.
學(배울 학) - 배우다, 공부하다, 흉내내다, 설명하다, 학문, 학자, 가르침, 가르치다.
無(없을 무) - 없다, 아니다, 말다, 금지하다.
憂(근심 우) - 근심, 걱정, 고통, 환난, 병을 앓다, 가엽게 여기다, 심장을 짓누르다.
唯(오직 유) - 오직, 다만, 바라건대, 이, 응답하다, 예, 누구, 때문에, 비록 ~하더라도.
與(더불어 여) - 더불어 하다, 같이하다, 참여하다, 베풀다, 허락하다.
阿(언덕 아) - 언덕, 고개, 물가, 모퉁이, 기슭, 대답하는 소리.
相(서로 상) - 서로, 바탕, 도움, 모양, 다스리다, 따르다, 이끌다.
去(갈 거) - 가다, 버리다, 내몰다, 물리치다, 풀다, 죽이다, 과거.
幾(몇 기) - 몇, 얼마, 그, 거의, 어찌, 자주, 조용히, 바라건대, 언저리, 낌새, 기틀, 기회.
何(어찌 하) - 어찌, 어느, 어떤, 언제, 무엇, 왜냐하면, 잠시, 꾸짖다, 당하다, 맡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친 듯이 책을 읽었다. 안중근 선생이 좋아했던 명심보감의 구절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에 나오는 말처럼 매일 매일 책을 읽었다. 내 자연과학의 스승인 박문호 박사의 4시간 넘는 유튜브 강의에서 하는 말들을 공책에 꼬박꼬박 받아적었다. 아인슈타인이 풀었다는 상대성 이론의 수학적 풀이와 우주의 시작을 알리는 르메트르, 프리드만 방정식을 받아 적었다. 이 양반은 한술 더 떠서 그 수학 공식을 암기해서 아무 때나 술술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이제 무슨 뜻인지 느낌이 올 정도는 됐다. 주기율표를 외워야 한다고 해서 외었다. 아미노산의 20가지 화학식을 암기해야 한다고 해서 외웠다. 어떨 때는 내가 이게 무슨 짓인가 그런 의문도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수천 번은 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 되려면 3천 권이 넘는 책을 읽어야 한다길래 도서관에 가서 매일 10시간 넘게 읽었다. 고전역학, 양자역학, 천체물리학, 생물학(분자생물학,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 화학(유기, 무기, 생화학), 광물학, 생태학, 뇌과학, 심리학, 동물행동학, 고전 경제학에서 행동경제학, 정치학, 법학, 사회학, 철학, 역사, 인류학(문화인류학, 진화인류학, 생물인류학)까지 하시라는 대로 정말 다했다. 사서삼경, 사마천의 사기, 삼국유사, 삼국사기, 얼마 전 도올 선생이 집필하신 동경대전에서 용담유사까지 빠지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 뭐 하나? 읽고 나면 책 내용이 깡그리 다 날아간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노트에 한 자 한 자 옮겨 요약해서 메모했다. 그리고 도서관에 출근하면 전날 무엇을 공부했는지 다시 한번 살펴 보고 암기했다.
지금은 4개월째 매일 10시간 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난 자판을 두 손가락으로 친다. 일명 독수리 타법이다. 그러다 보니 오타를 하도 날려 매번 수정을 반복한다. 지금은 내가 노자가 되었다. 노자의 뇌를 통해 철학을 하고 노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행동 생물학자 마크 넬리슨 교수가 저술한 다윈의 안경으로 본 『인간 동물 관찰기』처럼 나도 노자의 안경을 쓰고 인간 세상과 우주를 본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한컴 화면에 빨간 줄이 여기저기 표시되어 있다. 오타나 띄어쓰기가 잘못됐다는 표시이다. 이 글이 도저히 몇 페이지에서 끝날지 나도 모르겠다.
노자는 질문한다. 배움을(學) 끊는다고(絶) 근심이(憂) 사라지겠는가(無)?
학자(學者)는 한자 그대로 하면 매일 배우는 놈(새끼)이다. 나는 그래서 학자(배우는 새끼)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운다. 배우면 배울수록 양가감정이 같이 든다. 깨달음의 기쁨과 인간이란 동물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알았을 때 올라오는 내 안의 분노를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내가 경제인으로 살 때 3천억을 모은다고 발버둥을 쳤었다. 그런데 그때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쉬지 않고 나를 눌렀다. 매일 독한 술에 독한 담배를 3갑씩 피어 됐다. 나중에는 술 마시다 피를 토한 적도 있다. 보통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 큰 도시와 도시를 비행기로 출장을 간다. 중국에서 사업을 할 당시 규모가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을 때였다. 흑룡강성 하얼빈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었는데 비행기 앞까지 마중 나온 중국 공산당 군인 출신 예비역들을 소개받고 그들이 안내하는 공항 귀빈실을 처음으로 가봤다. 10분 정도 환담을 하고 함께 나온 사람들을 소개받은 후에 러시아의 푸틴이 오면 국빈용으로 쓴다는 벤츠를 탔다. 경찰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면서 하얼빈 시내의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니 여러 명의 현역 간부들과 우리 사업과 관련 있는 세 명의 기업인이 먼저 와 있었다. 우리까지 총 16명이다. 경험적으로 이날 원샷 할 백주(白酒)의 잔 수가 예측된다. 최소 16잔은 원샷 해야 한다. 중국에서 비즈니스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각개전투다. 한 사람씩 와서 자기를 소개한 후 건배(乾杯, gān bēi)를 권한다. 이때 잔을 비우지 않으면 대단한 실례가 된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우리가 한국의 중국집에 고량주 마실 때 사용하는 그런 쪼매한 잔이 아니다. 중형 와인잔에 가득 따라준다. 그날 나는 내 예상대로 16잔을 깐베이했다. 우량애가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2차까지 갔다. 2박 3일을 점심, 저녁으로 하다가 드디어 마지막 날 점심 식사에 술 냄새를 맡자마자 속에서 난리가 났다. 화장실에 급히 달려가 시뻘건 피를 토했다. 그리고 3일 동안 금식 후 한국에 귀국하여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위에 빵꾸 난건 아니고 독주에 위가 놀란 것 같다며 약 처방으로 끝났다. 그때 내 인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0일 동안 금주를 했다.
결론적으로 안빈낙도(安貧樂道), 안분지족(安分知足)이라고 했던가?
가난하고 배고파도 책 읽고 글 쓰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善之與惡(선지여악), 相去若何(상거약하)? 人之所畏(인지소외), 不可不畏(불가불외)。
남 : 선과 악의 차이가 얼마인가? 다른 사람이 두려워하는 바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장 : 선함과 악함의 차이는 얼마나 되겠는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바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는 없다.
주 : 선과 악의 차이는 얼마나 되는가?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을 누군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톨 : 선과 악의 차이는 얼마나 큰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오 : 선하다는 것과 악하다는 것의 차이가 얼마이겠습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나도 두려워해야 합니까?
김 : 좋음과 싫음이 서로 다른 것이 얼마뇨? 사람이 두려워하는 것을 나 또한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으리.
여운 : 깨끗함과(善之) 더러움의(與惡) 차이가(相去) 어찌 같을 수 있을까(若何)? 사람이(人之) 두려워하는 바를(所畏) 두려워하지(畏) 않을 수가 없다(不可不).
善(착할 선) - 착하다, 어질다, 좋아하다, 잘 알다, 훌륭하다, 아끼다, 다스리다, 장점, 선행.
惡(악할 악) - 악하다, 나쁘다, 더럽다, 추하다, 못생기다, 흉년들다, 병들다, 똥, 질병, 악인.
若(같을 약) - 같다, 어리다, 이와 같다, 좇다, 너, 만약, 어조사.
所(바 소) - 바(일의 방법이나 방도), 것, 곳, 처소, 기초, 도리, 사리, 경우, 얼마, 쯤.
畏(두려워할 외) - 경외와 공포의 대상, 두려워하다, 경외하다, 꺼리다, 심복하다, 조심하다.
인간의 뇌가 폭발적으로 진화하면서 우리는 무수한 감정 역시 진화했다. 내가 감정의 주기율표를 만들기 위해 감정의 종류에 대해 분류를 한 적이 있다. 놀라지 마시라 200가지가 넘는 감정들이 있다.
깨끗함과(善之) 더러움의(與惡) 차이가(相去) 어찌 같을 수 있을까(若何)? 선악은 쾌불쾌(快不快)의 감정과 호불호(好不好)의 감정에서 시작됐다. 거기에 안불안(安不安)이 합쳐져서 다양한 감정이 생성된다. 그게 다 뇌의 시냅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경전달물질들이 담당한다. 감정 전문 신경과학자 리사 펠트먼 배럿 교수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이를 뇌의 배선 회로도라 표현했다. 인간은 교감에 가장 최적화된 뇌를 가지고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 중 하나가 사피엔스보다 덜 정교한 뇌를 가졌기 때문에 대규모의 집단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최근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인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친사회적이다. 하루라도 누군가와 떠들지 않고 만나지 못하면 정신과에 가서 항우울제 세로토닌을 복용해야 한다. 지난 코로나로 인해 영업 제한과 3인 이상 모임 금지할 때였다. 불면증이 심해 수면제를 받기 위해 신경정신과에 다닌 적이 있었다. 사전 예약을 했어도 대기 시간이 1시간이 넘었다. 모두 단절된 세상을 견디지 못해 우울증이 심해져 환자가 늘어난 이유다. 그래서 정권도 바뀌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공포와 불안은 사회적 감정으로 표출되어 인간의 모든 시공간을 바꿔 놓았다. 그야말로 혼비백산(魂飛魄散)이었다.
“깨끗함과(善之) 더러움의(與惡) 차이가(相去) 어찌 같을 수 있을까(若何)? 사람이(人之) 두려워하는 바를(所畏) 두려워하지(畏) 않을 수가 없다(不可不).”
감정을 가지고 있기에 나도 사람이다.
荒兮其未央哉(황혜기미앙재)! 衆人熙熙(중인희희), 如享太牢(여향태뢰), 如春登臺(여춘등대)。
남 : 멀어서 다 깨달을 수 없도다! 뭇사람들은 즐거워하며 큰 잔칫상을 받은 것 같고, 봄날 누대에 오른 것 같다.
장 : 황량하구나, 그 끝없음이여! 뭇사람이 희희낙락하는 것이 잔치를 즐기며, 봄날 누각에 오르는 듯하구나.
주 : 이러한 진리를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하는 것이 큰 잔치라도 벌인 듯하고, 봄 동산에 오르는 구경꾼 같구나.
톨 : 아, 여전히 중간까지는 멀다. 많은 사람들이 거만하다. 마치 제물로 바쳐진 고기를 받는 것처럼, 봄날 탑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오 : 얼마나 허망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입니까? 딴 사람 모두 소 잡아 제사 지내는 것처럼 즐거워하고, 봄철 망루에 오르는 것처럼 기뻐하는데,
김 : 황량하도다! 텅 빈 곳에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네. 뭇사람들은 희희낙락하여 큰 소를 잡아 큰 잔치를 벌이는 것 같고, 화사한 봄날에 누각에 오르는 것 같네.
여운 : 허황하다(荒兮)! 그놈의(其) 어중간함이 끝날 기미가 없구나(未央哉)! 세상 사람 모두(衆人) 놀고 마시면서 화평하게 즐기는듯하고(熙熙), 나라 제사에 제물로 바쳤던 소를 잡아 삶아 먹는 듯하고(如亨太牢), 봄꽃 놀이를 즐기려(春) 망루를 오르는 듯하다(如登臺).
荒(거칠 황) - 거칠다, 흉년이 들다, 덮다, 폐기하다, 멸망시키다, 차지하다, 허황하다, 흉년.
兮(어조사 혜) - 어조사, 감탄사.
其(그 기) - 그, 그것, 어찌, 아마도, 혹은(或-: 그렇지 아니하면), 이미, 마땅히, 이에, 그래서.
未(아닐 미) - 아니다, 못하다, 아직 ~하지 못하다, 아니냐? 못하느냐?, 미래, 장차.
央(가운데 앙, 선명한 모양 영) - 가운데, 중간, 재앙, 넓은 모양, 선명한 모양, 다하다, 끝남.
哉(비롯할 재, 어조사 재) - 비롯하다, 어조사, 처음, 재난, 재앙.
衆(무리 중) - 무리, 군신, 백성, 서민, 민중
人(사람인) - 사람, 인간, 타인, 남, 딴 사람.
熙(빛날 희) - 빛나다, 말리다, 쬐다, 화평하게 즐기다, 놀다, 넓다, 흥성하다, 길상, 탄식음.
如(같을 여) - 같다, 어떠하다, 미치다, 좇다, 당연히 ~하여야 한다, 맞서다, 비슷하다, 어찌, 가령, 만일, 곧, 이것이, ~과, ~와, 보다, 그래서, 말을 잇다.
享(형통할 형, 드릴 향, 삶을 팽) - 형통하다, 통달하다, 제사, 드리다, 올리다, 삶다.
太(클 태) - 크다, 심하다, 통하다, 처음, 첫째, 심히, 매우.
牢(우리 뢰, 깎을 누, 뒤져 빼앗을 노) - 우리, 감옥, 녹미, 희생, 굳다, 에워싸다, 삭감하다, 약탈하다, 뒤져 빼앗다.
春(봄 춘) - 봄, 동녘, 술, 남녀의 정, 젊은 나이, 정욕, 움직이다, 분발하다.
登(오를 등) - 오르다, 올리다, 등재하다, 익다, 여물다, 높다, 성취하다.
臺(대 대) - 대, 돈대, 무대, 받침대, 마을, 성문, 능, 존칭, 횟수.
허황하도다(荒兮)! 그놈의(其) 어중간함이 끝날 기미가 없구나(未央哉)! 세상 사람 모두(衆人) 놀고 마시면서 화평하게 즐기는데(熙熙), 나라 제사에 제물로 바쳤던 소를 잡아 삶아 먹는 듯하고(如亨太牢), 봄꽃 놀이를 즐기려(春) 망루를 오르는 듯하다(如登臺). 아무리 내가 안분지족하고 안빈낙도하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아니하니 춥고 외롭다. 때론 더 살아서 무엇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가진 평소 철학이 살아서 여한(餘恨)이 없는 것이고 죽어서 여운(餘韻)이 남는 것이다. 이미 이 둘을 다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내 지난 세월 안 누려보고 안 해본 것이 드물다. 공부도 우주의 시작과 끝을 알아냈고, 노자의 도덕경을 주해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餘恨이 없다. 또한 내 인생의 역작이라고 하는 책을 남겼으니 내가 죽어 餘韻은 남으리라. 내가 스스로 餘韻이라 칭함은 이와 같아서이다. 그러나 나 또한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남들이 즐기는 랍스터에 Pinot Gris(피노 그리, 화이트와인)가 부러울 때가 있다. 한우 새우살에 로마네 콩티(La Romanee-Conti, 프랑스 레드와인)를 먹는 이가 부럽다. 제주도 봄에 노랗게 핀 유채꽃을 보고 성산일출봉에 오른 후 맛보는 다금바리 회에 ‘오토코야마 사케’가 그립다.
我獨泊兮其未兆(아독박혜기미조), 如嬰兒之未孩(여영아지미해), 儽儽兮若無所歸(내래혜약무소귀)。
남 : 나만 홀로 조용히 아무런 징조도 없이, 어린아이가 웃을 줄 모르는 것 같고, 우뚝 서서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구나.
장 : 나 홀로 담박하여 아무 동요 없는 것이 흐리멍덩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이 같구나. 지쳐서 돌아갈 곳이 없는 듯하도다.
주 : 오직 나만이 무심하고 고즈넉한 마음으로 일체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 아직 웃을 줄 모르는 갓난아이 같다.
지친 모습은 돌아갈 곳 없는 나그네와 다름없도다.
톨 : 아, 나는 얼마나 단순한가! 내 안에 아직 유년기를 끝내지 못한 어린 시절처럼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오고 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에서 멈출지 모른다.
오 : 나 홀로 멍청하여 무슨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아직 웃을 줄도 모르는 갓난아이 같기만 합니다. 지친 몸으로도 돌아갈 곳 없는 사람과도 같습니다.
김 : 나 홀로 담담하도다! 그 아무것도 드러나지 아니함이 웃음 아직 터지지 않은 갓난아기 같네. 지치고 또 지쳤네! 돌아갈 곳이 없는 것 같네.
여운 : 나(我) 홀로(獨) 덤덤하도다(泊兮)! 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其未兆). 갓 태어난 아이가(嬰兒) 아직 웃지 못함과 같구나(如未孩)! 고달프고 고달프도다(儽儽兮)! 돌아가고 싶어도 갈 곳 없는 신세(若無所歸)!
我(나 아) - 나, 우리, 외고집.
獨(홀로 독) - 홀로, 혼자, 다만, 장차, 어느, 그, 홀몸, 외롭다.
泊(머무를 박) - 머무르다, 묵다, 담백하다, 뒤섞이다, 얇다, 조용하다, 여관.
兆(조 조) - 조, 빌미, 조짐, 제단, 묏자리, 백성, 처음, 시작되다, 점치다, 피하다.
嬰(어린아이 영) - 어린아이, 갓난아이, 두르다, 목에 걸다, 잇다, 지니다, 닿다, 안다.
兒(아이 아) - 아이, 젖먹이, 어리다, 연약하다, 다시 난 이.
孩(어린아이 해) - 어린아이, 어리다, 달래다, 어르다, 사랑하다, 웃다.
儽(고달플 누) - 고달프다, 앓아 지치다, 피로하다, 나른하다, 게으르다, 벌거벗다.
歸(돌아갈 귀) - 돌아가다, 돌려보내다, 따르다, 의탁하다, 위임하다, 모이다, 죽다, 자수하다.
최재천과 안희경이 함께 쓴 『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에서 최재천 교수는 고독을 ‘외로움’과 ‘홀로움’으로 구분하였다. 외로움은 ‘타발적 고독’이고 홀로움은 ‘자발적 고독’이라는 것이다.
홀로움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사용한 황동규(1938~) 시인의 원작을 감상해보자.
‘홀로움’ - 황동규
시작이 있을 뿐 끝이 따로 없는 것을
꿈이라 불렀던가?
작은 강물
언제 바다에 닿았는지
저녁 안개 걷히고 그냥 빈 뻘
물새들의 형체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
끝이 따로 없는.
누군가 조용히
풍경 속으로 들어온다.
하늘가에 별이 하나 돋는다.
별이 말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자발적 고독인 ‘홀로움’에 익숙하다. 아니다 익숙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비참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비참해 보이지 않으려고 죽어라 힘을 쓴다. 난 어렸을 때부터 남과 같아진다는 것에 예민하게 거부감이 있었다. 흉내는 내어도 똑같이 모방하지는 않는다고 원칙을 정했다. 그 원칙이 나를 외로움은 당연(當然)이 아닌 극복(克復)해야 할 거북한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놈의 감정이 맨정신으로 있을 때는 극복이 되는데 술에 취하면 홀로움이 외로움으로 바뀐다. 다음날 기억도 없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나 보다. 스마트폰이 내 귀 근처에서 같이 자고 있다. 으으윽! 이 망할 놈의 술 내가 다시는 안 마신다고 다짐하지만 그게 밤 10시만 넘으면 다짐이 핑계가 된다. 내겐 술이 아니라 수면제야!
나(我) 홀로(獨) 덤덤하도다(泊兮)! 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其未兆).
갓 태어난 아이가(嬰兒) 아직 웃지 못함과 같구나(如未孩)!
고달프고 고달프도다(儽儽兮)! 돌아가고 싶어도 갈 곳 없는 신세(若無所歸)!
노자 도덕경을 주해하면서 힘은 들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언어 욕구를 어찌 이리 똑같은 심정으로 풀어놓으셨을까 번번이 놀랍다. 내 마음이 똑같다. 내 고달픔을 누가 알아주는 이 없는 듯하고, 어디 갈 데도 없다. 가고 싶어도 돈도 오라는 데도 없다.
衆人皆有餘(중인개유여), 而我獨若遺(이아독약유)。
남 : 뭇사람들 다 여유가 있지만, 나만 홀로 잃어버린 것 같구나.
장 : 사람들은 더 여유가 있는데 나만 홀로 잃은 듯하다.
주 : 모두가 풍족하거늘 오직 나만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다.
톨 : 많은 사람들이 다 부자지만,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없다.
오 : 세상 사람들 모두 여유가 있어 보이는데 나 홀로 빈털터리 같습니다.
김 : 뭇사람은 모두 남음이 있는데, 왜 나 홀로 이다지도 부족한 것 같은가?
여운 : 세상 사람(衆人) 모두(皆) 남기려 하는데(有餘), 나 혼자만이(而我獨) 버리기만 하는 듯하다(若遺).
皆(다 개) - 다, 모두, 함께, 다 같이, 두루 미치다.
餘(남을 여) - 남다, 남기다, 나머지, 나머지 시간, 여가, 여분, 다른.
而(말 이을 이) - 말을 잇다, 같다, 너, 자네, 만약, 뿐, 그리고, ~로서.
遺(남을 유) - 남기다, 끼치다, 잃다, 버리다, 잊다, 두다, 빠지다, 빠르다.
세상 사람(衆人) 모두(皆) 남기려 하는데(有餘), 나 혼자만이(而我獨) 버리기만 하는 듯하다(若遺). 나 홀로 춥고 배고프다. 오라는 데조차 없는데 갈 곳조차 없는 신세다. 사람들이 죽는 힘을 다해 아등바등, 허겁지겁, 헐레벌떡, 허둥지둥, 똥 빠지게 쌓아놓으려고 기를 쓰고 산다. 사람들은 그걸 열심히 산다고 한다. 그러나 채우려 아등바등, 허겁지겁, 헐레벌떡, 허둥지둥하지 않는 나더러는 무능하고 의지가 박약하고 초라하다고 말한다.
我愚人之心也哉(아우인지심야재)! 沌沌兮(돈돈혜)。
남 :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이로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구나!
장 : 나는 어리석은 사람의 마음이로구나(沌沌兮)!
주 : 나는 바보인가? 도무지 모르겠구나.
톨 : 나는 어리석은 남자의 영혼처럼 단순하지만,
오 : 내 마음 바보의 마음인가 흐리멍텅하기만 합니다.
김 : 내 마음 왜 이리도 어리석단 말인가? 혼돈스럽도다!
여운 : 내(我) 고지식한 사람의 마음과 같구나(愚人之心)! 아! 헷갈린다(沌沌兮)!
愚(어리석을 우) - 어리석다, 우직하다, 고지식하다, 그런 마음(사람).
也(잇기 야) - 잇기, 어조사(語助辭), ~이다, ~느냐?, ~도다, ~구나.
沌(엉길 돈) - 엉기다, 어둡다, 혼탁하다, 어리석다, 빙 돌다.
노자의 인간미가 넘친다. 노자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아! 헷갈린다. 나는 옳게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내가 이상하다 하니 내가 진정 우매한 마음일런가? 골때린다. 헤롤헤롱 헷갈리고 헷갈리도다.
俗人昭昭(속인소소), 我獨昏昏(아독혼혼), 俗人察察(속인찰찰), 我獨悶悶(아독민민)。
남 : 세상 사람들은 다 밝고 밝은데 나만 홀로 어둡고, 세상 사람들 다 총명하고 총명한데 나만 홀로 어둡구나.
장 : 세상 사람들은 분명한데 나 홀로 흐리멍덩하고, 세상 사람들은 똑똑한데 나 홀로 어리석도다.
주 : 세상 사람들은 그리도 밝게 빛나거늘 나만은 이렇듯 흐리멍텅하다. 세상 사람들은 그리도 밝은 눈을 가졌거늘 나만은 이렇듯 분별력조차 지니지 못했다.
톨 : 빛의 사람들은 빛난다. 나는 홀로 어둠이지만, 빛의 사람들은 밝다. 나는 홀로 영적으로 괴로워한다.
오 : 세상 사람 모두 총명한데 나 홀로 아리송하고, 세상 사람 모두 똑똑한데 나 홀로 맹맹합니다.
김 : 세간의 사람들은 똑똑한데 나 홀로 흐리멍텅할 뿐일세. 세간의 사람들은 잘도 살피는데 나 홀로 답답할 뿐일세.
여운 : 세상 사람들은(俗人) 사리에 환하고 밝은데(昭昭), 나만 홀로(我獨) 사리에 어둡고 깜깜하다(昏昏).
세상 사람들은(俗人) 저리 돈을 밝히는데(察察), 나만 홀로(我獨) 무덤덤하다(悶悶).
俗(풍속 속) - 풍속, 관습, 속인, 범속하다, 평범하다, 대중적이다, 저속하다.
昭(풍류 이름 소) - 풍류의 이름, 부르다, 손짓하다, 얽어매다, 구하다, 나타내다, 지적하다.
昏(어두울 혼) - 어둡다, 날이 저물다, 흐리다, 어리석다, 현혹되다, 혼란하다.
察(살필 찰) - 살피다, 알다, 상고하다, 자세하다, 조사하다, 드러나다, 깨끗하다, 밀다.
悶(답답할 민) - 답답하다, 깨닫지 못하다, 어둡다, 번민하다, 혼미하다, 민망하다, 뒤섞이다.
세상 사람들은(俗人) 사리에 환하고 밝아서(昭昭), 경제학을 숭배하는 데 나는 경제학을 소인지학(小人之學)이라 폄하(貶下)한다. 나만 홀로(我獨) 사리에 어둡고 깜깜하다(昏昏). 세상 사람들은(俗人) 저리 돈을 밝히는데(察察), 나만 홀로(我獨) 무덤덤하다(悶悶). 돈을 좇지 않으니 사람들은 날 업신여긴다. 내가 예전에 남들보다 상당한 부를 누리고 있을 때는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난 90년대 중반부터 휴대폰을 사용했는데 매일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비즈니스에 관한 것도 있었지만 여기저기 찾아주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가난을 즐기는 지금은 나를 찾는 전화가 아예 없다. 돈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상관없이 꾸준히 나를 찾아주는 이는 나와 평생 함께할 동지들이다. 오고 감이 그저 무덤덤하다.
澹兮其若海(담혜기약해), 飂兮若無所止(료혜약무소지)。
남 : 고요함이 바다와 같고 바람과 같이 머무르지 않는다.
장 : 담담하여 바다와 같고 고고하여 멈출 줄을 모르네.
주 : 마치 파도 위를 떠가는 것 같고, 바람에 날려가는 것 같다.
톨 : 나는 바다처럼 물결친다. 나는 걷는다. 그러나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알지 못한다.
오 : 바다처럼 잠잠하고, 쉬지 않는 바람 같습니다.
김 : 고요하여 바다같이 너르고, 거센 바람일 때는 그칠 줄을 모르네.
여운 : 담담함이(澹兮) 마치 바다와 같고(其若海), 세찬 바람이(飂兮) 멈출 바를(所止) 모르는 것 같다(若無).
澹(맑을 담) - 맑다, 싱겁다, 담백하다, 조용하다, 안존하다, 넉넉하다, 채우다.
海(바다 해) - 바다, 바닷물, 많이 모인 곳, 큰 못, 땅의 끝, 널리, 해외, 크다, 넓다.
飂(바람 소리 요) - 바람 소리, 빠른 모양, 높이 부는 바람, 서풍.
止(그칠지) - 그치다, 끝내다, 그만두다, 멈추다, 억제하다, 없애다, 머무르다, 모이다, 낫다.
시쳇말로 그런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치러 본 나이기에 담담함이(澹兮) 마치 바다와 같고(其若海), 고난을 만들지도 않지만 어떤 거센 바람이 내게 닥쳐와도 세찬 바람이(飂兮) 멈출 바를(所止) 모르는 것 같게 되는 것이다(若無).
衆人皆有以(중인개유이), 而我獨頑似鄙(이아독완사비)。
남 : 뭇사람들이 다 할 일이 있건만, 나만 홀로 완고하고 비천하다.
장 : 사람들은 다 쓸모가 있는데 나만 홀로 완고하고 비루한 듯하다.
주 : 모두 저마다 장점이 있는데 나만 홀로 쓰임새가 없는 것인가?
톨 :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러나 나는 홀로 어리석고 거칠다.
오 : 딴 사람 모두 뚜렷한 목적이 있는데 나 홀로 고집스럽고 촌스럽게 보입니다.
김 : 뭇사람은 모두 쓸모가 있는데 나 홀로 완고하고 비천하여 쓸모가 없네.
여운 : 세상 사람(衆人) 모두(皆) 이유를 갖고 살고 있는데(有以), 나 홀로 완고하게(而我獨頑) 질박함을 닮아가네(似鄙).
以(써 이) - ~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이유(理由), 까닭.
頑(완고할 완) - 완고하다, 미련하다, 둔하다, 욕심이 많다, 탐하다, 사납다, 무지막지하다.
似(닮을 사) - 닮다, 같다, 비슷하다, 흉내 내다. 잇다, 상속하다.
鄙(더러울 비) = 더럽다, 천하다, 속되다, 부끄러워하다, 촌스럽다, 질박하다.
세상 사람(衆人) 모두(皆) 이유를 갖고 살고 있는데(有以), 목표와 목적이 있는 삶을 모든 사람이 지향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함이라 여기며 사람의 길이라고 따르고 좇는다. 그러나 장년의 결과는 혈압약과 당뇨, 고지혈증 그리고 남은 퇴직금으로 잘되면 통닭집 사장님으로 남게 된다. 도올 스승과 박문호 스승을 만나지 못했다면 평생 화려했던 과거를 부여잡고 “왕년에 내가 말이야!” 하며 하루 종일 술에 취해 영등포역 경마 골목을 배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던 것은 나 홀로 완고하게(而我獨頑) 질박함을 닮아갔기 때문이다(似鄙).
我獨異於人(아독이어인), 而貴食母(이귀식모)。
남 : 나만 홀로 사람들과 달라서, 어머니의 길러줌을 귀하게 여긴다.
장 : 나 홀로 세상 사람과 달리, 만물을 먹이는 어미를 귀하게 여긴다.
주 :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이유는 만물을 길러주는 내면의 근원만을 귀히 여기기 때문이라네.
톨 : 어머니와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나는 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오 : 나 홀로 뭇사람과 다른 것은 결국 나 홀로 어머니 젖 먹음을 귀히 여기는 것입니다.
김 : 나 홀로 뭇사람과 다른 것이 있다면 만물을 먹이는 어미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지.
여운 : 오로지 나(我) 홀로(獨) 뭇사람과(於人) 달리 기이함은(異) 만물을 키워주는 어미를(食母) 귀히 여길 줄 앎이다(而貴).
異(다를 이) - 다르다, 달리하다, 기이하다, 뛰어나다, 진귀하다, 우대하다, 괴이하다.
於(어조사 어) - ~에, ~에서, 기대다, 의지하다, 있다, 존재하다, 탄식하다.
貴(귀할 귀) - 귀하다, 높다, 중요하다, 공경하다, 비싸다, 바라다.
食(밥 식) - 밥, 음식, 제사, 벌이, 생활, 생계, 먹다, 현혹케하다, 기르다, 양육하다.
母(어미 모) - 어머니, 모체, 암컷, 근본, 근원, 본전, 표준, 기르다, 양육하다, 없다.
“오로지 나(我) 홀로(獨) 뭇사람과(於人) 달리 기이함은(異)” 노자의 말대로 내가 세상 사람과 다른 점은 내게 최적화된 좌표(座標)와 목표(目標)를 찾았기 때문이다. 3천억에서 3천 권의 책으로 '지적중독'에 취해보고자 했던 이유다. 내비게이션에 GPS를 찾는 기능이 고장 났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리 비싼 내비게이션이라 해도 GPS라는 위성 좌표를 찾지 못한다면 무용지물(無用之物)에 불과한 것이다. 지난 10여 년은 내겐 내비게이션의 지도를 새로 그리고 지구 대기권에 GPS 위성을 쏘아 올려 주관적 이기적인 털 없는 침팬지에서 노자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 “만물을 키워주는 어미를(食母) 귀히 여길 줄 앎이다(而貴).” 우주에서 아주 특별한 우리 어머니 지구가 우리 사피엔스를 귀히 여기시어 좀 더 오래 품어 주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우리 모두 노자가 되어야 할 것이며 노자를 더 이상 외롭게 만들어서는 우리의 미래가 없음이다.
첫댓글 동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