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
1연
긴 편지로 당신 시간을 빼앗아
공익에 해를 끼칠까 걱정입니다, 카이사르여! (3-4행 ; 59쪽)
2연
이들의 한탄은 공헌에 합당한 대우를 생전
지 못한 점. 끔찍한 휘드라를 물리치고
유명한 괴물들을 목숨 걸고 해치웠던 영웅도
죽음 후에야 질시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세상 재주를 압도하며 자기 불꽃으로
불타던 사람은 꺼지고 나서야 사랑받습니다.
하나 당신 생전 우리는 합당한 명예를 바칩니다.
당신 뜻에 따라 신전을 바칩니다. (9-16행 ; 59쪽)
3연
무슨 희랍 서책이든 오래된 게 탁월하다고,
로마 시인들을 같은 저울로 저울질한다면
길게 언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28-30행 ; 61쪽)
4연
세월이 포도주처럼 시를 좋게 만든다면
글에 얼마의 세월이 좋은 가치를 가져옵니까?
죽은 지 이제 백 년 된 시인은 어찌 나눕니까?
완벽한 옛것입니까? 어설픈 새것입니까? (34-37행 ; 61쪽)
5연
모두를 달력에 돌리고
탁월함을 세월로 재고 죽음의 여신에게 바쳐진
것만을 숭상하는 사람은 무너질 겁니다. (47-49행 ; 63쪽)
6연
세계의 지배자 로마는 가득
극장을 채웁니다. 이들을 리비우스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시인이라 칭하고 모십니다. (60-62행 ; 63, 65쪽)
7연
때로 대중이 옳다지만, 아닐 때도 있습니다.
만약 옛 시인이라고 무턱대고 칭송하고 누구도
따를 수, 견줄 수 없다 한다면 잘못입니다. (63-65행 ; 65쪽)
8연
옛 시가가
용서가 아닌 명예를 요구하는 데 분노합니다. (77-78행 ; 65쪽)
9연
새것에 희랍인들이 우리만큼 질색했다면
오늘날 무슨 고전이 남았겠으며, 오늘날
백성마다 손때 묻히며 무얼 읽겠습니까? (90-92행 ; 67쪽)
10연
의술은 의사에게, 건축은 목수에게 속한 일.
로마는 배워도 못 배워도 쓰겠다 덤빕니다. (116-117행 ; 69쪽)
11연
시인의 영혼은 터무니없는
욕심이 없고 시를 사랑하고 시 하나에 열중합니다. (119-120행 ; 69쪽)
시인은 군 복무에 서툴지만 나라에 유익하며
말하자면, 작은 일로 큰 보람을 가져옵니다.
시인은 아이의 떠듬대는 여린 입을 모양 잡으며
천하고 흉측한 말들로부터 귀를 돌려놓으며
사랑스러운 말들로 성정을 바로잡아주니, 시인은
사나움과 질투심과 분노의 치료사입니다.
선행을 전하여,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 좋은
모범을 들려주며 슬프고 아플 때 위로를 건냅니다. (124-131행 ; 71쪽)
12연
비방요로 누구도
상처받지 않도록. 몽둥이가 두려워
좋은 말과 유쾌한 언사로 돌아섭니다. (153-155행 ; 72쪽)
13연
로마는 늦게서야 희랍 서적에 흥미를 가지고
카르타고 전쟁 이후 평화롭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소포클레스, 테스피스, 아이스퀼로스가 쓸모 있을까? (161-613행 ; 73쪽)
14연
일상사에서 만드니 수고를 덜한다 믿겠지만
희극이야말로 사람들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라, 플라우투스를. (168-170행 ; 75쪽)
15연
한데 시인들은 귀먹은 당나귀에게 말한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네 객석의 소음을 어느 배우의
목소리가 이겨 노랫가락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1199-201행 ; 77쪽)
16연
알고 싶은 건, 전란과 태평 시절 당신의 탁월함을
어떤 시인에게 맡겨 찬양케 하실까입니다.
돌팔이 시인에게 이를 맡기지 않으시리라. (229-231행 ; 81쪽)
17연
당신이 아끼는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바리우스는 실망시키지 않으니,
위대한 인물의 품행과 생각은 시인이 드러내며
청동의 조각상은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246-249행 ; 83, 85쪽)
플로루스에게 보내는 편지
1연
길 떠나는 당신에게 나는 지쳤다 말했습니다.
이제 글 쓰는 일을 할 수 없으니, 당신에게 편지를
부치지 못해도 나를 고소하지 말라 했습니다. (20-22행 ; 85쪽)
2연
덧붙여 시집을 보내리라
기다렸건만 당신을 속여 보내지 않았다 하시니. (24b-25행 ; 87쪽)
3연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과 시골 땅도 잃고 가난 때문에 감히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50-52행 ; 89쪽)
4연
세월은 우리에게서 좋은 걸 하나씩 앗아갑니다.
유쾌한 대화, 달콤한 사랑, 즐거운 잔치, 재밌는 축제,
이제 시마저 가져가려 내 손목을 비트니, 어찌하리까? (55-57행 ; 89쪽)
5연
당신은 서정시를 즐기지만, 누구는 얌보스를 아끼고
누구는 비온 풍의 풍자와 독설을 사랑합니다. (59-60행 ; 89쪽)
6연
게다가 일도 많고 탈도 많은 로마에서
시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까? (65-66행 ; 91쪽)
시인의 무리는 숲을 사랑하며 도시를 멀리하여
꿈과 그늘을 즐기는 박쿠스의 피호민.
당신은 내가 밤낮으로 어수선한 북새통 속에서
노래하며 험난한 시인의 길을 걸어라 합니까?
재능 있는 시인이 한가한 아테네를 골라잡아
칠 년을 공부에 매진하여 책과 생각으로 씨름하다
나이 먹고, 조각상보다 더한 벙어리로 나타나매
대개 세상 비웃음만 사는 형편이거늘, 여기
많은 사건이 파도치며 몰아치는 도시 한가운데
뤼라에 어울릴 말을 엮을 수 있겠습니까? (77-86행 ; 81, 93쪽)
7연
저 광기가 우리 시인들을 어찌 가만두겠습니까?
나는 서정시를, 한 친구는 엘레기를 짓습니다. (90-91행 ; 93쪽)
8연
과장을 단속하며, 과도하게 거친 말을 건강한
양식으로 다듬고, 빈약 무의한 말을 축출합니다. (122-123행 ; 95쪽)
9연
그 밖엔 일상을 올바른 법도에 따라 수행할 줄 아는
참으로 정직한 이웃이자 환영받을 손님이었고
아내에게 친절할, 노예들에게 기꺼이 용서를 베풀,
술독의 봉인이 뜯겨도 성내지 않을 사람이었고
벼랑과 구덩이를 피할랄 법한 사람이었습니다. (131-135행 ; 97쪽)
10연
그래도 지혜를 얻는 건 유익합니다. 하찮은 일은
접고, 아이들에게 어울릴 장난은 넘길 일입니다.
로마의 비파에 어울릴 법한 말을 쫓을 게 아니라
참된 삶의 율조와 화음을 배워야 합니다. (141-14행 ; 97쪽)
재산이 사람을 지혜롭게 만든다는 말이 옳다면,
재산으로 걱정과 욕심이 없어진다면, 세상의 누가
당신보다 탐욕스럽다면, 창피스런 일이겠습니다. (155-157행 ; 99쪽)
11연
그래 보이는 재산도 흐르는 시간의 한순간일 뿐,
유증이나 매매나 폭력으로 마침내 죽음으로
주인을 바꾸어 타인의 권리가 됩니다. (172-174행 ; 101쪽)
12연
천명은 죽을 운명의 인간을 지배하니, 모두에게
각자의 천명이 있고 검고 희가가 제각각입니다. (188-189행 ; 103쪽)
13연
많지 않은 살림이라도 필요한 만큼 나는 쓰고
즐깁니다. 내 상속자가 좀 더 받을 수 있었다고
내게 욕을 하더라도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190-192행 ; 103쪽)
14연
욕심이 없으시다? 떠나시오. 어때요? 탐욕과 함께
다른 오류들도 사라졌소? 당신 가슴속에 헛된
쓸데없는 야심은? 죽음의 공포나 분노는 없으시오? (205-207행 ; 103, 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