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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Mag=포항] 3일 성남FC U18(이하 성남)와 포항 스틸러스 U18(이하 포항)의 2017 K리그 U18 챔피언십 결승전이 예고된 포항스틸야드. 경기 시작 전부터 챔피언십 정상을 놓고 달궈진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히려는 듯,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래도 사상 첫 챔피언십 우승을 원하는 양 팀의 간절한 바람까지 식힐 순 없었다.
이틀 전, 성남은 '난적' 수원 삼성 U18을 꺾고 감격적인 챔피언십 첫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승패가 승부차기에서 결정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의 연속이었다. 결국 집중력이 양 팀의 희비를 갈라놨다. 성남은 위기의 순간마다 박영훈이 선방으로 팀을 살려냈고, 부담감을 떠안은 수원의 여섯 번째 키커가 실축하면서 드라마틱한 승리의 주인공은 성남으로 결정됐다.
경기가 끝난 직후, 승리의 환희는 그라운드 위에 그대로 나타났다. 성남의 선수들은 한 데 뭉쳐 벅찬 감정을 함께했고,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들 못지않게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경기 후 구상범 감독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낸 승리다. 우리가 결승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체력적으로도 우리가 (수원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였다. 여기에 "우리는 잔디구장에서 더 잘한다. 좋은 경기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는 말로 포항전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극적인 승리의 여운이 오래 갈 법도 했지만, 이번 챔피언십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성남과 포항 선수들은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리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으로 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에 집중했다.
특히 성남엔 우승의 열망 외에도 팀을 향한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다. 지난해 K리그 주니어 전기리그 A조에서 10승 1패의 호성적으로 8년 만에 정상에 오른 성남은 리그에서 주목해야 될 팀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그 뒤 치러진 왕중왕전, 후기리그에선 높아진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성적으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올해도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성남은 전기리그 개막에 앞서 2017 제 19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정작 리그가 시작되자 공수에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팀이 급격히 흔들린 상태에서 맞이한 챔피언십은 성남에 있어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기회이자, 동시에 무너지는 속도가 가속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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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부의 우려와 달리 챔피언십에선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은 수비는 크게 안정됐고,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한 공격력은 다시 활기를 찾았다. 덕분에 조별예선 1, 2차전에선 인천과 경남을 연파해 질주에 힘을 붙였고, 우승의 문턱까지 올라서며 기대감을 높였다.
성남은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인 김주형을 제외한 10명의 주전들을 총가동하며 경기력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배호준을 앞세운 포항이 연신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했고, 포항의 팬들이 열띤 응원에 성남은 힘을 쓰지 못했다. 기선을 제압한 포항은 강민성을 불러들이고 공격수 김찬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고, 전반 12분 김찬이 오른발로 선제골을 작렬하면서 리드를 잡았다.
불리한 흐름에서 실점까지 허용하자 흔들림은 더욱 커졌다.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실수가 반복됐고, 실수는 잦은 패스 미스와 포항의 공격 기회로 이어졌다. 전반 16분에도 치명적인 실책이 나오면서 추가골을 내주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 성남은 박영훈이 김찬과 배호준의 슛을 연달아 선방하면서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다.
전반 32분 박태준의 두 차례 슛으로 성남이 반격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전반 종료를 앞두고 마해송이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기회를 잡은 김찬이 우대희와 마해송을 제친 뒤 자신의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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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몰린 성남은 홍현승과 이정민을 넣어 변화를 줬고, 볼의 전개 속도를 높이면서 역전을 꾀했다. 후반 7분 이재현이 돌파 과정에서 이상수에게 반칙을 얻어냈으나 김보섭의 프리킥을 거친 마해송의 슛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박지원의 과감한 중거리 슛도 포항의 골문을 뚫진 못했다.
포항의 흐름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다. 후반 28분 김진현이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포항은 김동범을 투입하며 김진현을 대신했다. 이에 성남은 후반 34분 김소웅의 크로스, 후반 35분 박준서 카드를 빼들며 승리를 향한 투지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를 뒤집긴 시간과 힘 모두 부족했고, 챔피언십 우승컵을 포항에 넘겨줘야 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리자 그라운드 위엔 환희와 좌절,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포항은 벤치에 앉아있던 모든 이들이 그라운드로 뛰어가 기쁨을 나눴다. 그 반대편엔 성남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몇몇은 눈물을 쏟아내며 패배의 아픔을 견뎌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 싸운 선수들에게 다가가 위로했고, 관중들도 준우승을 차지한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어두운 표정은 지워지지 않았고, 쓸쓸한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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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축구에 다양한 가치관, 그에 따른 기대치가 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승리가 최우선의 가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만 놓고 보면 성남은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단상 아래에서 포항의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아쉽지만 결승전에서 보여준 경기력과 역량의 격차는 명백했다.
하지만 성장과 도전을 모토로 내세우는 유소년 축구에 있어 성남은 이번 대회가 가진 의미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팀이다.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성남은 전반기의 설욕을 다짐하며 챔피언십을 준비했고, 매 경기 향상된 모습을 선보이며 상대를 무너뜨렸다. '할 수 있다'는 의지는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낳았고, 이 과정에서 거둔 승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자신감은 팀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끈끈한 힘을 형성시켰다.
비록 챔피언십의 끝은 준우승이었지만 성남의 축구는 멈추지 않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다가올 후반기에서 자신이 지닌 가치를 빛내고자 한다. 패배의 쓴 맛을 알고, 최고의 무대를 도전해본 청춘들의 축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 Media Mag 정현준 명예기자
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사제공 성남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