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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항에서 잠깐 싱싱한 바다내음을 맛보고 어시장 구경과 주민들의 그물질 감상도 잠깐 하다 물회
한그릇 비우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길을 돌린다. 거진에서 화진포로 가는 해변도로는 무섭게
들이치는 파도와 절벽 아래에 놓인 바닷길을 따라 달리는 맛이 드라이브의 쾌감을 한껏 살려준다.
거진항에서 10여분이나 달렸을까. 국도변에서 다시 화진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조금 들어가니
화진포호수의 꽁꽁 얼어버린 거울같은 수면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화진포는 김일성과 이승만, 이기붕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절대권력자들의 별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며 넓고 눈부신 모래해변과 티없이
맑고 깨끗한 동해안의 여느 바다와 달리 수심이 깊지 않은 한적한 해안이다.
이승만 별장 주차장 앞 넓은 화진포호수의 북쪽에 있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화진포호수는 넓이가 꽤 커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인근 영랑호와 송지호의 몇배쯤 되는 동해안 제일의 바다와 접한 석호이다.
남한지역 최북단의 70여만평의 광활한 호숫가에 서니 자연이 만든 웅대함에 탄성의 고갯짓만 하게 만든다.
호수 주변 둘레가 약 16km이라니 참 넓기도 하고 한바퀴 돌아보고 싶은 맘도 들게 하지만 다음으로 패스.
호수는 겨울 추위를 한몸에 받으며 꽁꽁 얼어붙었다. 그리 깊지 않은 수심의 호수는 오후의
밝은 태양을 받아 유리처럼 빛을 발하고 있다. 왼쪽의 하얀 건물이 화진포해양박물관이고
오른쪽은 화진포 해변과 연결된 화진교. 화진교를 통해 남쪽과 북쪽의 호수가 서로 만난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이승만별장과 전시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쓸쓸하다.
이곳에서 티켓팅을 하면 김일성 별장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 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호수의 모습이 절경인데, 이승만 대통령이 화진포에서 낚시를 즐기던 곳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승만초대대통령별장의 모습. 그리 크지 않은 소박한 별장과 대통령의 인생길과 유품과 자료를
전시해놓은 전시관이 있다. 몇해전까지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하던 청원군의 청남대와는
그 규모도 시설도 비교가 되지 않지만 주변 자연환경만은 청남대보다 더 좋다면 좋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 이승만 대통령의 밸정은 1954년 27평의 작은 집의 규모로 지어져 1960여년까지 별장으로 사용했으나
그 후 이승만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각하여 폐허로 되었던 것을 군에서 사용하다 1997년 현재 위치에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여 별장과 기념전시관을 세워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이승만 대통령의 밀랍인형과 사용하던 소박한 방과 집기들, 역사적으로 중요한 그 당시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곱지는 않다. 비록 선구자적인 활약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지만 영구집권을 위한 부정선거와 탄압, 파동 등으로 정치인생을 참담하게 마감한다.
기념관은 2007년에 고성군과 군에서 원래의 별장터의 건물을 보수하고 별장에서 사용하던 유품과
대통령의 사저였던 서울 종로 이화장의 자료를 수집하여 화진포기념관으로 개관한 것이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한눈에 별장터로 최적이라는걸 알 수 있고 호수를 바라보며 뒷곁 솔밭에서
불어오는 송풍을 맞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는걸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이승만대통령도
새로운 정국을 구상했을 것이며 복잡했던 머리를 식혔을 것이다. 이승만대통령의 별장은 이곳 말고도
진해와 제주, 목포, 포항 등지에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진해의 남경대(남쪽 경무대)가 제일 이름이 있고.
화진포에도 호수를 한바퀴 도는 산소길이 있다. 화진포 들어가는 방향에서 왼쪽으로 좌회전해
조금 들어가면 찻골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에 가면 이승만대통령의 별장과 화진포호수,
그리고 해수욕장 뒷편의 송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나라의 적대적인 권력자들이 이렇게 지척에
별장을 두고 휴식을 취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철원의 승일교와 같은 남과 북의 공조체제였을까.
전쟁이 나지 않았다면 둘이 서로 만나서 화진포에서 술한잔 기울였을지도 모르겠다.
이승만대통령별장은 화진포해변과 연결된 다리만 없다면 완전히 화진포의 섬이라 불러도 될것 같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김일성별장이 화진포의 성이니 성과 섬이 한곳에 있는 것.
화진포가 얼마나 아름다운 경치였으면 한시대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이 이곳에 별장을 삼았을까.
하지만 그런 역사의 자취도 시대가 변해가면서 한낱 추억의 한페이지로 장식되며 쇠락해갔다.
인생사, 한줌의 모래와 한올의 먼지와 같은것. 현재에 만족하며 한걸음 한걸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삽질을.
이곳 화진포호에는 옛날 이화진이라는 성질 고약한 시아버지와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건봉사의 스님이 찾아와 시주 좀 해 주세요 라고 하니 구두쇠인 노인은 하인을 시켜 좁쌀
한 홉 정도를 주었다. 스님은 고맙습니다 하고 돌아갔고 그 후 3년이 지나 스님이 또 다시
시주를 요청하자 이번에는 좁쌀 한 두락을 주었다. 역시 스님은 고맙습니다 하며 집안의 평안을
축원하였다 한다. 3년 후 스님이 다시 시주 좀 하십시오 하며 목탁을 두두리자 다시 찾아온 스님이
얄미운 나머지 노인은 외양간으로 가 소똥을 한 삽 퍼 스님의 시주통에 넣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스님은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한다. 이 장면을 보던 착한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불손한
행동에 대한 미안함으로 쌀 몇 되박을 퍼서 스님을 따라 갔지만 스님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며느리가 살던 집과 텃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시퍼런 호수로
변해버렸다고 한다. 갑자기 오갈데 없어진 며느리는 순간 일어난 일이 허망하고 애통해 그만 돌이
되버렸다고 한다. 그 후 온나라에 큰 홍수와 흉념이 들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이에 마을 사람들은
착한 며느리의 시신을 찾아 분묘를 만들어 주었고 일년에 한번 서낭굿을 해 준 뒤로는 농사도 잘되고
전염병도 사라졌다한다. 역시 마음을 잘 써야 복된일이 온다는 화진포의 알듯말듯한 전설이다.
시아버지의 잘못을 며느리가 대신 짊어진것은 아닐런지. 이런 전설이 담긴 호수를 바라보니
과연 착한 며느리의 고운 심성이 묻은 이름처럼 꽃이 아름답게 피는 화진포호를 떠올린다.
깊지않은 석호에는 두껍게 얼은 얼음 사이로 햇살에 녹은 얕은 부분에서는 큼지막한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놀고 있었다. 황어같기도 하고 끄리 같기도 한 물고기들이 검은 선을 그리며 놀고있었다.
이곳 화진포호수는 낚시를 할 수 없다. 물론 물빛 고운 호수에서 하는 낚시는 강태공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큼 운치가 있지만 낚시대는 결코 펴면 안되겠다. 그저 평화로운 호수의 풍경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야만 한다. 낚시는 금지구역이 아닌 곳에서. 언젠가 여기서 밤낚시를 해볼테다.
화진포는 바다와 접한 동해안 최대의 자연석호인데, 호수 주위에는 울창한 송림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 풍경이 아름답고 얕은 수심의 쪽빛바다와 조개껍질과 바위가 풍화되어 만들어진
화진포의 백사장은 유독 모래빛이 햐앟고 감촉이 부드러워 피서객이 많이 찾는 동해안
최고의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동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으로는 강릉의 경포대와 속초해수욕장,
맹방해변이 꼽히지만 이곳은 가족이나 연인이 조용하게 해변의 휴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서로 넘나들기에 연어, 숭어, 송어, 도미, 황어, 잉어, 붕어 등 담수와 해수를
오가는 물고기들이 풍부하다.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곳에는 항상 물고기들이 풍부하게 서식하는 환경이다.
화진포호수를 구경하다 발길을 돌려 모래가 곱고 물이 맑기로 이름난 화진포해변으로 나간다.
겨울 화진포는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지만 드문 드문 시간의 발자취를 남기며
쪽빛바다를 느끼려는 여행객들은 고운 백사장에 발자국을 남긴다.
화진포의 여름은 낭만과 흥겨움이 있지만 겨울의 화진포는 아늑함과 고요함이 있다.
조개껍질과 바위가 세월의 손짓에 잘게 부서져 고운 모래를 만든 해변의 모래는 고운 밀가루같다.
해변을 가로질러 화진포호수의 차가운 물이 동해로 흘러들고 있다.
바다와 호수의 물이 만나 서로를 이웃하며 동거를 한다.
멀리 절벽 위 산중턱에는 김일성이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겼다는 화진포의 성, 김일성 별장이 있다.
고운모래가 마치 사막을 연상케하는데, 그 사막에는 낙타의 발자국과 사람의 발자국들이 선명히 드러나있다.
나는 과연 지금 어떤 인생의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갈까. 희미한 발자국, 아니면 존재감이 없는 무념의 발자국.
언젠가는 불어오는 바람에 자취를 감출 발자국이지만 힘껏 나의 발자국을 만들어가자.
화진포해변에서 왼쪽, 그러니까 북쪽을 바라보면 어촌체험마을로 유명한 초도항이 나온다.
이곳은 성게가 많이 잡히는데, 성게알밥과 성게물회를 맛있게 즐기기 좋은 소박하고 작은 어촌마을이다.
초도항 바로 앞에는 거북이 모양을 한 대나무가 암반을 뒤덮은 금구도가 있다. 이 금구도는 광개토대왕이
생전 이곳에 왕릉 축조를 명했고 그 뒤를 이은 장수왕이 이곳에 그 시신을 묻었다하는데 사실인지는
광개토대왕과 장수왕만 알수있겠지. 신라의 문무대왕 수중릉과 쌍벽을 이루는 수중릉인가.
언젠가는 그 기막힌 사실이 밝혀지겠지. 그저 화진포의 전설로만 전해질 뿐.
저 금구도에는 지금도 석축과 사당터등이 남아 그 전설을 조금이나마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화진포해변의 바닷물은 너무 맑고 깨끗해 물에 들어가기가 미안할 정도이다.
다른 동해안의 해수욕장처럼 물이 급경사를 이루지 않고 완만해서 서해의 어느 섬에 와있는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푸른색의 물결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해서 보는이로 하여금
화진포를 확실히 마음속에 담게 한다. 고운모래와 그 고운모래를 맑음으로 적셔주는 바닷물.
지난 여름 이곳 화진포에서 즐겼던 한적했던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
동해안에서도 제일 물이 맑고 모래해변이 곱기로 유명한 화진포는 한번 와본 사람이라면
다시 방문하고픈 곳으로 엄지손가락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번 여름철에 가볼것을 권해본다.
지난 여름에 찾았던 화진포해수욕장의 모습. 화진포호와 화진포해변이 맞닿은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화진포의 성이라 불리는 김일성별장에서 바라본 화진포해변은 여유와 낭만, 그림같은 풍경으로 시선을
딴곳에 둘 수 없을정도로 눈부신 비경을 보여준다. 화진포의 김일성 별장은 전망좋은 송림속에
자리한 자연석으로 지은 모습이 잘 지어진 별장으로 손색이 없다. 지금 한시대의 사라져간 두 권력자는
과연 가끔 생전에 찾았던 화진포에서 가끔 회포를 풀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도 서로 아웅대며
눈을 부라리고 있을까. 화해와 평화의 손짓이 이곳 화진포에서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서로 테라스에 나가면 볼 수 있을만큼 지척에 놓인 별장과의 거리만큼이나. 1948년부터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할때까지 김일성과 부인 김정숙, 그리고 김정일과 김경희가 이곳에서
여름철 휴가를 즐겼다고 한다. 지금은 그 무한할듯 보이던 권력을 내려놓고
깊은 잠에 잠든 부자가 이곳에서 한때는 평온한 한때를 보냈다.
화진포가 특히 좋은것은 비단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한적함만은 아니다.
동해의 해변이나 항구에는 횟집들과 민박집들이 있어 다소 번잡함과 인공미가 느껴지지만
이곳 화진포해변에는 그런 시설이 없다. 물론 초도항이나 대진, 거진이 가까워 숙소와 먹을곳은
그리 잡으면 되지만. 이곳 화진포는 여행자들에게 언제나 푸른 바다와 청정한 바닷물로 고민과 걱정,
스트레스를 풀고 갈 수 있는 휴식의 장을 아낌없이 마련해준다. 해변을 바람과 갈매기를 따라 발자국을
남기며 걷다가 다시 원래로 돌아온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은 아름답고 인생의 발걸음도 그만큼 가볍다.
해변에 남긴 사랑의 하트도 바닷물에 씻겨 점점 퇴색해간다.
인간은 유한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자연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잔잔하지만 영원의 세월을 흘러간다.
화진포를 기억하며 화진포를 그리워하며 아쉬운 발길을 옮긴다. 화진포는 평화이고 추억이고 여유로움이다.
겨울바다에 추억의 붓을 들어 담백한 먹으로 사랑이라는 글자를 해변가에 남기고 왔다.
화진포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화진포해양박물관에는 다양한 해양생태와 해양생물들,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진포에 왔으면 한번쯤 들러봐야 하는 화진포호는 바다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고 동해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화진포가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동해에서도 강릉, 양양, 속초를 지나서도
한참을 북쪽으로 달려가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먼길을 달려가서 만나는 화진포는 고된 여행길을
환하게 꽃처럼 밝혀주고 상쾌함을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화진포를 보고 병사들이 점점 길에서
비상에 대비한 경계태세를 하고 있는 7번 국도를 달린다. 화진포에서 5분여를 달리니 동해안의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이 반겨준다. 그리고 북한지역 휴전선과 금강산의 비경이 펼쳐지는 통일전망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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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도 화진포는 이상스레 겨울에만 몇번 가본거 같네요~ 김일성별장 옥상에서 바라본 바닷가 풍경이 일품이었어요
ㅎㅎ 그러셨군요. 바닷가 물도 깨끗하고 참 아름다운 곳 같습니다!
물이 맑고 공기 좋은 것은 변함 없는것 같습니다..겨울에 몇번 갔는데. 많이 추웠네요~ 여름에 한번 가보려구요.
네~~ 여름에 가서 만나면 쇠주한잔 같이 기울이시지요~~
2년전에 아이들과 포들님과 비슷한 코스로 다녀왔습니다.
근데 사진의 감동은 정말 다른데요....
그러셨군요.. 저도 몇번 다녀왔는데요. 여름과 겨울 둘 다 좋지만 겨울철이 더 낭만적인것 같았네요.. 아이들과 함께라면 여름 조용하고 깨끗한 해변에서 놀기 정말 좋더래요. 수심도 깊지 않아 더욱더요. 좋은 한주 보내시구요!!! 저녁 맛나게 드세요~~ 감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