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이태리 트리에스테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초원에 그림같은 집들이 간간이 있고, 그 집들은 색상이나 모양이 깔끔하고 아름다워 차창밖 풍광으로는 그만이다. 논이 없고 옥수수밭 위주에 간간이 보이는 밀밭, 기타 밭작물로 이루어진 농경지는 평화로워보이기는 하지만 여유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여행도 끝물. 시간적 촘촘한 이동을 공간적 순간이동으로 빨리 돌리기 필름처럼 한꺼번에 둘러 본다.
1. 여행 대강
일자 : 2022.9.2.
시간 : 12시52분 트리에스테 출발~22시2분 비인 도착
2. 여행체럼
슬로베니아 사바나 역 20분 정도 지연이다.
유럽은 전체적으로 어디가 어딘지 헷갈릴 정도로 풍광도 건물도 비슷하다. 옛날 거리도 그렇고, 현대 거리도 비슷하다. 야외 농경지도 그 나름대로 거의 비슷하다. 얼핏 마주치는 풍광이 유럽 어느곳인지 말하기는 참 어렵다.
우리도 그럴까. 한중일이 비슷할까? 동남아와는 어떨까. 일단 동남아와 동북아는 다르다. 기후와 풍광과 주거지의 모습이 다르다. 한중일도 다르다. 건물도 농경지도 나름의 변별성이 있다. 유럽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자연적으로 유사하여 EU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는지 모른다.
유럽은 아시아와 달리 밀농사 지역이라 인구가 조밀하지 않고, 산이 많아 지역별로 분리되기 쉬워 적은 인구로 만든 국가가 많아졌다. 인구가 소규모로 나누어지다 보니, 개별적 정체성과 권리는 보존할 수 있으나 대규모 경제의 강점은 누릴 수가 없어서, 작게 또 크게 살고자 하는 요구를 지킬 수 있는 EU를 만들어냈다.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답지만 국경을 넘어서도 비슷한 풍광이 하나의 나라, 하나의 문화권을 통과하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준다. 당연히 논이 전혀 없고, 밭농사의 산출을 높이려는 비닐하우스도 없다.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여야 할 필요는 없을 만큼 개인에게 주어지는 토지가 충분한 것이 틀림없다.
소나무가 자주 뵈지만 굵지는 않다. 우리보다 기온이 낮아서인가.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소나무는 국민 정체성과 일치할 만큼 전국적이다. 국민소나무는 일본의 삼나무를 이겨 임진왜란의 해상전 승리를 가져왔다. 삼나무배는 강도 면에서 소나무배와 맞설 수 없었다. 이를 알아낸 일본인들은 몰래 우리 무인도에 숨어 들어와 거주하며 소나무배를 건조해 돌아가기도 했다.
왕릉의 도래솔로 높직높직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여기서는 보기 힘들다. 대신 자작나무가 보인다. 하얀 줄기가 눈이 묻은 거 같은 자작나무, 악조건을 떨쳐내며 줄기로는 고난극복을, 잎으로는 당당함을 보여주는 서늘한 기운이 이른 가을의 하늘에도 서려 있다.
驛舍들은 대부분 썰렁하다. 비어있는 집처럼 휑한 역사도 아시아와 다르다. 사람 찾기가 쉽지 않은 황량함이 서유럽과도 다르다. 아직 관광객도 많지 않고, 내국인의 이동도 많지 않은데 역사는 너른 공간의 인간 점유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어느 때나 저 역사들이 사람으로 북적일 것인가. 왠지 歷史의 중심에서 밀려난 한적함은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거 같다.
지난 역사의 영광과 현재사의 여유를 보기에는 안성맞춤인 여행이다. 밤이면 우리가 호프집에서 맥주 마시듯이 아이스크림 집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며 회합을 갖는 트리에스테 사람들을 멀리하고 기차는 달리고 달린다. 항구 선창가가 아름다웠던 도시, 산 아래 길과 철로와 바다가 한꺼번에 놓인 도시, 그곳에 미술관이 많았던 도시 트리에스테가 사라지고 평범했던 슬로베니아 루블라냐도 뒤로 뒤로 사라지면서 비엔나를 향해, 아시아를 향한 귀국 일정의 닻이 오른다.
(작년 여행 얘기를 제때 정리하지 못하고, 이제야 탑재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논이 없는 지역이라 평화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비옥해보이지는 않는다. 밀농사는 쌀농사보다 수확의 효율성이 떨어져 인구 부양능력이 쌀보다 현저히 떨어져 인구 밀집지역을 만들지 못한다. 그런 밀농사의 특성이 거주지에도 농경지에도 담겨 있다. 그래서 기차도 사람이 밀리지 않아 나같은 여행객이 편하게 레일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입석까지 언제나 만원이 우리 기차 현실에서는 외국인이 패스를 이용하여 기차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옥수수밭
식당칸. 어디든 여유가 있어서 좋다.
옥수수밭
앞으로 2시간. 기차는 5분 연발한다. 이 카펜버그역에서 새로 올라타는 사람들 덕분에 기차는 거의 만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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