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만만치 않더니
立秋인 오늘은 조금 꺾인 듯 하다.
벌써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목이 가늘어 슬픈 코스모스, 해바라기의 환한 웃음이
보는 이를 한결 넉넉케 한다.
서늘한 바람을 느낀 여왕벌이 산란에 분주하다.
무더위에 잠시 중단됐던 봉군도 산란판이 제법 형성돼 있다.
내검도 할 겸 사양을 했다. 한 통당 4홉 정도씩 급이 했다.
가을철 산란을 잘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 산란된 것이 20여일 후에 태어나고
월동에 들어갈 벌들이다. ^^
9월 중순까지 순조로운 산란을 받아야만 강군으로
월동에 들어갈 수 있고, 내년도 봄 벌을 양성하는데 문제가 없다.
작년도에는 이때쯤 사양을 너무 많이 해서
산란권이 축소되고 저밀이 많아지면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8월초부터 조기에 사양을 많이 시키면 소비에 저밀권이
넓어지고 산란할 공방이 부족함을 볼 수 있다.
산란권을 확보하기 위해 빈 소비를 넣어줘야 하고
벌들에게 과도한 저밀을 강요하여 수명이 단축됐다.
소비의 삽입으로 벌의 착봉 상태는 나빠지고 불필요한 저밀층만
형성돼서 결국 월동벌이 빈약한 상태로 겨울을 나고 봄에 2장 벌도
안 되는 봉량으로 봄벌 키우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가을철 산란을 잘 받는 것은 상당한 기술을 요한다.
식량은 부족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산란공방을 확보하고
벌의 착봉 상태를 좋게 만들어 줘야한다.
가을꽃이 피기 시작하는 이때부터는
유밀도 조금씩 되고 화분의 반입도 제법 많아지는 계절이다.
가을 냄새를 맡은 말벌들이 본격적으로 봉장에 내습한다.
아직 장수말벌은 그리 많지 않은데 흑등말벌은 연실 꿀벌을
낚아채 간다. 한 마리씩 잡아가서 나뭇잎에 앉아 맛있게 먹는다.
소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관찰하노라면
죽는줄도 모르고 정신나간 말벌이 어슬렁거린다.
면포도 안 쓰고 맨손으로 손뼉을 쳐서 말벌 몇 마리를 잡았다.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작년도에도 봉우 중 한 분이 말벌한테
눈을 쏘여서 양쪽 눈 모두 실명한 적이 있다.
봉장에 들어 갈 때는 반드시 복면포를 쓰고 장갑을 껴야한다.
사소한 부주의가 불구를 만든다. 설마가 불행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