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1. 불날. 날씨: 따듯한 날이라 겉옷을 벗어도 괜찮다. 미세먼지는 아침에 나빴다고 보통으로 바뀌었다.
아침열기-수학(세 자리 수 덧셈과 뺄셈, 곱셈과 구구단 선그리기)-점심-청소-텃밭 씨앗 뿌리기-원형직조 씨실 만들고 걸기-마침회-교사회의-우리말 글 연수
[배움의 기쁨과 알아가는 즐거움이 반복된 익힘에 눌리지 않도록-수학]
날이 푹하네요. 미세먼지 때문에 자꾸 관악산과 청계산을 올려다 봅니다. 열두 어린이가 모두 아침 걷기 시간에 와서 좋습니다. 모두 밀밭으로 들어가 땅을 밟아줬어요. 이번에는 밀 농사가 잘 되어 밀가루를 만들 수 있기를. 두 번째 숲 속 놀이터에서 명상하고 산수유꽃이 활짝 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견주어봤어요. 햇빛이 더 들어오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를 아이들이 금세 알아차립니다. 날마다 자연의 변화를 알아차리며 철마다 사람이 할 노릇을 생각해 보는 봄입니다. 학교 숲 속 놀이터로 들어와 다 함께 피리를 불었어요. 봄을 맞아 줄곧 불고 있는 고향의 봄, 사계의 봄은 아주 익숙하고,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곡도 보통 속도가 나옵니다. 홀로아리랑도 네 곳을 잇달아 불어보는데 점점 호흡이 맞아들어가고 있습니다. 점점 빨라지는 아이들 호흡이 잔잔해질 때면 멋진 화음이 나올 듯 싶습니다. 열 곡 쯤 불 때 노래 만들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실로 들어가 아침열기를 이어갑니다. 날마다 아침 걷기를 하고 교실로 들어가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둘레를 눈여겨 보며 철을 알아가고, 학교 생활을 시작하기 앞서 몸과 마음을 깨우는 뜻이 있어요. 걸으며 아이들 몸 상태를 확인하고 얼굴 표정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이어 교실로 들어가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암송하는 흐름이 줄곧 됩니다. 익숙할 때쯤 날마다 줄곧 하는 것과 날마다 새롭게 아침을 여는 활동이 아침열기를 채우겠지요. 3월은 서로 익숙한 흐름으로 3학년 살이를 계획학고 몸과 마음을 만들어가는 때가 맞습니다. 새학기 긴장과 이완이 조화로울 때쯤 한 모둠에서 펼칠 집중 공부들이 다가올 것입니다. 저마다 또 다 함께 만들어가는 꼭지들이 서로를 채우는 과정이지요.
아침열기를 마치고 쉰 뒤에는 수학 공부를 했어요. 1, 2학년 때와 달리 쉬는 시간이 조금 짧아지고 있다는 걸 아이들이 슬슬 알아가고 있습니다. 수학 시간에는 세 자리 수 덧셈과 뺄셈을 수학 책과 익힘 책으로 연습을 하는데 받아내림과 받아올림에서 익힘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보입니다.
"실수를 많이 하고, 잘 모르는 거나 이해가 안되는 걸 많이 물어보는 게 중요해요. 그러니 잘 모르겠다 싶으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물어봐야 해요."
어렵다는 어린이부터, 어떤 곳은 잘 이해가 안가는 게 있다는 걸 정확하게 알려주니 선생이 도와줄 수 있어 좋습니다. 하나하나 확인하는 차례를 밟아 더 도울 것을 찾는 게 선생 일이겠지요. 수와 셈이 생활에서 자연스레 쓰인다는 걸 줄곧 말하고 보여주고 있지만 익힘은 저마다 몫이 있습니다. 고물상을 다녀오고, 술빵 재료를 재서 계산하고, 우리가 걷는 길의 거리를 가늠하고, 아이들이 겪는 모든 활동에 수와 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익힘의 까닭이 분명함을 아이들을 알고 있지만, 막상 계산이 안되는 부분이 나오면 괜히 수학이 어렵다 싶어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니 셈은 익히면 되는 것이란 걸 자꾸 말하고 연습하면 그만입니다. 세 자리 수 덧셈과 뺄셈에서 어림으로 수를 찾아내고, 받아올림과 받아내림의 뜻을 이해하는 건 어림과 함께 위치가 바뀔 때 정한 규칙을 알아차리고 나만의 방법과 감각으로 기준과 규칙을 익히는 것입니다. 두 자리 수와 한 자리 수, 두 자리 수, 세 자리 수를 다시 복습하고 진도를 확인하며 아이들마다 수와 셈에 대한 감각과 익힘의 정도를 파악하고 있으니 4월부터는 아이마다 도울 곳을 뚜렷하게 짚어줄 수 있겠다 싶습니다. 덧셈과 뺄셈, 곱셈 박사가 되어 나눗셈과 분수의 개념을 잡아내는 셈의 흐름대로 사칙연산에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지요. 저마다 감각과 기호는 다르지만 영특한 아이들이라 자신있게 셈을 하고 뛰어난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어려워할 때 용기를 주고 격려하는 것, 익힘에 정성을 다하도록 돕는 몫이 선생에게 있습니다. 또한 자연과 활동이 수학으로 연결되도록 끊임없이 묻고 정리하고 익히도록 도와야지요. 인웅이는 셈 수업이 끝나고도 끝까지 묻고 마무리 못한 걸 정리합니다. 제도권학교에서 처럼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아래 학원에서 배우고 온 아이들은 천천히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 이해 수준을 천천히 밟아가는 이 기쁨을 모를 테지요. 다른 아이들이 모두 놀러 갈 때도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걸 붙잡고 물어서 이해해서 정리하는 인웅이를 보며 배움에서 선생이 할 노릇을 생각합니다. 셈 수업을 마치고 쉬는 때에 유민이가 선생에게 한 마디 건넵니다.
"선생님 우리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어려워요."
"맞아. 우린 3학년이 되어서 2학년 때보다 어려운 걸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은 어려워도 금세 쉬워질 거예요."
쉬는 시간이 더 많기를 바라는 유민이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 번은 넘어서야 할 것이라 격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배움의 기쁨과 알아가는 즐거움이 반복된 익힘에 눌리지 않도록 부족한 선생이 애쓸 게 많습니다.
이어지는 구구단 선그리기는 구구단으로 도형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원을 그리고 구구단 규칙대로 선을 그려 도형을 만드는 것이요. 지난 번 2단과 3단에 이어 오늘은 4단 선그리입니다. 별 모양이 나오니 아이들이 즐거워합니다. 곱셈의 뜻을 도형 옆에 정리하곤 하는데 선생이 칠판에 쓴 걸 저마다 선그리기 공책에 써 넣습니다. 그런데 준섭이는 선생이 쓴대로 그대로 쓰지 않고 별모양 도형에 4단 곱셈을 써 넣으며 도형과 셈이 어울리는 예술을 창조하네요. 묻고 답하며 곱셈의 뜻을 발표하는 어린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모두 수학 영재들이 맞습니다.
낮에는 지난 번 모종으로 낸 씨앗을 밭에 그대로 심어봤습니다. 모종과 직파 두 가지를 모두 해본 셈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뭔가를 심고 물을 주고 가꾸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금방 씨를 심고 물을 주고 더 물을 줄 곳을 찾습니다. 1층 강당으로 들어와 지난 주 걸은 훌라후프 원형 직조에 씨실을 걸을 채비를 했어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라 자연스레 협력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가 흘러나옵니다. 여섯 개 원형직조 틀에 아이들이 엮은 양말목 직조 실로 씨실을 걸었어요. 방법을 알려주었으니 다음 부터는 어린이들이 모두 직조를 할 것입니다. 색도 다르고 엮어가는 것도 조금씩 다를 것이니 모두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 만들어지겠다 싶습니다. 손놀림 속도와 색을 맞추는 기호에 따라 직조 날줄 갯 수도 다르게 나오고, 양말목 실 갯수도 다르네요. 언제나 우리는 다르다는 보여주고 있는 어린이들입니다. 그 기운을 오롯이 가꿔가도록 애써야겠지요.
마침회 시간에는 요즘 학교에서 애쓰는 고운말 쓰기, 거친 말과 거친 몸짓 하지 않기, 때에 맞게 말하고 행동하기에 관한 말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을 줄곧 듣는 어린이는 괴롭겠지만 모둠마다 하루를 마치며 맺힌 것 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모둠이나 우리 모둠에서 할 이야기를 뚜렷하게 하는 어린이들입니다. 동생들에게도 형들과 언니들에게도 전할 말을 정확하게 합니다. 모두가 함께 살며 고쳐야 할 것을 배우는 셈입니다. 어른들 세상에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녁에는 우리말 글 연수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멀리 강원도 홍천에서 오신 분들, 우리말 글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함께 모여 한 해 공부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리말 글 연수 모임이 10주년이 된느 해라 사실 감회가 새롭습니다. 2008년 함께 모임을 시작했던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동지들은 없지만 새로운 동지들이 우리말 글 연수 모임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10주년에 걸맞게 우리말 글 연수모임이 더 풍성하게, 역사에 걸맞는 활동과 성과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공부했던 역사들을 정리해 발표하며 새롭게 마음을 먹었어요. 우리말 글 연수모임 10주년 해, 우리 말 글과 아이들 삶을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성찰하겠다고. 함께 한 분들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밤 늦게 학교에서 막걸리를 앉혔습니다. 명상의 시간인 셈입니다. 4월 1일 마을 벼룩장터에서 함께 나눌 식구들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첫댓글 서연이가 오면 피리 좀 불어달라 해야겠습니다. 인웅이의 성실함도, 유민이의 힘듦도 눈에 선하게 보이네요. ㅋㅋ 힘내라, 알찬샘~^^ (우리 알찬샘 맞지요? ^^;; 옹달샘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