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장군은 이백이십한번째 정기답사로, 지난 11월 8일과 15일에 2차례 제주로 억새답사를 다녀왔습니다.
11월 8일 출발팀은 예년의 11월의 제주의 쾌청한 날씨와는 달리 구름이 잔뜩 몰려와 흐리다 비가 오다를 반복하고 결국 풍랑주의보 발효로 비양도에 들어가지 못하는 등 여행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을 떠나면 그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긍정적인 여행관을 가진 우리 회원들은 흐리면 흐린대로 그 안에서의 기쁨을 발견하며 즐겁게 여행을 이어가셔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11월 15일에 출발한 2차팀은 날씨가 맑아 제주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릴 수 있었던 반면 인원이 적어 소형버스를 대절한 관계로 짐을 부릴 공간이 부족해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여행은 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고 또 이로 인한 반전이 있다는 점에서 스릴이 있는 것 같습니다. 1,2차 여행 참가자의 희비가 엇갈리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다음여행에서는 또 어떻게 뒤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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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제주에 도착한 1차팀은 성게보말죽과 소라구이로 제주 내음 그윽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다빛이 아름다운 월정리해변, 갈매기의 군무가 환상이었던 세화해변, 덤으로 얻었던 해질녘 종달리 해변과 문주란자생지 등 아름다운 제주의 동쪽해변을 즐겼습니다. 아끈다랑쉬 오름의 억새밭과 송아지와 억새와 사람들이 어우려졌던 용눈이오름 트래킹까지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쏟아지는 빗줄기. 그나마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절물휴양림으로 이동해서도 숲 속에 있는 숙소로 짐을 옮길 때 쯤 또다시 멈춰주는 빗줄기가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튿날 이어지는 비로 휴양림 내의 장생의숲길은 폐쇄되었지만, 보슬비 내리는 휴양림 내의 아름다운 삼나무숲길을 우중 산책하는 운치는 그 어떤 것 못지않게 멋졌습니다. 쭉쭉 뻗은 삼나무들이 아련하게 겹쳐지는 모습은 싱그러운 원시자연의 생명력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기 충분했습니다. 점심은 토종닭샤브샤브로 두둑히 배를 채우고는 폭우를 피해 산굼부리 대신 중문 지삿개 주상절리로, 기당미술관과 대정 추사유적지로 발길을 돌립니다. 제주가 육지에 비하면 그리 넓은 면적이 아님에도 지역별로 날씨가 많이 틀리더군요. 산굼부리가 있는 산간지방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서귀포 바닷가는 비가 오지 않으니 말입니다. 덕분에 용암이 흘러내려 급격히 식으면서 빚어낸 주상절리,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검붉은 육각형 돌기둥의 장관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여행의 품격을 높여준 기당미술관의 변시지 화백 특별전관람과 추사유적지 방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변시지화백은 자신이 사랑하는 섬, 제주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제주화풍을 세운 분으로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에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작품을 게시하는 분입니다. 제 눈에는 푸르고 맑게만 보이는 제주의 찬란한 빛을 황토빛으로 해석하고 먹선으로 간결하게 상징화한 그림들이 독창적이고 멋졌습니다. 이어서 방문한 추사 김정희유적지에서는 추사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나 세한도에 나오는 집을 본떠 지은 추사유적건물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문화재를 보존하고 관리할 때 이런 문화적 감수성과 감각을 살린다면 얼마나 보기좋은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날 아침 비양도가 바로 건네다 보이는 숙소 앞 등대까지 산책하면서 잔잔하기만한 바다를 보며 비양도행을 소망하였으나, 풍랑주의보 발효로 결국 비양도행은 포기하고 대신 월령리 선인장자생지 바닷길 산책과 이시돌목장의 아름다운 글라라수녀원과 천주교성지를 산책하였습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성지를 거닐자니 마음은 더없이 평화롭고 잔잔해졌습니다. 다들 제주 여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한다고 좋아하셨습니다. 제주의 풍속과 삶을 재치있게 조각한 명장 장공익 선생의 금능석물원, 올레17코스이기도 한 제주상설재래시장인 동문시장을 들려 2박3일간의 제주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11월 15일에 출발한 2차팀은 미리 예약했던 항공편이 항공사 사정으로 1시간 빨라져 새벽부터 잠을 설치고 김포공항에 나와야 하는 불편이 있었습니다. 대신 그 덕분에 긴급 편성한 올레길 18코스 일부구간을 걷는 행운이 있었지요. 밭둑길에서 마을길을 돌아 바다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아름다운 월정리 해변과 바닷가의 아름다운 카페도 구경해봅니다. 바닷가 쪽으로 난 담에 액자모양의 구멍을 뚫어 안에서 바라보게 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입니다. 억새가 장관인 아끈다랑쉬오름과 부드러운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오름을 트래킹으로 첫날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다음날 오전에는 개별적으로 절물휴양림을 산책하며 맑고 상쾌한 아침숲을 즐겼습니다. 저는 회원 두 분과 함께 장생의 숲길을 거의 완주했는데, 원시의 숲이 보존된 아름다운 숲길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다시 한번 많은 분들과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종닭샤브샤브로 점심을 한 뒤에는 산굼부리 억새밭으로 올라 드넓게 펼쳐진 억새의 품에 안겨보고, 서귀포가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을 거쳐 기당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아쉽게도 지난주까지 진행하던 변시지화백의 특별전은 막을 내렸지만 젊은 제주화가의 판화기획전도 볼만했습니다. 방어회를 먹으러 모슬포로 이동하는 길에 사계해안도로와 모슬포바닷가에서 일몰을 만나는 행운도 누렸습니다. 세차게 부는 바람과 붉은 태양, 멋진 구름으로 노을을 연출하는 하늘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습니다.
마지막날은 비양도 입도 성공, 오후부터 비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있었고 한두방울씩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으나 다행히 바다가 잔잔해 무사히 비양도에 들어갈 수 있었지요. 다같이 비양도일주도로를 한바퀴 돌고 일부는 자연습지인 팔랑못을 산책하고, 일부는 비양봉 정상 등대까지 올라봅니다. 날은 흐렸지만 비양도는 구름에 쌓인 한라산과 본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장관을 펼쳐놓고 있었습니다. 1차에 못 오신 분들의 몫까지 다해 비양도의 아름다움과 고즈넉함을 누려보는 시간이었지요. 오후에는 비가 시작되고 우산을 쓴 채 금능석물원과 동문시장을 돌아보고는 제주일정을 마무리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2차팀이 비행기를 타고 김포로 이동하는 동안 기상상태가 나빠 많이 힘드셨지요. 그런데 다음날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떠난 바로 그날 한림부근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흔들렸으나 우리가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제주를 빠져나왔는지 한숨을 돌렸답니다.
이렇게 해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주답사가 무사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더 나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고, 아쉬움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채워져서 감사하지 않았나 위안해봅니다. 무엇보다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즐겁게 여행을 즐기고 함께 배려해주신 회원님들 덕분에 여행이 잘 정리되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행의 아쉬움은 다음을 기약하는 여지로 남겨두겠습니다. 여전히 변함없는 제주답사에 대한 여러분의 성원에 힘있어 내년에도 새로운 코스와 맛집순례를 준비해보겠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춥고 건조해진 날씨에 여행의 피로가 남지 않도록 건강관리 잘하시고, 11월 서산철새답사와 12월 영광 송년답사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2번씩이나 제주답사를 무사히 잘 마침을 감사드립니다
1차여행때 가지 못한 산굼부리와 비양도를 2차여행때라도 가게 되었다니 더욱 감사드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