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윤 정부의 재정 위기..." 깨어 보면 후진국" / 11/6(월)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S] 이상민의 국가 재정, 윤 석열 정권이 낳은 위기
한국 경제가 "정체" 하고 있음을 한국 은행이 공식 인정했다. 기획 재정부가 한국 경제의 성장 "둔화"를 공식 인정하고부터 반년. "둔화"에 머무르지 않고 "정체"라는 단어가 나오는 만큼 최근 한국 경제는 악화되고 있다. 물론 심리적으로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항상 나쁜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체"라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특히 감회도없이 들릴지도 모른다.
- 위기를 기회로 한국 경제
그러나 외환 위기 극복 이후 한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경제 지표만 보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다. 국내 총생산(GDP)은 1998년에는 380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1조 6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실로 330% 증가했다. 이 기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 GDP증가율은 104%에 불과하다.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는 "혼자 성장"으로 불리는 미국 GDP증가율도 130%이다. 유럽의 제조업 강국 독일은 70%, 영국은 64%, 일본은 26%에 그친다.
양적 성장만이 아니다. 한국의 질적 성장은 더욱 눈부시다. 2000년 한국의 GDP에 대한 연구 개발(R&D)비 지출 비율은 OECD평균에 미달됐다. 그러나 이 20년간의 연구 개발비 지출 비율은 미국과 대만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이스라엘과 투톱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2000년 한국의 사회 복지 지출액은 GDP의 4.4%로 압도적인 최하위였으나 12%까지 늘었다.
2000년대의 눈부신 성장의 비결은 어떤 것이었을까. 유소년 인구는 줄어든 반면 아직 노인 인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 생산 연령 인구가 황금기를 맞은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어 2000년대에야 한국의 재정이 정비되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한국 재정의 기초는 2006년 국가 재정 법이 제정된 것에서 준수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재정이 자원 배분의 효율성, 공평성, 경기 조절 등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사실 1998년 한국 정부 총 지출액(OECD에 의한)은 100조원에 불과했다. 2020년 660조 원을 넘는다. 그 증가율은 GDP증가율을 훨씬 넘는다. 아직 GDP에 대한 국가의 지출 규모는 OECD평균을 크게 밑돌지만 그래도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결국 한국은 1970년대에는 산업화, 1980년대에는 민주화에 성공하고 2000년 이후는 국가 재정의 기틀 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이런 "제2의 한강 기적"으로 구매력 평가의 1인당 GDP는 2018년에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실질 1인당 GDP도 2027년 또는 2030년인지는 모르지만 조만간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여겨졌다. 한국 경제는 2008년 금융 위기와 코로나에 직면했지만 위기 때보다 오히려 다른 선진국보다 빨리 극복했다. 그야말로 "깨어 보면 선진국"이었다.
- 정부의 "비뚤어진 재정 정책"
그러나 올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1.4%이다. 미국은 2.1%이다. 21세기에 들어 처음으로 일본의 성장률(2%)을 밑돌았다. IMF가 제시한 선진국 평균 경제 성장률(1.5%)에도 못 미친다. "깨어 보면 후진국" 같은 감각이다.
올해 경제 지표를 정밀 분석해 보자. 경제 성장률(GDP증가율)은 "소비+투자+순수출"이다. 이들이 늘어나면 GDP도 늘어난다. 올해 수출은 제3분기(누적)까지 7.2%증가했다. 수입 증가율 2.9%를 크게 웃돌았다. 수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내수이다. 올해 제3분기까지 투자(총 고정 자본 형성)는 -0.38%로 마이너스 성장. 소비(최종 소비 지출)는 불과 0.16%증가에 그친다. 1.6%가 아니다. 소비가 3분기에 0.16%증가에 머무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결국 최근 경기 침체의 주범은 소비와 투자에 기인하는 내수의 위기이다. 제3분기까지 누적 소비 증가율이 0.16%를 밑돈 것은 과거에 있던 것일까. 바로 외환 위기, 신용카드 위기, 금융 위기, 코로나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즉, 내수는 1997년 이후 이런 위기의 시기를 빼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그럼 2023년의 위기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는 외국에서 비롯된 것도 아닌 진원지도 분명치 않다. 나는 이를 "정부 재정 위기"라고 명명하고 싶다.
코로나의 경우 민간 소비가 감소(-6.4%) 하는 때 정부는 지출을 늘리고(2.3%) 소비의 감소를 막았다. 금융 위기 때도 민간 소비의 감소(-2.9%)를 정부 지출의 증가(-5.6%)로 완화했고 신용카드 위기도 민간에서 발생한 문제를 정부가 진화했다.
그러나 2023년 경제 위기의 진원지는 민간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가계 부채 증가에 따른 민간 소비의 감소를 2023년 위기의 진원지로 평가하지만 민간 소비는 올해 제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0.84%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 소비는 -1.56%로 마이너스에서 내수 악화의 주범이다. 올해 민간 투자 증가율은 0.62%, 정부 투자는 참으로 -5.63%로 전체 투자 증감률은 -0.38%이다. 결국 2023년 경제 위기의 주범은 정부이며, 이러한 경제 위기는 "정부 재정 위기"로 불러야 한다. 국가 재정의 원칙은 가계의 원칙과는 정반대이다. 가계는 수입이 늘면 지출을 늘리고 수입이 줄면 지갑 끈을 졸라매야 하지만 국가 재정은 내수가 부진하면 지출을 확대하고 내수가 호조이면 지출을 줄인다는 식으로 경기 조절의 역할을 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향후이다. 2023년 정부 지출은 왜 줄어들었을까. 세수가 줄어든다고 정부는 당장 지출을 줄인다. 그럴 수 있을까. 국가 재정은 주먹 구구는 아니다. 올해 지출의 용도와 규모는 모두 2022년 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미 확정됐다. 여야는 그야말로 극도의 정치 투쟁을 통해서 2023년에 639조원을 지출하기로 확정한 것이다. 임의로 지출을 줄이는 근거는 전혀 없다. 세수 부족으로 지출을 빼고 싶다면 국회에 감액 보정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권은 감액 추경 등에 대한 국회의 동의 없이 임의로 지출을 줄였다. 그 결과야말로 2023년 "정부 재정 위기"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23조원의 교부세 등을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지 않는다는고 한다. 국회가 확정한 금액을 예산 수정조차 하지 않고 자치 단체에 지급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한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이 꼴이라 행정안전부는 23조원의 교부세의 감액을 공문서 1장도 내놓지 않고 통화 등의 비공식적인 절차로 통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아무런 지적도 반응도 없다. 경기가 어려우니 적어도 이미 국회가 확정한 금액 정도는 정부에 충실히 지출해주길 바라지만 그마저도 하늘의 별따기다. '깨어나 보면 후진국'이 되고 만다는 감각이 빠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상민 | 국가재정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 내역을 매일 갱신, 분석하고 있는 타이핑 근로자. 저서로 경제뉴스가 그렇게 어려운가요? 등이 있다. (문의 jap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