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Eyre Charlotte Brontë
산산이 부서진 행복
이 들뜬 단언을 듣는 순간 나는 몸서리를 쳤다.
"지금 내가 어떤 입장에 처해 있는지 알거야. 그렇지?"
그는 말을 계속했다.
"청년기와 장년기를 반은 비참하고 반은 고독한 가운데서 지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진정으로 사랑할 상대를 발견했어.바로 당신을 찾아낸 거야.
당신은 나와 한마음을 가진 사람이며 보다 나은 내 자신이고 나의 착한 천사야.
나는 강한 애정으로 당신한테 묶여 있어.
그래서 내 마음 속에는 강렬하고 진지한 정열이 생성되었지.
이 정열은 당신에게 기울어져 당신을 나의 중심과 생명의 원천으로 끌어들이고
내 존재로 당신을 감싸고 강력한 불꽃으로 타올라 당신과 나를 하나로 융합시키는 거야.
내가 당신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 사실을 느끼고 알았기 때문이야.
너에겐 이미 아내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날 조롱하는 말에 지나지 않아.
나에겐 소름 끼치는 악마가 있을 따름이라는 것은 당신도 아는 사실이야.
당신을 속인 것은 내 잘못이었으나 그것은 완강한 당신 성격이 염려됐기 때문이었어.
편견이 일찍 뿌리를 박을까 봐 걱정 되었지.
위험한 비밀을 털어놓기 전에 당신을 안전하게 손에 넣을 생각이었으니,
어쨌던 비겁한 방법이었지.
지금의 상황처럼 우선 당신의 고결한 성격과 관대한 마음에 소호했어야만 좋았을 텐데.
내 괴로운 생애를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보다 높고 보다 가치있는 생활을 갈망한다는 것을 설명하고,
성실하게 마음으로 사랑하고, 또한 성실하게 마음으로 사랑받겠다는 결심이
-이 말은 약해- 아니라 굽히지 않는 기개를 보였어야만 했어.
그래서 나의진실한 맹세를 받아들이도록,
또한 당신도 맹세하도록 애원해야 할 것을 그랬어, 제인...
이제 그것을 해줘."
나는 하나의 시련을 겪고 있었다.
빨갛게 불이 달구어진 쇠 손가락이 내 생명의 급소를 쥐고 있었다.
고투와 암흑과 불꽃의 무서운 순간이었다!
이 세상의 누구도 지금 내가 사랑받는 것 이상으로 사랑받기를 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나는 절대적인 숭배를 했다.
그러나 나는 사랑과 우상을 버려야만 했다.
하나의 엄한 말이 나로선 감당하기 힘든 의무를 말하는 것이었다.
'떠나라!'
"제인, 내가 당신하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겠지?
이것만 약속해 주면 족하겠어.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되겠어요, 에드워드!' 라고"
"로체스터 씨, 나는 당신의 아내가 될 수 없어요."
다시 오랫동안 침묵이 계속 됐다.
"제인!"
그가 입을 열었다.
나를 슬프게 하고 불길한 공포로 돌처럼 싸늘하게 만드는 조용한 음성이었다.
그것은 마치 이제 막 일어나려는 사자의 숨결과도 같았다.
"제인, 당신은 이 세상을 이 길로 살아가고 나는 저 길로 가란 말인가?"
"그래요."
"제인."
그는 허리를 굽혀 나를 껴안았다.
"지금 그 생각으로 있나?"
"그래요."
"지금?"
내 이마와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며 그는 계속 말했다.
"그래요."
나는 그의 팔을 재빨리 그리고 완전히 벗어나면서 대답했다.
"오오, 제인! 이건 너무하잖아!
이건 죄악이야! 날 사랑한다는 게 죄악은 아닐텐데..."
"당신한테 복종하면 죄악이 돼요."
험상스러운 표정이 그의 눈썹을 찌푸리게 하고 얼굴을 스쳐갔다.
그는 일어났으나 억제하고 있었다.
나는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고 몸을 지탱하고 있었으나 온몸이 떨리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마음만은 확고했다.
"잠깐만, 제인!
당신이 가고 난 뒤의 무서은 나의 삶을 생각해봐.
당신과 더불어 모든 행복이 산산이 찢어지고 말 거야.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이 뭐야?
차라리 내게 저 교회 묘지에 있는 시체한테 가라고 해.
어떻게 하면 좋지, 제인?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희망이 있지?"
"내가 하는 대로 하세요.
신과 자신을 믿는 거에요.
하늘을 믿어요.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희망해요."
"정말로, 진심으로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없다는 건가?"
"그래요."
"그렇다면 내게 비참하게 목숨을 부지하다 죽으라고 저주해 줘!"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당신이 죄없이 살다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해요."
"그건 나한테서 사랑과 순결을 빼앗아 가는 거야.
당신은 나를 다시 정열에서 육욕으로, 참에서 악덕으로 몰아 넣는 거야."
"로체스터 씨,
나 자신이 그런 운명을 갖고 싶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에게도 권할 수 없어요.
우리들은 노력하고 인내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거에요.
나 뿐만 아니라 당신도 그렇게 해 주세요.
내가 당신을 잊기 전에 당신은 나를 잊어버릴 거에요."
"그것은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욕하는 거야.
나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말이야.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도
당신은 내앞에서 곧 변하리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어.
당신 판단에 오해가 있든지 아니면
견해에 심술궂은 점이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입증하고 있어!
친구를 절망으로 추방하는 것이 인간 법칙을 위반하는 것보다 낫다는 건가?
나와 함께 살아간다고 해서 분개할 친척이나 지인이 당신에게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