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오늘
아침상을 차려 두런거리다가 이런 시를 쓰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써주신 시,
녹두빈대떡 참 좋아하셨지
메밀묵도 만두국도
일년에 한 두어 번 명절상에 오르면
손길 잦았던 어느것 하나
차리지 못했네
배추된장국과 김치와 동치미
흰쌀밥에 녹차 한 잔
내 올해는 무슨 생각이 들어
당신 돌아가신 정월 초사흘
아침밥상 겸상을 보는가
아들의 밥그릇 다 비워지도록
아버지의 밥그릇 그대로 남네
제가 좀 덜어 먹을게요
애야 한번은 정이 없단다
한 술 두 술 세 숟갈
학생부군 아버지의 밥그릇
아들의 몸에 다 들어오네
아들의 몸에 다 비우고 가시네
- 학생부군과의 밥상
오늘은 어제 강건너 농부형네 가서
잔뜩 술을 마셨더니
말 그대로 작취미성,
겨우 일어나 찻상으로 겸상을 했다.
아버지 제가 만든 발효차예요
차 한잔 드세요
물론 리필 가능하지요
세잔은 기본이고요 얼마든지요
매화꽃도 띄웠으니 흠향도 하시고
다과로 곶감 올렸으니 맛도 보세요
네 들어오실 때 안보셨어요
문밖 처마 끝에 매달아서 만든 거예요 ^☆
첫댓글 아버지~~~
밤새 어머니가 매만져 내신 무명베 하얀 두루마기를 차려입으신 아버지가 무척 보고싶습니다.
...🙏
밀양에 가서 눈물짓다 / 박남준
밀양 박가란다 그게 네 뿌리란다
잊지 말아라 예 아버지
나 그때 세상이 무섭지 않던 시절
아버지와 손잡고 밀양에 가지 못했다
당신도 꼭 한번은 가고 싶었으리
아이들 앞세우며 고향집을 찾듯
소풍처럼 밀양땅 길 함께 걷고도 싶었으리
얼마만인가요
아버지 하고 부르며 달려가 껴안을 수 없는 이름이여
오 아버지 밀양에 와서 당신을 부르네
혼자 걷고 보이는 것 목이 메었으나
함흥냉면도 소주잔도 두 몫을 청하였네
어서 드셔요 오냐 오냐
너도 한잔하거라 예 아버지
나 이제 세상이 무서워지는 나이
아버지와 손잡고 밀양에 가고 싶었네
나 끝내 아버지와 손잡고 밀양에 가지 못했네
박남준 시집『 적막 』中
나 이제 세상이 무서워지는 나이~
누구 손을 잡고 그 곳을 가야 하나?
주문만 하면 척척~
깻잎은 요술방망이~~~☆☆
정초에 농부님에게 술벗이란 좋은 선물을 주고 오셨네요 .시인님!
시인님도 엄청 좋으셨을 것 같고요~
정초 풍습이 남아 있는 그 동네와 사람이 좋습니다^^
처마에 걸어놓으신 곶감도 보셨겠지요~
찻잔에 띄우신 매화도 흠향하셨을 겁니다~
그렇구말구요~~~
시인님,
멀리서 새해 인사 올립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福 많이 받으세요"
拜. 拜 . 拜
(새뱃돈은 심원재 마당을 사뿐이 즈려받고
찻상을 마주하는날 매화꽃 한송이 띄운 차를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