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어
거기, 흙빛보다 조금 더 밝게
빛나던 막막한,
사막이 있고
금방 잊어버리는 상처처럼
싸우는 이들이 있고
그들을 바라보는 여인들이 있고
차라리 온 몸을 던져 망각해 가는 이들이 있던
영화를 봤어
거기, 동과 서를 횡단하던
그 질긴 고독을
그네들이 부딪는 칼들마다
여인네들의 눈물 섞인 웃음마다
삶은 그렇게 우우
소리를 내며 몰려다니더군
나도 안다
그때,
네가 앉았던 자리가
흐릿하게 날아갈 동안
미처 승천하지 못한 온기라도 잡아보려고
어색하게 내밀었던 손의 부끄러움
계절처럼 어김없는 약속으로
네가 그리워질거라는 믿음까지도
영화 속 모래바람보다 더 덧없다는 걸
그래, 나 또한
습관처럼 그리움의 실종을 받아들일 거라는 걸
醉生夢死
삶은 그렇게 우우
소리를 내며 지나쳐 갈거라는 걸
*** 오래전 느꼈던 흙바람이 다시금 찾아와 머리카락 사이로 풀석풀석 지나가는 듯...
오래된 영화를 다시 꺼내보며 과거 어디쯤의 불완전한 메모리칩까지 건드려 버렸다는 후회를 잠시 곰씹다.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의 기능이라던가.. 취생몽사주나 한잔 들이켜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