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동 | Detroit, MI | 에서 | Elmore, OH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120.9 km / ? h | 누적거리 : 776.6 km | |
3. 사용경비 | 예비튜브 1개 : 6.35불 초코바 : 1.49불 샌드위치 햄 : 1.69불 식빵 : 1.49불 맥도날드 커피, 더블치즈버거 : 2.34불 오하이오 지도 : 2.12불 | 총 : 16.48 불 | |
4. 잠자리 | Elmore 마을창고 주변 빈 공터, 텐트 | ||
5. 상태이상 | 오른쪽 어깨 자연회복 되는 중인 듯, 많이 좋아졌다. |
[3월 9일, 여행 9일차, 비 바람]
아침6시, 오늘도 뜨는 해에 맞추어 일어난다. 일어나자 마자 들리는 것은 텐트를 때리는 비의 소리. 어제 본 일기예보 대로 새벽 부터 비가 왔나보다. 어제 지붕 있는 곳을 찾아봤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어나기가 진짜 싫다. 날씨도 영하와 영상의 사이이다. 한 시간쯤 침낭 속에서 미적거리고 있는데 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바로 기상해서, 빠르게 정리. 텐트는 쑤셔 넣듯이 대충 정리한다.
밝은 지금 보니, 여기는 마을 공유의 농기계 창고였다. 빠르게 자리를 이동한다. 일단 어제 인터넷을 사용하였던 우체국으로 들어간다. 우체국 안에서 네비와 아이팟으로 길을 검색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오더니 말을 건낸다.
"밖에 자전거 너꺼야? Trek Portland! Nice bike!"
"응, 내꺼야. 난 지금 여행중이야."
"아, 나는 이 마을에서 작은 바이크 샵을 하고 있어.”
”이따가 10시에 오픈인데 시간맞춰 와봐. 내가 지도랑 정보를 줄께."
"오 그래? 고마워. 시간 맞춰 찾아갈께!"
타이어압도 부족해 보이는데 잘 되었다. 비도 오겠다 오늘은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고 적당히 달리자. 9시 반쯤 나가서 바이크샵을 찾아본다. 아직 10시 전 이지만 반갑게 문을 열어준다.
"잘왔어! 어디로 가고 있어?"
"나 토론토에서 시작해서 워싱턴 거쳐서 뉴욕으로 가고있어."
"아직 시즌이 이른데? 괜찮아? 추울텐데."
"괜찮아. 계속 따듯해 지고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자기 여행한 사진을 보여준다. 볼만한 사진이 많다. 쓸만한 정보를 많이 알려준다. 사진을 보다보니 멋진 길에서 겨울 여행을 하는 사진이 있다. 이 길은 어디냐고 물어보니 피츠버그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길 이라고 한다. 자전거 길이 약 500Km정도 있다는 것이다! 클리브랜드 까지만 가면 피츠버그는 금방이고, 그 뒤는 자전거 길을 따라 가면 되니까 워싱턴까지는 금방일 듯 하다.
거기다가 사진을 보니 경치도 정말 멋져보인다. 무료 캠핑장도 있다고 한다. 최고다! 11시 정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차도 얻어 마시고, 출발해 본다. 아까 얻은 정보로 엘모어부터 시작되는 자전거 길을 타본다. 약 20km 정도 이 길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정말 좋다. 사람도 없고 길은 정비가 잘 되어있다. 비가 오고 역풍만 아니면 완벽한 도로일텐데… 제길.
열심히 달리고 달리지만 역풍에 자전거는 안 나가고 비는 몸을 차갑게 한다. 죽겠다. 중간에 큰 마을이 있길래 들어가본다. 맥도날드다. 바로 들어가서 커피한잔 하면서 인터넷으로 오늘 잘 곳을 정해본다. 클리브랜드부터 90km정도 떨어진 곳에 Norwalk라는 마을이 있다. 내일 클리브랜드 주변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이 정도가 딱 좋은 듯 한다. 이곳 까지 가기로 한다. 보니 공원도 꽤 있다.
다시 나와서 죽어라 밟아본다. 비속 라이딩은 정말 힘들다. 거기에 역풍이라 에너지가 쭉쭉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있는 옷을 다 끼어 입어도 춥다. 비에 젖은 상태로 바람을 맞으니 정말 춥다. 그 와중에 타이어가 터진다. 펑크이다. 비 오는 날만 펑크가 나는 것 같다. 물에 젖은 튜브는 잘 때워지지도 않는다. 바로 예비 튜브로 교체하고 이동한다.
징크스랄까… 여행 중에 꼭 비오는 날에는 꼭 사고가 생겼었다. 평평해진 뒷 바퀴.
이런 얇은 실핀 하나 못 버텨주던 콘티넨탈 스포츠 타이어. 시급하게 교체 해야겠다.
달려가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늘 해로 방향을 대충 가늠하고, 네비로 확인을 해보는데 오늘은 비가와서 아이팟 네비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길을 잘 못들어서 약 1시간을 헤매고 만다. 자전거 길을 찾다가 길을 잘못타서 반대방향으로 진행했다. 이 와중에 한번 더 터지는 뒷 타이어. 공기압이 부족 했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하다. 이 타이어를 다 쓰고 교체 하려고 생각했는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여행용 타이어를 구하는 대로 바로 교체해버려야 겠다. 마지막 예비 튜브로 교체하고 다시 이동. 망할 날씨. 여행 중에 제일 싫은 것은 비와 바람.
다시 방향 제대로 잡고 노르워크로 달려본다. 달리고 달려 목적지인 노르워크에 들어왔다. 최종 목적지인 맥도날드까지 앞으로 3키로. 그런데 갑자기 또 펑크가 난다. 이번엔 앞 바퀴. 오늘만 3번째 이다. 뭐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날도 자전거 타고 처음이다. 이건 운이 없다고 밖에 생각이 안된다. 미치겠다. 이제 예비튜브도 없는 상황. 때워야 하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앞 바퀴라 조심해서 한번 가보기로 한다. 맥도날드까지만 가서 몸을 조금 녹이고 때우기로 결정. 날이 어둡고, 비까지 와서 여기서 때우기는 도저히 무리다. 살살살 조심조심 길의 요철을 조심해 달래가며 달려본다.
갓길로 달려가다가 물 웅덩이를 밟았는데 갑자기 자전거가 휘청하더니 큰 충격이 오고 자전거가 쓰러진다. 오른쪽 어께로 낙법한다. 정신차리고 자세히 보니 도로에 난 구멍에 물이 차서 평평한 웅덩이 처럼 보인 것이었다. 그 순간 차가 옆으로 지나간다. 타이밍 잘못 되었으면 정말로 죽을 뻔 했다. 운이 좋았다.
자전거를 세워서 움직여보니 프론트 휠이 약간 휜 듯하다. 달리는 데 지장은 없다. 그래, 내가 살아있는데 자전거 휠이 휜 것이 무슨 문제일까? 그저 나의 운에 감사하며 다시 맥도날드로 향한다.
맥도날드 도착. 커피 하나 시키고 타이어 튜브를 분리해서 들어온다. 몸에서 물을 떨기며 들어오는 나를 바닥을 청소하던 점원이 묘한 눈으로 본다. 조금 미안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여기서 눈치에 밀려 밖으로 나가면 답이 안 나온다. 타이어를 분리해서 살펴본다. 타이어에 유리가 박혀 있었다. 이 상태로 터진 튜브와 함께 3km 정도를 달렸더니, 그 유리가 튜브를 완전 아작 내놨다. 패치로 때워서 될 상황이 아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구멍이 7~8개가 패치크기보다 넓게 뚧혀있었다.
그 튜브는 버리고, 아까 낮에 펑크가 났던 것을 때운다. 열심히 때우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말을 건다.
"뭐하니?"
"타이어가 플랫이 나서 고치고 있어요."
"여행 중인 것 같은데 어디 가는거야?"
"토론토에서 시작해서 워싱턴 거쳐서 뉴욕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 오늘은 어디서 잘껀데?"
"이곳 근처 공원에서 텐트 치고 자려고 해요."
"그래? 음. 알았어."
하더니 사라지신다.
튜브를 때우고 타이어와 휠을 재 장착하고, 패킹을 다시 하고, 구글 맵으로 잘 곳을 찾아본다. 여기서 보이는 월마트 뒤쪽으로 공터가 하나 보인다. 월마트에서 튜브를 파는지 확인하러 일단 가보기로 하고 풀어둔 짐을 정리 한다.
출발하려는 찰라에 아까 그 할아버지가 부르신다.
"너 오늘 어디서 잔다고?"
"월마트 뒤쪽에 공터가 있길래 거기에 텐트 치려고 해요."
"우리집에서 잘래 오늘?"
"그래도 될까요? 저야 정말 감사하죠!"
차에 자전거를 실으라 하신다.
오늘 하루 정말 힘들었는데 갑자기 잘 풀린다. 이 행운을 위한 고난이었나 싶다. 처음으로 길에서 받은 초대. 집에 가는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Paul, 6명의 자식과, 23명의 손자가 있다고 한다. 자신 또한 6남매중에 하나 라고. 대단한 대가족 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계시다고 했다. 1929년 생이셨다. 나는 손자 뻘이다. 갑자기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 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과거에 군인으로 한국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에도 참가할 뻔 했지만 운 좋게 그 때 일본쪽에서 근무 하였다고 하신다. 한국전쟁에 관련된 앨범과 뉴스 스크랩 등을 보여주신다. 자신의 동료였던 사람들도 많이들 참전 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근무하며 한국을 도운 것이 자랑스럽다고 하신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미국분들은 한국전쟁 등으로 우리나라를 강한 우방국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분을 만날 것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마을에는 꼭 있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과거 한국을 도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미국. 그 반면 미국을 북한 다음 순위의 잠재적 적국으로 생각한다는 우리나라의 설문조사들. 뭔가 아이러니한 일인 듯 했다.
혼자 사시는 집이지만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있었다. 샤워를 하고, 나의 운과 할아버지의 친절에 감사하며 방에서 잠을 청한다.
1. 이동 | Elmore | 에서 | Norwalk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87.6 km / 5:36 h | 누적거리 : 864.2 km | |
3. 사용경비 | 초코바 : 2.22불 맥도날드커피, 더블치즈버거 : 2.19불 맥도날드커피, 더블치즈버거 2개 : 3.64불 | 총 : 8.05 불 | |
4. 잠자리 | Norwalk, Paul 할아버지 집 | ||
5. 상태이상 | 오른쪽 어깨 약간 저림, 왼쪽 아킬레스건 약간. 넘어지며 쓸린 곳 약간 쓰림 |
[3월 10, 11일, 여행 10, 11일차, 눈보라]
일어나니 할아버지가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하고 계시다. 할아버지가 TV를 보라고 한다. 일기예보가 나오고 있다. 오늘 밤에 클리브랜드 일대에 스노우스톰이 올 것 이라고 한다. 스노우스톰이라. 아… 잘 걱정이 된다 진짜.
아침을 먹으며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가 에디슨을 아냐고 물어보신다. 아니 저도 그래도 멀쩡하게 고등교육 받은 놈입니다. 그럼 토마스 에디슨의 고향이 어디냐고 물어보신다. 그것까지는 위인전엔 안나오던데…;;; 여기 근처에 있다고 보러 가자고 한다. 자신의 차로 Norwalk 주변을 관광 시켜주시겠다고 한다. 어짜피 오늘 달릴거리는 70키로 남짓.
노르워크를 둘러본다. 위인전을 보면 에디슨이 달걀을 품고 있는 장면이 바로 이 마을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정말 작은 이런 마을에서 태어난 엉뚱한 아이 에디슨이 그런 대 발명가가 될 줄은 그 시절에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에디슨과 그 어머니의 동상. 이 마을에서 어린 시절 7살까지 성장했다고 한다.
대충 둘러보고,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고 Wakeman 까지 태워다 주신다고 한다. 16km 정도 되는 거리인지라 괜찮다고 해도, 어짜피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가봐야 하는 길이라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신다. 나도 헤어지기가 아쉬워 부탁 드려본다. 그렇게 Wakeman까지 차로 이동한다.
헤어지는 그 때 할아버지가 나의 행운을 기원해 주신다. 나도 오래오래 사시라고 행복을 빌어드린다. 타지에서 만난 낮선 이를 스스럼 없이 초대하여 주실 수 있는 그런 멋진 할아버지. 여행 후에도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생긴 듯 하다.
잊지 못할 폴 할아버지. 엽서가 잘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작별하고 다시 라이딩 시작. 달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어제 온 비로 눈이 녹으면서 강이 많이 불어났다. 조금 더 달리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이 비가 오늘 밤에 눈보라로 바뀌겠군. 타이어 공기압도 조금 부족한데 비가 오니 일단 가는 곳 까지 달려보기로 한다. 어제 펑크 때우면서 조금 덜 채워졌나보다. 펑크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내 운을 믿어 본다.
조금 더 달리다가 깨달았다. 앞 물받이를 할아버지 차에 두고 내렸다. 차에 집어 넣기 위해 분리 했는데 재결합을 안 한 것이다. 돌아가긴 이미 너무 많이 왔다. 앞 바퀴 뒤로 물이 너무 많이 튄다. 추워 죽겠는데 물 맞으며 달린다.건망증이 심해서 항상 주의 했는데 잠깐 마음을 편하게 먹은 사이에 물건 하나를 또 잃어버리니, 그래도 얼마 안 하는걸 두고 온 것이 다행이다.
달리다가 보니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사실 할아버지의 아침은 너무 부실했다. 아니 서양식 아침이 나에게는 좀 많이 부실하게 느껴진다. 한국사람이 아침에 밥에 국을 먹어야 든든하지…. 배가 너무 고파서 대형마트가 보이길래 도넛을 잔뜩 사서 그 자리에서 먹는다. 이제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잼과 식빵도 사서 발라 먹는다. 이제는 식빵과 잼이 주식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빵식 수행. 식빵과 쨈은 항상 들고 다녀야 든든하다.
그 마을에 맥도날드도 보이길래 옆에서 무료 인터넷을 해본다. 날씨와 장비 상태를 생각하면, 오늘 캠핑은 힘들 듯 하다. 몇 일 전부터 계속된 비로 아직도 젖어 있는 텐트와 구멍 난 에어매트리스로 눈보라를 버틸 자신이 없다. 호텔을 검색해보니 40불 이다. 고민하다가 오늘 목적지로 설정한다.
배도 채우고, 다시 라이딩 시작. 가다보니 자전거 도로 표시가 보인다. 바로 들어가 본다. 어디로 향하는 지는 모르겠다. 앞에 사람들이 가고 있길래 물어본다. 다행히 목적지 쪽인 Columbiana로 향하는 길 이었다. 잘 뚤린 길을 신나게 달린다. 하지만 10km 도 못 가서 끝났다. 너무 짧다. 이 짧지만 잘 정리된 길을 달리고 보니 피츠버그에서 워싱턴까지 이어진 500km 정도의 자전거 도로가 정말 기대되기 시작한다.
자전거 도로를 벋어나서 한참 라이딩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온 것을 알았다.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 왔던 길을 돌아가는데 뒷 바퀴가 터진다. 어제 튜브 하나가 못쓰게 되면서 지금은 스페어 튜브가 없다. 별 수 없이 때우고 있는데, 잘 안 때워 진다. 아까부터 조금씩 내리는 비 때문이다. 구멍을 떄우고 바람을 채워넣고 달린다. 하지만 1km도 못 가서 다시 바람이 빠진다. 비 때문에 접착력이 부족하였던 듯 하다. 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일단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서 생각해보자. 100m쯤 갔을까? 갑자기 밴차가 한대 서더니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무슨 일 이야?"
"응, 나 자전거 여행중인데 펑크났어."
그 뒤에는 늘 이어지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대화가 이어진다.
"오늘 어디까지 가려고 했는데?"
"밤에 스노우스톰 온다고 해서, 클리브랜드 공항 근처 싼 호텔로 가려고."
"그래? 알았어. 나도 근처로 가는 길 이니까 데려다 줄께."
"정말? 고마워!"
그리고 차로 호텔까지 이동한다. 히치하이킹을 해볼까 말까 고민하던 차에 생긴일이라 너무 기쁘고, 고마웠다. 이동하는 중에 종교와 신에 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 등을 나눈다. 이 친구들은 형제로 집을 수리하고 인테리어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슈퍼마리오를 아냐며,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같은 직업이라고 욷던 그들.
그러던 중 어느 새 목적지인 호텔에 다 왔다. ‘슈퍼 6’ 미국 저가 호텔 체인이다. 10km정도 점프를 뛰게 되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들이 일을 하러 가는 길이었기에 서둘러 가봐야 한다고 한다.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자기들이 바쁜 일이 있는데도 길가던 나를 도와줄 정도로 친절하던 그들.
미국을 ‘마약, 총기 등이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위험한 사람이 많은 나라’로 생각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사람이 어딘가에 있을 수 있겠지만, 직접 겪은 미국인들은 좋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것도 나의 운이 좋았기 때문 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 나쁜사람과 착한사람이 같이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가?
시간은 5시 경. 6시쯤 도착하리라 생각 했었는데 오히려 1시간이 줄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방에 풀어둔다. 미국의 경우 대도시가 아닌 경우 호스텔을 구하기 쉽지 않다. 대신 모텔이 곳곳에 있고 그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다. 2인이 방 하나를 쓸 경우 호스텔 정도의 요금이기에 훨씬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나 같은 혼자 다니는 여행자는 가슴이 아프지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서 생각한다. 어제와 오늘. 정말 미칠 것 같던 최악의 상황에서 내려온 구원의 동앗줄. 정말 엄청난 행운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최악의 상황이었을까? 어제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론 짜증이 나고 몸이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해결 하지 않았을까? 그것을 생각하니 최악의 상황과 안 좋은 상황의 차이는 내 생각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쉬고 어제 비속에서 고생했던 장비들을 꺼내 말린다. 다 꺼내 말리고 밖으로 나와보니 눈보라가 치고 있다. 호텔에서는 인터넷이 안 된다. 일단 아까 봐둔 맥도날드에 가서 내일 경로와 자전거 가게를 검색해 놓는다. 오는 길에 옆에 K마트에 들려본다. 자전거 코너가 있지만 700c튜브는 없다.
이래서 여행용은 26인치 타이어를 추천하는 구나. 사실 미리 준비만 했어도 이런 고민은 필요 없는 것인데 내 잘못이 크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캠핑용품 정비하기. 혼자쓰긴 상당히 크다. 렌트카 여행할 때는 이런 방에서 7명까지 자봤었는데….
K마트에서 고기를 팔면 고기라도 사다가 구어 먹을 텐데 안 판다. 미국의 Drugstore 에선 고기와 야채는 팔지 않는다. 하지만 그 외에는 별 것을 다 판다. K마트는 Drugstore라 고기를 팔지 않고 있었다. 둘러보니 참치캔이 싸다. 3개 1달러이다. 바로 산다.
호텔로 돌아와서 라면과 참치를 해먹는다. 밥도 해먹는다. 김치만 있었으면, 완전 끝장인데 아쉽다. 그래도 만족스럽게 먹는다. 그렇게 먹고 쉬고, 밀린 일기를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11시 이다. 눈보라가 가로막은 내일 갈 길이 걱정되지만 일단 잔다.
[3월 11일, 여행 1일차, 눈보라]
침대 위에서 간만에 기분 좋게 기상한다. 아주 따듯하고 편한 밤 이었다. 하지만 어제 밤에 내리던 눈이 생각나 바로 문 부터 열고 밖을 본다. 이건…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의 눈이 쌓여있고, 아직도 신나게 내리고 있다. 군대를 전역한 후에 스키가 취미인 나는 눈 내리면 무지하게 좋아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한숨만 나온다. 지금 까지 내린 눈의 두께만도 장난이 아니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사실 "스노우 스톰이 와 봤자 별거 있겠어?" 했는데, 별거 있었다.
밖을 보니 출발할 엄두가 안난다. 그렇다고 하루를 더 자려니 45불을 추가로 지불하며 하루를 버려야 한다. 체크아웃 한계시간인 11시 정도까지 상황을 지켜본다. 눈이 그칠 기미도 안보이고 도저히 라이딩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결국 하루 더 숙박하기로 하고 프론트에서 연장신청을 한다.
지금은 3월 중순. 스키만 있으면 크로스 컨츄리가 가능할 듯 하다.
아예 이번 기회에 장비를 꼼꼼하게 정비해 본다. 에어매트리스의 구멍도 때워보고, 어제 미쳐 못 때운 뒷 바퀴도 때운다. 펑크난 튜브도 더 때우고 그리고 나서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텐트도 다 말렸고 옷도 다 빨았는데…. 멍 때리다가 일기장의 일기를 블로그에 정리하기로 하고, 열심히 타이핑 해본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후 3시쯤 밖을 보니 눈은 이제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눈으로 덥혀 있다. 일단 어제 검색한 자전거가게 까지 가본다. 튜브를 하나 더 사고 싶고, 미니 펌프로는 맞추기 힘든 공기압을 맞춰야겠다. 간만에 짐 없이 라이딩 하니 날아갈 듯 하다. 5km 정도 라이딩 끝에 자전거 샵 도착. 하지만 닫혀 있다. 분명 영업시간이라고 쓰여 있건만 눈보라가 그들을 쉬게 만들었다. 이런.
계속 연속으로 터지는 튜브를 보니 아무래도 지금 가지고 있는 미니펌프로는 공기압을 적정수치까지 넣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다. 펑크가 나면 때우고 바람을 넣는데 그 이후 최대한 빠르게 자전거 가게를 찾아서 바람을 넣어야 할 듯 하다.
오는 길에 K마트에 다시 들려보니 펌프가 보인다. 대형 펌프인데 공기압 게이지 까지 달려있다. 일단 펌프를 사온다. 영수증을 잘 챙기고 숙소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는다. 그리고 바람을 넣고 다시 돌아가서 반품한다. 나도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다.
사실 이것은 상당히 유용한 방법이다. 소비자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반품이 상당히 쉽다. 금토일이 휴일인 Long weekend 가 끝나면 고객센터에 줄이 엄청나게 긴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대부분 BBQ나 캠핑용품 같은 것을 주말 간 쓰고 반품 하는 사람들이 만든 줄이다. 친구는 코스트코에서 구입한 노트북을 3개월 간 쓰다가 반납했고, 친한 형은 미국 렌트카 여행중 월마트에서 구입한 네비게이션을 여행 22일간 쓰다가 여행 후 반납했다. 나도 노트북이 망가졌을 때, 노트북을 사서 중고노트북을 검색하여 산 후 반품한적이 있었다. 펌프 3시간 쓴 것은 다른 케이스에 비하면 애교 수준. 이렇게 리턴되는 상품때문에 제조사들이 고생한다고 한다.
펌프를 반납하고, 나온 김에 오늘은 고기와 야채를 좀 사다가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원에게 물어본다. 여기에서 약 2mi (3.2km) 정도 거리에 식품을 살 수 있는 마트가 있다고 한다. 타이어 바람도 든든하게 넣었겠다. 빠르게 가서 고기를 사온다. 짐이 없는 상황에서 평소처럼 앞브레이크를 잡다가 튀어나갈 뻔 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해버렸다. 오는 길에 다시 K마트에 들려서 라이딩 용으로 사용 할 신발을 하나 산다. 슬리퍼는 비나 눈이 오는 날엔 너무 춥다. 20불 인데 딱 내가 원하는 정도의 수준이 었다. 그리고 방수코팅제도 하나 산다. 타이어 마모가 심각해서, 바르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본다.
아직 1,000km도 못 달렸는데 심각한 수준이다. 이래서 여행에는 여행용 타이어를 써야한다.
돌아와서는 요리를 시작해 본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그냥 소금과 후추 뿌려서 구운 수준이지만 얼마만의 고기인지 감동이다. 밥과 함께 먹는데 자꾸 김치가 생각난다. 빨래 등 널어놓은 것 들을 정리해서 패킹해두고, 내일은 일어나자 마자 출발하자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자리에 든다.
1. 이동 | Norwalk | 에서 | Cleveland |
2. 주행거리 | 거리 / 시간 : 80 km / h | 누적거리 : 944.2 km | |
3. 사용경비 | 호텔 2박 : 90불 신발 : 20불 고기, 빵, 쨈 등등 : 10불 (영수증 정리가 안됨) | 총 : 120불 | |
4. 잠자리 | Hotel Super 6, Cleveland Hopkins Airport 근처 | ||
5. 상태이상 | 특별히 없음 |
첫댓글 드디어 신발을사셨군요.눈밭 자전거라이딩은 처음보네요. 대단함니다.
넵.. 바람은 버텼는데 비와 눈은 맨발로 못버티겠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