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장군봉將軍峰(742m)은 해골바위산 또는 기차산汽車山이라고도 부른다. 흔히 육군에서 악명 높은 3대 유격장으로 화산유격장(경북 군위 화산), 동복유격장(전남 화순 옹성산), 고산유격장(전북 완주 운암산)을 꼽는데, 완주 장군봉은 이들에 비해 훨씬 험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장군봉은 내륙 깊숙이 위치하며 온통 직벽에 가까운 화강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도 육군 7공수여단 7557부대 유격훈련장으로 이용되며 침니등반, 줄사다리등반, 후면하강, 역레펠, 전후면하강, 등강기 등반 등 암벽훈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TV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나오는 천마부대는 7공수를 가리킨다).
738봉 직전 암벽은 최대의 난구간이지만 로프와 발판이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다.
짜릿한 암릉산행을 할 수 있는 곳
장군봉은 완주군 동상면과 진안군 주천면의 경계를 이룬다. 조선시대부터 ‘전국 8대 오지’ 중 한 곳으로 손꼽을 만큼 첩첩산중의 산골이다. 금남정맥 줄기에 있으며 연석산과 운장산, 삼정봉, 중수봉, 운암산 등 헤아릴 수 없을 거봉에 겹겹이 쌓여 있다.
장군봉에는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산 아래 지형은 육산에 가깝지만 6부 능선부터는 유격훈련장을 방불케 하는 암릉지대다. 안전시설을 보강했지만 눈과 비가 내리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구수마을 입구 대형 주차장 옆에 있는 등산로 이정표에는 ‘기차산’이라는 지명과 ‘742봉’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기차산은 1:50,000 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장군봉’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또한 ‘해발 738m 장군봉 정상’이라 표기하고 있지만 정상은 현재의 장군봉 표지석보다 4m가 더 높고 동남쪽에 있는 742봉이 맞다.
구수마을 곳곳에는 ‘장군봉 가는 길’ 이정표가 있다. 첫 번째 만나는 자동차 차단봉 갈림길에서 왼쪽 화살표 방향으로 가야 한다(우측 계곡을 건너면 잡목숲으로 알바를 한다). 1분 거리에 있는 두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은 하산길이다. 오른쪽으로 개울을 건너면 군부대 훈련장 입구다.
‘장군봉 2.65km’ 이정표를 지나면 곧 왼쪽 방향 이정표와 만난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숲에 들어선다. 20분 정도는 지긋한 오르막길이다. 안부에 도착하면 이정표 왼쪽으로 소나무와 철쭉, 굴참나무가 어우러진 완경사 숲길과 만난다. 바닥은 화강암이 풍화되어 굵은 모래 같은 화강토(마사토)로 이루어져 있어 미끄러우니 주의할 것.
5분 정도면 45도 경사에 가까운 슬랩Slap 지대를 만난다. 쇠기둥에 안전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이것을 잡고 천천히 오르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계속되는 암벽에는 ㄱ자형 철판과 쇠사슬, 그리고 스테인리스 재질의 문고리형 손잡이가 고정되어 있다.
바위틈에 고급 분재 수준의 소나무가 뿌리를 박고 자란 모습이 여럿 보인다. 우측으로 운암산, 동성산, 위봉산, 서방산 그리고 원등산, 연석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심해져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추락위험’ 표지판을 지나면서부터 아찔한 낭떠러지 구간이 나타난다. ㄱ자 철판과 로프에 의지해서 암벽을 기어가다시피 오르고 나면 정상으로 알고 있는 738봉 안부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넓고 평평하다. 구수마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장군봉의 명물 해골바위, 화강암질에서 보기 드문 타포니 지형으로 아파트 4층 높이 크기다.
실질적인 장군봉 정상은 742봉
실제 장군봉 정상인 742봉은 동남쪽에 위치한다. 기차처럼 도열한 바위를 30여 m 더 가면 사자바위와 만난다. 좌우로는 깎아지른 낭떠러지다. 742봉 너럭바위에는 누군가가 무분별하게 이름을 새겨놓아 흉물스럽다.
742봉에 서면 운일암반일암 계곡을 품은 명도봉과 명덕봉~복두봉 등 진안군 주천면의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둔산, 운장산, 연석산과 좌우로 구봉산, 부귀산, 만덕산 등이 호위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장군봉 표지석(738봉)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해골바위 2.54km’ 이정표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서는 수직 암벽 사이가 매우 위험하다. 발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위아래 폭이 넓어서 키 작은 여성분들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나무데크를 설치할 만하지만 군 훈련과정과 연관 있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잠시 잡목 길을 지나지만 다시 암벽 사이로 로프와 ㄱ자 철판을 이용해 오른다. 물범 모양의 바위에서 바라보는 738봉의 뒷모습은 무척 위태롭다. 곧 무너지기 직전의 돌탑처럼 노년기 바위들의 변형과 균열이 심하다. 안전진단이 시급하다고 본다.
선명한 눈을 가진 두꺼비바위를 지나면 굴참나무가 울창한 능선길이다. 10분 정도면 바람이 통하는 바람골을 지나고 폐헬기장 터를 지나면 이정표를 만난다. 이곳은 북장군봉(724.5m)으로 불린다. 정상에서 1.5km 지점에 위치하며 금남정맥이 갈라지는 길이다.
왼쪽 ‘주차장·해골바위 2.25km’ 방향으로 내려간다. 용龍의 자태를 닮은 소나무는 보기 좋지만 나무뿌리가 뒤엉킨 내리막길은 쉽지 않다. 로프와 쇠사슬, 쇠고리에 의지해 5분 정도 내려오면 슬랩지대 조망대에서 다시 한 번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운암산, 안수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이어 만나는 해골바위는 장군봉의 명물이다. ‘용 뜯어 먹은 바우’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커다란 바가지를 엎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구멍 난 녹슨 철모 같기도 하다.
아파트 4층 높이의 둥그런 바위에는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타포니tafoni 지형이다. 풍화혈, 즉 바람의 풍화작용에 의해 오랜 세월 침하과정에서 가벼운 부분이 깎여 없어지는 지형구조다. 진안 마이산, 경주 골굴암도 같은 지형이지만 장군봉은 단단한 화강암질인데 이러한 현상은 매우 희귀한 것이라고 한다.
1. 능선에 올라서면 삼정봉, 중수봉 등 금남정맥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2. 슬랩구간에는 안전시설이 많이 보강되었지만 긴장을 풀면 안 된다.
헬기장 건너편은 군인들의 암벽훈련장
해골바위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이정표는 없지만 헬기장에 도착한다. 축구장 절반만 한 헬기장에는 금방이라도 군인들이 헬기레펠 낙하할 것 같다. 건너편 거대한 암벽지대에는 폐타이어와 로프 등이 놓여 있는 암벽훈련장이 보인다. 우측으로 738봉이 우뚝하다.
헬기장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내려가는 길이 무척 사납다. 잡석들이 너덜처럼 널려 있고 낙엽이 수북하다. ‘C지역’ 안내표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순해진다. 마른계곡을 따라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고 조릿대 숲길도 나온다.
선녀탕(옥녀탕) 부근부터는 계곡이 넓어지며 수량도 풍부해진다. ‘등산로 하산’ 이정표는 우측으로 안내한다. 조릿대 숲을 지나면 커다란 동전처럼 둥그런 부조석을 만난다. 파란지붕의 군부대막사 시설을 만나면 계곡을 끼고 우측으로 진행한다. 10분 정도면 계곡을 벗어나고 임도로 내려온다. 곧이어 군부대 입구 삼거리에 닿고 출발지인 구수산장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동아지도 제공
산행길잡이
구수산장~군부대 입구~슬랩구간~암릉지대~738봉~사자바위~742봉(정상)~ 738봉~두꺼비바위~폐헬기장~724.5봉(북장군봉)~금남정맥 갈림길~해골바위~헬기장~훈련장 C지역~선녀탕~군부대 입구~구수산장(약 7.2km, 약 4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3)
승용차로는 호남고속도로 익산나들목으로 나와 799번지방도를 타고 가다가 봉동사거리에서 ‘전주, 고산’ 방면으로 좌회전→장기삼거리 1시 방향→741번지방도를 타고 직진하다가 삼기교차로에서 우회전, 곧 삼기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이후 8.7km 정도 직진하다가 구수마을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 들어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에는 쉽지 않은 오지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완주터미널(장신대정류소)까지 시외버스로 약 2시간 50분 소요되며 요금은 1만3,000원이다. 고산행 버스로 고산까지 가서 다시 동상면행 버스로 갈아탄 후 동상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5km를 걸어야 한다.
숙식(지역번호 063)
구수산장(244-7807)은 사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메기탕, 닭도리탕, 닭백숙, 감식초 등을 판다. 화심순두부는 인근에서 알아 주는 맛집이다. 두부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 만족해하며 가격도 부담 없다. 순두부찌개(7,000원), 해물순두부찌개(8,500원)을 비롯해 두부돈까스, 두부빈대떡, 두부탕수, 두부도넛 등을 낸다. 완주군 삼례직영점(261-0066), 완주 소양면 본점(243-8268).
볼거리
완주 운암산 아래에 있는 대아저수지 주변은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좋다. 전라북도에서 운영하는 대아수목원은 가족단위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명소다. 약 30만 그루의 관상수가 식재되어 있고 연중 무료 개방한다. 총 3km의 자연탐방로를 걸어볼 만하다. 인근에 있는 운일암반일암 계곡도 피서철에 많이 찾는 명소다.